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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몽정의 편지/곧 겨울이 오겠구나

by 탄천사랑 2021. 6. 4.

지예 - 「몽정의 편지

 

 

 

그녀는 역시나 내 마음을 읽고 있었다.
"이게 내 마지막 배려야. 

 결혼 축하해. 

 그리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나는 그녀 배 위에 뱉어낸 것들을 닦아주지도 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었다. 

이제 그것은 그녀가 처리해야 할 몫이었다.
그녀는 그대로 침대로 누워 있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몽정의 편지들을 읽노라니 그날 밤 생각이 났다.

위스키를 한 모금 더 마신 뒤 창가로 갔다.

'그 집은 바람을 느끼기에 너무 낮은 위치에 있지만....,
 당신도 창문을 열고 이 가을을,  그녀의 기운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그 집안을 파고들 것입니다.'

세 번째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다. 
나는 그보다 높은 4층에 살고 있다. 

창문을 열자, 기다렸다는듯 가을바람이 겨드랑이 밑을 파고든다. 

완연한 가을이다.

'거봐요.'
마지막 구절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곧 겨울이 오겠구나.
서늘하고 비릿한 밤공기가 날 적신다.    - p231 -

 

 

 

지예 / 몽정의 편지
북스타 / 2014.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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