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책방(소설181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세 가지 만트라 류시화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세 가지 만트라산 모퉁이를 돌자 만년설을 뒤집어쓴 설산 히말리아가 아이맥스 영화처럼 거대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그 아래 납작바위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요기(요가 수행자) 한 명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눈은 지그시 감겨 있고,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두 손은 허공중에 무드라(깨달음의 형상)를 그리며 정지해 있었다. 신비 그 자체였다. 거대한 바위에 돋을새김으로 박혀 있는 불상처럼 그렇게 요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허리까지 드리워진 긴 머리카락만이 이따금씩 바람에 흔들릴 뿐이었다. 요기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첫눈에 그의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동안 내가 찾아 헤매던 완벽한 스승이었다. 바로 그런 스승을 만나기 위해 나는 인도.. 2022. 5. 16.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 - 20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 어둠 속에서 나온 랭던과 소피는 비상계단을 향해 고요한 대화랑을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랭던은 어둠에서 조각 그림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이 미스터리는 아주 골치 아퍘다. '사법경찰의 반장이 내게 살인 협의를 씌우려 하고 있다.' 랭던은 속삭였다. "어쩌면 파슈가 바닥에 메시지를 적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소피는 돌아보지도 않았다."불가능 해요." 랭던은 어전히 미심쩍었다."반장이 나를 유죄로 만드는 데 아주 열심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어쩌면 내 이름을 바닥에 적어 놓으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피보나치 수열은요? 그리고 P. S.는? 다 빈치와 여신을 나타내는 모든 상징들은요? 그것은 분.. 2022. 5. 14.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 - 6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자크 소니에르의 핏기 없는 시신은 사진에서처럼 바닥에 누워 있었다. 랭던은 강한 조명 불빛에 눈을 가늘게 뜨고 시신 위로 몸을 숙였다. 기묘한 형태로 자기 몸을 배열하느라 삶의 마지막 몇 분을 써버렸을 소니에르가 다시금 놀라웠다. 소니에르는 제 나이에 맞는 노인으로 보였다. 모든 근육조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걸치고 있던 모든 옷가지들은 벗어서 마루 위에 단정하게 놓아두었다. 소니에르는 자기 등을 화랑의 긴 축과 정확히 일치시켜 폭 넓은 화랑 가운데에 누워 있었다. 팔과 다리는 날개를 활짝 펼친 독수리나 아이들이 만든 눈 천사처럼 바깥쪽으로 뻗어 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사지를 벌린 사람처럼 보였다. 총알이 살.. 2022. 5. 12. 정원 일의 즐거움 - 정원에서 보낸 시간 ·「 헤르만 헤세 - 정원 일의 즐거움」 아침 7시쯤 방을 나와 햇빛이 밝게 비치는 테라스로 걸어간다. 어느덧 다시 깨어난 태양이 무화과나무 그늘 사이로 비쳐든다. 거친 화강암으로 만든 난간에는 벌써 온기가 감돈다. 여기 나의 연장들이 놓여 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연장들은 모두 친숙해져 나와 다정한 동무가 되었다. --- 그건 채소밭을 가꿀 기대에 들떠 씨앗을 주문할 때 쓴 표식이지만 이미 필요 없어지고 오래된 것이다. 고대인들의 지혜와 성스러운 문헌들이 오늘날 구식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짓밣히고 이 쓰레기 더미처럼 비웃음을 당하는 것과 같다. 그래도 생각 있는 사람들, 한가한 사람들, 몽상가들, 정감 있는 사람들에겐 값진 것이다. 그렇다. 마치 바라보고 생각하노라면 기분을 안정시켜 주는 .. 2022. 5. 11.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술 통 (잠언시집) 류시화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술통 내가 죽으면술통 밑에 묻어 줘.운이 좋으면밑둥이 샐지도 몰라. (p99) - 모리야 센얀 (일본 선승 78세). 