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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ㅋ - ㅌ - ㅍ - ㅎ5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큰 글자도서) - 한강 / 창비 2024. 11. 01.  채식주의자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죽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헤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분명 일행과 함께였던 것 같은데, 혼자 길을 잃었나 봐.  무서웠어.  추웠어.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 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어떤 덩어리에선 아직 마르지 않은 붉은 피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어.  끝없이 고깃덩어리들을 헤치고 나아갔지만 반대쪽 출구는 나타나지 않았어.  입고 있던 흰옷이 온통 피에 젖었어.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몰라.  계곡을 거슬러 달리고 또 달렸어. 갑자기 숲이 환해지고,.. 2024. 11. 27.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돈이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제10장)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여기는 가난 같은 건 없어요.  - 제왕 팔 조르, 1975년  당신들이 우리 라다크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린 너무나 가난해요.   -체왕 팔조르, 1983년 처음에 사람들은 새로운 경제가 의존성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돈이 그저 이로운 것으로만 보였다. 전통적으로 돈은 멀리에서부터 사치품을 가져오는 좋은 것이었으므로 돈이 더 많아지는 것은 무조건적인 발전으로 보였다. 이제 과거에는 살 수 없었던 온갖 이국적인 것들, 3분이면 요리되는 국수나 디지털시계 등을 살 수 있다. ------ 라다크에서 2.000년 동안 보리 1킬로그램은 그냥 보리 1킬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값이 얼마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 2022. 6. 10.
인연 인연 - 피천득 / 샘터(샘터사) 2007.12. 20. 한 번은 거짓말에 대한 나의 질문에 선생이 말씀하시기를,  거짓말이 허락되는 경우가 있다면 그렇게 아니하면 동지들에게 큰 해가 돌아오게 될 때뿐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때에도 침묵으로 대답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고 하셨다.  그는 진실의 화신이었다. 고운 얼굴을 욕망 없이 바라다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 없이 찬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 사람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하며, 몇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점잖게 늙어 가고 싶다.  내가 늙고 서영이가 크면 눈 내리는 서울 거리를 같이 걷고 싶다. [t-08.04.13.  20220402_072138] 2008. 4. 13.
선물 인연 - 피천득 / 샘터(샘터사) 2007.12. 20. 선물 선물은 뇌물이나 구제품같이 목적이 있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고 싶어서 주는 것이다.  구태여 목적을 찾는다면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선물은 포샤가 말하는 자애와 같이 주는 사람도 기쁘게 한다.  무엇을 줄까 미리부터 생각하는 기쁨,  상점에 가서 물건을 고르는 기쁨,  그리고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것을 바라보는 기쁨,  인편이나 우편으로 보내는 경우에는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상상하여 보는 기쁨,  이런 가지가지의 기쁨을 생각할 때 그 물건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t-08.01.20.  20220102_160611] 2008. 1. 20.
12월 25일 오후가 되면 인연 - 피천득 / 샘터(샘터사) 1996. 05. 20. "나는 말주변이 없어"하는 말은 '나는 무식한 사람이다, 둔한 사람이다'하는 소리다.  화제의 빈곤은 지식의 빈곤,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요,  말솜씨가 없다는 것은 그 원인이 불투명한 사고방식에 있다.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후진 국가가 아니고는 사회적 지도자가 될 수 없다.  12월 25일 오후가 되면 나는 허전해진다.  초순부터 설레던 가슴이 약간 피로를 느낀다.  그러나 그 순간은 벌써 다음 크리스마스이브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종착은 동시에 시발이다.  이 해가 가기 전에 새해는 오는 것이다.  또 한 해의 꽃들이,  또 한 해의 보드랍고 윤기 있는 나뭇잎들이,  또한 해의 정다운 찻잔, 웃음, 죄없는 얘기가.. 2007.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