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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269

봄의 정원으로 오라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류시화/오래된미래 2008. 10. 24. 봄의 정원으로 오라 잘랄루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t-25.06.08. 20250604_163915] 2025. 6. 8.
가시 - 마음에 스미는 그림책 한 문장/그림책사랑교사모임 마음에 스미는 그림책 한 문장 - 그림책사랑교사모임/케렌시아 2024. 12. 06. 나는 믿어. 네 안에 있는 그 꽃. 가시. "엄마는 그것도 몰라?" 어린 시절, 무심코 내뱉은 말에 일그러지던 어머니의 표정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학교 갈 때면 항상 긴 머리카락을 예쁘게 묶어주시던 어머니께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해 한이 맺혔다는 건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 다른 말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뱉은 가시 같은 말이 돌아와 내 심장에 박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죄책감으로 남아 꾹꾹 찌른다. 언어는 힘이 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편지 한 통에 전쟁을 끝내기도 한다. '모양도 색깔도 냄새도 무게도' 없는 말들이 그 어떤 가시보다 날카롭고 깊은 상처를 낸다. 쉽게 치유되지.. 2025. 5. 27.
뒤바뀐 운명 - 장미정원 1 / 아일린 굿지 장미정원 1 - 아일린 굿지 / 늘 푸른 1991. 08. 01.서장 - 뒤바뀐 운명뉴욕 시 1943년. 7월 3일.----그럼에도 결혼 첫날밤, 그의 벌거벗은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그녀를 오싹하게 만든다. 빳빳한 수제품 양복을 입고 있을 때의 그는 크고 근사해 보였다. 그러나 일몸뚱이의 그는 늙고 초라했으며,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그의 배는 볼품없이 쭈글쭈글 늘어졌으며, 가슴은 어린 소녀처럼 빈약했다. 오늘날까지 실비는 그가 그녀 위에 엎드릴 때마다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느껴 왔다. 수백만 번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그도 그녀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타일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축 처진 배가 그녀를 압박해서 그녀를 헐떡거리게 만들고, 그리고 그의 물건이 그녀 안으로 들어가는 둥 마는 둥.. 2025. 5. 14.
이스탄불, 단색에 가려진 무지개 - 유럽도시기행 1 / 유시민 유럽도시기행 1 - 유시민 / 생각의 길 2019. 07. 09. 다양성을 잃어버린 국제도시 이스탄불 공항에서 구시가지로 가면서 본 셔틀버스 창밖의 풍경은 상상과 달랐다. 넓고 깨끗한 큰 길, 키 큰 가로수 너머로 잘 지은 빌라와 아파트가 즐비했다. 날이 새기도 전에 보스포루스해협 위쪽 구시가의 작은 호텔에 도착해 일단 짐을 맡겼다. 이른 아침이라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높다란 성벽 아랫길을 걸으며 가랑비 내리는 해협의 새벽 풍광을 보았다. 어쩐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새벽에 도착한 덕에 아직 눈뜨지 않은 이스탄불의 분위기도 맛보았으니, 시작이 좋은 여행이었다. 그렇지만 비 내리는 5월의 아침 공기는 밖에 어래 머물기 앤 너무 차가웠다. 허기를 달래고 몸도 녹일 겸 성벽 위쪽 골목의 동네.. 2025. 5. 9.
풍경과 프레임 - 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 짓기 - 마이클 폴란 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 - 마이클 폴란 / 펜연필독약 2016. 05. 02. 풍경과 프레임이 오두막에서는 한 가지 고정된 시선으로 바깥을 '응시'할 수도 있지만, 수십 가지 시선으로 풍경을 '힐끗거리는 것'도 가능했다. 각각의 풍경은 또 너무나 뚜렷한 개성을 보였다.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아도 이 작은 방에서 그 모든 걸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경이롭기만 했다. 이곳에서 만나는 자연의 '그림'은 부분적이고 시시각각 변하며 누적되는 특성을 지니는데, 단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창문을 여는 몸짓 등 다양한 신체적 감각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여름이 오고 집을 포치 모드로 전환하게 되면 집 전체가 탁 트여 바람의 흐름이 공간을 훑고 지나가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연의 그림은 더 복잡하.. 2025. 5. 6.