잠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위대한 영혼의 순간적인 대오각성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삶들 속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수많은 시행착오의 축척이다. 그러니까 잠언의 시대와 역사의 검증을 받고 살아남은 금강석과 같은 지혜이다. 잠언이 없는 시대, 잠언이 없는 문화는 불행하다. 더구나 잠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잠언을 거들떠 보지 않는 사회는 더 불행하다.이 시집에 실린 이름 없는 사람들은 시인으로서는 무명씨일 뿐,자신의 삶에서는 개인사를 당당하게 완성한 위대한 개인들이다.이들이 남긴 잠언시의 핵심은 우선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라는.. 2022. 4. 8.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를 보면서 (잠언시집) 「 류시화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때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텐데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때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아무도 없는 골목 모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혼자 후회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다. 나는 이 잠언 시집을 읽으면서 그날 흘린 나의 외로운 눈물을 위로받았다. 그리고 앞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당신은 이 시집을 통해 당신의 인생을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의 인생이 그 얼마나 위대한 것이며, 얼마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시집은 하루하루 상처받고 사는 우리들에게 주는 시인들의 크나큰 선물이다. 시를 .. 2022. 3. 26. 파피용 - 74. 별들의 자손 베르나르 베르베르 - 파피용 에야는 아드리엥의 집에서 자랐다. 아주 똑똑한 아이였다. 금방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을 배웠다. 뿐만 아니라 사냥, 요리, 천 짜기, 가축 돌보기, 집안일에도 능했다. 에야는 아버지와 함께 행성 탐사에도 나섰다. 그녀는 예전 지구에 대한 이야기에 굉장한 호기심을 보였다. 그녀는 특히 글쓰기를 좋아했다. 딱 한가지 문제라면, 난청인 탓에 단어를, 그중에서도 특히 이름을 제멋대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드리엥으로서는 아주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지옥이 뭐야?" "미안, 지옥은 원기둥 안에서 천국과 대치했던 도시의 이름이야. 그곳 사람들 역시 아주 냉혹하고 공격적이었다. 이것도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 그렇듯 에서는 모든 게 망가지고 있었어. 이브가 그.. 2022. 3. 25. 파피용 - 32. 증류 베르나르 베르베르 - 「파피용」 32. 증류 발사 후폭풍에 뒤이어 비상(飛上)의 시간이 왔다. 거대한 우주선이 가까스로 하늘로 떠올랐다. 후방 엔진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기둥들로 발사대 주변의 대기가 요동을 쳤다. 로켓이 대기권의 절반을 넘어서자 1단계 화학 연료 엔진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다. 이제 사람들을 가득 채운 거대한 타워 모양의 우주선이 괴력적인 소음을 내며 대기를 가르고 수직 상승을 계속했다. 대기권의 상층부에 가까이 다가가자 2단계 복부 부분의 엔진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다. 1.2단계 엔진들이 헌병대의 용접기에 손상을 입은 터라, 우주선이 무사히 기압을 견뎌 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브 크라매르는 엄청난 안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주선의 상승 속도가 서서히 떨어지더니 마침내 지구 .. 2022. 3. 23. 박수용-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4)/눈이 녹는 계절 박수용 -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눈이 녹는 계절 무전이 들어왔다. 마약 마을사람들이 제보를 해왔다. 앞발이 부러져 잘 걷지 못하는 호랑이 한 마리가 마약호수 인근을 떠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전파를 타고 울리는 소리가 습한 계곡의 메아리처럼 칼칼하다. 마약에 주둔하는 군부대가 떠올랐다. 