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책방(소설266 대화의 A. B. C. 1. 말할 때는 온 몸으로 표현하라 말하기와 듣기는 모두 직접 마주하고 주고받는 것이다. 때문에 온몸으로 표현해야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대화를 할 때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으면 억지로라도 명랑하게 행동하고 웃는 표정을 짓게되면 분위기가 한결 좋아진다. 대화는 꼭 말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웃는 얼굴과 무뚝뚝한 얼굴 아무리 말이 유창해도 얼굴 표정이 어둡거나 밝지 못하면 상대방은 경계심을 갖게 마련이다. 밝은 표정은 상대방과 내 마음까지 환하게 밝혀준다 3. 대화의 기본은 눈을 마주보기 대화를 할 때 시선을 돌리면 상대방은 당황하게 되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상대방을 보며 시선을 마주쳐야 마음이 통하고 이야기에 신명이 붙는다. 서로 다른 곳을 보면 대화 분위기가 서먹.. 2023. 3. 15. 일은 어떻게 하고 긴 여행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나만 위로할 것/김동영 나만 위로할 것 - 김동영 / 달 2010. 10. 08. 일은 어떻게 하고 긴 여행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일은 하지 않아요. 그만뒀어요. 여행 중이에요."아저씨는 조금 감탄하는 듯하더니, 여행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듯 눈을 슬며시 감았다 떴다. "용기가 대단하네. 내가 자네 나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탠데." 난 침을 삼키고 말했다."용기는요. 그저 어느 날 일자리가 없어져서 시작한 여행일 뿐이에요. 사실 저는 언제나 불안하거든요. 제가 하는 일은 거의 걔약직이거나 프리랜서라 자주 이렇게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져요. 이번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제 33살이니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떠돌아다니기만 해도 괜찮은지 잘 모르겠어요. 하.. 2023. 1. 19. 박수용-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에필로그 「박수용 -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230101-090308] 세빙(細氷) 봄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지랑이를 쫓아 진달래가 피어나더니 물결을 따라 다시 강아지풀이 솟아올랐다. 싹은 대지를 초록으로 물들었으며 꽃은 이슬을 머금고 피었다가 소나기에 젖어 떨어졌다. 여름은 습하고 뜨거웠다. 차가운 대지에 앞발을 가지런히 세우고 앉은 맹수가 푹신한 꼬리를 돌려 시린 발등을 덮듯이, 숲은 따스한 낙엽으로 겨울 잠자리를 마련했다. 자작나무와 백양나무는 햐얀 피부의 제일 바깥 껍질을 건조시켜 외투로 삼았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이미 입은 향기로운 거북등 외투를 더 붉고 두툼하게 부풀려 겨울을 맞았다. 바짝 얼어붙은 키에프카 강은 눈이 쌓인 체로 구불구불 흘러갔다. 그 위를 가로질러 선명한 매화발자국이 건너갔다. 눈.. 2023. 1. 4. 루 ru - 우리는 자꾸 베트남을 짊어진 여인들을 잊는다 ·「킴 투이 - 루」 학교에서 역사를 필수 과목으로 듣는 것 때문에 불평하던 친구들이 기억난다. 아직 어렸던 우리는 역사 수업이 평화로운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각자 매일매일 살아남느라 너무 바빠서 집단의 역사를 쓸 시간이 없다. 얼어붙은 넓은 호수들이 장엄한 고요 속에 펼쳐지고, 단조로울 정도의 평온한 일상이 매일매일 이어지고, 풍선과 색종이 조각과 초콜릿으로 사랑을 기념하는 그런 곳에 살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도 메콩강 삼각주의 내 증조부 무덤 가까이에서 만난 늙은 여인을 눈여겨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늙었고, 너무 많이 늙어서 이마에 맺힌 땀이 마치 땅의 고랑을 적시는 실개천처럼 주름살 사이로 흘러내렸다. 등이 굽었고, 너무 .. 2022. 12. 28. 루 ru - 100개의 얼굴을 지닌 괴물 ·「킴 투이 - 루」 라츠지아 연안에서 한밤중에 닻을 올리기 전까지는 배 안의 사람들 대부분에게 한 가지 두려움밖에 없었다.