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벅 -「북경의 세 딸 (2003년 '양 마담과 세 딸')」
"우리는 유럽과 미국이 존재하기 한참 전부터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고 있었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그 모든 걸 이미 우리 민족의 손으로 이루어놓았다고 믿고 있어.
공자가 자기 철학의 토대로 삼았던 옛 역사서에 이런 말이 씌어 있단다.”
양 부인은 마음을 가다듬고 낭송을 시작했다.
무릇 백성은 귀히 여김을 받아야 하며,
압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
백성은 나라의 뿌리이다.
뿌리가 견고하면 나라는 화평하다.
“너도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게다.” 양 부인이 낭송을 마치고 말을 이었다.
“식량, 무기, 백성들의 신뢰 중 국가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옛 성인들은
‘무기와 식량은 단념할 수 있어도, 백성들의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는 망하게 된다.’라고 말씀하셨지.”
“그럼 지금의 국민들은 국가에 신뢰를 가지고 있나요?”
그레이스가 묻자 양 부인은 자기 딸을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글쎄, 그렇다고 생각하니?”
“정답이 뭘까요?” 그레이스가 집요하게 되물었다.
“수천 년 전 그 질문이 맨 처음 던져졌을 때 나왔던 대답과 같을 게다.
모든 게 변한 듯 보여도 사람은 변하지 않지.
맹자 말씀에도 있지 않니?
‘본래 하늘엔 정해진 의지가 없다.
다만 사람들이 보는 대로 보고,
듣는 대로 듣는다.’” - p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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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안! 지금 중국 상황이 좋지 않대요.
홍수에 흉년까지 겹쳐 기근까지 들었대요!”
“그럴 수밖에 없지.
하늘이 노했으니까.” 슈안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는 이 경사스런 날, 그런 불미스런 재난을 입에 올리는 것을 꺼리며 조이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브랜든 부인에게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저는 정치적인 사안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주역」에도 이런 말이 있지요.
- 군자가 일을 도모하고 앞서가면 길을 잃는다.
그러나 뒤따라가면 안내자를 만난다.’
그러니 저는 뒤를 따를 것입니다.
그럼 이 지혜의 말을 마저 끝내겠습니다!
그 다음 두 줄은 이렇습니다.
서남으로 가면 친구를 만난다.
묵묵히 인내하면 길운을 불러들인다 -” - p239 -
펄 벅 / 북경의 세 딸 (2003년 '양 마담과 세 딸')
역자 / 이은정
길산 / 2006. 0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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