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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181

노자와 21세기 1 - 지식과 삶의 화해/2 「도올(김용옥) - 노자와 21세기 1」 인생을 사는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무엇일까? 孟子(멍쯔)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좋아하는 것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들었다. 食과 色! 그것은 참으로 천하의 명언이다[食色, 性也 「告子」]. 사람이 일상적으로 사는데 '맛있게 먹는 것,' 참 그것 이상으로 재미있는 것은 없다. 하루하루의 일과 중에서 단 한번이라도 정말 맛있는 것을 먹어 보았으면 ! 요새같이 퇴폐적인 외식 문화의 허식 속에서 어쩌다 정말 정성스럽고 특이한,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나면 정말 한번 먹고 꼴깍 숨이 넘어가도 유감이 없을 정도로 우리는 쾌락을 만끽하게 된다. 음식의 묘미는 청결과 소재의 신선함과 조미의 프레이그런스(fragrance, 香), 삼위일체(三位一體)의 예술이다. 그.. 2008. 2. 3.
· 확고한 목표를 가지면 의욕이 생긴다. 「헨리 G. 브라운 - 매력적인 여성의 에티켓」 [210124-135135] 확고한 목표를 가지면 의욕이 생긴다. 길을 걸을 때 빨리 가려고 하면 앞에 가는 사람을 앞질려야 한다. 어느 곳이든 가려고 하는 목적지를 정해놓고 걸으면 더 빨리 그리고 지름길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목적이 없이 걷는 사람은 그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주위가 산만하여 좌우를 기웃거린다. 그러나 가려고 하는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은 결코 한 눈을 팔지 않는다. 사람은 목표를 정하게 되면 의욕이 생겨난다. 목표는 자기에게 알맞게 정해야 한다. 너무 높거나, 크거나, 너무 기간이 짧거나 혹은 너무 양이 많거나 하면, 한계를 느끼고 노력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목표에서 거리가 너무 멀어지는 경우에도 중도에 포기해 버리게 된다.. 2008. 1. 3.
· 두려움을 의욕으로 승화시키라. 「헨리 G. 브라운 - 매력적인 여성의 에티켓」 [210124-122835] 그대의 실수로 주위로부터 비웃음을 받개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대가 남에게 신뢰할 수 없는 여성으로 인식됨을 두려워 하라. 두려움을 의욕으로 승화시키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삶이란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로부터 순간순간 다가와 물거품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두려움이란 인간의 의욕을 억제시키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두려움 속에서는 결코 어떠한 개인의 창의력도 행복의 꽃도 피울 수가 없다. 만약 그대가 그대의 삶에 두려움을 갖는다면 먼저 그 두려움을 없앨 수 잇는 방법을 모색하라. 두려움을 다른 감정으로 승화시켜보는 것이다. 그대가 갖고 있는 두려움이 오히려 그대의 삶을 도울 수 있.. 2008. 1. 2.
노자와 21세기 - 방송문화의 한 전기를 위하여(1) 「도올(김용옥) - 노자와 21세기 1」 요즈음 내 마음은 백담의 푸른 물처럼 맑다. 세상 일을 다 놓아버려 집착하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환자도 보지 않고, 대학강단에 서지도 않고, 외유(外遊)도 삼가고 오로지 집안구석에 쑤셔박혀 사랑하는 책들을 벗삼아 이리뒹굴 저리 뒹굴, 인간의 생각의 여로를 탐색하는 재미로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 수 있는 삶은 물론 나 자신의 어려운 노력으로 얻은 것이기는 하지만, 하여튼 고맙기 이를 데 없고, 또 송구스러운 느낌도 든다. 이렇게 한가로운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과,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내 자신의 새로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다. 그런데 글로 옮긴다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 2007. 12. 30.
존 러벅-성찰/늘 아름다움과 은총을 본다. 「존 러벅 - 성찰」 항상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에덴동산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수 많은 불평거리를 찾아냈을 것이다. 어딜 가더라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둘러싼 주위 환경에서 늘 아름다움과 은총을 본다. - 존 러벅의《성찰》중에서 - 2007. 12. 7.