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이 두려웠고, 그래서 탈출을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배가 똑같은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로 나온 뒤로 두려움은 100개의 얼굴을 지닌 괴물로 변했다. 그 괴물이 우리의 다리에 톱질을 했고, 다리를 뻗지 못해 근육이 뻣뻣해진 것조차 느끼지 못하게 했다. 두려움에 짓눌린 우리는 두려움에 갇혀 굳어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머리에 옴이 가득한 아기의 오줌이 얼굴로 날아와도 눈을 감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토사물 앞에서도 코를 움켜쥐지 않았다. 누군가의 어깨, 누군가의 다리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고 각자의 두려움에 포로가 되어 굳어버린 채 우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2022. 12. 26. 루ru - 나의 삶은 어머니의 삶이었다, 그 바다를 건너기 전까지 ·「킴 투이 - 루」 나는 원숭이해가 시작되던 구정 대공세 동안에, 집앞에 줄줄이 걸어놓은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경기관총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울려 퍼지던 때에 태어났다. 내가 세상에 온 날 사이공의 땅은 폭죽 잔해들로 붉게 물들었다. 버찌 꽃잎처럼 붉은빛이었고, 둘로 갈라진 베트남 도시와 마을에 흩뿌려진 200만 병사의 피처럼 붉은빛이었다. 나는 불꽃이 터지고 빛줄기가 화환처럼 펼쳐지고 로켓과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환한 하늘의 그림자에서 태어났다. 나의 탄생은 사라진 다른 생명들을 대신하는 임무를 지녔고, 나의 삶은 어머니의 삶을 이어갈 의무를 지녔다. 이름은 응우옌 안 띤Nguyễn An Tịnh이고, 어머니의 이름은 철자 부호만 하나 다른 응우옌 안띤Nguyễn An Tĩnh이다. 내 이름은 어머니 .. 2022. 12. 24. 지구별 여행자 - 새점 치는 남자 「 류시화 - 지구별 여행자」 새점 치는 남자 태양이 눈부신 날이었다. 나는 캘거타에 있는 구세군회관 여인숙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싸구려 여인숙 안이 너무 어두워, 햇빛 찬란한 바깥세상이 오히려 구세군이었다. 사원 지붕의 늦잠 잔 원숭이가 합장하며 인사를 하고, 노천에서의 배고픈 명상을 끝낸 탁발승이 반갑게 손짓하며 나를 맞았다 땅콩 파는 남자는 내일을 기약하며 공짜로 한 줌 건네주고, 아침부터 소똥 밟은 서양인 여행자는 성스런 소똥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망연자실 서 있었다 나는 장발을 휘날리며 강으로 걸어갔다. 강에 세워진 커다란 다리 위에는 새점 치는 남자가 가부좌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이마에 흰색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붉은색으로 지혜의 눈을 그려 넣은 중년의 바라문이었다 그는 .. 2022. 12. 10. 보이지 않는 축적 / 오늘도 자람 - 이자람 오늘도 자람 - 이자람 / 창비 2022. 04. 15. 보이지 않는 축척을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히 쌓이는 것의 힘, 그것의 강함과 무서움을 안다. 보이지 않는 축적은 오늘 내가 순간적으로 꾹 참은 콜라 같은 것이다. 진짜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내 몸을 연습 방에 쑤셔 넣은 딱 한 시간 같은 것이다. 건너뛰고 싶었지만 결국 잘 차려 먹은 한 끼의 식사다. 미운 말이 튀어나올 뻔했는데 그냥 따뜻한 말로 바꿔 건네고 끊은 엄마와의 전화다. 무심코 지나치고 싶었는데 자꾸 눈에 밟히는 어느 강아지 보호소에 보낸 후원금이다. 갑자기 생긴 좋은 식재료를 좋아하는 친구와 나누자니 재료 양도 애매하고 집도 좀 멀지만 '뭐 그래도 이참에 다녀오지'하고 나서는 걸음이다. 진짜 움직이기 싫지만 눈 꼭 감고 펴는 .. 2022. 11. 28. 지구별 여행자 - 해마다 날짜가 바뀌는 축제 류시화 - 「지구별 여행자」 해마다 날짜가 바뀌는 축제 힌두 사원의 분주한 푸자(종교 의식)소리와 함께 봄이 찾아오자, 겨우내 피었던 유채꽃들은 노란색이 짙어졌다. 해는 하루가 다르게 열기를 더해 가서, 마침내 유채꽃들에게서 싱싱한 영혼을 거두어 가버렸다. 