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만난글/피정3 비 온 끝에 큰맘 먹고 시작한 걷기. 한여름의 열기로 새벽으로 바꾼 일정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렇게 일어난 새벽, 조용히 옷을 입고 나섰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들어가기도 걷기도 그런 비였다. 해서 길건너에 있는 아파트까지 걸어 보기로 했다. 비를 맞고 걷기에는 무리이다 싶었다. 체력의 한게점에 이제는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멈춰 선 18층, 더위로 비상구 계단을 통해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막 잠에서 깨어나려는 듯 한 거리,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색은 화가의 캔버스 위에 어울림으로 아름답게 드러나지만, 도시를 조화롭게 잘 붓질을 하면 이런 풍경이지 않을까 싶었다. 2017. 11. 14. 고요함이 좋다. 고요함이 좋다.아직 새벽이라 하기에는 조금 이른 그런 고요함이 좋다. 여명이 뜨기 전 적막감 속에 느껴지는 먹물 같은 검정의 어둠도, 토요일의 여유로움도, 나만의 유영 속 세계로 잦아들듯 삐져 들게 한다. 새까만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해 오름에 한잔의 차와 음악, 그래 지금의 나를 마음껏 사랑해하지'사람'이란 단어에 모가 남이 없으면 '사랑'이 되듯이 말이다. 새벽 운동 후의 샤워 그리고 커피그냥... 좋다. 2017. 9. 30. 시월의 마지막 날 며칠 기온이 내려가 바람 불고 춥더니 오늘은 따뜻한 날씨다 늦은 아침을 먹고 열 두시가 넘어 명동으로 갔다 가로수 잎들은 아직 단풍이 든 채로 매달려 있는 것이 많았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언덕과 교육관으로 들어가는 마당은 아직 예쁜 가을꽃이 피어있다 커피를 한잔 타들고 나는 언제나 처럼 교육관 옆문을 열고 수녀원 안뜰로 통하는 좁은 정원을 걷는다 그곳은 조그마한 뜰과 장독대 그리고 정원수와 꽃밭이 있다 봄에는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이 조그마한 마당을 낀 작은 꽃밭은 수녀님들의 정성으로 잘 정돈되어 있다. 철 따라 잎이 무성하고 저마다의 색깔로 꽃을 피우는 화초들로 뜰안은 언제나 싱그럽다 이곳에서는 수를 다한 커다란 나무등걸도 의젓하게 모양을 갖추어 화초들을 내려다보고 있고 잎만 무성한 아욱같이 생긴 .. 2007. 10.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