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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내가만난글/한줄톡(단문.명언.단락.112

매일 아침 일과를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행하는 사람은 매일 아침 일과를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행하는 사람은, 극도로 바쁜 미로 같은 삶 속에서 그를 안내할 한 올의 실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계획이 서 있지 않고 단순히 우발적으로 시간을 사용하게 된다면,  곧 무질서가 삶을 지배할 것이다.    – 빅터 위고 – [t-24.11.19.  20241116-145108] 2024. 11. 19.
사랑에 대한 네 가지 질문 사랑에 대한 네 가지 질문 - 바이런 케이티 / 침묵의 향기 2009. 03. 01. '자유라는 것은 그냥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평범함과 친구가 되라고 권합니다.   그곳은 있기에 아주 좋은 자리입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습니다.  나는 그냥 나 입니다.  지금의 나 자신으로 있는 것은 아주 멋진 일입니다.'  [t-24.09.15.  20240914-221933] 2024. 9. 15.
아주 사적인, 긴 만남 - 2009.2.26. thu. am 04.38 아주 사적인, 긴 만남 - 마종기, 루시드 폴 / 웅진지식하우스 2009. 05. 18.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에, 인조 때의 홍만종이란 분의 글이 있습니다. '춥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게 하며 시장치 않을 만큼 배를 채운다.   욕되지 않은 것을 영광으로 이해하고 화가 없는 것을 복으로 삼는다'는 말입니다. 윤석 군이 자신의 음악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이런 시대에 고마운 일이고 존경할 만한 일입니다. 뮤지션이니 인기를 무시할 수 없고 그렇다고 인기에만 목숨을 걸어서는 안 되기에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겠지요. (p232) - 플로디아에서 마종기.[t-24.06.25.  20240624-181607-3] 2024. 6. 25.
행복하게 미소 짓는 법 - 잡초의 가르침 행복하게 미소 짓는 법 - 성전 / 도솔 2004. 10. 20. 잡초의 가르침   잡초의 가르침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뽑아도 뽑아도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땅속의 풀씨가 몇 년씩 때를 기다리다 피어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제가 잘났다고 조급하게 서로 얼굴을 디미는데,  하잘 것 없는 풀씨들은 꽃을 피울 그날을 끈질기게 기다리며 인간의 조급함을 꾸짖는다.  풀씨가 몇 년을 땅속에서 기다려도 마침내 꽃을 피울 수 있는 이유는  ‘언젠가 푸른 하늘을 향해 팔을 흔들며 예쁜 꽃을 피우리라는 소중한 꿈을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t-24.06.22.  20240602-154358-3] 2024. 6. 22.
유쾌한 카리스마 - 바쁘다고 말하지 마라 유쾌한 카리스마 - 사이토 시게타 / 토네이도 2009. 05. 06. 바쁘다고 말하지 마라  '너무 바빠'라는 말을 연발하면 점점 주위 사람들이 멀어져 간다.  으레 '그 사람은 바쁘겠지'하는 생각에 연락을 하려다가도 멈칫하게 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진다.  자기 일에 몰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사람을 잘 챙기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바쁘다'는 말로 주변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당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지 마라.  마음이 풍요로우면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풍요롭게 나눌 수 있다. [t-24.06.22.  20240602-142508-2-3] 2024. 6. 22.
그리움을 위하여 그리움을 위하여 - 박완서 / 문학동네 2013. 06. 04.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도 춥지 않은 남해의 섬,  노란 은행잎이 푸른 잔디 위로 지는 곳,  칠십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하는 어여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섬,  그런 섬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고인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은 내년 여름엔 이모님이 시집간 섬으로 피서를 가자고 지금부터 벼르지만 난 안 가고 싶다.  나의 그리움을 위해.  그 대신 택배로 동생이 분홍빛 도미를 부쳐올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 2024. 6. 16.
