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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269

야마다 에이미-120% COOOL 야마다 에이미 - 「120% COOOL」 그 방에서 남자와 육체를 이으려고 하면 장소는 네 군데에 한정된다. 우선 가장 타당한 곳은 침대. 그러나 폭이 겨우 3피트가 될까 말꺼한 침대 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집이 큰 남자라면 더더욱 그렇고, 떨어지는 땀이 흘려갈 수 있는 강도 만들 수 없는 침대, 정말은 이불의 주름이 지류를 만들고 두 사람의 열정이 그것을 따라가야 되는데, 이래 가지고는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된다. 그러나 이 침대에도 조금은 장점이 있다. 즉 비좁다는 점이다.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되는 침대는 마치 구속의를 입고 하는 섹스처럼 두 사람을 흥분시키기도 한다. 두번째는 폭포처럼 뜨거운 물이 나오는 것만이 특기인 욕실, 활짝 틀어 놓고 남자와 껴안고.. 2022. 6. 15.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돈이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제10장)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여기는 가난 같은 건 없어요.  - 제왕 팔 조르, 1975년  당신들이 우리 라다크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린 너무나 가난해요.   -체왕 팔조르, 1983년 처음에 사람들은 새로운 경제가 의존성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돈이 그저 이로운 것으로만 보였다. 전통적으로 돈은 멀리에서부터 사치품을 가져오는 좋은 것이었으므로 돈이 더 많아지는 것은 무조건적인 발전으로 보였다. 이제 과거에는 살 수 없었던 온갖 이국적인 것들, 3분이면 요리되는 국수나 디지털시계 등을 살 수 있다. ------ 라다크에서 2.000년 동안 보리 1킬로그램은 그냥 보리 1킬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값이 얼마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 2022. 6. 10.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아름다운 도둑 류시화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아름다운 도둑여름비가 퍼붓는 날이면 비시누가 생각난다. 그리고 비시누를 생각하면 보리수나무들 위로 억수같이 퍼붓던 인도의 장맛비가 생각난다.  그 장마비 속으로 비시누는 맨발을 하고서 뛰어다니곤 했다.  길바닥에 홈이 패일 정도로 빗방울은 굵기만 했다. 아대륙 인도에 우기가 찾아오면 그렇게 하루에 한차례 씩 감자만 한 빗방울들이 머리가 아프도록 후드득 쏟아져 내렸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빗속을 뛰어 다니는 비시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시누는 하루에 한번씩 내가 생활하는 명상센터에 찾아왔다. 그렇다고 명상을 배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명상을 배우기엔 아직 어린 나이였다. 비시누는 열 살의 소년이었다.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비시누는 어린 소매치기였다. 비.. 2022. 6. 2.
최인호-사랑의 기쁨/엄마의 연인(상) 「한국일보에 1995년 봄부터 연재했던 최인호- 사랑의 기쁨」 --- 계속 누구에겐가 쫓기고 있는 불안한 꿈에서 채희는 깨어났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자 그 동안의 피로가 물로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린 것을 느꼈다. 혼자만의 통곡으로 그동안의 슬픔과 누적된 피로감이 모두 씻겨서 사라진 모양이었다. 눈물은 인간의 감정을 정화(淨化)시키는 특수한 작용이라도 있는 것일까. 밖은 완전히 어두어져 있었다. 손목시계를 따로 차고 다니지 않는 채희였으므로 지금이 몇시인지 알 수 없었다. 밤 7시는 넘었을 것이다. 어쩌면 9시가 넘였을지도 모른다. 채희는 몹시 배가 고팠으므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찬장 속에 다행히 라면이 들어 있어 채희는 뜨거운 물을 끓이기 시작하였다. 부엌에 마련된 간이식탁에 않아서 .. 2022. 5. 25.
