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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181

위대한 상인의 비밀 - 제 13 장. 여섯번째 두루마리 오그 만디노 - 「위대한 상인의 비밀」 이제 나는 내 감정의 지배자가 되리라. 밀물이 들어오는가 하면, 곧 썰물이 빠져나간다. 여름이 오는가 하면 가을이 오고, 곧 추위가 오는가 하면 다시 더위가 온다. 해가 뜨는가 하면 또 지고, 달도 차면 기운다. 철새가 날아오지만 머지않아 떠나간다. 씨앗은 땅에 뿌려지면 열매를 맺고, 꽃은 피었다가 곧 시든다. 모든 자연이 순환의 굴레를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나 또한 자연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나 역시 조수처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이제 나는 내 감정의 지배자가 되리라. 매일 아침, 어제와는 다른 기분으로 눈을 뜨게 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의 속임수이다. 어제의 기쁨은 오늘의 슬픔이 되지만, 오늘의 슬픔은 내일의 기쁨으로 자라날.. 2021. 10. 6.
· 메이브 하란-세상은..2/섹스는 결혼 생활을 부드럽게 돌아가게 해주는 메이브 하란 -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방송 10초 전, 9초, 8초, .... 3초, 2초, 1초, 타이틀. 그거야! 이제 방송이 시작됐소!' 리즈는 가만히 앉아서 메트로의 눈부신 타이틀이 펼쳐지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벌써 수백만 번도 더 보았지만 여전히 마음에 드는 타이틀이었다. 그것은 카메라의 눈 모양을 한 투명 인간이 런던 거리를 걸어가면서 빈부의 생활, 문화와 범죄, 정책이나 파티를 지켜보는 장면이었다. 이제 나라 안 도처에서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평가를 할 터였다. 그리고 그중 하나의 정지 화면이 내일이면 ≪TV위크(TV Week)≫지의 표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특종감이오, 리즈! 쉴새없이 전화가 울려대고 있다구!" 그녀가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콘래드가 .. 2021. 10. 3.
자, 워드 부인... 메이브 하란 - 「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벌써 몇 주일째 수지는 아이들을 거의 매일밤 잠자리까지 보살펴 주어야 했다. 비록 그로 인한 초과 수당은 적지 않았지만, 그녀는 매일밤, 안돼요, 엄마라면 돌아와서 이 아이들이 잠자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얘기를 할 때가 된 것이다. 리즈는 자리에 앉아서 서류를 읽는 체하고 있었다. 제이미는 정말 불행을 느끼고 있을까? 그녀는 자기가 아이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거야. 만사는 나아지게 돼 있어. 이것은 일생 일대의 기회였고, 그녀는 그 일을 제대로 해야만 했다. 이제 곧 만사는 제대로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리즈는 기자들로 빼곡히 .. 2021. 9. 29.
· 메이브 하란-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1/아무튼 축하하오. 메이브 하란 - 「세상은 내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메트로 텔레비전 방송국의 정력적이고 야심만만한 여성 프로듀서이며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리즈 워드는 잠옷 속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애무하는 손길에 잠을 깼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그 쾌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러나 또 한 손이 잠옷 아랫도리 속으로 슬쩍 들어왔을 때 그녀는 반사적으로 등을 구부리며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맙소사! 여덟 시 십 분이잖아!" 그녀는 남편 데이빗의 손을 밀쳐내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홉 시 십오 분에 콘래드 전무와 회의가 있는데!" 그녀는 마룻바닥에 잠옷을 벗어던지고 욕실로 뛰어갔다. 층계참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 그녀는 아이들 방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너무 조용했다. 조용하다는 건 언제나 좋지 않.. 2021. 9. 25.
찰스 디킨스-올리버 트위스트/행복을 찾은 올리버 찰스 디킨스 - 「올리버 트위스트」 어느 날, 허름한 구빈원에서 한 아이가 막 태어났다. 그 아이의 이름은 올리버 트위스트인데, 태어날 때부터 몹시 허약했다. 그리고 산모와 아기 곁에는 그들을 도와 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 침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술을 마셔서 시야가 흐릿한 늙은 간호사와 건성으로 일하는 의사, 단 두 사람뿐이었다. 아기는 본능적으로 의지할 데가 없다는 걸 알아챘는지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내는 것처럼 보였다. 아기는 힘들게 몇 차례 숨을 들이쉬더니 재채기를 했고 3분 15초 만에 드디어 세상을 향해 첫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앙!." 아기가 울자, 침대를 덮고 있던 누더기 같은 이불이 들썩거렸다. 어린 산모는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아기를 가리키더니 작은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2021. 8. 3.