다시, 책으로 - 민주주의 위협하는 것은 다양한 견해들의 표출이 아닙니다. 다시, 책으로 / 매리언 울프 / 어크로스. 2019. 5. 15.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다양한 견해들의 표출이 아닙니다.  모든 시민이 지적 능력을 발휘해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도록 교육하지 못하는 것이 진짜 위협입니다.  교육의 부재로 인한 공백은 불가피하게 선전선동에 대한 취약성으로 이어집니다.  이럴 때는 거짓으로 부풀려진 희망과 거짓으로 제공된 공포가 이성을 누르고 반성적 사고력을 감퇴시키는 한편,  이성적 공감에 의한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그대로 믿을 것이 아니라 검증되어야 합니다. [t-24.06.01.  20210605-174216-2-3] 2024. 6. 1.
가을 소풍. “이놈들, 너희들이 내년 절에서 쓸 제사용 곶감을 다 먹어 치웠으니   너희들은 여기서 편히 잘 자격이 없다.   즉시 집으로 가라!”  아이고, 죽었구나.  우리는 그만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가 한 짓이 있다 보니 뭐라고 변명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젊은 스님이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 이건 소승들의 잘못입니다.   오늘 어린 학생들이 소풍 오는 줄 알면서 미리 조치를 취하지 못했으니 저희 잘못이죠.   맛있는 곶감을 보고 그냥 지나갈 리가 없지요.   그러니 학생들은 편히 자고 정해진 일과대로 하고 가십시오.” 우와 살았다!  너무 감격한 나머지 나는 앞으로 나와 스님 얼굴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그냥 절에서 만날 만한 스님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분이 참된 스님이라는 생각이 나를 .. 2024. 5. 17.
진실한 사랑 「로버트 풀검 - 진실한 사랑」    우리 아버지는 어머니의 발톱에 손수 매니큐어를 칠해 주십니다. 평생 축구 코치를 해 오신,  몸집이 우락부락한 아버지가 굵은 음성으로 어머니를 위해 손수 매니큐어를 칠해 주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나는 정말 놀랐습니다. 어머니가 왜 그런 일을 하려는 거냐고 묻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언제나 당신 스스로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버지는 변함없이 어머니를 위해 발톱을 칠해 주고 계십니다.  - 로버트 풀검의 '진실한 사랑' 중에서[t-24.05.16.  20240516-160902-3] 2024. 5. 16.
오늘도 자람 보이지 않는 축척을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히 쌓이는 것의 힘, 그것의 강함과 무서움을 안다. 보이지 않는 축적은 오늘 내가 순간적으로 꾹 참은 콜라 같은 것이다. 진짜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내 몸을 연습 방에 쑤셔 넣은 딱 한 시간 같은 것이다. 건너뛰고 싶었지만 결국 잘 차려 먹은 한 끼의 식사다. 미운 말이 튀어나올 뻔했는데 그냥 따뜻한 말로 바꿔 건네고 끊은 엄마와의 전화다. 무심코 지나치고 싶었는데 자꾸 눈에 밟히는 어느 강아지 보호소에 보낸 후원금이다. 갑자기 생긴 좋은 식재료를 좋아하는 친구와 나누자니 재료 양도 애매하고 집도 좀 멀지만 '뭐 그래도 이참에 다녀오지'하고 나서는 걸음이다. 진짜 움직이기 싫지만 눈 꼭 감고 펴는 요가 매트다. ---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어떤 사건 때.. 2024. 5. 8.
가난도 꿈을 꾼다. ·「무라카미 하루키 -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가난도 꿈을 꾼다.  가난을 견딜 수 있는 힘은 바로 꿈이다.  가난했던 시절 우리는 두 개의 철길 사이에 끼여 있는 초라한 집에서 두 해를 보냈다.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굉장히 시끄러웠으며 따라서 집세도 쌌다.  조잡하게 대충 지은 집이었기 때문에 틈새로 바람이 도처에서 들어왔다.  덕분에 여름은 쾌적했지만 그 대신에 겨울은 지옥이었다.  석유난로를 살 돈도 없었기에  해가 저물면 나와 그녀와 고양이는 이불속으로 파고들어서 글자 그대로 서로 끌어안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엌의 설거지통이 얼어붙는 일 같은 것도 늘상 있었다.  겨울이 끝나면 봄이 왔다.  봄은 멋진 계절이었다.  봄이 오면 나도 그녀도 고양이도 한숨을 돌렸다.  날씨가.. 2024. 5. 3.