그리고는 이내 우기가 찾아와 인도 대륙은 마치 거대한 방주처럼 물위에 떠다녔다. 그 배 안에서 색색의 사리를 입은 5억의 인도 여인들과 도티를 걸친 5억의 인도 남자들이 비에 흠뻑 젖었다. 사원의 종소리도 둔탁해지고, 연필 깎을 때 나는 냄새 같은 백단향 연기는 장대비 때문에 지붕을 넘지 못했다. * 백단향(인도에만 있는 독특한 향의 희귀목) 사원 지붕의 원숭이들은 몽키 템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비를 피해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코코넛 피리 부는 사.. 2022. 11. 2. 야마다 에이미 - 120% COOOL / 신문 「야마다 에이미 - 120% COOOL」 남자와 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거짓말이 사랑에 도움이 될까. 현명한 사람은 상대방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수도 있다고 한다. 과연 정말로 그럴까. 나의 경우를 보면 거짓말은 파국을 막기 위한 일시적인 땜질에 지나지 않는다. 즉 언젠가는 그 둑은 무너져서 관계는 모래흙에 파묻히게 되고 두 사람은 물에 빠져 숨이 막혀 버리게 될 것이란 말이다. 거짓말이 내 사랑을 원만하게 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이 생겨서 두 사람 사이 여기저기 군데군데에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지워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이다. 거짓말을 존재하지 않기 위해서는 묻지 .. 2022. 10. 13. 테시마 유로 -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 / 예화로 배우는 비즈니스 지혜(3) 「테시마 유로 -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 유대인의 사업 발상 : 넓게, 얕게, 많이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가로 제공하여 한 건당 이익을 최대한 높이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 전체가 고도의 경제 성장을보이고 있을 때만 가능하며 불경기 또는 경기 침체 현상이 계속될 때는 실행하기 힘들다.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사실이다. 경기가 활황이든 불황이든 많은 이익을 낼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음의 이야기는 그에 관한 단서를 제공한다. 미국의 영화 산업이나 매스컵, 금융업 등은 유대인이 주름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업들에서 유대인들은 고객에게 비싼 가격을 제시하여 부를 축적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박리다매(薄利多賣)의 전략으로 어떻게 많.. 2022. 10. 12. 나무 - 황혼의 반란 「베르나르 베르베르 - 나무」 '그들일까요?' 초인종이 딩동댕 하고 울렸다. 할아버지 프레드와 할머니 뤼세트는 겁에 질린 동물처럼 바닥에 웅숭그리고 있었다.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우리 자식들은 절대로 그들이 오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요.' '벌써 3주 전부터 세누와 나누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어요. 사람들 얘기가 자식들이 소식을 끊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으면 그들이 온다던데.' 두 노인은 조심스럽게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닭장처럼 철망을 쳐놓은 대형 버스가 보였다. 바로 그 악명 높은 의 버스였다. 그 행정기관의 약자 CDPD, 그리고 흔들의자와 리모컨과 카밀레 꽃을 나타낸 로고가 차체에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분홍색 제복을 입은 대원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그들 중의 한 사람은 반항하.. 2022. 10. 9. 장영 - 자유로 가는 인생 / 제2장 우리 이웃들의 모습은? 장영 - 「자유로 가는 인생」 30대 맞벌이 부부의 인생. 아이가 태어나 학교에 갑니다. 부모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게 된것을 기뻐합니다. 