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만난글/피정11 생각 속에 2024년은 최고의 한 해였다. 만남의 기쁨으로 마냥 즐거웠던 갑진년, 하루가 즐거움으로 채워지고 상상의 영감을 불어넣었다. 갈림길이 많은 인생에서 상상은 내면과 외면의 허기를 채워주는 마음의 눈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 상상하는 그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었다. 열매를 맺기 전 크기와 무게를 알 수 없는 새싹처럼 부모의 말 한마디와 행동이 아이의 마음에 작은 꽃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큰 나무의 뿌리로 자라게 하는 마중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상은 허상(虛像) 같지만 미래로 들어가는 블랙홀 같은 시간이다.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바탕으로 더 세심한 눈으로 관찰하고, 우리는 집 안에 화분을 들이지만 정작 꽃의 위한 장소는 제공하지 못하는 집들이 많다. 잔소리도 없고, 화도 내지 않으며 자리를 옮겨.. 2024. 12. 25. 하늘 별에서 - 글을 쓰며. 이 글은 과거형 할아버지가 미래의 아이에게 주는 편지 형태로 쓴 글이다. 동기는 간단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처럼 나 역시 늙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아이의 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게 무럭무럭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를 쳐다보며 울기만 하던 모습에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조급함보다 여유를 갔고 물결 하나 일지 않는 연못처럼 고요한 마음으로 지켜보면 된다고,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가라앉고 있는 몸에 불안감이 들었다. 어느 날이었다. 아이에겐 열을 더하고 나는 열 살을 줄여 글을 쓰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재밌겠는데요'라는 말로 허락을 얻고도 긴 시간을 생각했다. 혹 아이의 가치관에 혼동을 주지 않을까? 부모의 교육관이나 사고방식에는...., 그 시절로 돌아가 보았다. 내가.. 2024. 8. 2. 약해지지 마 (くじけないで) / 시바타 도요 (柴田トヨ 2010) 인생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준 시집이 있다. 아니 시인이 있다. 시집을 읽는 내내 조용한 음악 속을 걷는 듯했다. 내 나이를 생각하며, 괜스럽게 용기가 나는 듯했다.이름이 알려진 일류 작가에 버금가는, 처음 낸 시집으로 160만부를 넘기는 기록의 시집이었다. 그것도 만 98세의 할머니가..., 1911 생, 유복한 집안의 외동딸에서, 20세에 결혼했지만 반년도 안돼 이혼을 당했던 시바타 도요. 33세에 일하던 가게의 요리사와 재혼하여 외아들을 낳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었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치매로 고생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시인이던 아들의 권유로 시를 쓰기 시작, 산케이 신문에 「아침의 시」가 입선된 건 90이 넘은 나이었다. 평생 문학 수업 한 번 받지 못한.. 2021. 4. 17. 쳇 베이커 (현대 예술의 거장 14) - 제임스 개빈 쳇 베이커, 트럼펫 주자이자 평생이 불안정하기만 했던, 째즈계의 제임스 딘이라고 불리고 평론자들은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라고 했었다. 한때는 그런 그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 그를 잊게 했고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우연찮게 교보문고에서 그의 이름을 보게 됐다. 뮤지션이 아닌 책으로..., 쳇 베이커 (현대 예술의 거장 14) - 제임스 개빈 / 을유문화사 2007. 11. 07. "미안해. 내가 너무 나쁜 놈이었어." 그녀를 두 팔로 감싸 안으며 쳇 베이커는 이렇게 덧붙였다.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겠어." 그의 연인이었던 다이앤 바브라는 그때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둘 모두 그 말이 거짓이란 걸 알고 있었죠. 이런 세상에, 모든게 처음부터 다시 .. 2021. 1. 16.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벚꽃은 거의 지고 창 밖 황매화나무에는 노란 공을 나란히 달아놓은 듯 꽃이 가득 달렸다. 그 꽃이 차츰 땅거미에 그늘져갈 무렵이었다. 가메히메는 나비처럼 너울너울 창문으로 날아들어온 흰 종이쪽지를 보고 가슴이 물결쳤다. 쪽지는 말아접어서 양끝을 붙인 편지였다. 발딱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조그만 모습이 화살처럼 이웃집 채마밭으로 사라져 갔다.아직은 뒷날의 무사 사회처럼 엄격한 가풍이나 법도가 없던 때여서 젊은이들의 사랑이며 교재가 자유로웠지만, 집 안까지 숨어들어 종이 쪽지를 던져 넣는 대담성은 드물었다. 이미 혼인날이 정해져 까닭없이 봄을 아쉬워하는 가메히메. 