학 - 황순원 "이 자식아, 그동안 사람을 멫이나 죽였어?" 덕재가 다시 고개를 이리로 돌린다. 그리고는 성삼이를 쏘아본다. 그 눈이 점점 빛을 더해가며 제법 수염발 잡힌 입언저리가 실록거리더니, "그래 너는 사람을 그렇게 죽여봤니?" 이 자식이! 그러면서도 성삼이의 가슴 한복판이 환해짐을 느낀다. 막혔던 무엇이 풀려 내리는 것만 같은. - 황순원의 '학' 에서 [t-24.04.21. 20210405-153334-2-3] 2024. 4. 21.
On the Road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길 위의 시간이 남긴 것.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한 친구는 말한다. "여행은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는 거야. 내가 만들어 가는 거지." '이게 내 길이야 That's my way'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길 위에서 다른 세상을 보는 건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여유있게 만든다. 나는 길 위에서 언제나 살아있음을 느낀다. 낯선 세계에 온몸을 던져 놓는 일은 늘 흥미진진했다. 대단한 일들이 생겨서가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를 걷는 게 좋았고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게 좋았다. 쓸쓸함마저도 좋았다. 그것은 자유였다.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자유일지라도 그 짧은 시간이 주는 기쁨은 언제나 나를 유혹했다. 여행의 즐거움이란 그런 것이었다. - 박준 ' On the Road 카오산 로드에서 .. 2024. 4. 20.
승자는 구름위의 태양을 보고 패자는 구름속의 비를 본다 승자는 구름위의 태양을 보고 패자는 구름속의 비를 본다 내가 걷는 길은 험하고 미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미끄러져 길바닥에 넘어지곤 했다. 그러나 나는 곧 기운을 차리고 내 자신에게 말했다. ‘괜찮아. 길이 약간 미끄럽긴 해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 [t-24.04.18. 20240417-175219-3] 2024. 4. 18.
사평역 대학생은 문득 고개를 들어 말없이 모여 있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여겨본다. 모두의 뺨이 불빛에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청년은 처음으로 그 낯선 사람들의 얼굴에서 어떤 아늑함이랄까 평화스러움을 찾아내고는 새삼 놀라고 있다. 정말이지 산다는 것이란 때로는 저렇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청년은 무릎을 굽혀 양동이 안에서 톱밥 한 줌을 집어 든다. 그리고 그것을 난로의 불빛 속에 가만히 뿌려 넣어본다. 호르 로르, 삐지 꽃이 피어나듯 주황색 불꽃이 타오르다가 이내 사그라져 들고 만다. 청년은 그 짧은 순간의 불빛 속에서 누군가의 얼굴을 본 것 같다. 어머니다. 어머니가 주름진 얼굴로 활짝 웃고 있었다. - 임철우의 '사평역' 에서.. 2024. 4. 16.
화초를 대하듯 사람들을 대하라. 화초를 대하듯 사람들을 대하라. 만족감 및 동기부여의 열쇠는 기본 예의를 갖춰 사람들을 대하는데 있다. 공을 들여 키워야 하는 화초보다 인간은 더 민감한 존재다. 화초를 대하듯 사람들을 대하라. 그러면 활짝 피어날 것이다. - 조 앤더슨, 경영인 위원회 TEC 회장 [t-24.04.15. 20240407-125039-2-3] 2024. 4. 15.
나눔의 행복 ·「 월간 가정과 건강 - 2024. 03. VOL 383 」 WHOLE WELLNESS ─ MZ작가의 인스타 나눔의 행복 최지원 작가 어렸을 때 생일이 되면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축하를 받고 생일 케이크를 받았다. 멋쩍게 촛불을 불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케이크를 잘라서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선물로 받은 거니까 욕심내서 혼자 다 먹을 수도 있었을텐데 나누어 먹으면 더 행복하다는 걸 알았던 걸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케이크를 먹으며 웃는 얼굴들을 보면 마음이 기뻤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케이크를 받는 일은 적어졌지만 생일이 되면 케이크를 나눠 먹던 게 생각이 난다. 어찌 보면 케이크처럼 선물받은 내 삶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함께 행복했던 기억을 .. 2024. 4. 11.
