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책방(소설/ㄱ - ㄴ13 읽다가 잠드는 경험-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고명환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 고명환 / 라곰 2023. 06. 15.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 전까지 걱정을 하다가 잔다. 걱정을 하다가 자면 악몽을 꾸고, 꿈을 꾸지 않더라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컨디션이 좋지 않다.이런 날들이 계속 반복되면 병이 생긴다. 전형적인 악순환이다. 새롭고 강력한 생각을 뇌에 주입해야 한다. 어떻게? 간단하다. 책을 읽으면 된다. 책은 생각의 덩어리다. 특히 고전은 검증된 좋은 생각의 덩어리다. 그러니 자기 전에 책을 읽어라. 낙타 단계에서 하면 더 좋다. 어차피 책을 읽기만 하면 졸리니, 차라리 책을 읽다가 잠들어버리는 것이다. 잠이 든다 해도 이 경험은 유익하다. 이왕이면 고전을 한 페이지 읽고 잠들 것을 추천한다. 수천 년간 농축된 지혜를 당신의 잠재의식에 주.. 2025. 3. 8. 김훈 - 허송세월 / 말하기의 어려움, 듣기의 괴로움 허송세월 - 김훈 / 나남 2024. 06. 20. 이제 인간은 주변 세계를 직접 체험하거나 인식하기는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인간과 세계 사이에는 수많은 매체들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매체들은 권력화되었고, 언어의 순수성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루기 어려운 소망이겠지만, 저는 생활을 통과해 나온 사소한 언어로 표현되는 정의가 구현되는 세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세계 사이의 직접성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언어는 훨씬 더 작고 단단하게 영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듣기 listening를 통과해 나오지 않는 말을 듣는 일은 괴롭고, 프레임이 빚어내는 말을 듣는 일은 괴롭고, 프레임을 향해서 말을 해야 하는 일은 괴롭고, 말을 해도 들리지 않으리라는 예감은 괴롭고, 전체와 부분에 대한.. 2025. 1. 31. 늙기의 즐거움 허송세월 - 김훈 산문 / 나남 - 2024. 06. 20. 늙기의 즐거움 핸드폰에 부고가 찍히면 죽음은 배달상품처럼 눈앞에 와 있다. 액정화면 속에서 죽음은 몇 줄의 정보로 변해 있다. 무한공간을 날아온 이 정보는 발신과 수신 사이에 시차가 없다. 액정화면 속에서 죽음은 사물화 되어 있고 사물화 된 만큼 허구로 느껴지지만 죽음은 확실히 배달되어 있고, 조위금을 기다린다는 은행계좌도 찍혀 있다. (...) 부고를 받을 때마다 죽음은 이행해야만 할 일상의 과업처럼 느껴진다... 죽음을 루틴으로 여기는 태도는 종교적으로는 경건하지 못하지만, 깨닫지 못한 중생의 실무이행으로서 정당하다. 애착 가던 것들과 삶을 구성하고 있던 치열하고 졸렬한 조건들이 서서히 물러가는 풍경은 쓸쓸해도 견딜 만하다.. 2025. 1. 25. 걷기 예찬 허송세월 - 김훈 산문 / 나남 - 2024. 06. 20. 2부 글과 밥 - 걷기 예찬 살아 있는 인간의 몸속에서 '희망'을 확인하는 일은 그야말로 희망적이다. 아마도 이런 희망은 실핏줄이나 장기의 오지 속과 근육의 갈피마다 서식하는 생명 현상 그 자체인 것이어서, 사유나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다만 경험될 뿐이다. 몸의 희망을 몸으로 경험할 때, 우리는 육체성과 정신성의 간극을 넘어서는 행복을 느낀다. 나는 이런 행복을 '몸과 삶 사이의 직접성'이라고 이름 지으려 한다. 돈이나 수고가 드는 것도 아니지만, 이 직접성의 행복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일상성(속도, 능률) 속에 매몰되어 있다. 추운 겨울 거리의 노점 식당에서 라면을 먹을 때나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에 수박을 식칼로 쪼갤 .. 2024. 11. 18. 남들도 다 그래? 난 안 그래!-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고명환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 고명환 / 라곰 2023. 06. 15. '남들도 다 그러니까'라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때에 사자들은 당당하게 자신에게 외친다. "난 안 그래!" '남들도 다 그래'에 속한 사람들은 자본주의 삼각형의 아랫부분을 차지한다. 