조엘 오스틴-잘되는 나/그 문을 완전히 닫아야 새로운 문이 열린다. 「조엘 오스틴 - 잘되는 나」 오래 전에 입구가 이중문으로 된 정부 건물에 들어간 적이 있다. 두 문 사이의 거리가 4미터가 조금 넘는 자동문이었는데, 보안상 이유로 첫 번째 문이 완전히 닫힌 후에야 다음 문이 열렸다. 첫 번째 문틈에 서 있는 한, 두 번째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우리 인생도 비슷하다. 지난 일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은 이제 그만 날려버려야 한다. 그 문을 완전히 닫아야 새로운 문이 열린다. - 조엘 오스틴의《잘되는 나》중에서 - 2007. 11. 29.
지구별 여행자 - 내 영혼의 여인숙 류시화 - 「지구별 여행자」    내 영혼의 여인숙우주를 떠돌다 지구라는 여인숙에 온 한 영혼이 있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몇 군데 직장을 다니다가 모든 것을 집어치우고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것은 그 장소가 행복이 무엇인가를 깨닫기에 좋은 경험들을  그에게 많이 가져다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그는 자주 고통에 대해 생각하곤 했었다. 스스로의 삶이 너무 피곤하다고 여겨질 때도 많았다. 더듬이가 끊어진 여치처럼 생의 방향을 잃고, 눈을 깜박이거나 숨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그는 그렇게 삶을 흘려보내고 싶진 않았다. 그가 갑자기 인도로 떠난 것은 어쩌면 행복은 때때로 단순한 깨달음과 함께  찾아온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인숙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여인숙 이.. 2007. 11. 3.
이외수-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만약 그대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어깨 위에 소리없이 내려앉는 한 점 먼지에게까지도 지대한 관심을 부여하라. 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가장 하찮은 요소까지도 지대한 관심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의 계단으로 오르는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 이외수의《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중에서 - 2007. 11. 3.
진정한 지식과 정보는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신영복 - 나무야 나무야」  나무야 나무야 - 신영복 / 돌베개 1996. 12. 12. 진정한 지식과 정보는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석양의 북한강에서. 오늘은 모처럼 강가에 앉아서 서울에는 없는 저녁 으스름을 기다리고 있다가 문득 그때의 꿈을 생각합니다. 노을에 물든 수면에 드리운 수영 樹影과  수면을 가르는 청둥오리들의 조용한 유영 遊泳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물에 비친 그림자는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지나가는 바람에도 쉬이 깨뜨려지는, 지극히 얇은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그 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때의 꿈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러한 그림자 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환상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뛰어난 영상미학의 천재가 아득한 미.. 2007. 10. 25.
권미경-아랫목/사랑은 가끔 오해를 하게 한다 「권미경 - 아랫목」 사랑은 가끔 오해를 하게 한다. 자기가 그러니 상대방도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것. 그 사람이 나와 다른 경험을 갖고 살아왔다는 것을 잊은 채 늘 자기 자신에 미루어 생각하는 것. 그러나 진짜 사랑은,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서로 제법 닮아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권미경의《아랫목》중에서 - 2007. 10. 25.
함석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만리 길 나서는 날 「함석헌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뿐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을 살아다오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찬성보다는 ‘아니오’ 하고 가만히 머릴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유진 피터슨 목사님이 쓴 글에서 친구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그는 우리를 이용할 목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 2007. 10. 22.
이중표-하늘을 품은 마음/차갑고 굳은 것에는 생명이 없습니다. 차갑고 굳은 것에는 생명이 없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에 생명력이 넘치는 법입니다. 생명없는 광물질은 차고 딱딱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은 따뜻하고 부드럽습니다. 나무도 껍질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 죽어가는 고목이 됩니다. 부드럽고 연한 가지에서 푸른 잎이 움트며, 아름다운 꽃과 열매가 맺힙니다. - 이중표의《하늘을 품은 마음》중에서 - 2007. 10. 22.
