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여기는 가난 같은 건 없어요. - 제왕 팔 조르, 1975년
당신들이 우리 라다크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린 너무나 가난해요. -체왕 팔조르, 1983년
처음에 사람들은 새로운 경제가 의존성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돈이 그저 이로운 것으로만 보였다.
전통적으로 돈은 멀리에서부터 사치품을 가져오는 좋은 것이었으므로
돈이 더 많아지는 것은 무조건적인 발전으로 보였다.
이제 과거에는 살 수 없었던 온갖 이국적인 것들, 3분이면 요리되는 국수나 디지털시계 등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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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에서 2.000년 동안 보리 1킬로그램은 그냥 보리 1킬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값이 얼마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오늘 10루피가 있으면 보리 2킬로그램을 살 수 있는데, 내일이면 값이 어떻게 될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끔찍해요"라고 라다크 친구들은 말한다.
"모두들 너무나 탐욕스러워져 가요.
전에는 돈이 전혀 중요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돈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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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제는 사람을 땅에서 떼어놓는다.
돈을 지불하는 일자리는, 우리의 생명이 의존하고 있는 물과 땅을 볼 수 없는 곳인 도시에 있다.
마을에서는 그 땅이 얼마나 많은 식구를 먹일 수 있는지가 눈에 그냥 보인다.
일정한 지역은 꼭 그만큼밖에 생산할 수 없다.
그래서 인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도시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곳에서는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느냐가 문제이고 출산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돈이 더 있으면 더 많은 음식을 살 수 있다.
또 돈은, 자체의 법칙, 리듬, 한계를 가지고 있는 자연에 의존하는 보리나 밀보다 훨씬 빨리 자란다.
돈은 어떤 한계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지역에 있는 자무-카시미르 은행의 광고는 '당신의 돈은 우리한테서 빨리 자랍니다'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동등한 자격으로 친구로서 번갈아가며 서로 도우면서 일해왔다.
이제 추수기간에 임금노동이 생겨나서,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주려고 하고 받는 사람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받으려 한다.
관계는 변한다. 돈은 사람들 사이의 쐐기가 되어서 사람들을 자꾸만 서로에게서 더 멀리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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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제는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간격을 증대시킨다.
전통경제에서 부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부의 축적에는 자연스러운 한계가 있었다.
야크도 어떤 수만큼만 돌볼 수 있고, 보리도 어떤 양 이상은 저장할 수 없다.
그러나 돈은 쉽게 은행에 보관할 수 있고, 부자는 더 부유하게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 (p117)
제11장 - 라마승에서 기술자로
누구에게 중이 필요해요? -라다크 젊은이, 1984년
라다크가 '개발'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돈과 기술 중 어느 것이 변화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요인인지 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둘은 밀접하게 상호연결되어 있고 전체적인 사회변화의 초석을 이룬다는 것이 분명하다.
라다크는 아직 광범위한 기술적인 변화를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그런 일은 꼭 올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일어난 변화도 서구식 기술개발의 '부작용'들을 에시하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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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기술을 낭만적으로 묘사하기는 쉽다.
그러나 또 서구에서는 그것이 갖는 많은 이익을 무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타시 랍기아 스는 때때로 새것보다 옛것의 좋은 점에 대해서,
그리고 특히 기계보다 짐승과 함께 일하는 것의 이점을 얘기한다
"짐승들은 친구가 됩니다. 관계를 갖게 돼요.
짐승들이 특별히 일을 잘했거나 특별히 열심히 일을 했거나 하면 뭔가 특별한 것을 먹여줍니다.
기계와 같이 일을 하면 사람도 기계처럼 되어서 사람 자신이 죽어버립니다."
물론 전통적인 방법으로 땅을 갈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1 에이커를 가는데 반나절이 걸릴 것이다.
타사와는 다르게 라다크 밖으로 가본 적이 없는 농부라면 시간을 절약하는 기술을 환영할 것이다.
트랙터로 반시간이면 할 수 있는 일에 왜 반나절을 보낸단 말인가?
