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만난글/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352 당신도 누군가를 꽃피어나게 할 수 있다 -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류시화 / 수오서재 2023. 12. 21. '네가 사랑하는 것은 모두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들은 반드시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돌아올 거야:' 인간 모두는 좋아하는 인형을 잃어버리고 울고 있는 소녀와 같을 때가 있다. 나에게는 카프카가 남긴 명작 소설들 못지않게 그가 행한 이 친절한 행위로 더 기억된다. 삶을 예술로 만드는 이가 진정한 예술가이다. 한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환영받는다고 느끼고,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준다고 느끼고, 지지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것만큼 위대한 일은 없다. 친절은 상담료를 받지 않는 심리 치료이다. 칼 융이 말했듯이, 모든 이론을 알고 심리 기법에 통달한다 해도 한 인간 영혼을 대할 때는 단지 따뜻한 인간.. 2025. 7. 7. 봄의 정원으로 오라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류시화/오래된미래 2008. 10. 24. 봄의 정원으로 오라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잘랄루딘 루미 아랍이 낳은 천재 시인이며 마울라위 수피 (회전춤을 추는 수도승) 교단의 창시자. 1207년 아프가니스탄 발크에서 태어났으며 몽고족의 침입으로 터키의 코냐 지방으로 옮겨가 정착했다. 젊은 시절에 이미 대학자의 위치에 올랐으나, 37세에 방랑하는 영적 스승 샴스에 타브리즈를 만나 존재의 혁명을 체험하고는 신비주의 시인으로 변신했다. 수천 편에 이르는 시를 남기고 1273년 세상을 떠났다. [t-25.06.08. .. 2025. 6. 8. 엄지용 - 시다발 / 새싹 시다발 - 엄지용 / 독립출판 2014. 12 새싹 엄지용 언 땅을 녹인 것은 햇살이 아니라 새싹이었다 겨우내 얼었던 땅 밑에서 뜨거움 발아해 조금씩 땅을 녹이는 일 그렇게 언 땅 녹여가며 기필코 고개 내밀어 햇살과 마주하는 일 뜨거움과 뜨거움이 드디어 만나는 일 그 위대한 일을 해낸 것은 새싹이었다 [t-25.02.05. 20230225_165858] 2025. 2. 5. 틱낫한 - 웃음은 행복을 주는 수행입니다 웃음은 행복을 주는 수행입니다 - 틱낫한 마음속에 기쁨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먼저 웃으세요. 웃음은 여유와 고요를 불러오고 기쁨을 솟아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신을 향해 짓는 미소는 예의상 웃는 미소와는 다릅니다. 스스로에게 미소 짓는다는 것은 이미 당신 안에 깊은 평화가 자리 잡았다는 증거입니다. 우리 안에 기쁨과 평화가 있을 때, 우리 곁에 있는 다른 사람의 삶도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t-25.02.03. 20230204_164418] 2025. 2. 3. 마음, 소리 내어 읽다 - 이지현 (치읓) 마음, 소리 내어 읽다 - 이지현 치읓 2022. 07. 25. 소리 내어 읽는 이유 가끔은 감정을 잔뜩 넣어 과장되게 읽기도 하고 문장을 구어체로 바꿔 말하듯이 읽을 때도 있다. 말하듯이 읽으면 어려운 문장도 쉽게 이해된다. 몸의 감각이 더해질수록 집중력과 기억력은 덤으로 따라온다. 사이토 다카시는 「내가 공부하는 이유」에서 책을 읽을 때 반드시 1페이지 정도는 소리 내어 읽어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의 낭독 습관은 책을 읽고 가장 재밌었던 부분을 찾아 소리 내어 읽어봄으로써 그 부분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되고, 눈으로 볼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재미가 더해졌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나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낭독을 즐기고 있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나.. 2024. 8. 2. 여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101가지 이야기 여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101가지 이야기 -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외/ 이레 1996. 05. 22.--그녀는 12살 생일 때부터 배달된 치자꽃 한 송이를 받았다. 하얀 향기로운 꽃을 여름과 가을에 피우는 치자는 여름과 가을꽃 중 가장 강한 향을 낸다. 