지구별 여행자 - 망고 주스 ·「류시화 - 지구별 여행자」 우리는 누구나 여행자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여행을 온 것이다. 더 배우고, 더 경험하고, 더 성장하기 위해‥‥., 이 여행을 마치고 떠나갈 때, 나는 신 앞에 서서 이것 하나만은 말할 수 있다. 나는 여행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노라고. 그래서 늘 길 위에 서 있고자 노력했노라고. 내 배움은 학교가 아니라 길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차창 밖으로 온통 오렌지빛 태양이 쏟아지는 북인도 들판을 지나 기차가 럭나우 부근의 한 역에 섰을 때, 나는 갑자기 망고주스가 마시고 싶어졌다. 하지만 역 구내 어디를 둘러봐도 콜라와 환타만 있을 뿐, 내가 원하는 망고 주스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기차가 잠시 정차한 틈을 타, 옆사람에게 배낭을 맡기고 재빨리 역 밖으로 망고주스를 사러 나갔다... 2007. 10. 5.
지구별여행자 - 신은 어디에 있는가 「류시화 - 지구별여행자」  신은 어디에 있는가동인도 비하르 주에 있는 요가 학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기차가 역을 출발하고 반 시간도 채 안 돼 배불뚝이 검표원이 나타났다.  그는 좌중을 제압하려는 듯 복도에서 걸구 치는 가짜 시계 파는 청년을 떠다민 뒤,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다들 표를 보여 주시오!” 어수선하기 짝이 없던 승객들은 보따리 속에 감춰 둔 표를 찾느라 더욱 부산해지고,  표 없이 탄 아줌마는 그 틈을 타 분홍색 사리로 얼굴을 가리고 나는 듯이 뒤칸으로 피신했다.  축제 시즌이 코앞에 다가오자 한 푼 얻어 볼까 하고 탔던 걸인들도 아연 긴장했다. 검은색 카이제르 수염을 하고, 코와 볼 사이에 콩알만한 사마귀가 있는 그 검표원은 잔뜩 거만한 태도로 승객들이 내미는 표에 검은 볼펜을 찍.. 2007. 9. 23.
구로야나기 테츠코-창가의 토토/대모험 구로야나기 테츠코 - 「창가의 토토」 강당에서 야영을 한 다음 날은, 그야말로 토토가 대모험을 하기로 결심한 날이었다. 사실 토토는 야스아키와 어떤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또 야스아키네 식구들에게도 비밀이었는데, 다름 아닌 ‘토토의 나무에 야스아키를 초대’ 하는 것이었다. 도모에 학원 아이들은 언제부턴가 교정에 서 있는 나무들 중 한 그루씩을 자기만 올라탈 수 있는 나무로 지정해 놓고 있었다. 토토의 나무는 교정 저 끝, 구혼부츠로 가는 좁은 길과 울타리 사이에 서 있었다. 그 나무는 가지도 굵고 오를 때는 미끈미끈하지만, 기어서 오르면 아래에서 2미터 정도 부분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으며, 그 갈라진 부분이 해먹처럼 넉넉했다. 그래서 토토는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곧잘.. 2007. 9. 20.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1 치열한 생존경쟁의 각축장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원제: Man's search for meaning)」    카포, 우리 안의 또 다른 지배자 보통 수감자들에게 먹을 것이 아주 조금 있거나 아예 없을 때에도 카포들은 절대로 굶는 일이 없었다. 그들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카포들은 오히려 수용소에 있을 때 가장 영양섭취를 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시하는 병사들보다도,  나치 대원들보다도 카포들이 수감자들에게 더 가혹하고 악질적인 경우가 많았다. 카포들은 수감자 중에서 뽑았다. 수감자 중에서 이런 일을 하기에 적합한 성격을 가졌다고 인정이 되면 카포로 뽑혔고, 기대했던 대로 일을 잘 해내지 못하면 즉시 쫓겨났다. 일단 카포가 되면 그들은 금세 나치 대원이나 감시병들을 닮아갔다. 따라서 이들의 행동을 판단할 때.. 2007. 9. 19.
