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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내가만난글/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344

안소영-책만 보는 바보/책상 위에 놓인 낡은 책 한 권이 안소영 -「책만 보는 바보」 햇살이 환한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책을 들어다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기도 했다.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책 한 권이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가로 한 뼘 남짓, 세로 두 뼘가량, 두께는 엄지손가락의 절반쯤이나 될까. 그러나 일단 책을 펼치고 보면, 그 속에 담긴 세상은 끝도 없이 넓고 아득했다. 넘실넘실 바다를 건너고 굽이굽이 산맥을 넘는 기분이었다. ​책과 책을 펼쳐 든 내가,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얼마쯤 될까. 기껏해야 내 앉은키를 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책과 내 마음이 오가고 있는 공간은, 온 우주를 다 담고 있다 할 만큼 드넓고도 신비로웠다 번쩍번쩍 섬광이 비치고 때로는 우르르 천둥소리가 들리는듯하였다. - p21 - 안소영 - 책만.. 2021. 6. 3.
이병률-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말 한마디가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이병률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말 한마디가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 귀에는 아무 말도 아니게 들릴 수 있을 텐데 뱅그르 뱅그르 내 마음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말. 한마디 말일 뿐인데 진동이 센 말. 그 말이 나를 뚫고 지나가 내 뒤편의 나무에 가서 꽂힐 것 같은 말이. "만약 네가 원한다면 우리 집에서 지내도 좋아." 왜 그 말을 들으며 활짝 웃지 못하고 힘들었는지. 이병률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달 / 2012. 07. 01. 2021. 6. 2.
피천득-인연/수십 년 전에 내가 열 일곱 되던 봄, 피천득 / 「인연」 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대학에 가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 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강한 일이 있다. 힘드는 출강을 하게 된 것은, 주 수녀님과 김 수녀님이 내 집에 오신 것에 대한 예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수십 년 전에 내가 열 일곱 되던 봄, 나는 처음 동경(東京)에 간 일이 있다. 어떤 분의 소개로 사회 교육가 미우라(三浦) 선생댁에 유숙을 하게 되었다. 시바쿠 시로가네(芝區白金)에 있는 그 집에는 주인 내외와 어린 딸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하녀도 서생도 없었다. 눈이 예쁘고 웃는 얼굴을 하는 아사코(朝子)는 처음부터 나를 오빠같이 따랐다. 아침에 낳았다고 아사코(朝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하였다. 그 집 뜰에는.. 2021. 5. 28.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난 점점 더 아무것도 묻지 않게 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 「그리스인 조르바」 불가리아인인가 그리스인인가 하는 게 문젭니까? 이제 내게는 다 똑같아요. 이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만 묻죠. 그리고 정말이지 나이를 먹을수록, 밥을 더 많이 먹을수록, 난 점점 더 아무것도 묻지 않게 됩니다. 보세요, 좋은 놈, 나쁜 놈이란 구분도 잘 맞질 않아요. 난 모든 사람이 불쌍할 뿐이에요. 사람을 보면, 비록 내가 잘 자고 마음에 아무런 시름이 없어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누구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하고, 그리고 자신만의 하느님과 악마를 모시다가 뒈지면 땅에 쭉 뻗고 누울 거고, 그러면 구더기들이 그 살들을 파먹을 거고…… 아, 불쌍한 인생!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에요…… 구더기 밥인 고깃덩어리들이라고요! - p394 - .. 2021. 5. 26.
나가이 다카시-영원한것을/기도란, 나가이 다카시 -「영원한것을」 기도란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이기 때문에 일하는 틈틈히 짧은 기도를 한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과 이야기한다. 우라카미 사람들이 가장 즐겨 드리는 기도는 묵주기도이다. 묵주기도란 성모님께 바치는 장미 꽃다발이라는 의미로 묵주알을 굴리며 기도하는 것이다. - p30 - -- 개인과 개인이 서로 만났을 때에는 아무리 화를 내려고 해도 화를 낼 수 없고, 미워하려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 민족과 민족이라는 집단 대 집단이 되면 서로 증오하고, 서로 매도하고, 마침내는 서로 죽이려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 p145 - 나가이 다카시 / 영원한것을 역자 / 이승우 성바오로출판사 / 1964. 03. 05. 2021. 5. 24.