5.파울로 코엘료-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베로니카와 에뒤아르 파울로 코엘료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에뒤아르가 자신의 이야기를 마쳤을 때는 이미 어둑어둑했고, 베로니카와 그는 둘 다 추위에 떨고 있었다. "들어가자. 저녁 먹을 시간이야." 그가 말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갈 때마다, 난 벽에 걸린 그림에 사로 잡혔어. 그림에는 한 부인(카톨릭 신자들은 그 여자를 노트르담이라고 불러) 이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는데, 양손에서 빛이 나와 땅으로 퍼져나갔지 난 그림에서 내가 가장 이상하게 생각했던 건 그 부인이 살아있는 뱀을 밟고 있는 거였어. 그래서 할머니에게 물어보았지. '저 아줌마는 뱀을 무서워하지 않나요? 뱀이 발을 물거나 그 독이 퍼져 죽는 게 무섭지도 않은가 봐요?'라고 말야 할머니는 성경에 씌어 있는 대로, 뱀이 이 땅에 선과 약을 가져왔고,.. 2021. 7. 19.
3.파울로 코엘료-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마리아 ○파울로 코엘료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변호사로 성공적인 삶을 살던 마리아는 공황장애로 인해 빌레트에 입원 중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고 방황하지만 시한부 죽음을 피아노를 치며 달래던 베로니카의 연주를 들으며 아이들이 있는 세상으로 돌아갈 희망을 품고 준비를 시작한다. 이고르 박사는 힘든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보람은 있었다. 과학자로서의 침착함과 냉정함을 지키고 싶었지만, 터질 듯한 기쁨을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었다. 비트비올 중독의 치료와 관련된 테스트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오늘은 약속이 되어 있지 않은데요."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온 마리아에게 그가 한 말이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사실은 박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왔을 뿐이에요." "오늘은 다들 의견만 물으.. 2021. 7. 18.
4.파울로 코엘료-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뒤아르 파울로 코엘료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열 일곱의 나이, 외교관 아버지의 첫 발령지 브라질리아에서 자전거 사고로 크게 다쳐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보게 된 책, '천국의 환영'에 빠져들며 빌레트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의 긴 시간, 청년이 된 에뒤아르는 어느 날, 피아노 소리에 환영의 세계에서 서서히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아주 중요한 부탁이 있어요..' 베로니카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고르 박사는 그녀의 말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청진기로 그녀의 폐와 심장을 청진했다. 그는 그녀의 반사신경을 테스트하고, 조그만 포켓 램프를 이용해 그녀의 망막을 검사했다. 그녀에게서는 이제 비트리올(또는 모든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대로 말하자면, 아메르튐) 중독의 징후가 거의 보이.. 2021. 7. 17.
2.파울로 코엘료-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베로니카. 파울로 코엘료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바로 이런 이유로, 그녀에게는 자기 자신이 (누구나 그렇듯, 행복해지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 되는 데 써야 할 힘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타인들, 그들을 이해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지! 그들은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고, 그들 자신이 만든 방어막 속에 갇혀 그녀처럼 모든 것에 무관심했다. 좀 더 삶에 개방적인 누군가를 만나면, 그들은 그 사람을 즉각 거부하거나, 열등하고 '순진한' 사람으로 매도하여 상처를 입혔다. 좋다. 그녀가 고집과 결단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치자. 그런 그녀가 지금 도달한 곳은? 공허. 완전한 고독. 빌레트. 죽음의 앙티샹브르 (불어로 '대기실'이라는 뜻) 자살 기도에 대한 후회가.. 2021. 7. 15.