열매는 항염과 해열효과가 있고 히스타민방출을 억제하여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악재로 사용되기도 하고 꽃을 먹거나 차에 넣어 향을 내기도 한다. 몇 년간은 발송자를 확인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향을 즐기는데 만족하게 되었다. 하지만 누가 보냈는지 상상하는 즐거움은 지속되었는데 그녀는 짝사랑하는 남자가 보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엄마도 도와주었다. 그녀가 특별한 친절을 베푼 사람이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하면서... 2024. 7. 5. 여자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 매듭은 만남보다 소중하다 여자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 정덕희 / 중앙 M&B 1997. 06. 09. 산다는 것은 만남의 연속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미 그전에 대단한 인연이 준비되어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만남이란 명제에 우연이란 만남은 결코 없다 그 때문에 단 한번의 만남이라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러한 만남 못지않게 소중한 것은 만남의 끝 매듭을 어떻게 짓느냐는 것이다 처음 만날때는 신선하고 호기심에 가득 차서 지나치리만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다가 나중에는 서로 얼굴을 붉히며 평생 다시는 보지 안을 것처럼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경솔한 짓이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삶이란 예측 불가능한 시나리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상처.. 2024. 6. 22.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몸과 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난다 / 2017. 07.01.이 미병의 시기는 치료가 수월한 반면 스스로 잘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나는 이것이 꼭 우리가 맺고 있는 타인과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깨어지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보다는 사소한 마음의 결이 어긋난 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것을 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넘기고 만다. 증상과 통증은 이제 미병이 끝나고 우리 몸에 병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장기와 기관들은 통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위통이 시작된 후 에야 위가 여기쯤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픈 곳은 허리인데 손발이 먼저 저려올 때 온몸의 신경이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느끼게.. 2024. 6. 21. 힘 빼기의 기술 - 실연의 손익분기점 · 「김하나 - 힘 빼기의 기술」 실연의 손익분기점 그러던 어느 밤이었다. 누군가가 건네준,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책을 읽었다. 인생에서 우연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를 깨달으려면, 지금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세 가지를 떠올리고, 그 셋이 어떻게 내 인생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보라고 했다. 나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그 셋을 떠올려보았다. 그때 내가 꼽은 건 나의 고양이 하쿠와 내 제일 친한 친구 황영주와 내가 몸담고 있던 그 모임이었다. '고양이는.... 내가 실연하고 외로움에 몸서리칠 때 집에 강아지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누구네 집 앞에 버려져 있었다는 고양이 소식을 듣고 데려왔지' '황영주는..... 절교했다가 내가 실연 후의 슬픔을 털.. 2024. 6. 19.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인생사용설명서 - 김홍신 / 해냄출판사 2009, 06. 20. 깨어 있는 영혼 내 인생은 누구의 것입니까? 