지구별 여행자 -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 류시화 - 「지구별 여행자」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12년마다 열리는 인도 최대의 축제「마하 쿰부 멜라」에 참석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을 안고 뭄바이 공항에 도착한 나는 출발부터 예상 밖의 장애물에 부딪쳤다. 델리행 연결 편 비행기가 짙은 안개를 이유로 이륙이 취소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뭄바이 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으나, 북인도 대륙을 장악한 히말라야의 안개는 도무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기차역으로 달려갔지만,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표를 구하기는커녕 표 파는 직원에게 말 한마디 건네기조차 불가능했다. 외국인 전용 창구는 보름 치의 예약을 마감한 지 오래였다.  그렇게 해서 한 달 전부터 치밀하게 짜놓은 나의「마하 쿰부 멜라」행 계획이 여지없이 수포로 돌아.. 2022. 5. 24.
최인호 - 사랑의 기쁨/프롤로그 ·「 최인호  -  사랑의 기쁨」  은 1995년 봄부터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소설이다. 그동안 와 같은 현대소설을 쓴 적이 없던 것은 아니나 연재소설로 말하면   이후 10년 만에 쓴 현대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작가들의 최대의 꿈은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름다운 로망의 소설을 쓰는 것이다. 로망이라면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쓰는 직업인데,  따라서 이를 로맨스(Romance) 혹은 연가(戀歌)라고 부른다. 연가, 즉 사랑노래는 소설가에게만 국한된 꿈이 아니라 모든 작곡가, 화가, 영화감독,  시인들의 가슴속에 들어 있는 모든 창작의 예술혼인 것이다. 는 갓 사십에 접어들었던 내가 이처럼 로맨스를 쓰고 싶어서 집필했던 작품이었다. 그떄 나는 아름다운 한 청년의 모습을 통해서 누구나의 가슴속에 들어.. 2022. 5. 24.
야마다 에이미-120% COOOL/비의 화석 야마다 에이미 - 「120% COOOL」 감상에 젖는 것은 다 큰 남자가 할 일이 아니야,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남들에게는 낭만을 뜻하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눈물 날 것 같은 감정의 안개가 안쪽으로 퍼져 나갈 때 나는 얼른 눈길을 돌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는 사람은 그것을 맛보느라고 멍청한 표정이 되어 버린다. 나는 아름다운 것을 매우 좋아한다. 아름답고 덧없고 슬픔을 품고 있는 까닭에 기쁨이 더해서 빛나는 것, 그런 것들이 좋다. 예를 들면 봄에 부는 바람은, 내 코 끝에 달짝지근한 관능적인 우울을 불어 제낀다. 초여름의 푸르름은 잘라 먹고 싶을 정도이다. 가을비는 내 바바리 코트에 작은 강을 만들어 나는 죽어 가는 반딧불조차 동정한다. 겨울도 사랑한다, 쌀쌀맞은 처녀처럼 나에.. 2022. 5. 18.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 - 20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 어둠 속에서 나온 랭던과 소피는 비상계단을 향해 고요한 대화랑을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랭던은 어둠에서 조각 그림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이 미스터리는 아주 골치 아퍘다. '사법경찰의 반장이 내게 살인 협의를 씌우려 하고 있다.'  랭던은 속삭였다. "어쩌면 파슈가 바닥에 메시지를 적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소피는 돌아보지도 않았다."불가능 해요."   랭던은 어전히 미심쩍었다."반장이 나를 유죄로 만드는 데 아주 열심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어쩌면 내 이름을 바닥에 적어 놓으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피보나치 수열은요? 그리고 P. S.는?    다 빈치와 여신을 나타내는 모든 상징들은요? 그것은 분.. 2022. 5. 14.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 - 6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자크 소니에르의 핏기 없는 시신은 사진에서처럼 바닥에 누워 있었다.  랭던은 강한 조명 불빛에 눈을 가늘게 뜨고 시신 위로 몸을 숙였다.  기묘한 형태로 자기 몸을 배열하느라 삶의 마지막 몇 분을 써버렸을 소니에르가 다시금 놀라웠다. 소니에르는 제 나이에 맞는 노인으로 보였다.  모든 근육조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걸치고 있던 모든 옷가지들은 벗어서 마루 위에 단정하게 놓아두었다.  소니에르는 자기 등을 화랑의 긴 축과 정확히 일치시켜 폭 넓은 화랑 가운데에 누워 있었다.  팔과 다리는 날개를 활짝 펼친 독수리나 아이들이 만든 눈 천사처럼 바깥쪽으로 뻗어 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사지를 벌린 사람처럼 보였다. 총알이 살.. 2022. 5. 12.