다치바나 다카시-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그 사람의 소우주가 얼마나 풍요로운지가 결정된다 다치바나 다카시 /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얼마나 많은 소세계의 주민이 되어, 자신을 얼마나 많은 다세계 존재자로 만들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소우주가 얼마나 풍요로운지가 결정된다. - p252 -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이라는 대학에 지속적으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니고 있다. 때로는 책이라는 대학의 한가운데를 하염없이 거닐거나, 노는 기분으로 긴장을 늦추는 행동을 다양하게 취해 보면서 공부를 계속해 왔다. - p288 - 다치바나 다카시 /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역자 / 이언숙 청어람미디어 / 2001. 09. 10. 2021. 5. 24.
한상복-배려/'누구의 책임인가?' 한상복 -「배려」 '누구의 책임인가?' 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간다는 것은 책임질 일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가면서 인연을 맺고 그들에 대한 자신의 존재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 p120 - 위는 차를 한모금 마신 다음, 막내를 보고 말했다. "배려는 개인에게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명심해 사람은 능력이 아니라 남에게 베픈 배려로 자신을 지키는 거야 괴테는 '노력하는 자가 구원을 받는다'고 말했지 나는 이렇게 바꿔보았어. '배려하는자가 구원을 받는다'라고" - p250 - 한상복 / 배려 위즈덤하우스 / 2006. 01. 10. 2021. 5. 23.
야마다 에이미-120%COOOL/사랑에 푹 빠지면 세상의 모든 색깔이 진해진다. 야마다 에이미 -「120%COOOL」 그리고 그것을 받는 타이밍이 잘 맞는 남녀는 정열을 쉽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랑에 푹 빠지면, 세상의 모든 색깔이 진해진다. 나무의 초록도 하늘의 푸르름도 햇살조차도 그렇다. 그리고 원래 색이 없던 것, 예를 들면 목소리라든가 숨이나 땀마저도 색깔을 가지게 된다. 왜 그렇까 사람들이 그렇게들 모두 인상파가 되어 버리는 것은, 그림의 가치 같은 것은 전혀 모르면서. 둘이서 택시를 탔을 때의 일이다. 밤 늦은 시간, 둘 다 약간 취해 있었다. (p107) - 야마다 에이미 / 120%COOOL 역자 / 박정윤 웅진출판 / 1994. 12. 19. 2021. 5. 19.
사뮈엘 베케트-고도를 기다리며/이 세상의 눈물의 양엔 변함이 없지 사뮈엘 베케트 - 「고도를 기다리며(세계문학전집 43)」 포조 : 이젠 울음을 그쳤군. 그러니까 당신이 저놈을 대신하게 된 거구려. 이 세상의 눈물의 양엔 변함이 없지. 어디선가 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한쪽에선 눈물을 거두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오. 웃음도 마찬가지요. 그러니 우리 시대가 나쁘다고는 말하지 맙시다. 우리 시대라고 해서 옛날보다 더 불행할 것도 없으니까 말이요. 그렇다고 좋다고 말할 것도 없지. 그런 애긴 아예 할것도 없어요. 인구가 는 건 사실이지만, - p51 - 사뮈엘 베케트 / 고도를 기다리며(세계문학전집 43) 역자 / 오증자 민음사 / 2012.2.20. 2021. 5. 16.
한비야-그건 사랑이었네/이것이 젊음의 실체라고 생각한다. 한비야 - 「그건 사랑이었네」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의 내용이다.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말이지만 나는 이것이 젊음의 실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무모하리만치 크고 높은 꿈 그리고 거기에 온몸을 던져 불사르는 뜨거운 열정이 바로 젊음의 본질이자 특권이다. 이 눈부신 젊음의 특권을 그냥 놓아버리겠다는 말인가. 여러분. - p152 - 한비야 / 그건 사랑이었네 푸른숲 / 2009. 07. 06. 2021. 5. 14.
