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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베르나르 베르베르 - 나무 - 파피용

나무 - 황혼의 반란

by 탄천사랑 2022. 10. 9.

베르나르 베르베르 - 나무

 

 

'그들일까요?'

초인종이 딩동댕 하고 울렸다. 
할아버지 프레드와 할머니 뤼세트는 겁에 질린 동물처럼 바닥에 웅숭그리고 있었다.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우리 자식들은 절대로 그들이 오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요.'

'벌써 3주 전부터 세누와 나누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어요. 
 사람들 얘기가 자식들이 소식을 끊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으면 그들이 온다던데.'

두 노인은 조심스럽게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닭장처럼 철망을 쳐놓은 대형 버스가 보였다. 

바로 그 악명 높은 <휴식ㆍ평화ㆍ안락 센터>의 버스였다. 
그 행정기관의 약자 CDPD, 

그리고 흔들의자와 리모컨과 카밀레 꽃을 나타낸 로고가 차체에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분홍색 제복을 입은 대원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그들 중의 한 사람은 반항하는 노인들을 붙잡는데 쓰는 커다란 그물을 한껏 감추고 있었다.

프레드와 뤼세트는 서로 바싹 몸을 기대었다. 
프레드는 분노로 몸을 떨고 있었다. 결국 그들의 자식들도 부모를 버린 셈이었다. 
그들의 사랑하는 아들딸마저도 부모를 CDPD에 넘기고 말았다는 얘기였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프레드는 설마 그런 일이 있으랴 하고 생각했다.
다른 집 자식들은 다 그래도 자기네 자식들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맹물이라서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그는 그런 행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노인들을 배척하는 운동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었다.
정부는 처음에는 노인들을 지지했다.

입에 발린 소리일지언정 노인 공경의 미덕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얼마 안 가서 노인들을 여론의 심판에 넘겨 버렸다.
한 사회학자가 텔레비전 저녁 뉴스에 나와서 

사회보장의 적자는 대부분 70세 이상의 노인들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그러자 노인 배척 운동의 전선에 생긴 그 돌파구를 이용하여 정치인들이 공격에 가세하였다.
그들은 의사들이 너무 쉽게 약을 처방한다고 비난하였다.
의사들이 공익은 뒷전으로 돌리고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마구잡이로 노인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태는 갈수록 나빠지기만 했다.
학자들의 분석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폭적인 예산 삭감이 이어졌다.
먼저 정부는 인공 심장의 생산을 중단시켰다.
그다음에는 피부와 신장과 간의 대용물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동결시켰다.

대통령은 신년 담화를 통해 
<노인들을 불사의 로봇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생명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는 존중되어야 합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노년기와 극노년기의 국민들은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함으로써 
국가가 민심에 반하는 세금을 부과하게 하고, 프랑스 사회가 퇴보하는 듯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나라의 모든 경제 문제가 노인의 증가와 연결되어 있음이 명백해지고 있다는 얘기 었다.
그 담화가 있은 뒤에 70세 이상의 노인들에 대해서 약값과 치료비의 지급을 제한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광고 제작자들은 그런 흐름에 편승하여 

역사에 길이 남을 <반노(反老)> 캠페인으로 정치인들의 뒤를 따랐다. 
노인을 비하하고 배척하는 광고 문구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어떤 개먹이 광고에서였다.
이 광고에는 한 노인과 개가 등장한다.
노인이 개밥 그릇에 담긴 먹이를 훔치려고 하자, 개가 송곳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댄다.
그러면서 <플리키, 바로 당신의 할아버지가 꿈꾸는 먹이입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그즈음에 보건복지부에는 이런 말이 들어간 포스터가 나붙었다.
<65세에는 괜찮아요. 70세요? 손해의 시작이죠!>

노년의 이미지는 점차 사회의 모든 부정적인 요소와 결합되었다.
레스토랑 문에서 <70세 이상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행여 반동분자로 몰리게 될까 이제 아무도 노인들을 옹호하려 들지 않았다.


현관의 초인종이 다시 울렸다.
프레드와 뤼세트는 몸을 움찔하였다.

'열어 주지 맙시다. 저들은 우리가 없다고 생각할 거요.'

