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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내가만난글/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344

김지하-김지하의 예감/최후의 국내파 김지하 - 「김지하의 예감」 오래전에 있었던 우스운 대화 한 토막이 기억난다. 흔히들 내게 묻기를 '해외는 어디를 다녀오셨습니까?'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늘 '제주도에 좀.....,' '?' 그랬다. 그래서 내 별명이 '최후의 국내파'였다. 내가 발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해외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며 국수주의자였기 때문은 더욱 아니다. 기인 감옥살이에서 풀려났을 때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에서 아주 좋은 조건으로 초청했으나 사양했고 미국의 하와이 대학이 전 미국 대학 순회강연을 제의해 왔을 때도 거절했으며, 여러 번 여러 번 일본측 초청을 어물어물 뒤로 미루어 왔다. 한 번은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노신영 씨가 나의 해외 유람을 집요하게 설득해 왔으나 완곡히 사절했으며 또 한 번은 저 유명한 프랑크푸.. 2021. 11. 20.
칼 바르트-칼 바르트가 쓴 모차르트 이야기/친애하는 악장 겸 궁정 작곡가에게 칼 바르트 - 「칼 바르트가 쓴 모차르트 이야기」 어떤 사람이 기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그의 신문을 위해서 '모차르트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를 써줄 것을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 요청한 것입니다. 나는 처음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종이 휴지통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당신에 관해서라면, 나는 어떤 경우에라도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 스스로는 생존시에 쓴 약간 괴팍스런 편지 말고 달리 어떤 편지를 써보긴 하였습니까? 왜 쓰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지금 계신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서로를 보다 분명히 알뿐더러 우리를 더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세상에 사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일 겁니다. 그러므로 나의 기억과 살아온 나날들 가운데서.. 2021. 10. 2.
헤르만 헤세-정원 일의 즐거움/크루트 비드발트에게 헤르만 헤세 - 「정원 일의 즐거움」 세계는 이제 우리에게는 거의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세계는 자주 시끄러움과 불안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풀과 수목은 변함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어느 날인가 지상이 완전히 콘크리트 상자로 덮여 버린다 할지라도, 구름들의 유희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예술의 도움을 빌려, 여기저기에 신성한 곳으로 통하는 하나의 문을 열어 둘 것입니다. - 1949년 1월. 에르빈 아커 크네히트에게 정원에 나가서 눈의 피로를 풀지 않고 집안에 틀어박혀 일만 하고 있으면, 나의 눈은 약해져 며칠 동안 눈물이 나오고 아파서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지고 나는 하릴없이 앉아 있게 됩니다. 내가 죽음을 생각할 때, 그것은 특히 나 자신만의 작은 지옥이 끝나는.. 2021. 10. 1.
헤르만 헤세-정원 일의 즐거움/보덴 호숫가에서 헤르만 헤세 - 「정원 일의 즐거움」 나는 여지껏 내 정원을 가져본 적이 없다. 정원을 갖게 되면 스스로 어떻게 배치할까 정하고 식물을 재배해야 한다는 건, 시골에 사는 내 원칙으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사실 몇 년 동안 그렇게 했다. 나는 정원에 땔감과 정원용 도구들을 넣어 둘 헛간을 지었다. 조언을 해주곤 하는 농부의 아들과 함께 길을 만들고 꽃밭의 구획을 정비했으며, 여러 종류의 나무들도 심었다. 밤나무 서너 그루, 보리수 한 그루, 개오동나무 한 그루, 너도밤나무 울타리, 나무딸기 넝쿨, 멋진 과일나무들을 말이다. 겨울에 산토끼와 사슴들이 갉아 먹어 버린 통에 어린 나무들은 망했지만, 다른 나무들은 모두 멋지게 잘 자랐다. 우리는 그 당시 딸기와 라스베리, 양배추, 완두콩, 샐러드 잎 .. 2021. 9. 21.