아타튀르크, 이스탄불의 터키화 - 유럽도시기행 1 / 유시민 유럽도시기행 1 - 유시민 / 생각의 길 2019. 07. 09. 아타튀르크, 이스탄불의 터키화 외국계 주민들이 이스탄불을 떠난 경위를 살피다 보면 무스타파 케말 또는 '아타튀르크'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내가 돌마바흐체 궁전 간 것도 술탄들의 허세를 구경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타튀르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지금 이 궁전의 주인은 건축주 술탄이 아니라 아타튀르크이다. 예외 없이 9시 5분을 가리키며 멈춰 서 있는 시계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아타튀르크가 옛 술탄의 침실에서 마지막 숨을 내쉰 시각이 오전 9시 5분이었다. 어떤 사람이었다고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이스탄불의 역사에 비잔타스, 콘스탄티누스 황제, 술탄 메메트 2 세만큼이나 결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타튀르크를 .. 2025. 5. 5.
위장된 평화 - 성격 이야기 / 안미경 성격 이야기 - 안미경 / 바오로딸 2005. 11. 05. 위장된 평화 밤 12시. 싱크대에 수북이 쌓였던 설거지를 마무리하면서 안나 자매님은 화가 났다. 남편은 도대체 왜 그토록 사람 불러대기를 좋아하는지, 신혼부터 시작한 손님 쳐내기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오늘도 고등학교 친구들을 불러모아 한바탕 웃고 떠들며 먹고 갔다. 만나면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속내 깊은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한쪽 옆에서 텔레비전까지 켜놓고, 별로 귀기울이지도 않는 이야기를 그저 왁자지껄하게 떠들어 댈 뿐이다. 밤늦게 다들 가자마자 남편이 하는 말, "다음 주엔 누나네 식구랑 형님네 식구를 좀 오시라고 할까? 조카 결혼시켜으니 밥 한번 먹어야 하지 않겠어?" 기가 막혔다. 결혼하고 20년 동안 이사를 10번 넘게 했다.. 2025. 4. 28.
모호함의 논리 - 기식자 / 미셀 세르 기식자 - 미셀 세르 / 동문선 2002. 08. 10. 모호함의 논리사랑은 제3자 자체이다. 그것은 둘 사이에 있는 3자이다. 정확히 그는 포함된 제3자이다. 그것은 언제나 지식과 무지 사이에 있는 중간이다. 그것은 빈곤에도 풍요에도 있지 않고, 죽음에도 불멸에도 있지 않다. 그것은 모호함의 논리가 지닌 법칙들 속에 불명료하면서도 엄밀하게 놓여 있다. 그것은 거처가 없이, 문 가까이 문턱의 모호함 속에 거주하고 있다. 그것은 제3자이고, 배제되면서도 포함된 세번째 인간이다. [t-25.04.26. 20250406_144340] 2025. 4. 26.
읽다가 잠드는 경험-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고명환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 고명환 / 라곰 2023. 06. 15.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 전까지 걱정을 하다가 잔다. 걱정을 하다가 자면 악몽을 꾸고, 꿈을 꾸지 않더라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컨디션이 좋지 않다.이런 날들이 계속 반복되면 병이 생긴다. 전형적인 악순환이다. 새롭고 강력한 생각을 뇌에 주입해야 한다. 어떻게?  간단하다.  책을 읽으면 된다. 책은 생각의 덩어리다. 특히 고전은 검증된 좋은 생각의 덩어리다. 그러니 자기 전에 책을 읽어라. 낙타 단계에서 하면 더 좋다. 어차피 책을 읽기만 하면 졸리니, 차라리 책을 읽다가 잠들어버리는 것이다. 잠이 든다 해도 이 경험은 유익하다. 이왕이면 고전을 한 페이지 읽고 잠들 것을 추천한다. 수천 년간 농축된 지혜를 당신의 잠재의식에 주.. 2025. 3. 8.