군부대가 숲에 무인총을 깔 거라는 풍문은 지난 여름부터 있었다. 동시에 부표를 굴리며 놀던 설백과 천지백이 떠올랐다. 최근 이 해안지역에 나타난 호랑이는 이 남매뿐이다. 잠복지를 이탈하기로 마음 먹었다. 작은 배냥에 간단한 야영도구만 챙겨 산맥을 올랐다. 근력이 쇠약해져 금세 숨이 찼다. 허한 몸이 자꾸만 내려앉는다. 산을 세 개 넘자 마약호수가 내려다보였다. 냉랭한 초봄의 기운이 호수의 기운과 섞여 짙고 음울한 .. 2022. 3. 21. 박수용-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3)해변의 호랑이 가족 박수용 -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해변의 호랑이 가족 해변에 호랑이 발자국이 나 있다. 블러디 메리의 가족이 모두 모였다. 흔적이 보이지 않던 새끼 암컷도 돌아왔다. 그런데 네 마리가 아니라 다섯 마리다. 커다란 발자국이 새로 합류했다. 앞발 볼의 너비가 12.9센티미터. 왕대였다. 하쟈인이 블러디 메리의 가족과 함께 해변을 걸어간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시베리아호랑이가 이렇게 다섯 마리까지 모이는 일은 정말 드물다. 하지만 더 특별한 것은 왕대가 블러디 메리의 가족 속에 자연스럽게 섞였다는사실이다. 이것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하쟈인이 새끼호랑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고. 또 하나는 하쟈인과 새끼 수컷의 관계가 어떤 갈등의 흔적도 없이 원만하다는것이다. 새끼 수호랑이에게.. 2022. 3. 20. 파피용 - 25. 생명의 묘약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 파피용 긴장이 한층 고조되었다. 여러 국가 원수들이 나서서 이 프로젝트에 불쏘시게 역활을 하는 위험천만한 과대망상증 환자를 감옥에 집어넣으라고 요구했다. 그게 아니면 프로젝트라도 전면 중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하지만 사유 재산권을 고려할 때 강제로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센터 내부의 사진을 찍는 파파라치들과 스파이들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켓 제작 구역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원추형 엔진들이 정열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상 20미터 높이로 세워진 엔진의 크기를 볼 때 파피용 5 호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즈음 주 창고에서 폭탄 폭발로 인한 화제가 발생했다. .. 2022. 3. 18. 인생을 다시 산다면 (잠언시집) 류시화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이번 인생보다 더 우둔해지리라.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보라, 나는 시간 시간을, 하루 하루를의미있고 분별있게 살아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아, 나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러한 순간들 외에는 다른 의미없는시간들을 갖지.. 2022. 3. 17. 박수용-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2)/폭풍의 정령, 테무 박수용 -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폭풍의 정령, 테무 악수 같은 비를 맞으며 용의 등뼈를 기어올랐다. 강물 속을 걸어가듯 흠뻑 젓고 나니, 어느덧 장대비를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산맥 정상을 넘고 나사야 겨우 동굴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굿은 날씨라 동굴 속은 음침하다. 깊이는 4~5미터쯤, 작은 동굴은 아니지만 텐트를 치기에는 폭이 좁다. 배냥을 벗고 한숨을 돌렸다. 발로쟈 부부를 보니 물에 빠진 생쥐꼴이다. 다행히 동굴 안쪽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낙엽 안쪽에 큰 짐승이 누워있었던 자국이 어렴풋이 보인다. 황갈색 털도 떨어져 있다. 호랑이가 쉬어간 자리다. 우리보다 먼저 용위 등뼈를 올라간 왕대일까? 오소리 발자국도 보인다. 이 녀석도 우리처럼 여기서 쪼그리고 앉아 비를 피했겠구나.. 2022. 3. 16.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1) (소설) 제인 오스틴 - 「오만과 편견(삼성기획신서 10) 」 많은 재산을 모은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리라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진리이다. 