정원 일의 즐거움 - 정원에서 보낸 시간 ·「 헤르만 헤세 - 정원 일의 즐거움」 아침 7시쯤 방을 나와 햇빛이 밝게 비치는 테라스로 걸어간다. 어느덧 다시 깨어난 태양이 무화과나무 그늘 사이로 비쳐든다. 거친 화강암으로 만든 난간에는 벌써 온기가 감돈다. 여기 나의 연장들이 놓여 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연장들은 모두 친숙해져 나와 다정한 동무가 되었다. --- 그건 채소밭을 가꿀 기대에 들떠 씨앗을 주문할 때 쓴 표식이지만 이미 필요 없어지고 오래된 것이다. 고대인들의 지혜와 성스러운 문헌들이 오늘날 구식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짓밣히고 이 쓰레기 더미처럼 비웃음을 당하는 것과 같다. 그래도 생각 있는 사람들, 한가한 사람들, 몽상가들, 정감 있는 사람들에겐 값진 것이다. 그렇다. 마치 바라보고 생각하노라면 기분을 안정시켜 주는 .. 2022. 5. 11.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술 통 (잠언시집) 류시화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술통 내가 죽으면술통 밑에 묻어 줘.운이 좋으면밑둥이 샐지도 몰라.  (p99)  - 모리야 센얀 (일본 선승 78세).   잠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위대한 영혼의 순간적인 대오각성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삶들 속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수많은 시행착오의 축척이다. 그러니까 잠언의 시대와 역사의 검증을 받고 살아남은 금강석과 같은 지혜이다. 잠언이 없는 시대, 잠언이 없는 문화는 불행하다. 더구나 잠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잠언을 거들떠 보지 않는 사회는 더 불행하다.이 시집에 실린 이름 없는 사람들은 시인으로서는 무명씨일 뿐,자신의 삶에서는 개인사를 당당하게 완성한 위대한 개인들이다.이들이 남긴 잠언시의 핵심은 우선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라는.. 2022. 4. 8.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를 보면서 (잠언시집) 「 류시화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때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텐데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때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아무도 없는 골목 모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혼자 후회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다. 나는 이 잠언 시집을 읽으면서 그날 흘린 나의 외로운 눈물을 위로받았다. 그리고 앞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당신은 이 시집을 통해 당신의 인생을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의 인생이 그 얼마나 위대한 것이며, 얼마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시집은 하루하루 상처받고 사는 우리들에게 주는 시인들의 크나큰 선물이다. 시를 .. 2022. 3. 26.
파피용 - 74. 별들의 자손 베르나르 베르베르 - 파피용 에야는 아드리엥의 집에서 자랐다. 아주 똑똑한 아이였다. 금방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을 배웠다. 뿐만 아니라 사냥, 요리, 천 짜기, 가축 돌보기, 집안일에도 능했다. 에야는 아버지와 함께 행성 탐사에도 나섰다. 그녀는 예전 지구에 대한 이야기에 굉장한 호기심을 보였다. 그녀는 특히 글쓰기를 좋아했다. 딱 한가지 문제라면, 난청인 탓에 단어를, 그중에서도 특히 이름을 제멋대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드리엥으로서는 아주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지옥이 뭐야?" "미안, 지옥은 원기둥 안에서 천국과 대치했던 도시의 이름이야. 그곳 사람들 역시 아주 냉혹하고 공격적이었다. 이것도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 그렇듯 에서는 모든 게 망가지고 있었어. 이브가 그.. 2022. 3. 25.