당연히 내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얽매여 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자전거는 바퀴가 두 개뿐이어서 저 홀로 설 수 없고 페달을 돌려야만 넘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잡아주면 넘어지지 않고 달릴 수 있고 뒤를 잡아주던 사람이 손을 놓아도 놓은 줄 모르면 한참을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혼자 달린다는 걸 아는 순간 놀라 넘어지게 됩니다. 다치는 게 두려워 계속 의지한다면 그 사람은 결코 자전거를 탈 수 없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혼과 육신의 두 바퀴를 굴리며 저 너른 세상을 달려가려면 자기 인생은 .. 2024. 6. 5.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 「 사뮈엘 베케트 - 고도를 기다리며(세계문학전집 43)」 블라디미르: 아직은 가지 마시오. 포조: (발을 멈추며) 난 가겠소. 블라디미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데서 가다가 넘어지면 어쩔려고? 포조: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그리고 나서 다시 떠나는 거요. 블라디미르: 떠나기 전에 저자한테 노래나 한 곡 부르게 하쇼. 포조: 누구에게 말이오? 블라디미르: 럭키 말이오. 포조: 럭키에게 노래를? 블라디미르: 그렇소. 아니면 생각을 하게 하든가. 낭독을 시켜도 좋고. 포조: 저놈은 벙어리인걸. 블라디미르: 벙어리라니? 포조: 그렇다니까. 신음소리 한마디 못 낸다오. 블라디미르: 벙어리라! 언제부터요? 포조 : 놈의 시간 얘기를 자꾸.. 2024. 5. 5. 날개를 주웠다. 내 날개였다. ·「류시화 - 마음 챙김의 시」 새와 나 언제나 궁금했다.세상 어느 곳으로도날아갈 수 있으면서새는 왜 항상한곳에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같은 질문을 던진다. - 하룬 야히아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에게 묻는다. ' 마음 챙김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 놓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멕시코의 복화술사, 영국 선원의 선원장, 기원전 1세기의 랍비와 수피의 시인뿐만 아니라 파블로 네루다와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신세대 시인들, 그리고 라다크 사원 벽에 시를 적은 무명 씨.고대와 중세와 현대의 시.. 2024. 4. 29. 늙어 가는 길 ·「석당 윤석구 시집 - 늙어 가는 길」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입니다 무엇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 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 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2024. 4. 9. 지그재그의 미학 ·「월간 문학 635」 지그재그의 미학 엄현옥 계단의 영화라고 할 만한 에서 계단은 권력을 상징하는 특별한 장치였다. 박 사장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오르막과 계단을 올라야 했다. 집 안에서도 계단을 통해 거실로 나왔다. 그와 반대로 몰락산 소시민 기택의 가족이 집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세계로 이어질 듯한 계단을 내려갔다. 그들의 수직 상승의 욕망은 치밀한 작전에도 자신이 올라간 만큼 폭우 속에서 처절하게 내려와야 했다. 의 명 장면도 계단과 밀접하다. 주인공 아서는 세상 질시와 고통을 참으며 아픈 어머니를 돌본다. 무시당하며 사회적 죽임을 당한 그는 계단에서 춤추며 조커로 다시 태어난다. 그의 어머니께 학대받은 과거를 알게 된 고통과 사회적 약자의 분노를 기괴한 춤사위로 표출했다. 아서가 조커로 변할 .. 2024. 4. 3. 죽어가는 당신의 꿈을 구출하라 ·「김미경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1.죽어가는 당신의 꿈을 구출하라 하버드대학교에서 연구한 결과 행복과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은 '시간 전망(time perspective)' 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시간 전망은 현재 어떤 행동을 할 때 얼마나 먼 미래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고 고려하는지를 말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훌륭한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은 시간 전망을 멀리까지 한다고 한다. 멀리 보게 되면 행동 하나하나에도 신중하게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물을 보면 간정의 기복도 심하지 않게 된다. 