이런 남자가 처음으로 이웃에 옮겨오게 되면, 그 사람의 기분이 어떻고 생각이 어떠한가를 동리 사람들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더라도, 이 진리는 주위 사람들 마음 속에 꽉 자리잡고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되어, 자기네 딸 중에 누군가가 그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어느 날 베네트 부인은 남편에게 이렇게 말을 건냈다. "여보, 네더필드 자택에 결국 사람을 들이기로 한 것 같은데 그 얘기를 들으셨어요?" 베네트 씨는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틀림없다는가 봐요. 롱 부인께서 방금 다녀가셨는데 그 말을 하시더군요." 부인도 맞받아.. 2022. 3. 14. 박수용-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1)/해골분지의 암호랑이 박수용 -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해골분지의 암호랑이 넓은 분지에 굴참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바닥에 누런 가랑잎과 굴참나무의 거무스름한 껍질, 마른 풀들과 주변의 갈대밭..... 호랑이의 보호색이 잘 발휘되는 장소다. 은신하고 사냥하기에 안성마츰이다. 봄철, 참나무의 마른 잎을 주워 먹으며 해안으로 내려오는 사슴들이 주로 이 숲에서 당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호랑이가 죽인 사슴의 두개골과 허연 뼈다귀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해가 맑고 바람이 잠잠한 날, 그 속에 들어가 있으면 마른 낙엽이 담요처럼 깔린 숲이 안락하니 나른해지고 금방 졸음이 쏟아진다. 잠이 들게 하는 분지다. 하지만 해변에 안개라도 몰려오는 날이면, 젖은 굴참나무의 칙칙한 껍질이며 곳곳에 널려 있는 사슴 뼈다귀와 두개골들이 어.. 2022. 3. 13. 최인호-영혼의 새벽/제 9 장 성야(聖夜) 최인호 - 「영혼의 새벽」 그는 캄캄한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성당 안은 한 줌의 빛도 새어들어오지 않는 완벽한 어둠이었다. 모든 신자들은 침묵하고 서 있었다. 어둠이 사람들에게서 소리를 앗아간 것일까.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함부로 내지 않고 정적 속에 서 있었다. 아내는 어둠 속에서 그의 옆구리를 가만히 찔렸다. 그는 아내가 내미는 초를 받아들었다. 부활초였다. 이 부활초는 이제 잠시 후면 시작될 '빛의 예식' 중에 신부가 들고 입장하는 부활 촛불로 인해 점화된 후 불활을 찬성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될 것이다. 어둠을 이기고 세상의 빛이 된 예수 그리스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축복의 의미로 성야(聖夜)를 밝히게 될 것이다. -- 이윽고 성당 밖에서부터 침묵 가운데 무슨 소리가.. 2022. 3. 10. '연금술사' 작가의 말 「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나는 젊은 시절 한동안 연금술에 깊이 빠져 있었다. 쇠를 금으로 변하게 하고,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할 수 있다니! 너무도 매혹적인 세계였다. 고백하자면, ‘불로장생의 묘약’ 쪽에 훨씬 마음이 끌렸다.그 무렵, 언젠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게서 사라져 버린 거란 생각은 내 젊은 영혼을 괴롭히고 있었다.신의 존재를 느끼고 받아들이기 전이었다.그랬으니 내 존재를 오래도록 연장시켜줄 수 있는 어떤 액체의 가능성은 나를 눈멀게 하기에 충분했다.나는 그 물질을 얻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마음먹었다.---리우 데 자네이루에는 오랫동안 '위대한 업'에 헌신해 온 두세 명이 있었지만, 그들은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실험실을 차려놓고 연금술사라 자칭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 2022. 3. 9. 무라카미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49~77) ·「무라카미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8월 14일, 일요일. 아침나절에 칼라 토머스(Carla Thomas)와 오티스레딩(Otis Redding)의 음악을 MD로 들으면서 1시간 15분간 달렸다.오후에는 체육관의 풀에서 1,300미터를 수영하고, 저녁에는 해변에 가서 수영을 했다.그 뒤에 하나레이 거리의 입구 근처에 있는 돌핀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시고, 생선 요리를 먹었다.'왈루(waiu)'라고 하는 흰 살 생선이었다. 숯불구이로 주문해서 간장을 쳐서 먹는다.생선에 곁들인 것은 야채 케밥. 