파피용 - 32. 증류 베르나르 베르베르 - 「파피용」 32. 증류 발사 후폭풍에 뒤이어 비상(飛上)의 시간이 왔다. 거대한 우주선이 가까스로 하늘로 떠올랐다. 후방 엔진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기둥들로 발사대 주변의 대기가 요동을 쳤다. 로켓이 대기권의 절반을 넘어서자 1단계 화학 연료 엔진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다. 이제 사람들을 가득 채운 거대한 타워 모양의 우주선이 괴력적인 소음을 내며 대기를 가르고 수직 상승을 계속했다. 대기권의 상층부에 가까이 다가가자 2단계 복부 부분의 엔진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다. 1.2단계 엔진들이 헌병대의 용접기에 손상을 입은 터라, 우주선이 무사히 기압을 견뎌 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브 크라매르는 엄청난 안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주선의 상승 속도가 서서히 떨어지더니 마침내 지구 .. 2022. 3. 23.
박수용-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4)/눈이 녹는 계절 박수용 -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눈이 녹는 계절 무전이 들어왔다. 마약 마을사람들이 제보를 해왔다. 앞발이 부러져 잘 걷지 못하는 호랑이 한 마리가 마약호수 인근을 떠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전파를 타고 울리는 소리가 습한 계곡의 메아리처럼 칼칼하다. 마약에 주둔하는 군부대가 떠올랐다. 군부대가 숲에 무인총을 깔 거라는 풍문은 지난 여름부터 있었다. 동시에 부표를 굴리며 놀던 설백과 천지백이 떠올랐다. 최근 이 해안지역에 나타난 호랑이는 이 남매뿐이다. 잠복지를 이탈하기로 마음 먹었다. 작은 배냥에 간단한 야영도구만 챙겨 산맥을 올랐다. 근력이 쇠약해져 금세 숨이 찼다. 허한 몸이 자꾸만 내려앉는다. 산을 세 개 넘자 마약호수가 내려다보였다. 냉랭한 초봄의 기운이 호수의 기운과 섞여 짙고 음울한 .. 2022. 3. 21.
박수용-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3)해변의 호랑이 가족 박수용 -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해변의 호랑이 가족 해변에 호랑이 발자국이 나 있다. 블러디 메리의 가족이 모두 모였다. 흔적이 보이지 않던 새끼 암컷도 돌아왔다. 그런데 네 마리가 아니라 다섯 마리다. 커다란 발자국이 새로 합류했다. 앞발 볼의 너비가 12.9센티미터. 왕대였다. 하쟈인이 블러디 메리의 가족과 함께 해변을 걸어간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시베리아호랑이가 이렇게 다섯 마리까지 모이는 일은 정말 드물다. 하지만 더 특별한 것은 왕대가 블러디 메리의 가족 속에 자연스럽게 섞였다는사실이다. 이것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하쟈인이 새끼호랑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고. 또 하나는 하쟈인과 새끼 수컷의 관계가 어떤 갈등의 흔적도 없이 원만하다는것이다. 새끼 수호랑이에게.. 2022. 3. 20.
파피용 - 25. 생명의 묘약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 파피용 긴장이 한층 고조되었다. 여러 국가 원수들이 나서서 이 프로젝트에 불쏘시게 역활을 하는 위험천만한 과대망상증 환자를 감옥에 집어넣으라고 요구했다. 그게 아니면 프로젝트라도 전면 중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하지만 사유 재산권을 고려할 때 강제로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센터 내부의 사진을 찍는 파파라치들과 스파이들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켓 제작 구역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원추형 엔진들이 정열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상 20미터 높이로 세워진 엔진의 크기를 볼 때 파피용 5 호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즈음 주 창고에서 폭탄 폭발로 인한 화제가 발생했다. .. 2022. 3. 18.