지구별 여행자 - 내 친구 여동생의 결혼식 「류시화 - 지구별 여행자」   내 친구 여동생의 결혼식쑤닐 차크라바티의 여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그간의 우정에 따른 것이기도 했지만,  결혼식이 동인도 비하르 지방에서 열린다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대학에서 인도 역사를 전공하고 지금은 힌두 대학의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는 쑤닐은  한때 나의 친구이자 통역자로 인도 전역을 함께 여행한 적이 있었다.  또한 그 자신이 바라문(인도의 신분 계급 중 첫 번째 성직자 계급) 사제이자 점성 학자여서,  해마다 내가 인도의 어느 지역을 여행하면 좋은가를 점쳐 주곤 했다. 물론 나는 항상 그 점괘와는 정반대로 돌아다녔지만,  쑤닐의 여동생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그 결혼식에는 꼭 참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더구나 결혼식 장소는 내가 늘 가보고 싶.. 2007. 9. 15.
· 앤드류 클레이번-데드라인/제8부 철학적 대화 「앤드류 클레이번 - 데드라인」 [210814-052349] 4 그 시간, 나는 점점 술에 취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그 시간, 10시 20분쯤에 말이다. 술집 고든스의 높고 둥근의자에 엉덩이를 나무 둥치처럼 단단하게 박고서 금주령을 코앞에 둔 알코올 중독자처럼 아름다운 액체를 죽이고 있었다. 술에 취하는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온종일 먹은 것이라고는 거의 없었으니까. 위스키 더불 넉 잔째를 홀짝이던 어느 순간부터 술집 내부가 발 밑에서 대형 쾌종시계 추처럼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든스는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유클리드 얘비뉴의 모퉁이에 자리잡은 식당 겸 술집이었다. 벽돌로 지은 낡은 건물의 정면 외벽에는 초록색 차일이 드리워져 있고 나무판 장식이 돋보이는 후덥지근한 실내에는 랜.. 2007. 8. 12.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 1.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성석제 -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어느덧 바람 소리에 쇳소리 金聲가 섞였다. 가랑잎이 마당을 뒹굴며 온몸으로 내는 소리가 거세질수록 가을은 깊어간다. 이윽고 겨울이 올 것이다. 겨울은 준비를 하고 맞아야 하는 계절이다. 양식과 의복, 집안 살림 모두 여축 餘蓄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이번 겨울 지나 봄이 되면 맏딸 재희가 시집을 간다. 집안의 개혼 開婚이다. 김 씨 부인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다. 베틀 아래쪽에서 책을 보며 앉아 있던 재희가 '어머니 어찌 또 한 숨을 쉬시나요'하고 묻듯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김씨부인은 눈 속에 들키면 안될 무엇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얼른 눈을 내리깔고 짐짓 고개를 흔든다. 재희는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베틀이 .. 2007. 7. 23.
베니스의 개성상인 - 한복을 입은 남자. ·「오세영 - 베니스의 개성상인」 27. 유로 퀘이크 1640년 유럽. 신교 Protestant와 구교 Catholic로 갈려서 싸우던 30년 전쟁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1635년, 대륙의 강자 프랑스가 신교 편으로 참전하면서 전세가 신교 측의 우위로 기울게 되었다. 구교 국가이면서도 국가이익에 따라 신교 측으로 참전을 한 프랑스. 이제 오랫동안 유럽 세계를 지배해 왔던 로마교황의 권위는 안전히 쇠락하고 도그마 dogma 敎理의 차이에 따라 갈라져서 싸웠던 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질서를 이루게 된다. 유럽 대륙을 전화 戰禍로 물들이며 30년간이나 지속됐던 30년 전쟁(1618~1648)은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의 체결과 함께 끝을 맺고 새로운 유럽이 탄생하게.. 2007. 7. 22.
2.권형술-편지/편지 「권형술-편지」 [210702-192249] 편지 정인아! 지금 당신은 무척 놀라고 있을 테지. 미안하다. 당신에게 처음 쓰는 편지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당신이 이 편지를 보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에게 영영 편지 한 통 써 보낼 줄 모르는 재미 없는 남편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래도록 그저 당신에게 '즐거운 편지'나 들려줄 수 있다면...., 하지만 또 모르지. 살아있음을 축복하기 위해, 함께 이 편지를 꺼내 읽으며 깔깔거리고는 북북 찢어 꽃가루처럼 날려 보낼 지도. 우리들의 숲속 그 어디쯤에 피워질 모닥불에 당신의 그 고운 손으로 태워져 푸른 하늘을 수 놓을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겨질 지도 모르지.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을 얼.. 2007. 7. 18.
