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거의 지고 창 밖 황매화나무에는 노란 공을 나란히 달아놓은 듯 꽃이 가득 달렸다.
그 꽃이 차츰 땅거미에 그늘져갈 무렵이었다.
가메히메는 나비처럼 너울너울 창문으로 날아들어온 흰 종이쪽지를 보고 가슴이 물결쳤다.
쪽지는 말아접어서 양끝을 붙인 편지였다.
발딱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조그만 모습이 화살처럼 이웃집 채마밭으로 사라져 갔다.
아직은 뒷날의 무사 사회처럼 엄격한 가풍이나 법도가 없던 때여서 젊은이들의 사랑이며 교재가 자유로웠지만,
집 안까지 숨어들어 종이 쪽지를 던져 넣는 대담성은 드물었다.
이미 혼인날이 정해져 까닭없이 봄을 아쉬워하는 가메히메.
아시카가 일족으로 미카와에서 꽤 알려진 명문 기라 가문의 딸이면서 요시모토의 불모 비슷하게 슨푸에서 자랐다.
성과는 다른 임시거처에 교토의 향기가 짙게 깔려 있어 가메히메에게는 정든 고향이 되려는 때였다.
"누구일까....?"
자메히메는 쪽지를 펴보기 두려워 창문에서 슬그머니 몸을 숨겼다.
채마밭 속에 숨어 누군가 자기를 엿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오래전 읽었던 야마오카 소하치의 '大望'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눈이 침침하여 책을 덮고 일어섰다.
커피가 생각나서다.
그제야 알았다.
비가 오는 걸,
이 적막함도,
진한 커피 향도
비 오는 소리가 이리 낭만적인 걸,
아쉬웠다.
가을비 오는 신 새벽
잠 귀 밝은 아내가 아니었다면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도 함께였으면 했다.
빗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는 밤.
키 낮은 나무 위에 떨어진 낙엽이 가로등에 반사돼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만난글 > 피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해지지 마 (くじけないで) / 시바타 도요 (柴田トヨ 2010) (0) | 2021.04.17 |
---|---|
쳇 베이커 (현대 예술의 거장 14) - 제임스 개빈 (0) | 2021.01.16 |
비 온 끝에 (0) | 2017.11.14 |
고요함이 좋다. (0) | 2017.09.30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0) | 2011.10.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