인생을 다시 산다면 (잠언시집) 류시화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이번 인생보다 더 우둔해지리라.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보라, 나는 시간 시간을, 하루 하루를의미있고 분별있게 살아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아, 나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러한 순간들 외에는 다른 의미없는시간들을 갖지.. 2022. 3. 17.
박수용-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2)/폭풍의 정령, 테무 박수용 -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폭풍의 정령, 테무 악수 같은 비를 맞으며 용의 등뼈를 기어올랐다. 강물 속을 걸어가듯 흠뻑 젓고 나니, 어느덧 장대비를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산맥 정상을 넘고 나사야 겨우 동굴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굿은 날씨라 동굴 속은 음침하다. 깊이는 4~5미터쯤, 작은 동굴은 아니지만 텐트를 치기에는 폭이 좁다. 배냥을 벗고 한숨을 돌렸다. 발로쟈 부부를 보니 물에 빠진 생쥐꼴이다. 다행히 동굴 안쪽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낙엽 안쪽에 큰 짐승이 누워있었던 자국이 어렴풋이 보인다. 황갈색 털도 떨어져 있다. 호랑이가 쉬어간 자리다. 우리보다 먼저 용위 등뼈를 올라간 왕대일까? 오소리 발자국도 보인다. 이 녀석도 우리처럼 여기서 쪼그리고 앉아 비를 피했겠구나.. 2022. 3. 16.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1) (소설) 제인 오스틴 - 「오만과 편견(삼성기획신서 10) 」 많은 재산을 모은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리라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진리이다. 이런 남자가 처음으로 이웃에 옮겨오게 되면, 그 사람의 기분이 어떻고 생각이 어떠한가를 동리 사람들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더라도, 이 진리는 주위 사람들 마음 속에 꽉 자리잡고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되어, 자기네 딸 중에 누군가가 그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어느 날 베네트 부인은 남편에게 이렇게 말을 건냈다. "여보, 네더필드 자택에 결국 사람을 들이기로 한 것 같은데 그 얘기를 들으셨어요?" 베네트 씨는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틀림없다는가 봐요. 롱 부인께서 방금 다녀가셨는데 그 말을 하시더군요." 부인도 맞받아.. 2022. 3. 14.
박수용-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1)/해골분지의 암호랑이 박수용 -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해골분지의 암호랑이 넓은 분지에 굴참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바닥에 누런 가랑잎과 굴참나무의 거무스름한 껍질, 마른 풀들과 주변의 갈대밭..... 호랑이의 보호색이 잘 발휘되는 장소다. 은신하고 사냥하기에 안성마츰이다. 봄철, 참나무의 마른 잎을 주워 먹으며 해안으로 내려오는 사슴들이 주로 이 숲에서 당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호랑이가 죽인 사슴의 두개골과 허연 뼈다귀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해가 맑고 바람이 잠잠한 날, 그 속에 들어가 있으면 마른 낙엽이 담요처럼 깔린 숲이 안락하니 나른해지고 금방 졸음이 쏟아진다. 잠이 들게 하는 분지다. 하지만 해변에 안개라도 몰려오는 날이면, 젖은 굴참나무의 칙칙한 껍질이며 곳곳에 널려 있는 사슴 뼈다귀와 두개골들이 어.. 2022. 3. 13.