데구치 하루아키-인생의 문장들/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현자는 역사에서 배운다 데구치 하루아키 -「인생의 문장들」 아는 것이 하나하나 늘어나고 사전이 풍성해지는 사이에 자기 세계는 점점 확장됩니다. 자기 세계가 확장된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선택지와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인생은 더 재미있어지고 수월해집니다. .... 교양이란 인생의 색채를 풍요롭개, 두근두근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면 배우는 일, 즉 교양을 체득해가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사람의 인생이 100년 이라면 그동안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경험을 통한 배움은 한계가 명확하지요. 그래서 프로이센의 명재상 비스마르크는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우고 현자는 역사에서 배운다'라고 갈파했습니다. 그렇다면 자기 바깥에서도 배.. 2021. 9. 16.
최일도-참으로 소중하기에.../뒤끝 없는 성격이 좋은 겁니까? 최일도 - 「참으로 소중하기에...조금씩 놓아주기」 젊은 시절. 내 별명 가운데 하나는 '화염 방사기'였다. 성격이 너무 급하고 다혈질이라 한번 욱, 하면 순식간에 주위를 태워버리는 불길처럼 뜨겁다는 뜻이었다. 그나마 그런 성격을 갖고도 인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뒤끝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한 번 화낸 일을 소심하게 따지고 들거나, 골백 번씩 되씹으면서 은근히 괴롭히는 성격은 아니었다. 아니, 그런 좀스러운 성격을 타고나지 않은 걸 오히려 다행으로 알았다. 화끈하게 화낼 때 화내고 깨끗이 잊는 편이 멋지지 않은가! 신혼 시절, 하루는 그런 내 성격이 또 한 번 불을 내뿜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때 나는 신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고 아내는 교사로 학교에 출근하느라, 살림은 .. 2021. 9. 12.
피천득 김재순 법정 최인호-대화/가능성의 기술(정치에 대하여) 피천득 김재순 법정 최인호 - 「대화」 우암 * 괴테는 '정치는 운명이다'라고 했습니다. 저의 정치 생활도 따지고 보면 50년 삶이 되는 셈인데, 괴테의 말이 실감 나는 요즈음입니다. 정치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처칠은 70세 때 정계 은퇴 시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즐거운 파티 도중에 물려 나는 일은 좋지 않다'라고 했다지요. 금아 * 요즘 정치판을 보면 네가 더 많이 먹었느니 내가 더 많이 먹었느니 하며 밤낮 싸움만 일삼고 있어요. 정치가로서 부끄럽지 않은,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는 그런 정치를 해야 하는데..., 하느님이 주신 복으로 사람은 옳은 일과 그른 일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양심이라고 할까 이성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타고나는 것이지요. 그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 2021. 9. 10.
아무 것도 안 하는 즐거움 「 동서식품  - 삶의 향기」   아무 것도 안 하는 즐거움  멍하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다가문득 말을 건네는 뜨거운 햇살과강 건너에서 들려오는 싱그러운 초록빛에 눈인사를 한다. 가만히... 그저 가만히... 앉아아무 생각하지 않는다.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어딘지 모를 가슴 속 한구석에서맹렬한 뜨거움이 울컥 삐져나온다. 졸졸졸 흐르는 강물 소리가뜨겁게 달궈진 내 마음을 적신다.무더위에 흘린 땀방울이 흘러간다.   아무 것도 안 하는 즐거움이야말로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었음을...가만히 눈을 감고 자연의 숨결에 속삭인다. [t-21.09.02.  20220901-160331-2-3] 2021. 9. 2.
