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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1)

by 탄천사랑 2022. 3. 14.

(소설)  제인 오스틴 - 「오만과 편견(삼성기획신서 10)

 

 

많은 재산을 모은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리라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진리이다.
이런 남자가 처음으로 이웃에 옮겨오게 되면,

그 사람의 기분이 어떻고 생각이 어떠한가를 동리 사람들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더라도,
이 진리는 주위 사람들 마음 속에 꽉 자리잡고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되어,
자기네 딸 중에 누군가가 그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어느 날 베네트 부인은 남편에게 이렇게 말을 건냈다.


"여보,
  네더필드 자택에 결국 사람을 들이기로 한 것 같은데 그 얘기를 들으셨어요?"

 

베네트 씨는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틀림없다는가 봐요.
  롱 부인께서 방금 다녀가셨는데 그 말을 하시더군요." 

 

부인도 맞받아 말했다.

베네트 씨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들게 되었는지 당신은 궁금하지도 않으세요?"  아내는 더 조바심이 나서 소리를 질렸다.
"당신이 들려 주겠다는데,  왜 난들 듣지 않겠소?"   이 정도면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말이었다.
"글쎄 들어 보세요.
  당신도 알아두셔야 하니까요.
  롱 부인 말로는, 네더필드에 들게 된 사람은 북 잉글랜드 출신의 청년으로 꽤 부자라나 봐요.
  월요일에 사두마차(四頭馬車)를 타고 와서 집을 둘러보고서는 아주 마음에 들었는지
  그 자리에서 모리스 씨와 결정을 보았다는 거예요.
  미가엘 제(祭, 9월 29일)전에 들 예정이고, 하인 몇 사람은 내주 말까진 오게 돼 있나 봐요."


"이름이 뭐랍니까.?"
"빙리래요."

"결혼을 한 사람인가? 그렇지 아니면 독신인가?"
"독신이예요. 여보!
  재산이 많은 독신인데다가, 일 년에 4.5천 파운드.

 우리애들에겐 꼭 어울리는 사람이란 말예요!"


"어떻게 해서 그렇다는 거지?
  그게 우리 애들에게 어쨌다는 거요?"
"정말 딱하신 분이세요. 

 당신은!  어쩌면 그렇게 한심할 수가 있어요!
  그 사람하고 우리 집 애하고 연분을 맺게 했으면 하는 제 생각을 당신은 알아 주셔야 하는 거예요."

"그런 속셈으로 이사를 온답디까?"
"속셈이라뇨! 그런 말씀 마세요.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실까.
  그렇지만 우리애들 중에 누구 하나를 사랑하게 될 공산도 없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오는 대로 당신이 방문해 주셨으면 해요."

"그렇게 할 필요가 어디 있소.
  가려면 애들 데리고 당신이나 가보도록 해요.
  아니면 애들만 보내면 될 게 아니오.
  그렇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소.
  당신은 애들만큼이나 예쁜 사람이니까. 

 혹시 빙리란 청년이 당신을 제일 좋아하게 될지 누가 알겠소."
"아이구 망측해라.
  이래도 저도 한때는 누구 못지 않은 미인이었지만,  이제는 잘난 체할 입장이 못되거든요.
  다 자란 딸자식을 다섯씩이나 거느린 여자가 예쁘고 어쩌고 할 게 뭐 있소?"

"하지만 여보.
  그 청년이 이곳에 오면 당신이 꼭 방문해서 인사를 나눠야 해요."
"약속은 못하겠는데."

"그렇지만 우리 애들 생각을 하셔야죠.
  그 애들 중 누구하고 인연이 맺어진다고 생각해 보란 말이예요.
  정말 월리엄 루커스 경과 부인께선 그런 이유로 방문하기를 결정한 모양이예요.
  아시다시피 그분들은 새로 왔다고 해서 찾아가는 그런 분들이 아니거든요.
  정말 당신이 가셔야 하는 거예요.
  당신이 안가신다면 제가 그 애들하고 간다는 건 정말 엄두도 못낼 일이니까요."

"당신은 지나치게 겸손하군. 그래.
  내생각 같아선,  빙리 씨는 여자들끼리오는 것을 더 좋아할 것 같은대.
  내 편지 한 장 써서,  우리 애들 중에서 누구든 선택해서 결혼하게 되면
  아무 이의 없이 승낙하리라는 내 뜻을 정확히 전하도록 할 테니까.
  리지(엘리자베드)에 대한 칭찬을 꼭 한마디 써넣어야겠어."
"제발 그런 짓은 그만두세요.  리지가 다른 애들보다 어디가 괜찮아요.
  글쎄,  사실 제인의 반만큼도 에쁘지가 못하고 리디어의 반만큼도 상냥하지가 못해요.
  그런데도 당신은 리지만 내세우니까 말이에요."

"원 애들이라고 하나같이 이렇다할 점이 있어야지."
"우리 애들이 어느 계집애들처럼 한결같이 못나고 무식하단 말야.
  그런데 리지만은 형제들 중에서 제일 예민하거든."

"여보,  어쩌면 당신은 제 자식들 흉을 그렇게 하시기예요!
  재미가 있어서 절 놀리시는 모양인데요.
  저의 약한 신경을 손톱 만큼도 생각 안해 주시는근요."
"그건 오해야,  당신 신경을 굉장히 아끼고 있단 말이요.
  나에겐 옛 친구나 다를 바가 없으니까.
  적어도 20년 동안 당신이 얘기 할 떄마다 각별히 고려를 해가며 말하는 것을 들었소."

"아,  제 고통이 어떤가는 당신이 잘 모르실 거예요."
"그러나 당신이 그 고통을 극복해서 매년 4천 파운드의 청년들이 이웃에 많이 와서 살아 줬으면 좋겠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께선 그들을 찾아가실 분이 아니시니까,
  스무 명이 와 산대도 아무 소용 없겠어요."
"그때 돼 봐야 알게 되는 거요
  스무 명이 와 보시오,
  난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찾아가고 말 테니까."


베네트 씨는 워낙 기민한 재주와 풍자적인 기질과 신중함과 변덕장이의 혼합체였었기 때문에
23년을 함께 살아온 부인으로서도 그의 성격을 이해하기란 힘든 처지였다.


반면에 부인의 마음을 알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녀의 성격은 이해력이 부족하고 지식이 많지 못한데다가 변덕이 심한 여인이었다.
무슨 불만이 생기게 되면 그것 때문에 고통스럽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평생에서 중요한 사업은 딸들을 출가시키는 일이며,
낙이 있다고 한다면 남의 집을 방문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나누며 지내는 것이었다. (p14)
※ 이 글은 <오만과 편견>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제인 오스틴 - 오만과 편견(삼성기획신서 10)
역자 - 홍건식
삼성기획 - 1990.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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