최인호-영혼의 새벽/제 9 장 성야(聖夜) 최인호 - 「영혼의 새벽」 그는 캄캄한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성당 안은 한 줌의 빛도 새어들어오지 않는 완벽한 어둠이었다. 모든 신자들은 침묵하고 서 있었다. 어둠이 사람들에게서 소리를 앗아간 것일까.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함부로 내지 않고 정적 속에 서 있었다. 아내는 어둠 속에서 그의 옆구리를 가만히 찔렸다. 그는 아내가 내미는 초를 받아들었다. 부활초였다. 이 부활초는 이제 잠시 후면 시작될 '빛의 예식' 중에 신부가 들고 입장하는 부활 촛불로 인해 점화된 후 불활을 찬성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될 것이다. 어둠을 이기고 세상의 빛이 된 예수 그리스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축복의 의미로 성야(聖夜)를 밝히게 될 것이다. -- 이윽고 성당 밖에서부터 침묵 가운데 무슨 소리가.. 2022. 3. 10.
'연금술사' 작가의 말 「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나는 젊은 시절 한동안 연금술에 깊이 빠져 있었다. 쇠를 금으로 변하게 하고,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할 수 있다니! 너무도 매혹적인 세계였다. 고백하자면, ‘불로장생의 묘약’ 쪽에 훨씬 마음이 끌렸다.그 무렵, 언젠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게서 사라져 버린 거란 생각은 내 젊은 영혼을 괴롭히고 있었다.신의 존재를 느끼고 받아들이기 전이었다.그랬으니 내 존재를 오래도록 연장시켜줄 수 있는 어떤 액체의 가능성은 나를 눈멀게 하기에 충분했다.나는 그 물질을 얻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마음먹었다.---리우 데 자네이루에는 오랫동안 '위대한 업'에 헌신해 온 두세 명이 있었지만, 그들은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실험실을 차려놓고 연금술사라 자칭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 2022. 3. 9.
8월 14일, 일요일.-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8월 14일, 일요일. 아침나절에 칼라 토머스(Carla Thomas)와 오티스레딩(Otis Redding)의 음악을 MD로 들으면서 1시간 15분간 달렸다.오후에는 체육관의 풀에서 1,300미터를 수영하고, 저녁에는 해변에 가서 수영을 했다.그 뒤에 하나레이 거리의 입구 근처에 있는 돌핀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시고, 생선 요리를 먹었다.'왈루(waiu)'라고 하는 흰 살 생선이었다.  숯불구이로 주문해서 간장을 쳐서 먹는다.생선에 곁들인 것은 야채 케밥. 커다란 샐러드가 따라 나왔다.++ 소설을 쓰자고 생각을 하게 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해 낼 수 있다.1978년 4월 1일 오후 1시 반 전후였다.그날, 진구 구장의 외야석에서 나는 혼자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를 관전하고 있었다.진구 구장은 내가 살고 있던.. 2022. 1. 30.
누가 믹 재거를 비웃을 수 있겠는가?-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사상 / 2009. 01. 05.오늘은 2005년 8월 5일, 금요일.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 북녘 해안, 날씨는 기가 막힐 정도로 말끔하게 개어 있다. 구름 한 점 없다. 지금으로서는 구름이라는 개념의 암시조차 없다. 이곳을 찾아온 것은 7월 말.  늘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 콘도를 빌려, 아침나절의 선선할 때에 책상에 앉아 일을 한다. 예를 들면 지금은 이 글을 쓰고 있다. 달리기에 관한 자유로운 문장이다. 여름이기 때문에 물론 덥다. 하와이는 흔히 사계절 내내 여름뿐인 상하常夏의 섬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어 사계절이 갖추어진 섬이다. 여름은 겨울보다는 (비교적) 덥다. 그러나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의 벽돌과 콘크리.. 2022. 1. 16.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서문 · 「무라카미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서문. 진정한 신사는 헤어진 여자와 이미 납부해버린 세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라고 하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말은 내가 방금 적당히 만들어낸 말이다. 미안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와 같은 말이 실제로 있다고 한다면, "건강법은 말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말 역시, 신사의 조건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확실히 진정한 신사는 자신의 건강법에 대해 여러 사람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떠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물론 누구나 알고 있듯이, 나는 진짜 신사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 일일이 마음에 두지도 않지만, 그래도 역시 이런 책을 쓰는 것은 어쩐지 멋쩍은 일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변명을 하는 것 같아서 송구스럽지만,.. 2022. 1. 12.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 '결코 물어 보려고 하지 말라' 메이브 하란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하지만 내가 정말 그 일을 모른 척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내가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건 그 일이 확실치 않다는 거야. 우린 언제나 서로 솔직하게 얘기해 왔지. 문제가 생기면 항상 의논을 했어. 나는 그가 정말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 또 그게 그가 그토록 화를 낸 이유인지 모르겠어. 모든 것이 확실하게 드러나면 훨씬 쉬워질텐데." "농담하는 거니? 절대로 그래선 안돼. 그러면 모든 것을 망치게 되고 말아. '결코 물어 보지 말라.' 우리 엄마가 부부문제에 대해 일찍이 해주신 유일한 충고야." "하지만 멜, 지금 이대로는 정말 끔찍해. 그건 우리 어머니들 세대에서나 통하는 말이었을 거야." 그 순간 멜은 지금 막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온 한 쌍의 .. 2021. 12. 17.