아이는 졸업을 하고, 또는 대학원에 들어가 예정된 수순에 따라 걷습니다. 즉, 아이는 직장이나 직업을 찾아 안정된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약간의 돈을 손에 쥡니다. 그 돈으로 전샛집을 얻고, 또 자동차도 장만합니다. 그러면 이제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합니다. 특별한 사람을 만나 눈에서 불꽃이 튀고,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합니다. 한 동안은 삶이 행복과 축복으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둘이 살아도 비용은 같기 때문입니다. 맞벌이 부부이므로 수입은 두 배가 되고 지불할 임대료는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약간의 돈을 저축해 자신의 집을 장만하려 합니다. 저축한.. 2022. 9. 5. 작은이야기 2 - 싸움의 가치 정채봉. 류시화 - 「작은 이야기 2」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기자 생활한 것이 인연이었다. 작가 한 분에게 원고를 청탁 하러 찾아다니면서 몇 번이나 허탕을 쳤다. 더구나 교통수단이라고는 걷는 것 밖에 없던 부산 피난 시절이었다. 울상이 되어 거의 단념하려 할 때 탈고를 했노라며 전달식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고급 레스토랑에 불려가 양식을 먹으면서 작가가 묻는 대로 띄엄띄엄 신세타령을 했다. 영어 실력이 모자라 고민이라는 고백도 했다. 그러자 그 작가가 말했다. "그래? 내 집에 매일 오라구. 개인 지도를 해줄 테니." 나는 구세주를 만난 듯이 고마워서 시키는 대로 했다. 작가는 독신으로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자취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한 자라도 더 배우려고 매일 저녁 찾아가서는 .. 2022. 9. 2. 지구별 여행자 - 구루지와 꽃목걸이 류시화 - 「지구별 여행자」 구루지와 꽃목걸이람 샤란 구루지는 만날 때마다 내게 신선한 풀 말라(꽃목걸이) 하나씩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언제나 “예스, 시화!” 하고 나를 맞았다. 처음에는 그것이 약간 어색했다. 그는 내가 무엇을 물어도, 심지어 짜이 한 잔을 마시자고 청해도, 늘 '예스, 시화!'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다. 나이를 먹으면서부터는 내가 가진 슬픔, 어두운 면, 열등감, 비관적인 것들을 모두 배낭 속에 넣어 두곤 했다. 그것들은 밖으로 내보이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낭을 등에 메고 다녔다. 대개 그것들은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배낭 속에 잘 들어가 있었지만, 때로는 격렬한 감정이 되어 바깥으로 튀어나오곤 했다. 내가 .. 2022. 8. 16. 잭 앤더슨-음모/18 같은 월요일 저녁 로스앤젤레스 서부 지역에 있는 캐빈의 아파트에서 8Km도 안 떨어진 곳에 있는 엘리너와 존 우즈 부부의 브랜트우드 저택에는 침실에서 약간 떨어진 수영장의 바닥에 켜 놓은 불빛만이 물결을 따라 일렁이고 있었다. 그 시각에 엘리너와 존이 주로 접촉동작을 통해 벌이고 있던 일에는 그 정도의 불빛만으로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인근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저택처럼 이 저택도 옛날 소유주가 개조하고 확장한 부분이 더러 있는데 주인 부부의 침실 바로 바깥에 있는 수영장도 이렇게 덧붙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수영장은 사람의 시선이 미치기 어려운 곳에 위치를 정했기 때문에 커튼만 치면 은밀한 사생활이 노출될 걱정이 없었다. 존 우즈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뿜어나오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벌렁 드러누웠다.. 2022. 8. 2. 잭 앤더슨-음모/14 비밀보장이 거의 안 되는 워싱턴에서 5년을 지낸 후 페레즈는 한 가지 신념을 굳게 지니고 있었다. 그는 아침 햇빛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의 둥근 지붕인 돔을 보면 아직도 영감을 자극한다고 생각했다. 