1.파울로 코엘료-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파울로 코엘료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1997년 11월 21일, 베로니카는 드디어 목숨을 끊을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세 들어 살고 있는 수녀원의 방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남방을 끈 다음, 이빨을 닦았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p9) -- 몇 분이나 걸릴까?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신은 과연 존재할까? 베로니카는 모든 사람들이 던져보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곧 알 수 있으리라는 사실이 기뻤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는 신이니 자신의 존재니하는 그런 문제에 그리 깊이 빠져들지 않았다. 공산주의 구체제의 공식 교육은 그녀에게 삶은 죽음과 함께 끝나는 거라고 가르쳤고, 그녀는 그 생각에 익숙해져 있었다. 부모와 부모의 부모 세대들는 여전히 교회를 찾았고, 기도와 순례를 했으.. 2021. 7. 14.
존 그리샴-소환장/방에서 나가다가 형을 향해 한 마디 툭 던졌다. 존 그리샴 / 「소환장」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렇게나 책장을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공들여 읽는다. 왜냐하면 단 한 번밖에 그것을 읽지 못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 파울 애틀리 판사는 여든 살에 가까운 노인이었다. 그는 현대 문명의 이기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작성한 소환장은 언제나 우편으로 배달되었다. - p7 - -- 레이가 해리 렉스를 쳐다보면서 설명했다. 갑자기 해리 렉스가 우물거리던 것을 멈추였다. 그리고 퉁퉁한 손가락으로 콧잔등을 어루 먼 자면서 멍하니 식탁 위를 내려다보았다. "그것 참 이상하군." 해리는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가요?" 레이는 고개를 들고 헤리를 쳐다보았다.··· "사실은 내가 한 달전에 상.. 2021. 6. 12.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공감과 연민 ·「류시화 -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공감과 연민나와 배우 김혜자가 함께 네팔을 여행할 때의 일이다. 카트만두 외곽의 유적지에 갔다가 길에서 장신구들을 펼쳐 놓고 파는 여인을 보았다. 이름난 관광지라서 노점상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녀가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김혜자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옆으로 가서 앉는 것이었다. 물건을 사려는 게 아니었다.  그제야 보니 그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울고 있었다.  눈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려 싸구려 장신구들 위로 번졌다.  놀라운 일은 김혜자 역시 그녀 옆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말도 없이 여인의 한 손을 잡고 울고 있었다. 먼지와 인파 속에서 국적과 언어와 신분이 다른 두 여인이 서로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쪼그리고 앉아서.. 2017. 5. 20.
1장 - 1 생각이 많은 독자들의 편지 ·「크리스텔 프티콜랭 -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생존편)」 생각이 많은 독자들의 편지 프티콜랭 선생님께 이렇게 직접 편지를 보내게 되다니 정말 기뻐요! 저는 스물네 살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넌 생각이 너무 많아 탈이야.'라는 말을 밥 먹듯 들었어요. 그때마다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 나한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지요. 순전히 재미 삼아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를 샀다가 홀딱 빠져 버렸습니다! 무슨 계시라도 받은 기분이었죠. 선생님의 분석을 읽으면 읽을수록 전부 저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았어요. 믿을 수가 없었죠. 주변 사람들에게도 책 이야기를 엄청 했습니다. 선생님 말마따나 이 을 ‘정신적 과잉 활동’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주변.. 2016. 10. 17.
오래된 음악 ·「헤르만 헤세 - 삶을 견디는 기쁨」 1부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 오래된 음악 시골 외딴집의 창가로 시커먼 빗줄기가 허물어지듯 끊임없이 쏟아진다. 나는 다시 장화를 꺼내 신고 그 질펀한 길을 따라 시내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외로웠고, 긴 시간 동안 작업한 까닭에 눈이 아팠으며, 서재 곳곳에 꽂혀 있는 금장의 책들이 나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은 모두 잠이 들었고 작은 난로의 불길은 이미 수그러들었다. 결국 집을 나서기로 결심한 나는 콘서트 입장권을 챙기고 장화를 꺼내 신은 다음 강아지 목에 줄을 매달아 주고 비옷을 입은 채 더러운 진흙과 빗물이 넘치는 길을 따라 나섰다. 공기는 상큼했지만 씁쓸한 냄새가 났다. 키가 크고 줄기가 휜.. 2016. 10. 6.