가까이서 보면 잘 안 보이는 것도 멀리서 보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이 저주와 같은 난관에 봉착하면 더 큰 저주로 대응하곤 한다. 충격과 원망에 사로잡히다 저주받은 인생을 자기자신도 저주하면서 바.. 2024. 2. 26. 백 년을 살아 보시니까 인생이라는 게 어떤 것 같았습니까? ·「니코스 카잔차키스 - 미할리스 대장」 오랫동안 기독교를 믿어온 그들과 이슬람교를 기초로 성장한 터키, 400년의 지배 끝에 터키로부터 그리스는 독립을 쟁취하지만 본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섬, 크레타는 독립을 승인 받지못하고 처절한 투쟁을 하게 된다. 독립을 위한 무장봉기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많은 남자들이 죽움을 당했다. 유럽은 물론, 믿었던 러시아도, 조국인 그리스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 이야기가 이 책의 배경이다. 곳곳에서 봉기가 일어나고 그 이면에는 종교의 갈등도 있었지만, 지배하려는 자와 지배 받기를 부정하는 터키인과 크레타인들은 서로를 살육하고 불을 지른다. 터키 군인들이 크레타 섬을 향해서 다가오고, 이미 폭도가 된 이슬람교도들은 기독교인들이 눈에 띠는 대로 살.. 2024. 2. 25. 말의 품격 ·「이기주 - 말의 품격」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칼로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라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숨 막히는 세상이다. 정제되지 않은 에리한 말의 파편이 여기저기서 튀어 올라 우리의 마음을 긁고 할퀸다. 이같이 난잡한 세상에서 허덕지덕 힘겹게 버티다 보면 헷갈리는 게 있다. 날카로운 언어의 창이 우리를 겨눌 때 촉수를 곤두세우며 예민하게 대응해야 할까, 아니면 외부적 자극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무덤덤하게 임해야 할까. 소설 의 저자로 잘 알려진 와타나베 준이치는 이런 고민에 휩싸인 이들에게 '둔갑력 鈍感力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한다. - 이기주의 '말의 품격'에서. [t-24.02.21. 20240208-162938-2-3] 2024. 2. 21. 엄마의 통장 -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 김상미 시집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 김상미 시집(문학동네시인선 183) / 문학동네 2022. 12. 02. 엄마의 통장 김상미엄마의 통장을 어떻게 하나? 내 통장 상자에 아직도 들어 있는 엄마의 통장 이제는 쓸 수 없으니 버려야 하는데 객지에 사는 딸이 매달 부쳐주는 용돈을 딸이 보내는 반가운 편지인 듯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돌아가시면서 건네주시던 그 통장 그 통장의 돈을 형제들과 똑같이 나누면서 펑펑 울었던 아, 우리 엄마의 통장 그 내리사랑을 어떻게 하나? 이제는 훨훨 태워 자유롭게 보내드려야 하는데 아끼고 아껴서 자식에게 되돌려줄 기쁨에 불어나는 통장 액수만큼 몇 배로 검소하셨을 우리 엄마 그 착한 통장을 어떻게 버리나? 일거리가 없는 달엔 하루 한 끼만 먹고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엄마의 용돈 그.. 2023. 9. 8.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 心 象 / 제 35권 3호. 통권 401호 心 象 - 월간시지 / 심상사 2007. 03. 31. 조 춘 早春 진해령 엄마 집 가는 길 씀바귀 지천으로 피었다. 나 말고도 바닥에 엎드린 생이 이렇게 많다니 너무 일찍 내몰린 한데 잠에 세월의 정수리부터 허옇게 세어 끝내는 공중에 티끌로 흩어지는 하염없이 가벼운 것들이 또 있다니 생이란 시작하는 순간부터 슬픔에 발목 잡히고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시퍼렇게 옥죄는 비참의 톱니들 언제나 목이 마르고 마른 땅 깊숙이 손을 뻗어보지만 갈라터진 땅에서 건져 올리는 건 조등 같은 꽃잎 한 장 엄마는 오래 아프다 처방전으로 지물포라도 차릴꺼야 낡은 벽지처럼 희미하게 웃는다. 문병이라도 하려는지 뿌연 홑씨 하나 현관 까지 따라온다.짓밟히고 으깨져서.. 2023. 8. 3. 心象 - 시인의 명상(한선향 시인) · 「월간시지-심상 / 2007년 3월호」 어느날 동대구역 대합실 3월의 맥박이 쿵쿵 동대구역 대합실 구부려놓다. 딱딱한 대리석 바닥을 못질하며 가는 하이힐소리 스펀지 같은 남자와 마주 친다. 그를 보자 숨어있던 발화점 일시에 목 내미는 순간 구불거리는 내장의 힘까지 꾹꾹 누른다. 꼬깃꼬깃 백수란 명함이 여자를 향해 무거운 이별을 고한다. 언제나 소주로 덥혀진 남자의 입에선 오늘도 단감 냄새가 난다. 가당찮은 눈길의 그녀, 삐죽삐죽 내민 턱수염 기적소리에 떨어지는 연민의 늦은 오후 할퀸다. 바위에 붙은 빈 조개껍질 같은 그녀의 그렁한 눈물이 대합실 바닥을 적신다. 