막스 뮐러-독일인의 사랑/사랑의 불가사의한 수수께끼 앞에서 막스 뮐러 - 「독일인의 사랑」 그후 며칠이 지나고, 몇 주일, 몇 달, 그리고 몇 년이 흘렸다. 그러는 새에 내게 있어 고향은 탸향이 되었고, 탸향이 고향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은 아직도 남아 있다. 눈물 한 방울이 대양에 합류하듯이 그녀에 대한 사랑은 이제 살아 있는 인류의 대양 속에 합류하며, 수백만 - 어린 시절부터 내가 사랑했던 수백만의 의 마음에 스며들어 그들을 포옹하고 있다. 다만 오늘처럼 고요한 여름날, 홀로 푸른 숲 속에서 자연의 품에 안겨 저 바깥에 인간이 있는지, 아니면 이 세상에 오로지 나 혼자 외토리로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 이르면, 기억의 묘지에서는 소생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죽어버린 생각들이 되살아나고, 엄청난 사랑의 힘이 마음속으로 되돌아와, 지금까.. 2021. 5. 12.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이유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거요 니코스 카잔차키스 - 「그리스인 조르바」 소설은, 바람이 거센 동트기 직전의 항구 피레아스의 카페에서 시작된다. 그가 단테의 신곡에 막 몰두하려는 때 누군가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을 느낀다. 고개를 돌려보니 60대의 남자가 유리문 너머로 그를 보고 있었다. 남자는 다짜고짜 들어와 자신을 함께 데려가라고 요구한다. 자신은 생각지도 못할 수프를 만들 줄 아는 요리사이자, 꽤 괜찮은 광부이며, '산투르'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남자 이 소설의 주인공 알렉시스 조르바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날 데려가시겠소?” " ..," "왜요? 당신하고 뭘 같이 할 수 있는데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왜, 왜? 사람들은 도대체 이유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거요? 그냥 기분 따라 하면 안 되나요? 예를 들어,.. 2021. 4. 30.
신유진-열다섯 번의 낮/행복을 구걸하지 않고 불행을 내뱉지 않는 법을 배워 갈 뿐이다. 신유진 - 「열다섯 번의 낮(열다섯 날의 기록과 기억)」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모양이다. M이 괜찮은지 물었다. 괜찮다. 안 괜찮을 건 무엇인가? 여름이 이렇게 가 버렸다고 한들, 몇 번을 보냈고 이겨 낸 여름인데. 그러니까 나는 모든 게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 큰 변화는 없었다. 모두 아주 작은 것들에 불과하다. 행복을 구걸하지 않고 불행을 내뱉지 않는 법을 배워 갈 뿐이다. 나를 흔드는 것에 조금은 덜 동요하며 하루를 산다. 그래서 지금 어쩌면 괜찮지 않을 당신에게, 언젠가 내가 해변에서 태양과 함께 끌어안았던 책 한 구절을 보내고 싶다. '그러니 제발 당신의 삶도 괜찮길 바란다.' 괜찮아질 것이다. 꼭 그렇게 될 것이다. - p219 - 신유진 / 열다섯 번의 낮 1984BOOKS / 2.. 2021. 4. 26.
그냥..., 이기주 - 「언어의 온도」 버스 안에서 일흔쯤 돼 보이는 어르신이 휴대전화를 매만지며 ‘휴~’ 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는 모습을 보았다. 어찌된 일인지 창밖 풍경과 전화기를 번갈아 바라보기만 할 뿐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10분쯤 지났을까, 어르신은 조심스레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우연히 통화 내용을 엿들었는데 시집간 딸에게 전화를 거는 듯했다. “아비다. 잘 지내? 한 번 걸어봤다...” 대게 부모는, 특히 자식과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는 “한 번 걸었다”라는 인사말로 전화 통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왜 그러는 걸까, 정말 일상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그냥 무의식적으로 아무 이유 없이 통화 버튼을 눌러보는 것일까 심심해서? 그럴 리 없다. ​정상적인 부모가 자식에게 취하.. 2021. 4. 2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암 병동 1/사소한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야말로 슬기로운 사람이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암 병동 1」 카드 민 부부처럼 사는 것, 사물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기뻐하는 것! 사소한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야말로 슬기로운 사람이다. 낙관론자란, 어디를 바라보거나 한심스러운 것들뿐인데도, 여기는 아직 좋다. 우리들은 운이 좋았다. 하고 말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부질없이 슬퍼하지 않는 사람이다. 비관론자란, 어디를 바라보거나 멋진 일들뿐인데도, 여기만은 견딜 수 없다.하고 말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자신의 운명을 끊임없이 슬퍼하고만 있는 사람이다. - 1권 p465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암 병동 1 역자 / 이영의 민음사 / 2015. 09. 11 2021. 4. 22.