프래드가 그렇게 속삭였다.
그는 여전히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들은 2층에 있었기 때문에 창문 너머로 철망 버스의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뤼세트는 이웃에 사는 풀트랑씨 부부가 버스 안에 있는 것을 보았다.
토요일 오후면 으레 함께 어울려 카드놀이를 하는 부부였다.

보아하니 그들 역시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모양이었다.

'문 열어요! 
 안에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물을 지니고 있는 직원이 현관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드렸다.

노부부는 서로 기대어 다시 몸을 웅크렸다.
성난 주먹질이 멎는가 했더니 발길질이 그 뒤를 따랐다.

아래층에서 CDPD의 하수인들이 현관문을 노루발장도리로 따고 있었다.
그들의 동작은 자신만만하고 거의 기계적이었다.
매일같이 그런 일을 숱하게 하는 모양이었다.
그들이 소리쳤다.

'뭐가 무서워서 그래요?
 모든 게 잘될 겁니다. 겁내지마요.'

프레드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심정으로 뤼세트의 허리를 잡았다.
뤼세트는 남편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아차렸다.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함께 창턱으로 올라가 훌쩍 뛰어내렸다.
그들이 떨어진 자리에 쌓여 있던 쓰레기 더미가 충격을 완화시켜 주었다.
프레드는 결연하게 벌떡 일어나 뤼세트의 팔을 잡아끌며 CDPD의 버스 쪽으로 내달렸다.
보도에 남아 있던 대원들이 깜짝 놀라서 머뭇 거리고 있는 사이에.

그는 잽싸게 운전석에 앉아 질풍처럼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는 한참 동안 버스를 산 쪽으로 몰고 갔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스무 명의 다른 노인들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차를 세웠다. 아무도 말문을 열지 않았다.
긴 침묵을 깨고, 마침내 프레드가 말했다.

'압니다.
 우리는 어쩌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 직감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버릇이 있습니다.
 내가 느끼기에 CDPD는 정말이지 전혀 갈 만한 곳이 못 됩니다.'

다른 노인들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다들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쭈삣거리고 있는데, 풀트랑씨가 갑자기 <만세!>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약간의 시간을 두고 모든 승객이 그를 따라 만세를 외쳤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경찰이 곧 쫓아올 겁니다. 서둘러 산 속으로 피신하도록 합시다.'

숲에 당도하자 도망자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프레드가 그들을 지켜보다가 말문을 열였다.

'다들 조용히 하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어느새 그는 그들의 지도자가 되어 있었다.
하긴, 그가 그들을 속박에서 풀어냈으니 이제 그들을 책임져야 하는 것도 그였다.

'경찰이 열심히 우리를 찾고 있을 테니 불을 피울 수는 없습니다.
 그 대신, 몸을 피할 수 있는 동굴을 찾아내는 것이 급합니다.'

프래드의 침착한 모습에 다른 노인들도 냉정함을 되찾았다.
한 시간쯤 지나자, 

현장을 탐사하러 갔던 사람들이 돌아와 제법 큰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고 알렸다.

'여기에서는 안심하고 불을 피워도 되겠어요.'

이튿날, 그들은 사냥을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들에겐 활도 총도 없었다. 
하지만 폴트랑 씨는 커다란 돌멩이를 던져 운수 나쁜 다람쥐 한 마리를 잡는 데에 성공했다.
그 다람쥐가 그들의 첫 식사였다.
그날 저녁에 노인들은 불가에 모여 토론을 벌었다.

'우리는 끝내 이 궁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늑대들이 우리를 잡아먹을 거예요.'

'경찰이 우리를 찾아낼 거예요.'

프레드는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의 목소리에는 갈수록 자신감이 배어 가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는 한, 여기에 있으면 안전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사라진 지 며칠이 지났기 때문에 

우리가 얼어 죽었거나 산짐승들에게 잡혀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노인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약점이죠.' 

 

그러자 한 노파가 사람들을 들려보며 말했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우리는 우리 부모님들에게 그런 식으로 행동한 적이 없는데....' 

 

프레드가 노파의 말을 잘랐다.