마음 한곳 비우고 몸 한곳 열어둔 개찰구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긴 꼬리 저만치 전광판의 숫자가 바뀌고 있다. 시인의 명상 봄볕 다사로운 대각사.. 2023. 7. 3. The winds of fate · 「 Ella Wheeler Wilcox - The winds of fate」 The winds of fate Ella Wheeler Wilcox One ship drives east 한 척은 동쪽으로 가고and another drives west 또 한척은 서쪽으로 가네With the self-same winds that blow; 바람은 같은 방향에서 불어오지만,Tis the set of the sails And not the gales 그 방향은 바람이 아니라 돛의 방향이라네That tells them the way to go. 돛이 그 배들에게 갈 길을 알려준다네. Like the.. 2023. 6. 9. 아무래도 좋다. ·「무라카미 하루키 -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아무래도 좋다. 이 세상의 모든 복잡한 문제들은 도너츠의 구멍과 같다. 도너츠의 구멍을 공백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존재로 받아들이느냐는 어디까지나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도너츠의 구멍 때문에 도너츠의 맛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바람이다. 분명히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잡으려고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마음이란 사용하는것이 아니다. 마음이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다. 마음은 바람과도 같아서 당신은 그 움직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산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역자 - 신효삼 하문사 - 1999. 05 17. [t-23.04.26. 230419-164857] 2023. 4. 26. · 이욱정-쿡쿡/인생 시계는그 사이에도 사정없이 똑딱똑딱 흘러간다. 이욱정 - 쿡쿡 (누들로드PD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코르동 블뢰 생존기)」 [230121-152857] 한겨레 기사를 보고 읽게 된 책. “지구 상 6000개였던 언어가 지금 500여 개도 안 남았다고 하잖아요. 요리도 마찬가지 운명 같아요. 식문화는 인류가 자연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살아남은 지혜의 총체죠.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라지고 있는데 안타깝죠. 그 안에 우리가 처한 먹을거리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도 있죠.” ☞ 원문보기 : 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568153.html 레스토랑에서야 셰프가 차려준 식사를 먹는 손님 노릇만 하면 되지만 삶에서는 나 자신이 셰프가 된다. 주어진 삶의 시간 동안 내가 어떤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질과 품격이 .. 2023. 1. 22. 우리가 건너는 겨울은 큰 강 「슈베르트 마을의 우편마차」 [230118-145024] 슈베르트의 마을을 背景으로 은빛으로 빛나는 침엽수림이 보인다. 세상은 모두 흰 눈으로 덮이고, 간혹, 우편물을 실은 馬車차만이 古城으로 떠나고 있었다. 따듯한 홍차를 마시면서 우리는 겨울의 깊은 우수 속에 잠기고 낡은 털옷을 풀어 새롭게 외투를 외투를 짜는 어머님의 뜨게질만이 무료하게 계속되는 동안, 우리가 건너는 겨울은 큰 강, 얼어붙은 얼음장 밑에서 도도히 살아 흐르는 물길 같은 침묵 뿐이었다. -p75- 김용범 / 슈베르트 마을의 우편마차(고려원시인선 19) 고려원 / 1992. 03. 01. 2023. 1. 18. 김용범-슈베르트 마을의 우편마차/침묵의 박쥐우산 「김용범 - 슈베르트 마을의 우편마차(고려원시인선 19)」 [210131-153341]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침묵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가슴마다 감추어 두고 있던 침묵의 박쥐우산 하나씩을 비오는 거리에서 편다. 2단으로 접혀 있는 그 우산 하나만큼의 넓이로 우리는 빗발 속에서 보호된다. 그리고 서들러 귀가를 하며, 하루씩 권위를 잃어가는 家長의 능력과 비오는 날의 저으기 쓸쓸한 귀가, 오늘 나는 청빈을 그 생애 전체로 지켰던 고절한 엣 선비의 列傳을 分析하게 될 것이다. 청빈, 그리고 金力과 家長의 能力, 이런 二重性을 지니고 밤세워 散文을 쓰게 될 것이다. 암담한 가을 속에 2단으로 접혀 있는 박쥐우산을 펴 들듯 그렇게 빗발 속에서 보호되기를 원할 것이다. -p56- 김용범 / 슈베르트 마을의 우편마차.. 2023. 1. 16. 안소영-책만 보는 바보/우르르 천둥소리가 들리는듯하였다. 