고은-절을 찾아서/낙산사(바다와 여행자가 함께 부처되어) 고은 -「절을 찾아서(고은 문화기행집)」 동해 낙산사(洛山寺)!라고 말해야 한다. 그곳에는 반드시 감탄사가 붙어 있지 않으면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동해 낙산사가 큰 절이어서가 아니다. 신라 불교의 오랜 절이어서도 아니다. 그 절은 바로 동해와 합쳐져서 이름이 불려지기 때문이다. 창연 망망한 동해와 더불어 오랜 세월을 그 파도소리에 싸여서 살아온 낙산사를 어찌하여 감탄사 없이 부를 수 있겠는가. 커다란 바다는 그의 모든 파도를 가지고 바닷가로 몰려온다. 웅장한 적이다. 그 파도는 영원한 분노를 일으켜서 동해안의 모든 바위와 모래밭을 향해서 몰려온다. 최남선의 신시 '처얼썩 처얼썩 쏴아'의 의성어로는 도저히 동해 파도를 묘사할 수 없다. 누구도 그 파도소리를 묘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 2021. 9. 1.
데구치 하루아키-인생의 문장들/삶의 기본이 되는 말이 나를 지킨다 데구치 하루아키 / 「인생의 문장들」 책, 사람, 여행을 통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언이나 지금 심정에 꼭 들어맞는 문장을 만난다면 그 문장을 자기만의 사전에 추가해보세요. 사전이 풍성해질수록 인생을 뻔뻔하게, 현명하게, 재미있게 사는 지혜도 쌓여갈 것입니다. - 서문 명언의 힘에서 ---- 저자는 사람이 배울 수 있는 3가지 방법에 대해 사람, 책, 여행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배움의 방식을 분해해보면 책이 50%, 사람이 25%, 여행이 25% 라고 말한다. 유튜브나 인터넷 강의를 통해 사람을 만나 배움을 얻기도 하고, 저자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과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책을 통해 배움을 얻기도 한다. (p116) ---- 구리를 거울로 삼으면 옷차림을 정리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 2021. 8. 29.
투에고-나는 가끔 내가 싫다가도 애틋해서/그때는 정말이지 미래의 나에게 수없이 묻고 싶었다. 「투에고-나는 가끔 내가 싫다가도 애틋해서」 그때는 정말이지 미래의 나에게 수없이 묻고 싶었다. 잘 살고 있는 건지, 꿈은 이루었는지, 행복한지, 곁에 있는 사람들과는 변함없이 잘 지내는지……. 당시엔 그저 공허한 속삭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그때의 나에게 얼마쯤은 답해줄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솔직히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고민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니고, 꿈과 행복은 추상적이니 여전히 어렵고, 곁에 있는 사람들이야 인연이면 남고 아니면 떠날 테니 관계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부디 네 자신을 챙기라고. (p261) 투에고-'나는 가끔 내가 싫다가도 애틋해서'중 에필로그 에서 2021. 8. 20.
이애경-눈물을 그치는 타이밍/혼자라서 좋은 것 이애경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짐을 챙겨 들고 나섰다. 결정에서 실행까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차에 시동을 거는데 상쾌한 바람이 나를 묵적지까지 데려다 놓을 듯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나는 바람에 떠밀려 가면서 오랜만에 깊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혼자라서 좋은 건 바로 이런 때다. 가사와 육아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결혼을 반납하고서라도 다시 찾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건 자유라고, 누구에게도 제한받지 않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한 번 잃고 나면 다시는 찾기 어려운 싱글의 자유를 아직까지 내가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이 참 경이로웠다. '혼자'라는 단어는 상태에 대한 정의이지 감정에 대한 정의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혼자라고 하면 으레 '외로움'과 동일시한다.. 2021. 8. 19.
김동영-나만 위로할 것/혼자 김동영 - 「나만 위로할 것」 어느새 익숙해진 레이캬비크의 주택가를 혼자 걸었다. 의자가 예쁜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기도 했다. 호스텔 옆에 있는 항구로 가서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육지로 올려진 큰 배를, 그 주변을 날아다니는 바닷새를 봤다. 혼자. 북극권에서 제일 맛있어서 빌 클린턴 대통령도 와서 먹었다는 미국식 핫도그를 혼자 먹었다. 매주 수요일 파이프오르간 연주회가 있는 레이캬비크 대성당에 가서 혼자 오르간 연주를 들었다. 내가 혼자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앤드류!" 하지만 말을 건 사람은 내가 앤드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며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근처에 있는 앤드류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는 다시 책장으로 고개를 돌리며 생각했다. .. 2021. 8. 18.