부서진 가슴에서 야생화가 피어난다-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류시화 / 수오서재 2023. 12. 21. 토끼가 새끼를 뱄다.  귤밭 전체의 공기가 예민해진 것이 느껴진다.  서귀포 귤밭의 50년 된 돌집을 집필실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던 작년 여름, 귤나무 사이로 이 흰 토끼가 처음 나타났다.  나는 놀라서 입을 다물고 소리쳤다. ‘네가 왜 거기서 나오니?’   토끼도 선글라스에 장발을 한 야수를 보고 놀라긴 매한가지였다.  다음 날 보니 한 마리가 아니었다.  조금 어려 뵈는 흰 토끼가 또 한 마리 깡충거리며 뛰어다녔다.  며칠 후에는 검은 토끼도 모습을 나타내었다.    늘상 반바지에 웃통을 벗고 다니는 이웃 밭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누군가 집에서 키우다 ‘귀찮으니까 내다 버린’ 것이라고 말하고는 내가 남자인데도 쑥스러운지 팔짱.. 2025. 3. 5.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자신을 정의하라-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류시화 / 수오서재 2023. 12. 21. 예민한 사람일수록 싫어하는 것이 많다.  우리가 천성적으로 부여받은 예민함은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는 능력이어야 한다.  자기 주위에 벽을 쌓는 쪽으로 그 재능이 사용되어선 안 된다.  우리를 상처 입히고 고립시키는 것은 우리의 예민함이 아니라 그 예민함으로 발견하고 선택하는 것들이다. 예민한 영혼으로 태어난 것은 신의 실수가 아니라 축복이다.  관계 심리학자들이 말하듯이, 예민함은 바로잡아야 할 심리 상태가 아니라 특별한 재능이다.  섬세한 감각으로 다른 이들이 놓치는 현상의 이면을 보고,  울림 있는 내면세계를 가지며, 문학과 예술에 감동받는다.  그런 사람은 타인에 대해서도 뛰어난 감응력을 갖는다.  예민한 사람은 .. 2025. 3. 4.
내가 찾아야 할 것은/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 리처드 j 라이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 리처드 j 라이더 / 북플레저 / 2024. 03. 04. 내가 찾아야 할 것은 마지막 목적지가 아니다. 하드자족은 숲 속의 작은 길에서 길을 잃었을 때 전혀 겁에 질리지 않았다.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다음엔 어디로 가야 할지 알아내려고 허우적대지도 않았다.  그냥 가만히 귀를 기울이기만 했다.  그리고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그냥 자신을 지나쳐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1분 1초를 다투를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모두 이따금씩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아니, 어쩌면 거의 매일 같이 그런 기분 속에서 사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가 우리에게 익숙한 곳,  우리의 방향을 일러줄 곳으로 돌아가려 애쓴다.  하지만.. 2025. 2. 14.
함피 / 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 - 전명윤 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 - 전명윤 / 홍익출판사 2017. 02. 10. 첫 기억의 강렬함 때문인가. 함피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을이다. 그 사이 100호 남짓한 기구들은 대부분 게스트하우스로 변했다. 건물 옥상에 매트리스 하나 깔아주고 돈을 받던 곳들이 20년 만에 에어컨이 나오는 중급 여행자 숙소로 변모했고, 먹을 거라고는 인도식 크레페인 도사 Dosa 밖에 없던 함피에서 요새는 어설프게나마 한식도 맛볼 수 있다. 한때 인도만 여행하던 인도 마니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인도는 천 년 전에도 이랬고, 지금도 이렇고, 천 년 후에도 이렇게다' 진리인 양 지껄이던 모든 말들은 틀렸다. 인도는 매년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이곳 시골 마을 주민들도 스마트폰은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불과 15년 전에는 모.. 2025. 2. 14.
네가 어떤 기분인지 내가 잘 알아-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류시화 / 수오서재 2023. 12. 21. 봄의 주머니에서 꺼낸 이름들로 꽃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  같은 종족의 사람이라도 저마다 이름이 있듯이 ……  날개는 바람과 대화하는 법을 알지만 우리는 아픔을 겪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법을 잘 모른다.  누군가의 아픔이 어떤 범주에 들어간다고 해서 그 아픔을 일반화시켜 말해서는 안 된다.  심리학 서적에 명확히 설명되어 있다 해도 저마다의 아픔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경험이다.  상처도 마찬가지다.  상처마다 그 상처의 기억이 다르기 때문에 그저 상처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상처는 영혼의 일이므로 각각의 상처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러주어야 한다.  그것이 그 상처에 대한 존중이다.  모두가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큰.. 2025. 2. 8.