삶을 견디는 기쁨 - 2부 조건 없는 행복/한 편의 동화(험난한 길) ·「헤르만 헤세 - 삶을 견디는 기쁨」 2부 조건 없는 행복 한 편의 동화 - 험난한 길 어두컴컴한 바위 문 옆으로 뻗어 있는 골짜기 초입에 멈춰 선 채 나는 머뭇거리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햇빛이 푸르른 세상을 아늑하게 비추고, 풀밭 위에는 연갈색의 꽃들이 바람결에 흔들리며 반짝였다. 그곳에는 따뜻한 온기와 안락함이 있고, 나는 날아다니는 한 마리 벌처럼 꽃 내음과 햇빛을 만끽하며 내 영혼은 깊고 평화로운 안식을 취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려 하는 나는 바보일지도 모른다. 안내인이 내 팔을 가만히 건드렸다. 나는 따뜻한 목욕물에 담근 몸을 마지못해 일으켜야 했을 때처럼 풍경에 미련을 두며 겨우 시선을 떼었다. 그리고는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한 골짜기를 바라보았다. 바위틈으로 시.. 2016. 7. 28.
삶을 견디는 기쁨 - 작은 기쁨 · 「헤르만 헤세 - 삶을 견디는 기쁨」 1부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 작은 기쁨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의 기쁨을 방해하는 가장 위험한 적이다. 우리는 종종 얼굴에 미소를 띠며 선인들이 쓴 서정적이며 감성적인 여행담을 읽는다. 우리의 조상들이 시간에 쫓긴 나머지 무언가 하지 못했던 일들이 있었던가? 일전에 프리드리히 쉴레겔1)이 쓴 게으름에 관한 시선집을 읽으며 머릿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생각을 지워 버리기 어려웠다. ‘만약 그가 지금 우리가 사는 것처럼 살아야 했다면 그는 얼마나 긴 한숨을 내쉬며 괴로워했을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려서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늘 서두르도록 교육받는 것이 성인이 된 .. 2016. 4. 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제1장 / 5 답장은 우유 상자에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5 물론 아쓰야도 그런 일이 있다는 건 알았다. 다만 그게 1980년 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1975년 소련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문이었다. 그에 항의하는 의미로 미국이 가장 먼저 올림픽 참가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결국 일본도 미국을 따라 보이콧의 길을 택했다. 쇼타가 휴대폰으로 검색해 본 내용을 요약하면 그런 얘기였다. 이 사건의 상세한 경위에 대해서 아쓰야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얘기가 간단하네. 내년 올림픽에 일본은 출전하지 않을 테니까 경기 따위는 싹 잊어버리고 마음껏 남자 친구를 간병해 주라고 편지에 써 보내면 되잖아." "그런 걸 써 보내봤자 달 토끼라는 사람이 믿어줄 리가 있겠어? 정식으로 보이콧이 결정되기 .. 2016. 3. 24.
삶을 견디는 기쁨 - 무위의 미학 「헤르만 헤세 - 삶을 견디는 기쁨」 1부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 무위의 미학 정신적 노동마저도 오랜 전통을 잊은 채, 멋도 잃고 그저 거칠기만 한 공업 세계를 닮아 가고, 학문과 학교는 우리에게서 자유와 개성을 가차 없이 빼앗아 가려고 하며, 세상은 우리로 하여금 얼른 유아기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노력하고 쉴 새 없이 달리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삶으로 여기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세태 속에서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아름다운 예술이 그랬듯이 적당하게 게으름을 피우며 향유하던 무위 無爲의 미학도 아득하게 멀어져만 갈 뿐이다. 이전까지는 우리가 적당히 게으름을 피우고는 하던 것을 그 누구보다 잘했던 시절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 서구에서는 예술의 경지로 게으름을 부리곤 하는 것이 몇몇 호사가들만 누릴 .. 2016. 3. 2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제1장 / 4 답장은 우유 상자에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4 - 두 번째 답장, 정말 고맙습니다. 제 힘든 심정을 알아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하지만 정말 죄송합니다만, 이번 답장에 대해서는 나미야 씨의 의도를 조금, 아니 솔직히 말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마 제가 아는 게 없고 교양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나미야 씨가 애써 저를 격려해 주려고 적어주신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요.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어머니는 곧잘 나에게 '모르는 게 있다고 해서 금세 남에게 알려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 우선은 스스로 잘 알아보아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도 되도록 저 스스로 알아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어요. '휴대폰'이라는 건.. 2016. 3. 19.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제1장 / 3 답장은 우유 상자에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3 - 이렇게 빨리 답장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젯밤에 나미야 잡화점 우편함에 편지를 넣기는 했지만 갑작스럽게 번거로운 질문을 한 건 아닌지, 오늘 내내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답장을 받고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나미야 씨께서 해주신 충고는 정말 좋은 말씀이세요. 저도 가능하면 그 사람을 원정 훈련이나 합숙소에 데려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병이 진행되는 것을 늦출 수 있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 가까이에서 훈련을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가 입원한 병원 근처에는 연습할 만한 장소나 설비가 없어요. 훈련이 없는 날에만 장시간.. 2015. 2. 10.