이 돔은 정부가 국민의 의사에 종속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가장 광범위하게 노력한 역사적 시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가 매일 출근하여 일하는 국회의사당은 자기 권력의 후광 속에 완전히 파묻혀 있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 이후 백악관은 미국 최고 통치자의 관저가 되어 왔다. 몰 거리는 낮이 되면 관광객들로 붐볐다. 페레즈는 경외감을 품고 처음 본 순간부터 거대한 링컨기념관의 명상에 잠긴 듯한 정적을 존경했으며 달빛을 반사하는 제퍼슨기념관의 아름다운 회색 건물을 보고 감탄을 .. 2022. 8. 1. 코카시아의 백묵원 - 3/2 북쪽 산속으로의 도주 베르톨트 브레히트 - 「코카시아의 백묵원」 젊은 숙녀. 게다가 위험한 도둑이오. 이 여자가 우릴 죽이려 했어요. 경찰에 넘겨야 할 사건이에요. 벌써 편두통이 닥쳐오는군. 오, 하느님. 하인. 이런 때에 경찰은 없어요. (그루쉐에게) 짐을 챙겨요, 아주머니. 그리고 냉큼 사라져요. 그루쉐. (화를 내며 아이를 안는다) 형편없는 인간들! 사람들이 나타나 이들의 머리를 잘라 벽에다 못질해 걸어야 되겠어! 하인. (그녀를 밀쳐낸다) 주둥이 닥쳐, 그러지 않으면 노인장에게 데리고 갈 거야. 그 양반은 엄하셔. 늙은 숙녀. (젊은 숙녀에게) 그 여자가 뭘 훔쳐가지나 않았는지 살펴보게나! 숙녀들이 오른쪽에서 무엇이 없어졌을까 봐 열심히 살펴보는 동안에 왼편에서는 하인과 그루쉐가 대문을 나선다. 그루쉐가 어느 농가 앞.. 2022. 7. 30. 코카시아의 백묵원 - 3/1 북쪽 산속으로의 도주 베르톨트 브레히트 - 「코카시아의 백묵원」 가수. 그루쉐 바흐낫체는 도시를 떠나 그루시아의 군사도로를 따라 걷고 북쪽 산속으로 이르는 길을 걸르며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우유를 사먹이기도 했고. 악사들. 이 인간적인 여자가 어떻게 피를 쫓는 개들과 덫놓는 사람들을 벗어날까? 인적이 없는 산속으로 걷고 그루시아의 한길을 걷고 걸으며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우유를 사먹이기도 했지. 그루쉐 바흐낫체가 걸어간다. 아이를 자루에 넣어 업고 한 손에는 보따리를, 다른 손에는 커다란 지팡이를 짚고서. 한 농부의 오두막이 나타난다. 그루쉐. (아이에게) 점심시간이니까 사람들은 식사를 하겠구나. 우린 긴장한 채 풀밭에나 앉아 있자꾸나. 착한 그루쉐가 우유 한 주전자를 구해올 때까지. (그녀는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 2022. 7. 28. 코카시아의 백묵원 - 1. 골짜기 쟁취를 위한 논쟁. 베르톨트 브레히트 - 「코카시아의 백묵원」 가수가 들러선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여자농부(우). 당신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당신의 노래에 관해 저는 이미 학교 다닐 적에 들었지요. 가수. 이번에는 노래를 곁들인 연극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집단 농장의 모든 동지들이 함께 연기하지요. 우리가 옛날의 마스크를 가져왔답니다. 노인(우). 이건 오랜 전설들 중의 하나일 테죠? 가수. 아주 오래 된 전설이오. 이건 '백묵원(白墨圓)'이라 불리는데 중국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물론 이 전설을 바꾸어 연기하는 것이지요. 유라, 마스크를 한번 보여드리려무나! 동지 여러분, 어려운 논쟁 다음에 여러분이 유쾌하게 환담하시는 건 우리에게 영광입니다. 옛 시인의 목소리가 소비에트의 트랙터 뒤에서도 그대로 울려 나온다고 여러분께서.. 2022. 7. 27. 여행자를 위한 서시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류시화/열림원 1997. 05. 10.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 2022. 7. 14. 야마다 에이미-120%COOOL/그녀의 등식 야마다 에이미 - 「120%COOOL 」 '이 집의 광어회는 정말 맛있다.' 하고 하루미(春美)는 생각한다. '여기에다 옆에 있는 남자가 히라타(平田) 과장만 아니면 최곤데'라고 소리 내서 말할 뻔했으나 물론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왜냐 하면 그녀에게는 이런 세련된 음식을 먹는 금전적인 여유 같은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월급은 몽땅 요시미츠(芳光)와의 생활비에 날라가 버린다. 그는 아직도 빛을 못 본 만화가이므로 그와 살려면 그녀의 돈을 쓸 수밖에 없다. '내가 반했으니 어쩌겠어.'