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준 시집이 있다.
아니 시인이 있다.
시집을 읽는 내내 조용한 음악 속을 걷는 듯했다.
내 나이를 생각하며,
괜스럽게 용기가 나는 듯했다.
이름이 알려진 일류 작가에 버금가는,
처음 낸 시집으로 160만부를 넘기는 기록의 시집이었다.
그것도 만 98세의 할머니가...,
1911 생,
유복한 집안의 외동딸에서, 20세에 결혼했지만 반년도 안돼 이혼을 당했던 시바타 도요.
33세에 일하던 가게의 요리사와 재혼하여 외아들을 낳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었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치매로 고생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시인이던 아들의 권유로 시를 쓰기 시작,
산케이 신문에 「아침의 시」가 입선된 건 90이 넘은 나이었다.
평생 문학 수업 한 번 받지 못한 노인의 글이었지만,
솔직 담백한 할머니의 詩에 심사위원들이 끌렸던 것이다.
2011년 3월 일본 전역이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침울해 있을 때,
도요의 첫 시집에 실린 詩들은 일본인의 마음을 다독이고 용기를 북돋우기에 충분했다.
시바타(柴田) 도요는, 그의 시집 <약해지지 마>에 이렇게 적였다.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인간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너무 힘들어서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다는 도요 할머니.
질곡의 인생을 헤쳐 100년을 살아오면서 그녀가 잔잔하게 들려주는 얘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었다.
푸른 혈관이 다 비치는 주름지고 앙상한 손으로 써낸 평범한 이야기가
초고령사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하였던 것이다.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
'인생은 늘 지금부터야’
터질 듯한 기분을 시로 옮겨 인생의 마지막을 크게 꽃 피울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에 이렇게 꽃을 피울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에게 상냥하게 대한다.
그리고 남이 상냥하게 대해준 걸 잊지 않는다.
이것이 100년의 인생에서 배운 것입니다. - p111 -
그렇다.
무엇을 하든 나이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마음이, 마음이 자신을 잡고 놓아주지 않음이 문제가 될 뿐이다.
약해지지 마 (くじけないで) / 시바타 도요 (柴田トヨ 2010)
있잖아, 불행하다고 ねえ 不幸だなんて
한숨 쉬지 마. 溜息をつかないで
햇살과 산들바람은 陽射しやそよ風は
한쪽 편만 들지 않아 えこひいきしない
꿈은 夢は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平等に見られるのよ
나도 괴로운 일 私 辛いことが
많았지만 あったけれど
살아 있어서 좋았어 生きていてよかった
너도 약해지지 마 あなたもくじけずに - p66 -
※ 紫田トヨ(1911. 06. 26 ~ 2013. 0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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