시작해 봐! 너답게 - 마음에 스미는 그림책 한 문장 마음에 스미는 그림책 한 문장 - 그림책사랑교사모임/케렌시아 2024. 12. 06. 시작해 봐. 너 자신이 되어 봐. 최고의 모습이 되어 봐. 시작해 봐! 너답게어린 시절 화가가 꿈이었다. 그림이 마냥 좋았다. 그림을 곧잘 그린다는 칭찬을 들었고 상도 받았다. 화가의 길을 의심하지 않았으나 여러 상황으로 붓을 놓았다. 이루지 못한 꿈은 늘 가슴 아리다. 나이가 들어서는 그림에 대한 욕구가 커져도 그림을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 주저한다. 마음은 용기를 내라고 아우성치지만, 새로운 시도로 생길 리스크를 계산하는 덫에 걸려 시작조차 못 했다. 꿈을 위해 사놓은 캔버스와 물감들도 먼지를 입은 채 방치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진짜 꿈은 무엇이었냐는 딸의 물음이 타성에 젖은 일상을 깨웠다. 그날 어둑한 저.. 2025. 2. 6.
어른이 된다는 것-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 난다 2017. 07. 01. 어느 모임의 저녁 자리에서 연세가 지긋한 한 분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시작은 역시 질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그분의 말은 달랐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창 힘들 때겠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    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 드세요."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2025. 2. 5.
메이슨 커리 - 예술하는 습관 / 쓰는 사람들의 집필 습관 예술하는 습관 - 메이슨 커리 / 걷는나무 2020. 01. 10.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나는 나일 뿐, 피츠 제럴드도 아니고 토머스 울프도 아닙니다. 글을 쓰려면 그냥 앉아서 쓰면 됩니다. 특별한 시간이나 장소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자신의 기질이나 성격에 맞는 방법을 택하면 됩니다. 어떤 작가가 철저히 시간을 지키며 작업한다고, 그 사람이 어떻게 작업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제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 방법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비결이 있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소설을 쓰는 겁니다. 시간은 훔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것을 글로 표현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결국 누구나 자기에.. 2025. 2. 3.
전명윤 - 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할머니, 우린 어떤 인연이죠? 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 - 전명윤 / 홍익출판사 2017. 02. 10. 어쩌면 기적이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장 속에 서로의 눈을 마주치게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t-25.02.03.  20240217_163140] 2025. 2. 3.
김훈 - 허송세월 / 말하기의 어려움, 듣기의 괴로움 허송세월 - 김훈 / 나남 2024. 06. 20. 이제 인간은 주변 세계를 직접 체험하거나 인식하기는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인간과 세계 사이에는 수많은 매체들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매체들은 권력화되었고, 언어의 순수성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루기 어려운 소망이겠지만, 저는 생활을 통과해 나온 사소한 언어로 표현되는 정의가 구현되는 세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세계 사이의 직접성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언어는 훨씬 더 작고 단단하게 영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듣기 listening를 통과해 나오지 않는 말을 듣는 일은 괴롭고,  프레임이 빚어내는 말을 듣는 일은 괴롭고,  프레임을 향해서 말을 해야 하는 일은 괴롭고,  말을 해도 들리지 않으리라는 예감은 괴롭고,  전체와 부분에 대한.. 2025. 1. 31.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 난다 2017. 07. 01.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한 문장 정도의 말을 기억하려 애쓰는 버릇이 있다. '뜨거운 물 좀 떠와라'라는 외할아버지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고 '그때 만났던 청요릿집에서 곧 보세'라는 평소 좋아하던 원로 소설가 선생님의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죄송스럽게도 두 분의 임종을 보지 못했으므로 이 말들은 두 분이 내게 남긴 유언이 되었다. 먼저 죽은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기억해두고 있는 말이 많다. '다음 만날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종로에서 보자'라는 말은  분당의 어느 거리에서 혜어진 오래전 애인의 말이었고, '요즘 충무로에는 영화가 없어'는 이제는 연이 다해 자연스례 멀어진 전 직장 동료의.. 2025. 1. 30.