커다란 샐러드가 따라 나왔다. .... 소설을 쓰자고 생각을 하게 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해낼 수 있다.1978년 4월 1일 오후 1시 반 전후였다.그날, 진구 구장의 외야석에서 나.. 2022. 1. 30. 무라카미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누가 믹 재거를 비웃을 수 있겠는가? ·「무라카미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오늘은 2005년 8월 5일, 금요일.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 북녘 해안, 날씨는 기가 막힐 정도로 말끔하게 개어 있다. 구름 한 점 없다. 지금으로서는 구름이라는 개념의 암시조차 없다. 이곳을 찾아온 것은 7월 말. 늘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 콘도를 빌려, 아침나절의 선선할 때에 책상에 앉아 일을 한다. 예를 들면 지금은 이 글을 쓰고 있다. 달리기에 관한 자유로운 문장이다. 여름이기 때문에 물론 덥다. 하와이는 흔히 사계절 내내 여름뿐인 상하常夏의 섬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어 사계절이 갖추어진 섬이다. 여름은 겨울보다는 (비교적) 덥다. 그러나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의 벽돌과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고문을 당하는 듯한 .. 2022. 1. 16.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서문 · 「무라카미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서문. 진정한 신사는 헤어진 여자와 이미 납부해버린 세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라고 하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말은 내가 방금 적당히 만들어낸 말이다. 미안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와 같은 말이 실제로 있다고 한다면, "건강법은 말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말 역시, 신사의 조건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확실히 진정한 신사는 자신의 건강법에 대해 여러 사람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떠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물론 누구나 알고 있듯이, 나는 진짜 신사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 일일이 마음에 두지도 않지만, 그래도 역시 이런 책을 쓰는 것은 어쩐지 멋쩍은 일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변명을 하는 것 같아서 송구스럽지만,.. 2022. 1. 12.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 '결코 물어 보려고 하지 말라' 메이브 하란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하지만 내가 정말 그 일을 모른 척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내가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건 그 일이 확실치 않다는 거야. 우린 언제나 서로 솔직하게 얘기해 왔지. 문제가 생기면 항상 의논을 했어. 나는 그가 정말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 또 그게 그가 그토록 화를 낸 이유인지 모르겠어. 모든 것이 확실하게 드러나면 훨씬 쉬워질텐데." "농담하는 거니? 절대로 그래선 안돼. 그러면 모든 것을 망치게 되고 말아. '결코 물어 보지 말라.' 우리 엄마가 부부문제에 대해 일찍이 해주신 유일한 충고야." "하지만 멜, 지금 이대로는 정말 끔찍해. 그건 우리 어머니들 세대에서나 통하는 말이었을 거야." 그 순간 멜은 지금 막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온 한 쌍의 .. 2021. 12. 17. 위대한 상인의 비밀 - 제 18 장 마침내 우리의 위대한 상인을 찾은 듯싶으이 오그 만디노 - 「위대한 상인의 비밀」 하피드는 쓸쓸한 궁전에서 두루마리를 받게 될 사람을 기다리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믿음직한 집사인 에라스무스를 벗 삼아 계절의 오고 가는 것을 지켜볼 뿐, 이제는 노쇠하여 그의 정원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 외에 별달리 할 일이 없었다. 