그러나 진리는, 새로운 빠른 기술이 결국은 시간을 절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통적 경제에서 시간은 넉넉했고 오직 계절의 변화에 의해서만 제한을 받았다.
할 일이 아무리 많더라도 생활은 인간적인 속도로 진행되었고, 누구든지 인내심을 가질 여유가 있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현대경제는 시간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바꾸어놓았고,
갑자기 시간은 물량화되고 잘디잔 조각으로 나누어졌다.
시간은 값비싼 물건이 되었고,
사람들이 새로운 '시간을 절약하는' 기술을 갖게 됨에 따라 삶의 속도는 더 빨라졌을 뿐이다.
이제 라다크 사람들에게는 서로를 위하거나 자신들을 위한 시간이 적어졌다.
그 결과 그들은 주변 세계의 미묘한 변화에 대한, 한때는 예민했던 감각,
예컨대 날씨의 작은 변화나 별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마르카 계곡에서 온 한 친구가 한 말이 모든 것을 요약하고 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수도에서 살고 있는 나의 언니는 일을 더 빨리해 주는 온갖 것을 가지고 있어요.
옷은 상점에서 사기만 하면 되고, 지프차, 전화, 가스쿠커를 가지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이 그토록 시간을 절약해 주는데도 언니를 만나러 가면 나하고 이야기할 시간도 없대요."
변하고 있는 라다크가 내게 가르쳐준 가장 충격적인 교훈의 하나는
현대세계의 도구와 기계들이 그 자체는 시간을 절약하는 것들이지만,
새로운 삶의 방식이 전체적으로 시간을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개발의 결과로 현대화된 부문의 라다크 사람들은 기술의 속도로 경쟁해야 하는 경제체제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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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승과 기술자의 세계관은 크게 다르다.
옛 믿음은 모든 생명의 하나 됨이나 연기법을 강조하는 반면 새로운 과학적인 견해는 생명의 분리성을 강조한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창조물들의 바깥에 떨어져 서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자연이 작용하는 방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는 그저 물질을 점점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어 그 여러가지 조각들을 따로 조사해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라마승으로부터 기술자로의 이동은,
살아있는 모든 것과의 정(情)적이며 자비로운 관계를 권장하는 윤리적인 가치로부터
아무런 윤리적 토대가 없는 가치중립의 '객관성'으로 나아가는 변화를 나타낸다. (p123)
제12장 - 서구식 방법의 학습
알더라도 남에게 물어보는 것이 낫다. - 라다크 속담
승원에서의 종교적 훈련을 제외하면 라다크의 전통문화에는 '교육'이라고 불리는 분리된 과정이 없었다.
교육은 공동체와 그 환경과의 긴밀한 관계의 산물이었다.
아이들은 조부모, 가족, 친구로부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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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거듭하면서 라다크 사람들은 스스로 옷과 거처를 마련하는 방법,
즉 아크 가죽으로 신발을 만들고 양털로 옷을 만드는 방법, 진흙과 돌로 집을 짓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했다.
교육은 지역마다 특수한 것이었으며 살아있는 세계와 친밀한 관계를 갖게 하였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나이가 들어서 자원을 효과적으로 또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직관적인 깨달음을 주었다.
서구식 교육은 1970년대에 라다크의 여러 마을에 들어왔다.
오늘날에는 약 200개의 학교가 있다.
기본적인 교과과정은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 가르치는 것을 어설프게 흉내 낸 것이고,
그것은 또 영국 교육의 어설픈 모방이다. 거기에는 라다크의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교과서에 런던이나 뉴욕의 것임직한 아이의 침실 그림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림에는 깔끔하게 접혀진 손수건 무더기가 기둥 달린 침대 위에 놓여있고
그것을 화려한 옷장의 어느 서랍에 넣을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지시가 있었다.
한 번은 숙제로, 기울어진 피사탑과 땅이 이루는 투사각을 계산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 한번은 <일리아드>의 영어 번역을 가지고 고생을 하고 있었다.
라다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기술이 그들에게 정말로 쓸모가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p125)
※ 이 글은 <오래된 미래>의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역자 - 김종철. 김태언
녹색평론사 - 1996. 0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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