헬렌 브라운-나는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정열은 당신 자신의 일부 헬렌 브라운 - 「나는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 다음의 문장은 어느 잡지에서 뽑아 쓴 것이다. 필자는 브라더 젤레 미아로 되어 있다. '만약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다음에는 더 많은 실패를 하려 한다. 편안하게 인생을 살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보다 어리석어질 것이다. 진지하게 맞붙는 일은 훨씬 적어질 것이다.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많은 산을 오르리라. 콩은 조금,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을 것이다. 머리로 꾸며 낼 것이 아니라 진짜 트러블에 자꾸 말려들어 보리라. 아아! 나에게도 충실한 순간은 있었다. 또 한번 다시 할 수 있다면 그것을 더욱더 늘릴 계획이다. 아니, 그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 순간만, 차근차근 해나가는 그 순간만으로 좋다. 몇 년 앞을 내다보.. 2021. 8. 12.
「 교보생명 채널지원팀 -  시가 깃든 광화문의 풍경」   사색이 깊어지는 가을의 풍경에   여유와 평화가 깃듭니다.고요한 기운을 담아 풍요로운 여유을 건넵니다.   별                                                신경림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가을, 첫번째 광화문 글판.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 세월이 흘러 알게되는 소중한 것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늙는다는 것은 그동안 보.. 2021. 8. 9.
예종석-밥집/와인과 나의 연애기 예종석 / 「밥집(예 교수의 먹고사는 즐거움)」 제 때 만나야 맛있다. 얼마 전 도쿄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도쿄 감동 요리점"이라는 책을 발견한 적이 있다. 음식 장르별로 최고의 식당들을 추천한 책이다. '極私的 名店案內'(극히 사적인 병점 안내)라는 부제가 붙어있었는데, 그렇고 그런 음식점 추천 책들과는 다른, 그야말로 최고의 식당 목록이었다. 추천된 곳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나도 가본 곳이라 그 선택의 엄격함이 피부로 느껴졌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그런 식의 식당 추천은 여건상 불가능하고 나의 취향에도 맞지 않는다. 음식은 생활의 일부이다. 일상의 밥 먹는 일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승화시켜 불편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그저 철마다 나는 신선한 식재로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 2021. 7. 27.
김경일-적정한 삶/3. 우울에서 헤엄쳐 나오는 법 김경일 - 「적정한 삶」 코로나 사태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심리는 ‘우울’일 것이다. 학교에 갈 수 없는 학생들, 장사를 할 수 없는 소상공인, 직장을 잃은 회사원, 24시간 아이와 집에 갇힌 주부들. 사태가 장기화되고 필수적인 사회적 네트워크가 단절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고, 정신적 신체적인 무기력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우울감’이 합쳐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니, 이 시대의 우울은 누구보다 친숙하고 가까운 정서가 아닌가 싶다. 뇌의 안쪽 중앙의 측두엽엔 편도체라 불리는 기관이 있는데, 감정을 조절하는 곳이다. 우울에 빠진 사람의 경우 편도체의 크기가 커지고 활동량도 커진다. 편도체의 비정상적인 작용은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수.. 2021. 7. 22.
칼 바르트-칼바르트가 쓴 모차르트이야기/모차르트에 관한 고백 칼 바르트 / 「칼바르트가 쓴 모차르트이야기」 나는 간단히 '모차르트에 관한 고백'을 해야 하겠습니다. 한 인간이나 그의 작품에 관한 '고백' 이란 개인적인 일인데, 이렇게 개인적인 일을 말할 수 있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나는 물론 음악가도 음악학자도 아닙니다. 그러나 모차르트에 관한 한, 나는 충분히 고백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합니다. 내가 대여섯 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위대한 음악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모차르트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요술피리*' 중의 몇 소절 '타미노, 오! 나의 행복이여...'를 아버지가 피아노로 연주하던 그 순간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 몇 소절은 나를 크게 감동시켰습니다. 그 후 나는 성장했고 이제 나이 많은 몸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모차르트에 대하여 더.. 2021. 7. 20.