그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상업왕국을 해체한 이후로 3년을 더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사막의 동쪽에서 마르고 초라한 낯선 사람이 나타나더니 다마스커스로 들어서서는 길을 따라 곧장 하피드의 궁전으로 향했다. 평소 예의범절의 전형이라고 할 에라스무스는 방문자가 '주인님과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몇 번이나 말하는데도 단호하게 대문을 막고 서 있었다. 그 낯선 사내의 행색은 문을 열어줄 만큼 신뢰를 주는 모습이 아니었다, .. 2021. 11. 22.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 오, 클로디아. 정말 대담하군! 메이브 하란 -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워드 부인, 전화가 왔는데요." 클로디아가 콘래드를 끌고 가버리자 브리트는 잠시 당황해서 아는 사람의 얼굴을 찾아보았다. 데이빗이 보이지 않는 데 실망한 그녀에게 누군가 말을 건넸다. "여피족들의 여왕인 당신이 이 애엄마들의 틈바구니에서 뭘 하고 있는 거요?"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하얀 테이블에 몸을 기댄 자세로 술을 들고 지나가는 웨이터들을 모조리 세우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젊고도 멋있어 보였다. "데이빗, 잔뜩 취했군요." "골치 아픈 일들을 잊으려고 마시는 거요. 당신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잖소." 브리트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지난 날과 다름없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만큼 매력이 .. 2021. 11. 5. 위대한 상인의 비밀 - 제 17 장 열번째 두루마리 오그 만디노 - 「위대한 상인의 비밀」 커다란 재앙이나 심적 고통을 받을 때조차 신을 찾지 않을 만큼 믿음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경험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운 일, 위험, 죽음 등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도 신을 찾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위급한 순간에 모든 피조물의 입으로부터 튀어나오는 그 본능적인 외침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사람의 눈앞에 갑자기 손을 들이대면 그는 눈을 깜빡인다. 무릎관절을 톡 때리면 다리가 위로 올라간다. 어둡고 음산한 곳에서 누군가와 마주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오, 하느님!'이라고 외친다. 지구 상에 사는 동물은, 인간을 포함해서 모두가 도움을 구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왜 이런 본능을 가지게 되었을까? 우리의 외침에 응답해주는 초인격적인 힘.. 2021. 10. 31.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 "어머닌 제 삶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메이브 하란 -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동부 서섹스 지방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 속을 달리며 어머니의 집으로 가는 동안 리즈는 가책과 긴장감이 스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이곳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 9월 하순의 가을볕에 황금빛으로 변색되기 시작한 나뭇잎들을 보니, 메트로 방송국은 마치 터무니없는 상상력이 지어낸 허구처럼 생각되었다. 이윽고 파이브 게이츠 농장으로 난 진입로에 들어서자 그녀는 속도를 늦춰 한때 그녀가 살던 집을 바라보았다. 파이브 게이츠 농장은 전형적인 엘리자베스 시대의 견고한 농장이었는데, 마치 햄프턴궁을 축소시켜 놓은 것처럼 탁한 핑크색의 벽돌에 정교한 암적색 무늬가 조각되어 있었다. 농장의 거대한 굴뚝은 오늘날이라면 감히 만들어볼 엄두조차 내지 .. 2021. 10. 27.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 그 황홀한 주말을 떠올리고는 가볍게 전율했다. 메이브 하란 -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브리트 월리엄즈는 시계를 보고 입 속으로 욕을 했다. 밤 열 시였다. 최소한 한 시간 정도는 더 일을 해야 했다. 자영업의 문제라면 만사를 자기 손으로 직접 뛰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다른 아무도 그 일을 도와주지 않는 것이다. 잠깐 동안 그녀는 자신의 텅 빈 아파트를 생각해 보았다. 