아시카가 일족으로 미카와에서 꽤 알려진 명문 기라 가문의 딸이면서 요시모토의 불모 비슷하게 슨푸에서 자랐다. 성과는 다른 임시거처에 교토의 향기.. 2019. 11. 20. 비 온 끝에 큰맘 먹고 시작한 걷기. 한여름의 열기로 새벽으로 바꾼 일정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렇게 일어난 새벽, 조용히 옷을 입고 나섰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들어가기도 걷기도 그런 비였다. 해서 길건너에 있는 아파트까지 걸어 보기로 했다. 비를 맞고 걷기에는 무리이다 싶었다. 체력의 한게점에 이제는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멈춰 선 18층, 더위로 비상구 계단을 통해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막 잠에서 깨어나려는 듯 한 거리,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색은 화가의 캔버스 위에 어울림으로 아름답게 드러나지만, 도시를 조화롭게 잘 붓질을 하면 이런 풍경이지 않을까 싶었다. 2017. 11. 14. 고요함이 좋다. 고요함이 좋다.아직 새벽이라 하기에는 조금 이른 그런 고요함이 좋다. 여명이 뜨기 전 적막감 속에 느껴지는 먹물 같은 검정의 어둠도, 토요일의 여유로움도, 나만의 유영 속 세계로 잦아들듯 삐져 들게 한다. 새까만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해 오름에 한잔의 차와 음악, 그래 지금의 나를 마음껏 사랑해하지'사람'이란 단어에 모가 남이 없으면 '사랑'이 되듯이 말이다. 새벽 운동 후의 샤워 그리고 커피그냥... 좋다. 2017. 9. 30.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였나..? 창문을 여니 그곳에 높고 청명한 하늘이 있었다. 그랬다. 어느새 가을이 본연의 제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나무의 이름을 버리고 낙엽으로 자신의 고향인 땅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은행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며 우수수 노랑잎을 떨구고 있었다. 가을 냄새를 담아 보려는 긴 호흡 속에 달콤함이 있었다. 아마 아파트 사이의 길목길에 서 있는 느릅나무의 향기가 아닌가 해본다. 그 달콤함은 커피를 생각나게 하는 달콤함이었다. 한 달하고도 보름 전으로 생각한다. 이 핑게 저 핑계로 미루던 종합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운동부족에.... 당뇨 초기라는.... 의사가 친절하게 설명하며 써 건네준 진단서의 글, 그리고 내려진 아내의 커피 금지령에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사실은.. 병원에.. 2011. 10. 22. 오디오 북 싸이트 연속낭독수필, 에세이 종류의 도서입니다.http://www.kbs.co.kr/radio/3radio/speech/notice/notice.html 라디오여행기 여행도서입니다.http://www.kbs.co.kr/radio/3radio/3R_rtaravle/rtravle_info/index.html 소설극장소설책입니다.http://www.kbs.co.kr/radio/3radio/novel/intro/notice.html 라디오극장 좀 오래된 책, 시나리오등을 각색해서 한달마다 새롭게 방송합니다.http://www.kbs.co.kr/radio/scr/theater/notice/notice.html [t-09.04.29. 20220402_071524] 2009. 4. 29.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 무라카미 하루키 / 하문사 1999. 05. 17. 가난도 꿈을 꾼다. 가난을 견딜 수 있는 힘은 바로 꿈이다. 가난했던 시절 우리는 두 개의 철길 사이에 끼여 있는 초라한 집에서 두 해를 보냈다.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굉장히 시끄러웠으며 따라서 집세도 쌌다. 조잡하게 대충 지은 집이었기 때문에 틈새로 바람이 도처에서 들어왔다. 덕분에 여름은 쾌적했지만 그 대신에 겨울은 지옥이었다. 석유난로를 살 돈도 없었기에 해가 저물면 나와 그녀와 고양이는 이불속으로 파고들어서 글자 그대로 서로 끌어안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엌의 설거지통이 얼어붙는 일 같은 것도 늘상 있었다. 겨울이 끝나면 봄이 왔다. 봄은 멋진 계절이었다. 봄이 오면 나도 그녀도 고.. 2008. 4. 12. 시월의 마지막 날 며칠 기온이 내려가 바람 불고 춥더니 오늘은 따뜻한 날씨다 늦은 아침을 먹고 열 두시가 넘어 명동으로 갔다 가로수 잎들은 아직 단풍이 든 채로 매달려 있는 것이 많았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언덕과 교육관으로 들어가는 마당은 아직 예쁜 가을꽃이 피어있다 커피를 한잔 타들고 나는 언제나 처럼 교육관 옆문을 열고 수녀원 안뜰로 통하는 좁은 정원을 걷는다 그곳은 조그마한 뜰과 장독대 그리고 정원수와 꽃밭이 있다 봄에는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이 조그마한 마당을 낀 작은 꽃밭은 수녀님들의 정성으로 잘 정돈되어 있다. 철 따라 잎이 무성하고 저마다의 색깔로 꽃을 피우는 화초들로 뜰안은 언제나 싱그럽다 이곳에서는 수를 다한 커다란 나무등걸도 의젓하게 모양을 갖추어 화초들을 내려다보고 있고 잎만 무성한 아욱같이 생긴 .. 2007. 10.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