마음의 평화란 항상 우리의 마음에 깃들여 우리에게서 영영 떠나지 않는 마음의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의 평화는 언제나 되풀이되는 부단한 싸움에 의해서 나날이 새로 쟁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모든 올바른 생활이 그렇듯이 마음의 평화란 싸움이며, 희생이다. [t-23.10.24. 231024-110438] 2023. 10. 24.
운을 기획하라. ·「피터 홀린스 - 운을 기획하라」 '행운이란, 기회를 알아보는 감각이며 그것을 이용하는 능력이다.' - 피터 홀린스 '운을 기획하라' 에서 [t-23.06.19. 20230618_183907-2-3] 피터 홀린스 - 운을 기획하라 역자 - 김현수 카시오페아 - 2018. 12. 24. [t-23.06.19. 230618-183907-2-3] 2023. 6. 19.
너의 때가 온다 「박 노 해 - 너의 때가 온다」 [230101-155709] 너의 때가 온다 ​ 박 노 해 너는 작은 솔씨 하나지만 네 안에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들어있다 ​너는 작은 도토리알이지만 네 안에는 우람한 참나무가 들어있다 ​너는 작은 보리 한 줌이지만 네 안에는 푸른 보리밥이 숨 쉬고 있다 ​너는 지금 작지만 너는 이미 크다 ​너는 지금 모르지만 너의 때가 오고 있다 2023. 1. 4.
좋은글-힘내세요 당신은 귀한 존재입니다 230101-075005 당신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입니다 힘들어 하지 마세요 좌절 하지 마세요 두려워 하지 마세요 당신 때문에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 때문에 살맛 난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이 있어 위안이 되고 감사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은 귀한 존재입니다 나 또한 당신과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러나 당신 때문에 때로는 웃음을 찾고 행복해 하고 당신이 주는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랑이 아니라면 당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면 이 모든 것을 나 역시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신도 누구 때문에 위안을 받기도 하고 감사해 하겠지만 당신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좋은글중에서 2023. 1. 3.
신경림-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鍾路五街(신동엽) 「신경림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밤 열한시 반, 통금에 쫓기는 군상 속에서 죄없이 크고 맑기만 한 그 소년의 눈동자와 내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국민학교를 갓 나왔을까. 새로 사 신은 운동환 벗어 품고 그 소년의 등허리에선 먼 길 떠나온 고구마가 흙묻은 얼굴들을 맞부비며 저희끼리 비에 적고 있었다. 충청북도 보은 속리산, 아니면 전라남도 해남땅 어촌 말씨였을까. 나는 가로수 하나를 걷다 되돌아섰다. 그러나 노동자의 홍수 속에 묻혀 그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눈녹아 바람이 부는 질척질척한 겨울날, 종묘 담을 끼고 돌다가 나는 보았어. 그의 누나였을까. 부은 한쪽 눈의 창녀가 양지쪽 기대앉아 속.. 2022. 12. 24.
삶의 목적은 행복이다. 「이외수 -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삶의 목적은 행복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큰 행복은 영원히 없을 지도 모른다. 작은 행복을 찾아야 한다.  아침 커피 한 잔에 행복을.. 퇴근 후 산책에 행복을..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에 행복을.. 매월 찾아오는 밀리지 않는 월급에 행복을..  - 이외수의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에서 2022. 12. 1.
더 많은 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문유석 - 개인주의자 선언」   협소한 세상에만 갇혀있는 인간은 비상식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인간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실패하기 십상이다. 아무리 첨단 과학이 발달해도 여전히 더 많은 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p156) -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 중에서 2022. 11. 29.
쉰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정지아 - 아버지의 해방일지」   쉰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 있지 않다는 것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장을 막았다는 것을.  (p267)  -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에서 2022. 11. 28.
습작, 작품이 되다 「문학시대 2021- 9월 . 가을 제66호」 습작, 작품이 되다 권예자 평생을 두고 해온 일은 자신을 천천히 구겨버리는 일 도를 넘는 차별은 도르르 말아 품에 넣고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얇게 엎드려 부피를 줄였다. 때론 바른말도 해보고 정의로운 자의 편도 들어줬지만 결과는 늘 강한 자의 뜻대로 정해졌다. 그럴 때마다 보일 듯 말 듯 제 몸에 그려 넣은 상처의 습작들 눈가와 입꼬리에 잔주름 날리다가 이마에 가로줄 죽죽 새기고 사이사이 세로줄 섬세하게 그렸다. 이제 앞으로 나이길 일도 돌봐야 할 꽃과 나무도 없는 나이 엘리베이터서 무심히 고개 드니 평생 습작한 작품 한 점과 눈이 딱 마주친다. 쓰다 버린 종이처럼 꾸깃꾸깃한 버리려 해도 버려지지 않는 웃음 반 울음 반 어색한 작품 한 점 (p127).. 2022. 10. 11.
