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 세월은 자란다」
노토지마 나나오만 (能登島半島 七尾町)
갈매기 한 마리가 보안등 위에 앉아 있다.
아침 7 시
이 작품도 제 31시집에 들어 있는 작품입니다.
일본에 유학을 하고 있을 때에도 가고 싶던 노토지마 반도(能登島 半島)였습니다.
일본 지도로 보면 일본해를 구부러져서 길게 나온 반도 말입니다.
그곳이 웬지,
가고 싶었는데,
그곳 노토지마 반도에 있는 나나오 시(七尾市)에서 제1회 국제시인제를 연다고 초대가 왔습니다.
물론 일본에서 시를 쓰고 크게 성공을 한 최화국(崔華國) 씨 내외분이 동행을 한다는 겁니다.
나는 크게 마음에 들어서 이곳 시인을 몇몇 데리고 이 대회에 참석을 했습니다
말이 국제시인제이지, 외국 시인은 내가 데리고 간 한국 시인들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묵고 있었던 가가 온천 호텔은 참으로 일류였습니다.
이러한 벽촌에도 이러한 큰 호텔이 있나, 할 정도로.
시인들의 축제는 이곳에서 좀 떨어져 있는 해변에서 있었습니다.
어촌이었습니다.
실로 보잘것없는 한적한 어촌이었습니다.
나는 이 어촌에 묵으면서 아침마다 이곳 어촌이나,
농촌 경관을 구경 삼아,
스케치 삼아, 두루두루 산책을 했습니다.
그저 한적하기만 한 해안 어촌, 농촌, 끝없이 전개되어 있는 일본해,
그리 기록할 만한 것이 없어 심심한 차에 마침 갈매기 한 마리가 보안등 위에 앉아 있기에,
그것을 잡아 둔 것입니다.
큰 우주 공간에 혼자 앉아 있는 그 갈매기 한 마리,
그 아래를 손수레를 끌고 한 노파가 무겁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혼자 산다는 겁니다.
아들, 딸들은 모두 도시로 멀리 떠나고, 자기 혼자 살아 간다는 겁니다.
고적하다는 말 이상으로 고적한 이 풍경, 나는 발을 돌렸습니다. (p269)
조병화 -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 1995. 0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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