늙기의 즐거움 허송세월 - 김훈 산문 / 나남 - 2024. 06. 20.      늙기의 즐거움 핸드폰에 부고가 찍히면 죽음은 배달상품처럼 눈앞에 와 있다. 액정화면 속에서 죽음은 몇 줄의 정보로 변해 있다.  무한공간을 날아온 이 정보는 발신과 수신 사이에 시차가 없다.  액정화면 속에서 죽음은 사물화 되어 있고 사물화 된 만큼 허구로 느껴지지만 죽음은 확실히 배달되어 있고,  조위금을 기다린다는 은행계좌도 찍혀 있다. (...) 부고를 받을 때마다 죽음은 이행해야만 할 일상의 과업처럼 느껴진다...  죽음을 루틴으로 여기는 태도는 종교적으로는 경건하지 못하지만,  깨닫지 못한 중생의 실무이행으로서 정당하다. 애착 가던 것들과 삶을 구성하고 있던 치열하고 졸렬한 조건들이 서서히 물러가는 풍경은 쓸쓸해도 견딜 만하다.. 2025. 1. 25.
고독과 외로움-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 난다 2017. 07. 01. 고독과 외로움 몇 해 전 좋아하는 선배 시인과 차를 마시면서 이런 나의 괴팍한 습관을 고백한 적이 있었다. 그 선배는 자신도 나와 비슷한 버릇이 있다고 반가워했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그 감정이 외로움일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그러다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 다시 봄이 왔다. 긴 겨울.. 2025. 1. 5.
델리 / 별의별 ‘꾼’들의 틈에서 울고 웃으며 부대끼는 재미 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 - 전명윤 / 홍익출판사 2017. 02. 10. 델리 / 별의별 ‘꾼’들의 틈에서 울고 웃으며 부대끼는 재미 '생각하고, 생각하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생각 먼저 하지.  그래.  인간은 온 생을 통틀어 늘 생각만 할 뿐이야' 내 구매 욕구를 자극하려는 말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 순간 뒤통수를 치던 그 언어의 신선함이란! 그러고 보니, 우리는 늘 생각만 하고 살았다.  늘 재고, 따져보고, 이게 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만 가늠했었다.  가끔은 눈도, 손도, 몸도 즐거워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는 두려워했다. '지금 이래도 괜찮을까?' 부대끼지 않으면 인도 여행은 재미없다. 아니, 어떤 기억으로도 자리 잡지 못한다. 델리는 부대낌의 예술을 선사한다. 온 세상의 장삼이사(張三李.. 2024. 12. 1.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큰 글자도서) - 한강 / 창비 2024. 11. 01.  채식주의자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죽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헤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분명 일행과 함께였던 것 같은데, 혼자 길을 잃었나 봐.  무서웠어.  추웠어.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 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어떤 덩어리에선 아직 마르지 않은 붉은 피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어.  끝없이 고깃덩어리들을 헤치고 나아갔지만 반대쪽 출구는 나타나지 않았어.  입고 있던 흰옷이 온통 피에 젖었어.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몰라.  계곡을 거슬러 달리고 또 달렸어. 갑자기 숲이 환해지고,.. 2024. 11. 27.
걷기 예찬 허송세월 - 김훈 산문 / 나남 - 2024. 06. 20.      2부 글과 밥  - 걷기 예찬  살아 있는 인간의 몸속에서 '희망'을 확인하는 일은 그야말로 희망적이다.  아마도 이런 희망은  실핏줄이나 장기의 오지 속과 근육의 갈피마다 서식하는 생명 현상 그 자체인 것이어서,  사유나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다만 경험될 뿐이다.  몸의 희망을 몸으로 경험할 때, 우리는 육체성과 정신성의 간극을 넘어서는 행복을 느낀다.  나는 이런 행복을 '몸과 삶 사이의 직접성'이라고 이름 지으려 한다. 돈이나 수고가 드는 것도 아니지만,  이 직접성의 행복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일상성(속도, 능률) 속에 매몰되어 있다.  추운 겨울 거리의 노점 식당에서 라면을 먹을 때나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에 수박을 식칼로 쪼갤 .. 2024. 11. 18.