장 폴 드키스-쥘 베른 진보를 꿈꾸다/르와르 강변의 아이들 장 폴 드키스 -「쥘 베른 진보를 꿈꾸다(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20)」 르와르 강변의 아이들 '나는 떠날 것이다. 돛대를 흔드는 기선이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린다. 잔인한 희망 때문에 비탄에 빠진 권태는 여전히 손수건의 지고한 이별을 믿는다. 어쩌면 돛대가 폭우를 불러서 절망적인 난파를 일으키려는가.' - 스테판 말라르메 / 바다의 미풍 - (p13) -- "기차 여행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기차 없인 여행하기가 힘들지. 마찬가지로 미래의 여행은 땅 위로 둘려가는 여행이 아니라 하늘로 올라가 목표지로 직진하는 여행이 될 걸세." - 기구를 타고 5주일 중에서 - (p42) --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개들의 이름은 와그람과 마렝고, 디안느와 사틀리트, 톱, 댕고, 세르코 등이었다. 해트라 선장은 모습.. 2021. 7. 12.
오스카 와일드-행복한 왕자/욕심쟁이 거인의 정원 오스카 와일드 / 「행복한 왕자(창비아동문고 47)」 욕심쟁이 거인의 정원 날마다 오후가 되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거인의 정원에 가서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거인의 정원은 크고 아름답고, 또 부드러운 잔디가 진뜩 깔려 있었습니다. 잔디 위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별처럼 피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원에는 복숭아나무가 스무 그루 있었는데 봄이 되면 분홍빛과 진주빛 꽃이 활짝 피고 가을이면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새들은 나무 위에서 어찌나 즐겁게 지저귀는지 아이들은 놀다 말고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하였습니다. "정말 이 정원에만 오면 즐거워!" 아이들은 서로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습니다. 어느 날 거인이 돌아왔습니다. 거인은 도깨비 친구한테 가서 7년 동안이나 살았습니다. 7년 동안 친구랑 하고.. 2021. 7. 2.
김경일-적정한 삶2/교통사고를 당한 뇌의 고통 김경일 - 「적정한 삶」 우리 집 구급상자에는 언제나 몇 종류의 진통제가 상비되어 있다. 타이레놀 계열과 아스피린 계열. 이따금 만성적인 허리 통증이나 두통에 시달릴 때, 식구들이 한 알씩 복용하는 용도다. 진통제의 부작용도 있지만 통증 자체가 지속될 때의 부작용이 더 크다 보니, 전문가들도 성분을 잘 따져서 지혜롭게 복용하라고 권유하곤 한다. 그렇다면 허리가 아플 때마다 먹었던 타이레놀의 약효는 어디로 흘러들어 갈까? 아픈 허리 근육으로 향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허리에는 고통을 느끼는 센서가 없으니까. 진통제가 작용하는 부위는 다름 아닌 뇌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뇌중에서도 아주 일부 지역에서만 통증을 담당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머리 양쪽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세게 눌러 보자. 당신의 두 손가락이.. 2021. 6. 30.