이쪽에 위치한 사람들은 스스로 뭔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며 그 자리에 머무른다. 책을 읽고 사자가 된 사람들은 '난 안 그래!'라고 외치며 점점 위로 올라가 결국 소수들만 차지하는 삼각형의 맨 위쪽에 자리한다. 자본주의는 늘 이런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이 개념을 반드시 이해하고 우리는 삼각형의 위로 올라가야 한다. 사자 단계가 되면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다. 용기가 생긴다. 지혜가 생긴.. 2023. 10. 24. 파이어족을 꿈꾸는 당신에게-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고명환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 고명환 / 라곰 2023. 06. 15.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들은 스스로 창의적인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생산을 하기에 생산활동 자체가 즐겁지 않은 것이다. 스스로 창의적인 생산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파이어족을 꿈꾸지 않는다. 은퇴할 생각이 없다. 창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벌면 일하지 않고 편하게 즐기며 살아야지'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어도 당신이 지금 털어버리고 싶은 그 힘든 상태, 그 혼돈은 계속된다. 종류만 달라질 뿐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혼돈은 계속된다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삶이다. - 조던 B. 피터슨의 '질서 너머' 중에서 파.. 2023. 6. 19. 일은 어떻게 하고 긴 여행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나만 위로할 것/김동영 나만 위로할 것 - 김동영 / 달 2010. 10. 08. 일은 어떻게 하고 긴 여행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일은 하지 않아요. 그만뒀어요. 여행 중이에요."아저씨는 조금 감탄하는 듯하더니, 여행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듯 눈을 슬며시 감았다 떴다. "용기가 대단하네. 내가 자네 나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탠데." 난 침을 삼키고 말했다."용기는요. 그저 어느 날 일자리가 없어져서 시작한 여행일 뿐이에요. 사실 저는 언제나 불안하거든요. 제가 하는 일은 거의 걔약직이거나 프리랜서라 자주 이렇게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져요. 이번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제 33살이니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떠돌아다니기만 해도 괜찮은지 잘 모르겠어요. 하.. 2023. 1. 19. 공자의 주입식이 아닌 계발교육론-도올의 교육입국론(증보신판)/김용옥 도올의 교육입국론(증보신판) - 김용옥 / 통나무 2017. 12. 04. 논어 술이(述而) 편의 어구 不憤不啓 不悱不發 擧一隅 不以三隅反 則不復也 불분불계 불비불발 거일우불이삼우반 즉불복야에서 계발(啓發)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공자는 말한다: "나는 분발치 아니 하는 학생을 계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나는 궁금증이 쌓여 고민하는 학생이 아니면 촉발시켜 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한 꼭지를 들어 말해주어 세 꼭지로써 반추할 줄 모르면 더 반복치 않고 기다릴 뿐. 不憤不啓, 不悱不發, 擧一隅 不以三隅反, 則不復也" 이것은 공자 교학방법의 전모를 말해주는 명언이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계발(啓發)'이라는 말이 바로 이 공자의 말씀에서 유래된 것이다. 공자는 주입식의 교육.. 2018. 6. 23. 교육의 주체는 교사-도올의 교육입국론(증보신판)/김용옥 도올의 교육입국론(증보신판) - 김용옥 / 통나무 2017. 12. 04. 교육의 주체는 교사이지 학생이 아니다. 학생은 피교육자이며, 입학하여 졸업하는 과객過客이다. 객客에 대하여 주主의 자리는 선생이 지키는 것이다. 