그리움을 위하여 - 그 남자네 집 그리움을 위하여 -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7 / 문학동네 2013. 06. 04.  그 남자네 집 나는 그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창백하게 일렁이던 카바이드 불빛,  불손한 것도 같고 우울한 것도 같은 섬세한 표정,  두툼한 파카를 통해서도 충분히 느껴지는 단단한 몸매,  나는 내 몸에 위험한 바람이 들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피차 동정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닮은 불운을 관통하는 운명의 울림 같은 걸 감지한 건 아니었을까.  나는 마치 길 가다 강풍을 만나 치마가 활짝 부풀어 오른 계집애처럼 붕 떠오르고 싶은 갈망과  얼른 치마를 다독거리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은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  [t-14. 07. 06.  20240704-135658]  *-* 2014. 7. 6.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제1장 / 2 답장은 우유 상자에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 편지를 다 읽고 셋이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게 뭐지?"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쇼타였다. "왜 이런 편지를 여기에 보낸 거야?" "너무나 고민이 되어서 그랬겠지" 고헤이가 말했다. "그렇다고 써 있잖아" "그건 나도 알아. 왜 고민 상담 편지를 잡화점 우편함에 넣었느냐는 거야. 게다가 망해버려서 이제는 아무도 없는 잡화점에" 두 사람의 대화를 한 귀로 흘리면서 아쓰야는 봉투 속을 들여다보았다. 반으로 접힌 새 봉투가 들어 있고, 받는 사람 칸에는 '달 토끼'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마침내 그도 입을 열었다. "누가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닐 테고. 이거, 진짜로 상담을 하는 거잖아. 게다가 상당히 심각해" "혹시 집을 착각한 거 .. 2014. 3. 17.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제1장 / 1 답장은 우유 상자에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1. 그 폐가廢家로 가자는 말을 꺼낸 건 쇼타였다. 아주 괜찮은 헌 집이 있다고 했다. "아주 괜찮은 헌 집이라니, 그게 말이 되냐?" 몸집도 작은 데다 얼굴에 아직도 어린 티가 남아 있는 쇼타를 내려다보며 아쓰야는 말했다. "글쎄, 아주 괜찮은 집이라니까, 우리가 숨기에 딱 좋단 말이야. 사전 조사를 나갔을 때 우연히 발견한 곳이야. 진짜로 그 집을 써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너희한테 미안하다·····." 고헤이가 큼직한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설마 이런 위급한 때에 차 배터리가 나갈 줄은 몰랐어." 아쓰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해봤자 무슨 소용이냐?"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 여기 올 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 2014. 3. 2.
김동영 - 나만 위로할 것 · 「김동영 - 나만 위로할 것」 그 길은 사람이 자주 오고 가는 길은 아니었다. 마음 한쪽 구석에 있는 길은 산 정상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산 정상에는 오래된 산장이 하나 있다고들 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산장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넌 사륜구동 오토바이를 타고 흙먼지를 풀풀 날리며 내려오는 길이었다. 오후가 막 시작되려고 하는 시간에 우리는 어느 길목에서 마주친 것이다. 워낙 인적이 없는 길이기에 우리가 마주쳤을 때는 인사 대신 작은 미소만 주고받았다. 그런 다음, 다시 갈 길을 가려는데 네가 뒤를 돌아 내게 소리쳤다. "어디로 가는 거야?"  너의 소리에 고개를 돌려 널 바라보며 "그냥, 이 길을 따라가면 마을 전체가 보이지 않을까 해서"라고 소극적으로 말했다. 넌 내 말이 잘 들리지 않는지 오토바.. 2011. 2. 16.