전경린-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스물다섯 살에는 생이 변하는 순간과 떠나가는 순간, 전경린 /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1」 -사랑했던 여자 아닌가요? -사랑이란 동시성을 잃고 시간 밖에서 생각하면 늘 그렇듯이 의심스러운 거요. 그건 어느 시기에 두 사람의 발이 한데 묶였던 어떤 사건일 뿐인지도 몰라. 발이 풀리고 난 뒤에 생각하면 그런 공속은 아무런 실제성도 없어요. 에테르처럼 증발되어 버리지. 두 사람이 사랑했는데도 추억 속엔 자신밖에 없어 자신조차도 어딘가 변형되고 과장되어 있어. 서글픈 모노드라마지..., -그 여자는 왜 떠났을까요? 집을 이렇게도 빈틈없이 채워놓고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하지 않다면 내가 아직도 이렇게 기다리고 있겠어? 그녀는 나를 위해 아파트를 얻고 미친 듯이 살림을 사들여 집을 빈틈없이 채운 뒤에 갑자기 사라졌어. 첫날은 나에게 화가 .. 2021. 6. 27.
전경린-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우아함이란 존재의 여분에서 생겨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전경린 /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2」 나는 손가락으로 유경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내가 언제부터 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아니? -처음 본 날이겠지?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사랑은 말이야. 처음부터 시작돼, 탄생과 함께. 그러니까,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만날 사랑을 키우면서 성장하는 거야. 그런 느낌, 그런 손의 촉감, 그럼 냄새, 그런 눈빛, 그런 손의 형태, 사랑에 관한 이미지들....., 그래서 어느 날 사랑에 빠지면 그 모든 것이 옛날에 일어났던 어떤 기억을 일깨우는 것 같이 전율이 일지. -사랑 지상주의자 같이 말하는 구나. -이건 분석인 뿐이야. 그래서 사람은 일생 동안 사랑을 발견하려고 해. 자기 속에 묻혀 있는 사랑을 현실에서 구현하려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 2021. 6. 26.
이웅진-결혼한 여자 이혼한 여자 그리고 결혼할 여자/결혼이라는 것은 이웅진 - 「결혼한 여자 이혼한 여자 그리고 결혼할 여자」 결혼이라는 것은 단순히 만들어놓은 행복의 요리를 먹는 것이 아니고 이제부터 노력하여 행복의 요리를 둘이서 만들어 먹는 것이다. 발자크 결혼은 새장과 같은 것이다. 밖에 있는 새들은 부질없이 들어가려 하고, 새장 안에 있는 새들은 부질없이 나오려고 애쓴다. 몽테뉴 어쨌든 결혼을 하라. 만일 그대가 선한 아내를 얻는다면 그대는 아주 행복하리라. 만일 그대가 악한 아내를 얻는다며 그대는 심오한 철학자가 되리라. 소크라테스 지혜가 깊은 사람은 자기에게 무슨 이익이 있을까 해서 또는 이익이 있음으로 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한다는 그 자체에 행복을 느끼므로 사랑하는 것이다. 파스칼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 2021. 6. 11.
미치 앨봄-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사랑을 나눠 주는 법과 미치 앨봄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1976년 봄, 첫 수업의 시간. 나는 모리 교수님의 널따란 연구실에 들어선다. 사방 벽의 선반마다 꽂힌 수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회학, 철학, 종교, 심리학에 관한 서적들. 마룻바닥에는 커다란 융단이 깔려 있고, 방 밖으론 캠퍼스의 보도가 내다보인다. 교수님의 연구실에는 열댓 명이 모여서 공책과 강의 요목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부분 청바지에 운동화, 면 셔츠 차림이다. 이렇게 작은 규모의 강의니 결석하기가 쉽진 않겠다고 속으로 중얼댄다. 수강하지 말까? "미첼?" 모리 교수님이 출석을 부른다. 난 손을 든다. "미치라고 부르는 편이 더 좋은가? 아니면 미첼이 더 낫겠나?" 선생님한테 이런 질문을 받기는 난생처음이다. 난 노란색 터틀넥 스웨터와 초록색 코르덴.. 2021. 6. 10.