특별 기고-시인을 찾아서/천유근 범천2동 907번지 천유근 1975년도 그때, 나는 코흘리게 국민학교 시절이었지. 7.2평 이층 슬라브집. 삼화고무 다니던 젊은 부부가 세 들어 살았고 이층에는 덩치 큰 배야 엄마네가 살았었지. 밤낮없이 경부선 기차가 드나들었고 바퀴벌레들이 휘휘 날아다니던, 좁은 골목 안에 성기, 영기, 재형이, 용대와 진기, 새까맣게 탄 꼬맹이들이 딱지치기로 분주했던, 지금은 복개된 도랑을 가로지르는 시뻘건 철근이 숭숭 드러난 다리 아래로 동산유지 비누 찌꺼기들이 둥둥 떠다니던, 밥묵어라는 엄마들 소리가 쟁쟁했던 그 골목, 옆집 석씨네 분자 누나가 데미안을 안고 다니던 그 시절이 서울행 특급열차를 타고 지나간다 쫄랑쫄랑 학교길에는 줄줄이 늘어선 문방구들, 불량식품 쫀드기를 연탄불에 구워 팔던 등 굽은 아저씨의 메마른 .. 2022. 9. 5.
참 소중한 너라서 - 지금. 걷고. 있는. 이. 길. 김지훈 - 「참 소중한 너라서」 지금. 걷고. 있는. 이. 길. 잘못된 길이든 바른 길이든 모든 길을 가본 사람만이 마음속에 넓은 지도를 갖게 되는거야. ​항상 바른 길만 잘 찾아다녔다면 이 세상에 지도가 생겼을까? ​맞아.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험난한 도전의 길을 언제나 걸어가야 해. ​그러니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에 대해 후회하지마. ​그 길로 인해 넌 더 넓고 포근한 지도를 마음속에 가지게 될 테니까. ​세상을 이해할 지도 말이야. (p29) ​ ▤ 문득은 겁이 나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올바른 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 두려워. 하지만 내가 새겨온 발자취들을 바라보니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있었고 그 용기를 이어나갈 끈기가 있었어. 그 과정 속에서 난 많은 것을 배웠고 혼란스러운 시간.. 2022. 7. 11.
뿌리 깊은 나무 ·「신상언 - 항구에 매어있는 배는 안전합니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매어두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뿌리 깊은 나무무척이나 사랑스럽고 모양새 있고 굉장하게 강한 나무가 하나 있었다. 그러나 외모만으로는 어느 누구도 평가할 수 없듯이 이 나무 역시 외모만 좋았지 내부의 힘은 점점 쇠약해가는 중이었다. 심한 바람이 불면 나무는 심하게 흔들렸다. 그래도 이 나무는 열심히 노력하여 새로운 나뭇가지를 자라게 하였으며 훨씬 강하고 안전하게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번 강풍이 불어 왔을 때는 뿌리로부터 흔들림이 있었고, 옆에 있는 나무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나무는 아마도 땅에 꺾여졌을 것이다. 그 충격으로부터 간신히 되살아났을 때, 나무는 옆을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는 어떻게 땅 위에 굳건히 서 있.. 2022. 7. 3.
엄지용-시다발/새 싹 엄지용시집 - 「시다발」 새싹 엄지용 언 땅을 녹인 것은 햇살이 아니라 새싹이었다 겨우내 얼었던 땅 밑에서 뜨거움 발아해 조금씩 땅을 녹이는 일 그렇게 언 땅 녹여가며 기필코 고개 내밀어 햇살과 마주하는 일 뜨거움과 뜨거움이 드디어 만나는 일 그 위대한 일을 해낸 것은 새싹이었다 (p107) 엄지용 - 시다발 독립출판 - 2014. 12 2022.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