「안소영 - 책만 보는 바보」 [20-0124-1(2)] 햇살이 환한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책을 들어다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기도 했다.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책 한 권이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가로 한 뼘 남짓, 세로 두 뼘가량, 두께는 엄지손가락의 절반쯤이나 될까. 그러나 일단 책을 펼치고 보면, 그 속에 담긴 세상은 끝도 없이 넓고 아득했다. 넘실넘실 바다를 건너고 굽이굽이 산맥을 넘는 기분이었다. 책과 책을 펼쳐 든 내가,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얼마쯤 될까. 기껏해야 내 앉은키를 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책과 내 마음이 오가고 있는 공간은, 온 우주를 다 담고 있다 할 만큼 드넓고도 신비로웠다 번쩍번쩍 섬광이 비치고 때로는 우르르 천둥소리가 들리는듯하였다. .. 2023. 1. 16. 이철환-연탄길/존재하는 것들은 「이철환 - 연탄길」 [230112-164845] 우산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첫 번째 아이는 비를 가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아이는 지팡이로 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 아이는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빙긋이 웃으며 손가락만한 종이 우산을 폈습니다. 그리고 다시 물었습니다. 이 우산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아이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 아이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세 번째 아이도 모두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존재하는 것들은 결코 하나의 의미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철환의 '연탄길의 꼭지' 에서 2023. 1. 12. 정호승-연인/사랑의 향기 「정호승 - 연인」 [230112-151017] 사랑의 향기 사랑이란 오래 갈수록 처음처럼 그렇게 짜릿짜릿한 게 아니야. 그냥 무덤덤해지면서 그윽해지는거야. 아무리 좋은 향기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면 그건 지독한 냄새야. 살짝 사라져야만 진정한 향기야 사랑도 그와 같은 거야. 사랑도 오래되면 평생을 같이하는 친구처럼 어떤 우정 같은 게 생기는 거야. - 정호승의 '연인' 중에서 2023. 1. 5. 투에고-나는 가끔 내가 싫다가도 애틋해서/생은 아름답다 「투에고 - 나는 가끔 내가 싫다가도 애틋해서」 [230101-163628] 모든 것은 한순간이다. 당장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현 시점에서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짧게만 느껴진다. 먼 훗날 똑같이 지금 이 순간을 떠올려도 그런 기분이 드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한한 우주의 긴 시간 앞에서는 인간의 삶 자체가 하루살이보다 짧아서다. 그렇지만 허무하지는 않다. 비록 살아가는 동안에는 고통이 가득한 비극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저 멀리서 보면 반짝이다 금세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벌그스레한 불꽃일지도 모른다. (p212) - 투에고 '나는 가끔 내가 싫다가도 애틋해서'중 생은 아름답다는 말에서 2023. 1. 2. 박지현-내 인생을 변화시키는 짧은 이야기/잘못된 계산 위대한 역사가이자 수학자인 헤로도투스는 평균(平均)의 개념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이다. 그 당시 그것은 대단한 발견이었으며, 헤로도투스는 그것에 완전히 심취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로 소풍을 떠났다가 작은 강을 만나게 되었다. 목적지로 가려면 그 강을 꼭 건너야 하는데 아이들 때문에 아내는 약간 걱정이 되었다. 그러자 헤로도투스가 말했다. "걱정말고 기다리시오. 내가 강의 평균 깊이와 아이들의 평균 키를 잴 테니, 5분이면 충분하오." 그는 줄자를 꺼내 아이들의 키를 잰 다음 강으로 달려가 몇 군데의 지점을 돌면서 강 깊이의 평균치를 계산했다. 그런 다음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걱정할 것 하나도 없소. 아이들의 평균 키가 강의 평균 깊이보다 크니 강에 빠질 염려는 .. 2022. 12. 21. 이전 1 2 3 4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