· 여성의 미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가꾸어진다. 「헨리 G. 브라운 - 매력적인 여성의 에티켓」 [211106-145552] 흐린 물을 맑게 하기 위해서는 흐려진 물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여성의 미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가꾸어진다. 타인으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반대로 불신은 잠깐 사이에 생긴다. 또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칫 우리들은 방심하여 '이 정도는 괜찮겠지' '지금 당장 하지 않더라도' 혹은 '다음에 해도 되겠지' 등의 나태하고 안이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또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게 되거나 인간관계를 송두리째 망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므로 남을 험담하거나 .. 2010. 11. 13.
· 자신있게 사는 여성이 되라. 「헨리 G. 브라운 - 매력적인 여성의 에티켓」 [210903-183441] 그대의 인생을 6월의 활짝 핀 장미꽃처럼 근사하게 만들고 싶다면 지금 살고 있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인가 그대 자신에게 물어보라. 자신있게 사는 여성이 되라 그대가 걷고 있는 길은 오직 그대에게만 주어진 그대의 길이다. 인생은 탄탄하게 닦여진 순탄하기만한 길은 아니다. 그 누구의 길도 평탄하게만 닦여진 길은 없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자기의 인생은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인생이 기복이 심하고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역사는 자신이 기록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단 한 번밖.. 2010. 9. 9.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류시화 -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어느 날 페르시아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가슴에 새기라. '.. 2008. 12. 10.
눈을 감고 보는 길 - 책머리에(법정) / 바다를 생각하며 ·「정채봉 에세이 - 눈을 감고 보는 길」   책머리에 내 눈시울에도 물기가 배었다.정채봉 님의 책에 전에 없이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을 나는 기쁘고 고맙게 생각한다.  작년 이맘때,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 충격에 한동안 할 말을 잊었었다.  몇 차례 편지로 또는 말로 음주에 대해 잔소리를 해온 터라 드디어 올 것이 왔는가 싶었다. 환자복을 입고 반쪽이 되어 병상에 누워 있는 그를 대하자 불안했던 생각이 얼마쯤 가시었다.  그 이유는 그의 눈망울과 그 방안의 분위기에 어두운 구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병상에서 다시 일어설 사람과 일어서지 못할 사람은  그의 눈망울과 그 병실의 분위기가 의사의 말보다 더 잘 암시해 주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2008. 6. 11.
리차드 휠러 -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 ·「리차드 휠러 -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 (Where The River Run)」 인디언들이 중북부를 흐르는 미주리강 상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서부 개척시대. 리븐 윌스에서 출발하는 평화사절단이 인디언인 쿠데 나이 족을 보호구역으로 이전시키려는 정부와의 협상을 위해 떠나는 그들을 보호하는 군 책임자로 임명된 제드 오웬 대위. 시대적 사회상과 인간 군상들의 모습 속에서 도전과 모험, 사랑과 우정, 삶과 죽음, 작가 리처드 휠러만의 독특한 필체로 주인공인 제드 오웬 대위와 그의 약혼녀 수잔나와의 믿음과 사랑이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계절은 겨울의 끝이었지만 따뜻하고 맑은 날씨가 계속되던 그해 삼월 어느 일요일에, 그녀는 구혼을 받았었다. "오늘은 마차 드라이브를 하기에 더없이 좋.. 2008. 3. 17.
연금술사 -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p39-51) ·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양치기 산티아고는 잔뜩 실망한 채 밖으로 나왔다.. 꿈 따위는 다시는 믿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선 먹을 것을 구하러 식료품점에 들렀다. 양들은 마을 입구, 새로 사귄 친구의 외양간에 있었다. 그는 이 마을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현실로 끌어낼 방법이 없는 꿈속의 여인 같은 것이니 말이다. 그는 타리파의 신부로부터 구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독서에 열중하고 있을 때 한 노인이 옆에 와 앉더니 말을 걸었다. "저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는 겐가?" 노인은 광장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자기 일들을 하고 있겠죠" 산티아고는 무뚝뚝하게.. 2008.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