하고 그녀는 상당히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가난한 남자와 같이 살다 보니 괜히 어두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런 때는 맛있는 걸 먹는 게 최고야.'하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오늘 밤 히.. 2022. 7. 10. 베르나르 베르베르-나무/말없는 친구(하) (단편집)베르나르 베르베르 - 「나무」 3주일 후, 두 경찰관이 마리 나타샤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녀의 손목에는 크롬강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사복형사에게 물었다. "여기에서 뭘 하려는 거죠?" "시체를 발견한 곳이 여기야. 이 여자는 의 일원이었고 동료 두 명을 살해했다는 협의를 받고 있어. 여기에 그 혐의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있지 않을까 해서 온 거야." 마리 나타샤는 두 경찰관을 경멸하듯이 아래위로 훑어 보았다. "나는 죄가 없어요." "다이아몬드를 훔친 건 죄가 아니야? 훔치려면 다른 걸 훔쳐야지. 다이아몬드는 목록이 작성되기 때문에 훔쳐 봐야 되팔지를 못해. 그런데 여자들은 왜 그렇게 다이아몬드에 홀리는 거지? 여자와 다이아몬드의 관계를 연구해 보면 재미있을 거야. 안 그.. 2022. 7. 4. 폴 오스터 - 달의 궁전 폴 오스터 - 「달의 궁전」 내 가족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그리 많지 않다. 등장 인물도 많지 않았고, 그들 중 대부분은 이 세상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열한 살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아버지는 처음부터 아예 없었으므로 어머니와 나, 단 둘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곧 어머니마저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보스턴의 어느 거리에서 빙판에 미끄러진 버스에 치인 것이었다. 어머니가 처녀 때의 성을 계속 썼다는 사실로 보아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 내가 사생아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린아이였던 나로서는 그런 일에 대해서 물어 볼 생각 따윈 떠오르지도 않았다. 나는 마르코 포그였고, 어머니는 에밀리 포그, 그리고 시카고에 있는 외.. 2022. 7. 2. 빈자의 행복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류시화/열림원 1997. 05. 10. 빈자의 행복차루는 허풍쟁이였다. 걸핏하면 허풍을 떨었다. 그리고 말끝마다 "노 프라블럼!"을 외쳤다. 차루는 키가 작고 못생겼다. 그는 내가 묵고 있는 남인도 마드라스의 호텔 앞에서 아침마다 릭샤(바퀴 셋 달린 택시)를 받쳐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내가 호텔 문을 나서면 차루는 운전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도 다른 릭샤꾼들을 제치고 재빨리 달려왔다. 그리고는 날 모시고 다니려고 이른 새벽부터 대기하고 있었다고 허풍을 떨었다. 처음 차루의 릭샤를 탔을 때 연신 기침을 해대는 것이 안돼 보여 약 사먹으라고 차비를 더 얹어준 적이 있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그날부터 차루는 아예 나를 자기 주인으로 모시기로 작정한듯 어딜가나 따라다.. 2022. 6. 30. 하퍼 리-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오빠는 집 밑에 기어 들어가서는 노란색 대나무 막대를 하나 가지고 나왔다. "이 정도 길이라면 인도에서 닿지 않을까?" "그 집에 가서 손을 댈 만큼 용감한 사람이라면 낚시대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텐데. 그냥 앞문으로 가서 노크를 하는게 어때?" 내가 말하자 도리어 오빠가 큰소리를 쳤다. " 이- 이건- 다르단 말이야.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어?" 딜이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것을 오빠에게 주었다. 우리 셋은 조심스럽게 그 낡은 집을 향해 걸어갔다. 딜은 마당 앞 모퉁이에 있는 전봇대에 남아있었고, 오빠랑 나는 그 집 옆과 평행으로 나 있는 인도 아래로 다가갔다. 나는 오빠 뒷쪽으로 걸어가서는 커브 길을 볼 수 있는 곳에 서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림.. 2022. 