1.권형술-편지/프롤로그 「권형술 - 편지」 [190708-183256] 언젠가 남편이 그랬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건너야할 자신의 사막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사막을 건너는 길에 나는 오아시스를 만났다. 푸르고 넘치는 물,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오아시스를 지나 나는 이제 그 사막을 건너는 법을 안다. 한때 절망으로 울며 건너던 그 사막을, 나는 이제 사랑으로 건너려 한다. 어린 새의 깃털보다 더 보드랍고, 더 강한 사랑으로 프롤로그 내가 남편으로부터 첫 편지를 받은 것은 그가 세상을 따난 지 보름뒤의 일이었다. 그떄 나는 서울 근교 어느 수목원 안의 그림 같은 집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결코 한 순간의 충동이 아니었다. 나는 그가 내곁을 떠나던 날 이후로 줄곧 그 일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 2007. 7. 16.
행복한세상-항상 감사하는 법! 행복한세상 (장영선) 항상 감사하는 법! 10대 자녀가 반항을 하면 그건 아이가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집에 잘 있다는 것이고.. 지불해야 할 세금이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직장이 있다는 것이고.. 파티를 하고 나서 치워야 할 게 너무 많다면 그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고.. 옷이 몸에 좀 낀다면 그건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 것이고.. 깎아야 할 잔디, 닦아야 할 유리창, 고쳐야 할 하수구가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집이 있다는 것이고.. 정부에 대한 불평불만의 소리가 많이 들리면 그건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 주차장 맨 끝 먼 곳에 겨우 자리가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는데다 차두 있다는 것이고..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면 그건 내가 따뜻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고.. 교회에서 뒷.. 2007. 7. 16.
정원 일의 즐거움 - 즐거운 정원 ·「헤르만 헤세 - 정원 일의 즐거움」 즐거운 정원 정원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이제 봄에 해야 할 많은 일들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생각에 잠겨 텅 빈 꽃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다 보면, 그 북쪽 가장자리엔 아직도 누르스름한 빛의 눈이 쌓여 있다. 봄이 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들판과 시냇가, 경사진 따사로운 포도밭 주변에는 벌써 갖가지 초록의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갓 모습을 드러낸 노란 꽃들은 수줍은 듯 즐거운 듯 생명에 대한 용기를 내어 풀숲에 숨은 채 어린 눈을 열어 고요하고도 기대에 찬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정원엔 갈란투스 식물만이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는 봄이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벌거벗은 꽃밭은 사람들이 쟁기질을 하고 씨를 뿌려주기를 묵묵히 기.. 2007. 7. 6.
정원 일의 즐거움 - 보덴 호숫가에서 ·「헤르만 헤세 - 정원 일의 즐거움」 나는 여태껏 내 정원을 가져본 적이 없다. 정원을 갖게 되면 스스로 어떻게 배치할까 정하고 식물을 재배해야 한다는 건, 시골에 사는 내 원칙으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사실 몇 년 동안 그렇게 했다. 나는 정원에 땔감과 정원용 도구들을 넣어 둘 헛간을 지었다. 조언을 해주곤 하는 농부의 아들과 함께 길을 만들고 꽃밭의 구획을 정비했으며, 여러 종류의 나무들도 심었다. 밤나무 서너 그루, 보리수 한 그루, 개오동나무 한 그루, 너도밤나무 울타리, 나무딸기 넝쿨, 멋진 과일나무들을 말이다. 겨울에 산토끼와 사슴들이 갉아먹어 버린 통에 어린 나무들은 망했지만, 다른 나무들은 모두 멋지게 잘 자랐다. 우리는 그 당시 딸기와 라스베리, 양배추, 완두콩, 샐러드 잎 .. 2007. 7. 1.