레프 톨스토이-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오직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레프 톨스토이 / 「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단편집)」 가장 중요한 때는 단 하나, 바로 ‘지금’입니다. 그 이유는 ‘지금’만이 우리가 자신을 좌우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 이유는 또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될지 아닐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인데,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오직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 p50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역자 / 홍순미 써네스트 / 2018. 12. 12. 2021. 4. 16.
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 - 계절은 퍼즐처럼 ·「이제 - 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 계절은 퍼즐처럼 물보라는 겨울의 언어라고 한다. 일본 문학인 하이쿠에는 계절의 단어가 정해져 있다. 하이쿠를 읽으면 나는 꼭 반대되는 계절에 그 단어를 끼워 보곤 했다. 여름에 피어나는 물보라를 상상해 본다. 내가 보냈던 한 계절이 떠오른다. 수영 중에도 특히 더운 날 하는 수영을 나는 좋아한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수영센터가 집 앞에 있어서 자주 수영을 갔다. 그 여름에 나는 친구와 도서관을 같이 다녔으며, 더위를 못 참겠다 싶으면 잠깐 다녀올게, 하고 수영장으로 뛰어갔다. 서울에서 혼자 지중해에 사는 것 겉다고 친구는 말했다. 한참 사람들이 일하거나 학교에 있을 시간에 나는 매일 물보라를 만들었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는 없었지만 락스 냄새나는 물이 파란색 타.. 2021. 4. 6.
장 크리스토프 뤼팽-불멸의 산책/산티아고를 향해 출발하면서 장 크리스토프 뤼팽 -「불멸의 산책(내 마음 같지 않은 산티아고 순례)」 산티아고 길은 생각과 욕망에서 오는 고통을 덜어주고, 모든 허영심과 육체적 고통을 마음에서 지워주며, 사물을 둘러싸 그것을 우리의 의식과 분리시키는 완강한 껍질을 제거한다 그리하여 자아가 자연과 공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모든 입문식이 그렇듯이 자연은 육체를 통해 정신 안으로 스며든다.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는 사람들과 그것을 공유하기는 쉽지 않다. 같은 여행을 하고 돌아왔어도 어떤 이들은 나와 똑같은 결론을 가지고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내 이야기의 목적은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게 그 여행이 어땠는지 묘사하는 것이다. 재미있어 보이는 경구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산티아고를 향해 출발하면서 나는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았으나 .. 2021. 4. 2.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야성의 부름」 삶에는 그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어떤 정점을 나타내는 환희가 있다. 그런 것이 살아 있음의 역설이다. 그 환희는 살아있기에 찿아오지만 살아 있음을 완전히 망각할 때에도 찾아온다. 그 환희, 살아 있음의 망각은 감흥의 불꽃 속에서 자아를 잇는 예술가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싸움터에서 전쟁에 미쳐 자아를 잊고 생존을 거부하는 군인에게 찾아온다. 달빛 속에서 번개처럼 앞질러 가는 살아 있는 먹이를 잡기 위해 늑대의 오래된 울음소리를 내며 앞장서서 달려가는 벅에게도 바로 그 환희가 찾아왔다. - p52 - 잭 런던 / 야성의 부름 역자 / 권택영 민음사 / 2010.10.22. 2021. 3. 30.
또 다시 뚜렷한 목표가 생겨서 기쁘다 한비야 - 그건 사랑이었네 몇 달간 각국의 학교와 학과를 조사하고 비교 분석하고 동료 국제구호요원들의 조언을 참고한 결과 내게 딱 맞은 과정을 찾아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터프츠대학교의 인도적 지원에 관한 석사과정 (Master of Arts in Humanitarian Assistance)이었다. 올 2월 지원서를 내고 나서 떨어지면 어쩌나 몇 달간 마음을 졸였다. 우리 식구나 친구들은 지원서만 내면 자동으로 합격하는 줄 아는 모양인데 정말 그거 아니다. 이 석사 과정은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구호요원들이 지원하고 그중에서 열 명 미만을 뽑는 소수 정예 인기 과정이다. 월드비전 구호팀장이나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가산점이 붙는 것도 아닌데 왜 다들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부담스러워서 죽을 뻔했다... 2021. 3. 26.
