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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명상의글(종교.묵상.좋은글./동냥 그릇2

동냥 그릇 ·「박상준 - 동냥 그릇 」   동냥 그릇 나는 내 삶에 무수한 획을 긋는다. 그러나 지나가고 나면 흔적도 없다. 아니, 어쩌다 희미한 흔적만 남는다. 그러나 나는 없다. 뒤집기 어떤 사람이 바보에게 사발 하나를 주면서 밀가루와 소금을 사 오라고 심부름을 보냈다. 그가 바보에게 말했다. "조심해라.  밀가루와 소금을 한데 섞지 말고 따로 가져와야 한다. 알았지?" 가게로 가자, 주인이 사발에다 밀가루를 채워 넣은 다음 소금을 재기 시작했다. 바보가 재미있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밀가루와 섞으면 안 돼요.  소금을 어디다 담을지 두고 봐야겠군요?" 가게 주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뜸 사발을 뒤집었다. 사발을 뒤집어 그 밑받침의 움푹 들어간 곳에 소금을 담을 참이었다. 물론 밀가루는 죄다 쏟아져 버렸지만, .. 2007. 5. 27.
책머리에 ·「박상준 - 동냥 그릇 」    이 책 에는 150여 편의 우화가 실려 있다. 이것들은 예부터 중근동 지역에 널리 살았던 이름 모를 수도자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다. 그들을 통틀어 신비주의자라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농사꾼, 정원사, 화가, 시인, 거지, 성직자, 바보, 종, 이교도, 이야기꾼, 방랑자 따위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다. 나는 그들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이 우화집을 엮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아니 그들의 삶을, 상황을 만나면서  나는 크게 혹은 미묘하게 통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했다. 그래서 신이 나면 비약도 해보고 기가 막히면 틀어지기도 하면서 적어 본 그들과의 연애담을 각 우화마다 코멘트로 붙여 보았다. 말씀드리자면 이 코멘트는, 전혀 심각.. 2007.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