날씨를 선물하는 일기예보-철학은 날씨를 바꾼다/서동욱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 서동욱 / 김영사 2024. 01. 12. 프롤로그 / 날씨를 선물하는 일기예보 비가 오면 젖은 흙 속에서 깨어난 나무 향기가 밀려온다.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탯줄을 통해 몸에 스며들었던 것 같은 그 내음은, 내가 어떤 방황을 하더라도 결국 대지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툭 툭 소리가 점점 커지는 하늘을 겨우 가린 우산 아래서, 비가 부딪치며 짙은 색이 천천히 번지는 산책로 담벼락을 한참 바라보기도 한다. 하루라는 낱말은 아주 가볍고 보드라운 어떤 생명 같아서 발음할 때마다 선물처럼 반갑고, 어제의 시간으로 보내야 하는 일이 아쉽다. 또 커다란 잎사귀가 자신에게 입혀진 황금 도금의 무게를 못 이겨 아래로 떨어질 때 잎사귀의 그 느린 동작을 큰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 2024. 5. 16.
진짜 친구 /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 리처드 j 라이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 리처드 j 라이더 / 북플레저 / 2024. 03. 04. 07 인생의 여정을 함께할 친구를 가졌는가 / 진짜 친구 '이 중 내 친구는 몇 명일까?' 이것은 친구를 필요나 계산에 의해 선택하는 이기적인 행위와는 다르다. 서로가 서로의 삶을 충만하게 일굴 수 있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영양가 있는 사람이란 말 그대로 나의 내면에 자양분을 공급해 준다.  그들은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을 할 때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며,  나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거울처럼 비추어 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만나면 나는 눈동자가 빛나고 같이 있어주기만 해도 짐이 가볍게 느껴진다. 또한 그들은 가만히 들어줄 뿐 결코 가볍게 판단하지는 않는 사람들이다.  나를 사랑하지만 .. 2024. 5. 8.
보이지 않는 스티커를 등에 붙인 고독한 전사-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류시화 / 수오서재 2023. 12. 21. 부정의 프레임에 휩싸일 것이 아니라 긍정의 프레임으로 들어가라고 말합니다. 저도 요즘엔 읽을 책이 많으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와우... 이렇게 흥미진진한 책들이 내 책상을 둘러싸고 있다니!!!" 그러면 정말 책을 사랑하게 되고 한 자 한 자 눈에 잘 들어옵니다. 뭐든 세상을 이렇게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 같네요. 이 방법 또한 책이 저에게 준 세상을 보는 방식입니다. 제주도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리고 서귀포 돌집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도 유리창에 기대고 있던 그녀의 오른쪽 뺨이 어른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이 슬펐다.  상실은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고 있는 걸까?  그녀의 앞.. 2024. 4. 21.
로고세러피의 기본 개념-죽음의 수용소/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원제: Man's search for meaning)」    죽음의 수용소(원제: Man's search for meaning) -  빅터 프랭클 / 청아출판사 - 2005. 08. 10. 로고세러피의 기본 개념  이제 내가 만든 이 이론에 왜 '로고세러피 logotherapy'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얘기하겠다. 로고스 Logos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로고세러피 혹은 다른 학자들이 '빈 제3정신 의학파'로 부르는 이이 롱은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물론, 그 의미를 찾아 나가는 인간 의지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로고세러피 이론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인간의 원초적 동력으로 본다. 내가 로고세러피를 프로이트 학파가 중점을 두고 있.. 2024. 4. 16.
당신 책을 읽다가 졸려서 베고 잤다-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류시화 / 수오서재 2023. 12. 21.  당신 책을 읽다가 졸려서 베고 잤다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맨들과 함께 생활한 인류학자 리처드 B. 리가 전하는 일화가 있다.  연구 기간이 끝날 무렵 리는  그동안 부족민들이 베푼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축제 날에 소 한 마리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달 전부터 소들을 살피며 다닌 끝에 다른 부족 마을에서 550킬로그램이나 되는 거구의 황소를 발견했다.  그 지역 부시맨 150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소 주인에게 돈을 지불하면서 축제 때까지 소를 잘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리가 축제를 위해 소를 샀다는 소문이 돌자 부시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찾.. 2024.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