여느 때라면 치약을 중간부터 눌려 짜거나 더러운 양말을 사방에 던져 버릴 사람이 없는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흐뭇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밤은 사정이 달랐다. 그건 아마도 오늘 아침에 잠을 깼을 때 남아 있는 숙취의 찌꺼기로 침울한 기분이 된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자신이 독신으로 지내며 자기 일에 매진하는 데 대한 위안이라면 지난밤 리즈가 충분히 제공해 주었다... 2021. 10. 24. 위대한 상인의 비밀 - 제 16 장 아홉번째 두루마리 오그 만디노 - 「위대한 상인의 비밀」 이제 나는 실천하리라. 내가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내 꿈은 무의미하고, 나의 계획은 쓰레기와 같으며, 나의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 아무리 정교하고 세밀한 지도가 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한 치의 땅도 얻을 수 없다. 아무리 공정하게 성문화된 법이 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단 한 건의 범죄도 예방할 수 없다. 내가 이런 두루마리를 가지고 있다해도 그것만으로는 한품의 돈을 벌 수도, 한 마디의 칭찬을 들을 수도 없다. 오로지 실천만이 지도와 법, 두루마리, 그리고 나의 꿈, 나의 계획, 나의 목표를 발화시켜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실천은 나의 성공에 영양을 공급하는 물과 음식인 셈이다. 이제 나는 실천하리라. 나를 뒤로 물러나게 했던 주저하는 행동들은 두려움에서 생.. 2021. 10. 21. · 메이브 하란-세상은 내게.. 3/ 비로소 그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메이브 하란 -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어디로 가십니까, 워드 부인?" 리즈의 운전수가 그루초 클럽의 문을 열고는 리즈와 브르트를 번쩍이는 자가 XJS 뒷자리에 올라타도록 거들어 주었다. "노팅 힐이예요. 짐. 내 친구가 차를 둔 곳까지 가야 하거든요." 브리트는 등을 기대고 좌석의 부드러운 크림색 가죽 시트를 쓰다 듬었다. 그녀는 그 냄새를 마셔보았다. 시트에서는 다른 차와는 다른 진짜 가죽 냄새가 풍겼다. 그녀는 어째서 이 모든 것을 가진 리즈가 행복해 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맙소사, 운전수가 딸린 자가용을 굴리는 직장 여성이 얼마나 된다고, "이 차, 참 좋구나. 이 차를 구하려고 힘들었겠지?" 리즈가 웃었다. "사실 난 XJS가 아니고 스테이션 웨건을 요청했지. .. 2021. 10. 18. 위대한 상인의 비밀 - 제 15 장 여덟번째 두루마리 오그 만디노 - 「위대한 상인의 비밀」 오늘 나는 나의 가치를 수백 배 증대시키리라. 사람의 손길로 뽕잎은 실크가 된다. 사람의 손길로 진흙은 성이 된다. 사람의 손길로 키프로스 나무는 신전이 되고, 또한 사람의 손길로 한 줌의 양털은 임금의 의복이 된다. 사람들이 뽕잎이나 진흙, 나무, 양털의 가치를 백배, 천배로 만들 수 있다면, 내 이름이 붙은 진흙을 팔아 나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일 역시 가능하지 않겠는가? 오늘 나는 나의 가치를 수백 배 증대시키리라. 나는 세 가지 운명 중 하나와 직면하게 될 밀알이다. 밀알은 부대에 담겨 외양간의 돼지 먹이가 될 수 있다. 가루로 빻아져 빵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땅에 뿌려져 황금빛 이삭으로 자라나 수천 개의 낱알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밀알과는 한.. 2021. 10. 12. 위대한 상인의 비밀 - 제 14 장. 일곱번째 두루마리 오그 만디노 - 「위대한 상인의 비밀」 나는 웃으면서 세상을 살리라. 웃을 수 있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들판의 짐승들은 고통과 배고픔으로 울부짖을 수 있지만, 웃을 줄은 모른다. 오직 인간만이 웃을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고, 또한 원한다면 의도적으로 웃음을 사용할 수 있다. 이제부터 나는 웃는 습관을 들일 것이다. 웃으면 소화력이 증진된다. 웃으면 내 어깨의 짐이 덜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웃으면 나는 더 오래 살 것이다. 웃음이야말로 장수의 비결이고, 이제 나는 웃고 삶으로써 장수하리라. 나는 웃으면서 세상을 살리라. 무엇보다도 일이 심각하게 느껴질 때 나는 웃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때처럼 인간이 우습게 보일 때도 드물기 때문이다. 나는 절대 감정의 유희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비록 .. 2021. 10. 7.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