학교의 주체도 교사이지 교장, 교감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교육개혁의 주체도 결국 교사이다. 교사가 바로 서지 않으면 어떠한 교육개선의 지침도 허언虛言이 되고 만다. 교사는 교육의 알파이며 오메가이다. 교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없이는 우리는 교육개혁을 실현할 길이 없다. 교육개혁이란 결국 교사가 학생들의 교육 그 자체에 헌신할 수 있는 존귀함의 입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학교를 학부형이 좌지우지하고 교사는 그 하수인인 꼴, 교장, 교감은 교육청의 명령을 일방적으로 하.. 2018. 4. 21. 나만 위로할 것 나만 위로할 것 - 김동영 / 달 2010. 10. 08.그 길은 사람이 자주 오고 가는 길은 아니었다. 마음 한쪽 구석에 있는 길은 산 정상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산 정상에는 오래된 산장이 하나 있다고들 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산장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넌 사륜구동 오토바이를 타고 흙먼지를 풀풀 날리며 내려오는 길이었다. 오후가 막 시작되려고 하는 시간에 우리는 어느 길목에서 마주친 것이다. 워낙 인적이 없는 길이기에 우리가 마주쳤을 때는 인사 대신 작은 미소만 주고받았다. 그런 다음, 다시 갈 길을 가려는데 네가 뒤를 돌아 내게 소리쳤다. "어디로 가는 거야?" 너의 소리에 고개를 돌려 널 바라보며 "그냥, 이 길을 따라가면 마을 전체가 보이지 않을까 해서"라고 소극적으로 말했다. 넌 내 말이 .. 2011. 2. 16. 김송희 - 여자가 말할 땐 확실한 말만 합니다 / 작가가 드리는 말 여자가 말할 땐 확실한 말만 합니다 - 김송희 / 푸른 꿈 1990. 12. 05. 작가가 드리는 말 차마 부끄럽습니다.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느끼게 되는 절망감, 답답함, 아쉬움 등을 드러내 보인 이 토막글들을, 감히 읽을 거리라고 세상에 내놓기가 두려웠다. 책이 될성싶은 것들을 모으는 작업에서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독자에 대한 염치없음은 더욱 극심해져 책을 내라는 여러분의 권유를 차라리 거절하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결국에는 이 못난 글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내가 25년 동안 뉴욕 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리게 된 크고 작은 사건들, 주변 사람들과의 부딪침 속에서 그 당시의 시대와 맞물린 이야기들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좀 색다른 환경에서 세월을 걸었.. 2007. 7. 14. 우리말 꿈 여자가 말할 땐 확실한 말만 합니다 - 김송희 / 푸른 꿈 1990. 12. 05. "엄마, 엄마는 꿈을 어느 나라 말로 꾸어요?" 아직 이른 새벽인데 둘째 딸아이가 소란을 떠는 바람에 눈을 떴다. "엄마, 꿈을 꾸었는데요, 우리말 꿈을 꾸었어요. 참 우습죠? 보통 때 나는 영어로만 꿈꾸었는데 어젯밤엔 우리말 꿈을 꾸었다니까요." "무슨 꿈인데?" "모르겠어요. 잘 생각은 안 나요." 다 큰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어린애 같은 소리를 하니 귀엽고 우스워 이불자락을 들치고 내 옆으로 끌어 들었다."엄마는 말이다. 우리말 꿈밖엔 꾼 기억이 없어. 아마 네가 요즘 한국학교에다 한국교회를 나가게 되니까 꿈도 한국꿈을 꾼 모양이지..., 그런데 기억이 없다는 건 실망인데. 너는 한국사람이니까 한국말은 기.. 2007. 7. 6. 엄마의 어른스러움 여자가 말할 땐 확실한 말만 합니다 - 김송희 / 푸른 꿈 - 1990. 12. 05. 딸들이 국민학교 1, 2학년 미술시간에 그려 가지고 온 엄마는 예쁘고 순진하게 생긴 신부의 모습이었다. 치렁치렁 레이스가 장식된 드레스를 입고, 살포시 미소 짓는 입매, 그 옆에는 '아이 러브 마마'라고 쓰여있기까지 했다. 나는 공연히 우쭐해져서 "얘, 엄마가 이렇게 예뻐?" 하면 "그럼요" 하고 조금도 망설이는 기색 없이 대답해 주던 딸들이 아니었던가. 그때만 해도 서툰 엄마 노릇에 살림도, 아이를 키우는 일도 완벽하지가 못 했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봐 주는 게 가슴 뿌듯했고 일종의 안도감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2,3년 후, 아이들의 시선은 180도로 달라져 버렸다. 어느 날, 화첩에 그려진.. 2007. 7.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