6. 29. 무라카미 하루키-해변의 카프카/(상) 무라카미 하루키 - 「해변의 카프카 」 까마귀 소년은 한숨을 한 번 쉬고 나서 손가락 끝으로 양쪽 눈꺼풀을 누른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그 어둠 속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늘 하던 게임을 하자." 라고 그는 말한다. "좋아." 하고 나는 말한다. 나도 그와 같이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크게 쉰다. "내 말 잘 들어, 엄청나게 지독한 모래 폭풍을 상상해 봐." 하고 그가 말한다. "다른 모든 일은 모두 깡그리 잊어버리고 말야." 그가 시키는 대로, 엄청나게 지독한 모래 폭풍을 상상한다. 다른 일은 모두 완전히 잊어버린다. 내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내 속은 텅빈 것 같다. 모래 폭풍이 곧 머리에 떠오른다. 늘 그랬듯이 나와 까마귀 소년은 아버지 서재의 낡은 가죽 소파 위에서 그 모래 폭.. 2022. 6. 28. 베르나르 베르베르-나무/말없는 친구(상) (단편집)베르나르 베르베르 - 「나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내 생각도 뭉게뭉게 솟아난다. 나는 너를 잊어 본 적이 없다. 너는 내 기억의 가장 깊숙한 곳에 간직되어 있다.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세 여자가 저마다 검은 가죽을 입힌 바이올린 케이스를 손에 들고 건물 앞에 모였다. 한 여자는 갈색 머리, 또 한 여자는 금발, 나머지 한 여자는 적갈색 머리다. 계제가 계제인지라 그녀들은 옆이 트인 검은 새틴 드레스 차림에 굽 높은 벨벳 구두를 신고 있었다. 적갈색 머리 샤롤로트가 바이올린 케이스에 올려놓은 손을 꼭 쥐면서 말했다. "긴장돼. 너무 떨면 안 되는데" 갈색 머리 아나이스는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나도 너무 긴장돼, 이러다 우리 실패하면 어떡하지?" 금발의 마리 냐타샤는 손.. 2022. 6. 27.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빈배 류시화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빈배작은 배를 타고 그를 만나러 가곤 했다. 그는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에 지붕이 있는 배 한 척을 띄워놓고 그 위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모우니 사두, 곧 침묵의 성자였다. 여행자들이 갖다 주는 음식으로 생활하면서 그는 그렇게 30년이 넘도록 침묵 수행 중이었다. 배를 노 저어 그의 배로 가면 일렁이는 물결 위에 긴 머리를 한 그가 앉아 있었다. 그는 말없이 내 눈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시선이 내 영혼 구석구석 파고들어서 어떤 때는 똑바로 그를 쳐다보고 앉아 있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그렇게 연인처럼 몇 시간이나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어떤 사람의 눈을 그토록 오랫동안 바라보고 앉아 있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의 눈을 바라보고 앉아 있으.. 2022. 6. 23. 야마다 에이미-120% COOOL 야마다 에이미 - 「120% COOOL」 그 방에서 남자와 육체를 이으려고 하면 장소는 네 군데에 한정된다. 우선 가장 타당한 곳은 침대. 그러나 폭이 겨우 3피트가 될까 말꺼한 침대 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집이 큰 남자라면 더더욱 그렇고, 떨어지는 땀이 흘려갈 수 있는 강도 만들 수 없는 침대, 정말은 이불의 주름이 지류를 만들고 두 사람의 열정이 그것을 따라가야 되는데, 이래 가지고는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된다. 그러나 이 침대에도 조금은 장점이 있다. 즉 비좁다는 점이다.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되는 침대는 마치 구속의를 입고 하는 섹스처럼 두 사람을 흥분시키기도 한다. 두번째는 폭포처럼 뜨거운 물이 나오는 것만이 특기인 욕실, 활짝 틀어 놓고 남자와 껴안고.. 2022. 6. 15. 이전 1 2 3 4 5 6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