존 케이플즈-광고,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헤드라인이 사람을 잡아 세우지 못한다면 존 케이플즈 - 「광고,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뉴스, 호기심, 이기심은 언제나 좋은 광고를 만드는 강력한 요인이 되어 왔다. 알림, 새로운, 지금, 무료, 당신의, 빨리, 쉬운, 바겐, 마지막 찬스 같은 단어들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잃은 적이 없다. 사람들은 아직도 건강, 부, 인기, 편안함, 즐거움, 안정같은 것에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다. - p7 - 헤드라인이 사람을 잡아 세우지 못한다면 카피는 마치 라틴어로 쓴 것과 다를 봐 없는 것이다. - p27 - 우편주문 광고의 경험에 의해 좋은 첫 문장을 쓰는 세 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1) 짧아야 한다. 문장이 길면 독자는 지레 겁을 먹고 안 읽는다. 2) 헤드라인에 표현된 생각을 계승하라. 3) 가장 중요한 이점, 또는 독자가 당신의 상품으로부.. 2021. 3. 23.
더글라스 케네디-빅 픽처/세상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더글라스 케네디 - 「빅 픽처」 "알았어, 알았다니까." "아니, 내 말은, 자네 선택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뜻이야. 대가 없는 선택은 없어" "천지사방을 둘러봐도 자극이 될 만한 일이 없어." "그래서 어쩔건데? 앞으로 삼십 년 동안 다른 삶만 꿈꾸며 살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내 말 잘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나는 맥주를 또 한 모금 길게 마시고 나서 물었다. - p119 - 더글라스 케네디 / 빅 픽처 역자 / 조동섭 밝은세상 / 2010. 06. 10. 2021. 3. 22.
빌 브라이슨-나를 부르는 숲/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달려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빌 브라이슨 / 「나를 부르는 숲」 '셰넌도어 국립공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주의자 존 뮤어가 표현한 대로 빵 한 덩어리와 차 한 봉지를 낡은 배낭에 넣고서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달려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내가 막 정착한 뉴잉글랜드의 조그만 마을에 뜻하지 않게도 이 트레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이 길을 따라 조지아 주까지 2천880킬로미터를 걸어서 가거나, 또는 반대방향을 택해 거칠고 돌이 많은 화이트 마운튼을 따라 720킬로미터를 걸어서 몇 사람 경험해보지 못한 전설적인 마운트 캐터딘 산을 밟아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몸이 뜨거워졌다. '근사하지 않은가. 당장 바로 하자'는 충동이 불끈 솟았다. - p14 - 빌 브라이슨 / 나를 부르는 숲 역자 / 홍은택 까치 /.. 2021. 3. 17.
장 그르니에-일상적인 삶/희망을 제공하는 자정을 사랑한다 장 그르니에 - 「일상적인 삶」 그렇지만 나는, 중요하지 않은 온갖 것들로부터 우리를 풀어놓아 주는 자정을 사랑하며, 정오가 오면 우리 자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제공하는 자정을 사랑한다. - p228 - 장 그르니에 / 일상적인 삶 역자 / 김용기 민음사 / 2001 08 07 2021. 3. 15.
박이문 산문집-길/길의 저편 박이문 산문집 -「길」 뱃길, 철길, 고속 도로, 산길, 들길, 이 모든 길들은 그냥 자연 현상(自然現象)이 아니라, 우리에게 무엇을 뜻하는 인간의 언어(言語)다. 언어는 인간만의 속성(屬性)이다. 그러기에, 인간만의 세계에 길이 있고, 길이 있는 곳에서 인간이 탄생(誕生)한다. 길은 부름이다. 길이란 언어는 부름을 뜻한다. 언덕 너머 마을이 산길로 나를 부른다. 가로수(街路樹)로 그늘진 신작로가 도시(都市)로 나를 부른다. 기적(汽笛) 소리가 저녁 하늘을 흔드는 나루터에서, 혹은 시골 역에서 나는 이국(異國)의 부름을 듣는다. 그래서, 길의 부름은 희망(希望)이기도 하며, 기다림이기도 하다. - 1부 길의 저편 p11 - 박이문 산문집 / 길 미다스북스 / 2003. 06. 16. 2021. 3. 14.