위대한 상인의 비밀 - 제 18 장 마침내 우리의 위대한 상인을 찾은 듯싶으이 오그 만디노 - 「위대한 상인의 비밀」 하피드는 쓸쓸한 궁전에서 두루마리를 받게 될 사람을 기다리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믿음직한 집사인 에라스무스를 벗 삼아 계절의 오고 가는 것을 지켜볼 뿐, 이제는 노쇠하여 그의 정원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 외에 별달리 할 일이 없었다. 그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상업왕국을 해체한 이후로 3년을 더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사막의 동쪽에서 마르고 초라한 낯선 사람이 나타나더니 다마스커스로 들어서서는 길을 따라 곧장 하피드의 궁전으로 향했다. 평소 예의범절의 전형이라고 할 에라스무스는 방문자가 '주인님과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몇 번이나 말하는데도 단호하게 대문을 막고 서 있었다. 그 낯선 사내의 행색은 문을 열어줄 만큼 신뢰를 주는 모습이 아니었다, .. 2021. 11. 22.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 오, 클로디아. 정말 대담하군! 메이브 하란 -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워드 부인, 전화가 왔는데요." 클로디아가 콘래드를 끌고 가버리자 브리트는 잠시 당황해서 아는 사람의 얼굴을 찾아보았다. 데이빗이 보이지 않는 데 실망한 그녀에게 누군가 말을 건넸다. "여피족들의 여왕인 당신이 이 애엄마들의 틈바구니에서 뭘 하고 있는 거요?"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하얀 테이블에 몸을 기댄 자세로 술을 들고 지나가는 웨이터들을 모조리 세우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젊고도 멋있어 보였다. "데이빗, 잔뜩 취했군요." "골치 아픈 일들을 잊으려고 마시는 거요. 당신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잖소." 브리트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지난 날과 다름없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만큼 매력이 .. 2021. 11. 5.
위대한 상인의 비밀 - 제 17 장 열번째 두루마리 오그 만디노 - 「위대한 상인의 비밀」 커다란 재앙이나 심적 고통을 받을 때조차 신을 찾지 않을 만큼 믿음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경험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운 일, 위험, 죽음 등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도 신을 찾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위급한 순간에 모든 피조물의 입으로부터 튀어나오는 그 본능적인 외침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사람의 눈앞에 갑자기 손을 들이대면 그는 눈을 깜빡인다. 무릎관절을 톡 때리면 다리가 위로 올라간다. 어둡고 음산한 곳에서 누군가와 마주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오, 하느님!'이라고 외친다. 지구 상에 사는 동물은, 인간을 포함해서 모두가 도움을 구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왜 이런 본능을 가지게 되었을까? 우리의 외침에 응답해주는 초인격적인 힘.. 2021.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