마른 나뭇단처럼 가벼웠던 몸무게 (법정) ·「정채봉. 류시화 -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우리 같은 출가 수행자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불효자다. 낳아 길러준 은혜를 등지고 뛰쳐나와 출세간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해 싸락눈이 내리던 어느 날, 나는 집을 나와 북쪽으로 길을 떠났다. 골목길을 빠져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뒤돌아 본 집에는 어머니가 홀로 계셨다. 중이 되러 절로 간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시골에 있는 친구집에 다녀온다고 했다.  ​나는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다. 어머니의 품속에서 보다도 비쩍 마른 할머니의 품속에서 혈연의 정을 익혔을 것 같다. 그러기 때문에 내입산 출가의 소식을 전해 듣고 어머니 보다 할머니가 더욱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내가 해인사에서 지낼 때 할.. 2007. 6. 26.
자객열전 - 3 「이외수 - 자객열전」 어느 날 계곡에 내려가 세수를 하다가 담은 팔의 오금에 달걀 크기만한 타원형의 반점 한개가 생겨나 있는 것을 보았다. 벌레에라도 물렸으려니 했다. 긁어보니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벌레에 물린 데라면 어떤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져야 했을 텐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 버렸다. 며칠 후 다시 보니 몸에는 반점들이 좀 늘어나 있었다. 역시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마치 그 반점들만 남의 피부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 버렸다. 산 속에서 사는 동안 그보다 더한 일들도 여러 번 겪었왔던 터였다. 이 즈음은 점점 실력이 눈부시게 향상되어져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럴수록 자주 북문 앞 높이 걸려 있던 아버지의 목과 옥중에서 혀를.. 2007. 6. 21.
자객열전 - 2 「이외수 - 자객열전」 세월은 저대로 덧없이 흘려가서 다시금 겨울이 닥쳐왔다. 밤이면 나뭇가지들이 산 속에서 죽은 모든 영혼들을 데리고 와서 끊임없이 바람결에 울고 있었다. 더러는 토굴의 거적을 올리고 밖을 내다 보았다. 밖에는 가끔 창백한 달빛. 맞은 편 산머리는 하얗게 눈이 쌓였고 어디선가 늑대가 슬피 우는 소리로 들려왔다. 가을 내 모아 놓았던 양식을 아껴 먹으며 낮이면 덫을 놓아둔 곳을 돌아다녔다. 자주 토끼가 잡혀 주었다. 껍질을 벗겨서는 옷을 만들어 입고 고기는 구워서 양식으로 삼았다. 계곡으로 내려가 주워온 차돌에다 칼등을 치면 반짝반짝 불똥이 튀었다. 거기에다 수리취 부빈 것을 갖다 대고 불을 만들어 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제 그 생활은 어느 정도 질서가 잡혀진 셈이었다. 칼솜씨도 .. 2007. 6. 19.
이외수 - 자객열전 / 1 ·「이외수 - 자객열전」 동서고금에 간약무도했던 인간이 어디 한두 명이라. 하동 河東 진갈성 秦鞨省 북문 부근에 도위 都尉 직급의 마현 馬懸이라는 자가 살았는대, 어제까지만 해도 호리병을 들고 벗을 찾아가, 세상 풍진것을 한탄하며 어려운 일을 부탁하고, 함께 밤을 세워 서로 술잔을 권하더니, 오늘 갑자기 그 형편이 달라지자 정답던 그 벗을 모함하여 참수토록 만드는구나. 아예 인간으로 취급치 아니하여 더 이상 부연치 않거니와, 만약 앞으로도 그런 인간이 다시 나타난다면 반드시 큰 재앙을 면하기 어렵도다. 그 아비가 요행히 그 재앙을 피한다 하더라도 그 자식이 대신하여 그 재앙을 받게 되리라. 후세인은 부디 명심하여 신의를 바로 하고 함부로 남의 목숨을 해하지 말라. 한 세상 사는 것도 뜬구름 같은 일, 욕.. 2007. 6. 14.
然 後(뒤에야) ·「류시화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然  後(뒤에야)   진계유(陳繼儒)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침묵을 지킨 뒤에야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일을 돌아본 뒤에야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문을 닫아건 뒤에야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욕심을 줄인 뒤에야이전의잘못이많았음을알았네.마음을 쏟은 뒤에야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2007.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