일본세상조사연구회-체인지 마이 라이프/노력이 축적된 시간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일본세상조사연구회 / 「체인지 마이 라이프」 '인생의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24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졌다. 그리고 그 사용방법은 여러분의 자유이다. 따라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24시간부터 계산해 가면 된다. 그다음은 효율과 밀도의 문제이다. 드라마 '24'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라.'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 p23 - (책에는 미국 연방기관인 CTU와 국제 테러집단과의 서스펜스 액션을 다룬 미국 TV 드라마 '24'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 -- '요리를 잘하는 것은 주부지만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은 남자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족을 위해 매일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일상사인 주부는 냉장고를 잠깐 들어다 보고는 그 속에 있는 재료로 능숙하게.. 2021. 6. 9.
한 사람을 진정으로 아는 데 한 평생만으로는 부족하거든요 법정, 최인호 /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최인호,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남에게 보이는 자기 모습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 보니 본래의 '나'가 상실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네가 남이고 싶지 않다는 것은 온전히 자기, '나'가 된다는 뜻이니까 누구에게나 중요한 애기 입니다. 저도 비교적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하지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중국의 선사 중 한 명인 바보 스님은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 이름을 부르며 이렇게 말한답니다. '주인공아, 주인공아, 속지 마라, 속지 마라.' 이것이 화두인 셈이지요. 우리는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인데 대부분은 조연을 하고 있어요. 권력이나 출세, 만약 알코올중독자라면 술, 이렇듯 무언가를 자기 앞에 두고 끌려가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2021. 6. 7.
김지수-자기 인생의 철학자들/배탈이 났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면 행복하고 못 들어가면 불행해요. 김지수 /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평생을 노력한 사람이군요. 감사하게도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봤어요. 그러니 노력했지. 나를 칭찬하거나 예쁘다고 해도 믿질 않았어요. 너무 노골적으로 말해서 인심 사나워 보인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다른 사람한테도 진실을 말해 줬다고. 알고 보면 사람들도 내가 안 예쁘니까 멋지다고 하는 거잖아. - p28 - -- 서로 상대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상태(일명 상호 허겁)가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며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다. 우리 인간은 무슨 까닭인지 자꾸만 이러한 힘의 균형을 깨고 홀로 거머쥐려는 속내를 보인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관찰해 온 자연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자연에서 제일 먼저 배울 게 있다면 이 약간의 비겁함이다. - p67 - 군림(君臨) 의 경영(經營)이 아.. 2021. 6. 6.
김동영-나만 위로할 것/바로 그것이 길 위에서의 마법이다. 김동영 - 「나만 위로할 것」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는 길 위에서 많은 풍경과 함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그들도 당신과 같은 여행자다. 새로운 것을 찾아, 그리고 흔한 일상이 아닌 모험을 찾아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들이다. 서로 본 적도 없고 나라와 언어, 모든 게 다르지만 같은 길 위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친구가 되기로 한다. 마치 자신을 위하듯 서로를 생각하며, 서로의 동행이 되어주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우리가 낯설고 혹독한 길을 떠날 수 있는 건 그 길 위에서 나를 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인지도 모르고, 때로는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나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떻게 남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바로 그것이 길 위에서의 마법이다. - p37 - 김동영 /.. 2021. 6. 4.
지예-몽정의 편지/곧 겨울이 오겠구나 지예 - 「몽정의 편지」 그녀는 역시나 내 마음을 읽고 있었다. "이게 내 마지막 배려야. 결혼 축하해. 그리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나는 그녀 배 위에 뱉어낸 것들을 닦아주지도 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었다. 이제 그것은 그녀가 처리해야 할 몫이었다. 그녀는 그대로 침대로 누워 있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몽정의 편지들을 읽노라니 그날 밤 생각이 났다. 위스키를 한 모금 더 마신 뒤 창가로 갔다. '그 집은 바람을 느끼기에 너무 낮은 위치에 있지만...., 당신도 창문을 열고 이 가을을, 그녀의 기운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그 집안을 파고들 것입니다.' 세 번째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다. 나는 그보다 높은 4층에 살고 있다. 창문을 열자.. 2021.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