펄 벅-북경의 세 딸 펄 벅 -「북경의 세 딸 (2003년 '양 마담과 세 딸')」 "우리는 유럽과 미국이 존재하기 한참 전부터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고 있었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그 모든 걸 이미 우리 민족의 손으로 이루어놓았다고 믿고 있어. 공자가 자기 철학의 토대로 삼았던 옛 역사서에 이런 말이 씌어 있단다.” 양 부인은 마음을 가다듬고 낭송을 시작했다. 무릇 백성은 귀히 여김을 받아야 하며, 압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 백성은 나라의 뿌리이다. 뿌리가 견고하면 나라는 화평하다. “너도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게다.” 양 부인이 낭송을 마치고 말을 이었다. “식량, 무기, 백성들의 신뢰 중 국가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옛 성인들은 ‘무기와 식량은 단념할 수 있어도, 백성들의 .. 2021. 3. 3.
장인옥-일일일책/책 읽기에 빠지는 강렬한 힘은 이런 것이다 장인옥 - 「일일일책 (극한 독서로 인생을 바꾼 어느 주부 이야기)」 글귀를 보았을 때 감동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찼다. 위로받고 있었다. 독서가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책 읽기에 빠지는 강렬한 힘은 이런 것이다. - p33 - 장인옥 - 일일일책 (극한 독서로 인생을 바꾼 어느 주부 이야기) 레드스톤 - 2017. 11. 15. 2021. 3. 2.
핫토리 사치에-나는 태어났어 핫토리 사치에 글.그림 / 「나는 태어났어」 있잖아, 엄마. 내가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을 들려줄게. 별 하나가 펑 하고 터져서 백 개도 넘는 별이 되었어. 그 별들이 우리였어. 우리는 예쁜 걸 보면, 소원을 빌었어. 예쁜건 예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말이야. 있잖아, 엄마. 아마도 난 다 잊어버릴지 몰라. 하지만 난 알아. 다가올 여행은 더 길고, 더 아름답고, 더 마법 같을거야. 잊기 전에 엄마한테 말해 주고 싶었어. 핫토리 사치에 글.그림 / 나는 태어났어 역자 / 이세진 책읽는곰 / 2020. 09. 18. 2021. 2. 28.
J. M. 바스콘셀로스-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인생이란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J. M. 바스콘셀로스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울지마라 제제.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사내가 어디있니? 평생동안 울어야 할 날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잘 설명해주마. 그건 말이다. 네가 자랐다는 증거야. 네가 더 크면 네가 마음속으로 말하고 보는 일을 '생각'이라고 하게 된다. 너도 생각을 갖게 된 거야 " "그럼 철이 든다는 말씀이세요?" "그래, 잘 기억하고 있구나. 그 땐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생각이 자라고 자라서 네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는 거야. 그때는 네 눈이 다시 뜨여 인생을 아주 새롭게 보게 될 거야." "그래서 그런 게 아니다. 얘야. 그런 게 아니야. 인생이란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하지만 한 가지 약속하마. 네 말대로 하고 싶기는 한데 너를 네 엄마 아빠한테서 데려.. 2021. 2. 26.
신서영-내 스웨덴 친구들의 행복:LAGOM/또한 놓치지 않는 도시 커플의 모습을 이들에게서 본다 「신서영-내 스웨덴 친구들의 행복: LAGOM」 이들은 매일같이 걸어서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함께 아이를 돌본다. 주말엔 규칙적으로 운동하거나 산책하고, 시내까지 걸어나가서 쇼핑을 한다. 차는 외곽으로 나갈 때가 아니면 좀처럼 타지 않는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살고 있지만, 이들이 보낸 지난주는 이번 주와 같지 않다.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서 이들은 매우 자유롭게 살고 있다. 미래를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이뤄가면서도 ‘오늘이 행복한 삶’ 또한 놓치지 않는 도시 커플의 모습을 이들에게서 본다. - p29 - 신서영 - 내 스웨덴 친구들의 행복: LAGOM 디자인하우스 - 2018. 04. 16 2021.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