'추억을 자꾸 되새기는 일은 그만두기로 합시다.
 한탄과 하소연도 부질없습니다.  이제 현재 속에서 살기로 합시다.
 우리를 제거함으로써 자신들의 젊음이 영원히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건 참으로 큰 착각이죠'

그 작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박수갈체를 보냈다.
그때 갑자기 동굴 입구에 실루엣 하나가 나타났다.
노인들은 벌떡 일어나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투창 쪽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떨고 있었기 때문에

설령 창을 던진다 해도 표적을 제대로 맞추기가 어려울 듯했다.

첫 번째 실루엣에 이어 다른 세 사람의 실루엣이 잇달아 나타났다.
노인들은 모두 엄청난 공포에 휩싸였다.
프레드는 두려움을 억누르면서 햇불 하나를 잡고 입구로 나아갔다.

'CDPD에서 나왔소?'

한 발 더 다가가 보니,  그들은 CDPD 체포 대원들도 아니었고 경찰관이나 간호사들도 아니었다.
거기에는 동굴속의 도망자들과 똑같은 늙은이들이 서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어떤 센터에서 탈출했습니다.
 여러분이 도주했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전부터 여러분을 찾아다녔어요'.

'나는 발랑베르그라고 합니다. 전직 의사죠
 여긴 식물학자인 아내입니다.'  그러자 프레드가 다시 차분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반갑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새로 온 노인들은 자기들이 챙겨 온 물건들을 꺼내 놓았다.
종이, 볼펜, 칼, 보청기, 안경, 지팡이, 의약품, 가는 끈 등 모두가 요긴하게 쓰일 물건들이었다.
발랑베르그 박사는 연발식 소총까지 한 자루 가져왔다.
뤼세트가 소리쳤다.

'굉장하네요!
 이제 적들이 포위 공격을 한다 해도 버틸 수 있겠어요.'

'그래요.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에요.
 다른 노인들이 곧 우리와 합류할 게 틀림없어요.
 이전까지는 센터에서 도망을 쳐도 살아갈 희망이나 도피처를 구할 가능성이 없었어요.
 그래서 도망쳤던 사람들이 다시 붙잡히고 말았지요.
 이제 그들은 알고 있어요.
 여기 이 산 속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에요.
 지금쯤이면 수백 명의 노인들이 우리를 찾아 이 지역을 샅샅이 뒤지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아닌 게 아니라, 나날이 많은 노인들이 찾아와 반란자들의 진영에 가세했다.
재주가 아주 많은 발랑베르그 박사는 동료들에게 토끼 올가미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한편 뛰어난 식물학자인 그의 아내는 식용 버섯을 식별하는 방법 등을 가르쳤다. 
왕년에 전기 기술자였던 폴트랑 씨는 풍력 발전기를 세우는 일에 몰두하였다.
오래지 않아 그 풍력 발전기 덕분에 동굴 안에 전등을 달게 되었다.
프레드는 근처의 샘에서 동굴 속으로 물을 끌어들이는 일을 맡았다.
그들의 삶은 <하루하루가 기적이었다>

처음의 동굴과 근처의 다른 동굴들에 결집한 노인들이 곧 백여 명에 달했다.
프레드와 뤼세트는 CDPD가 두려워하고 

70세 이상의 노인들 모두가 찬양하는 신화적인 인물이 되었다.
프레드는 한 노인이 가져온 카메라로 은신처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의 사진은 알음알음으로 펴져 나가 노인들의 집에 걸리게 되었다.
반란자들은 자기네를 지칭하는 이름과 스스로를 결집시키기 위한 슬로건을 찾아냈다.
그들 집단의 이름은 <흰여우들>이었고, 그들의 슬로건은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였다.

이어서 그들은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선전 활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하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단을 작성하였다.

<우리를 존중해 주십시오.
  우리를 사랑해 주십시요.
  노인들은 아기들을 돌볼 수 있고, 뜨개질을 할 수 있습니다.
  다리미질이나 요리도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모든 일을 우리는 아직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흘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인간은 늙은이들을 죽임으로써 마치 쥐들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가장 약한 구성원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 버리는 쥐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쥐가 아닙니다. 
  인간은 서로 연대할 줄 알고 함께 어울려 살 줄 압니다.
  만일 인간이 가장 약한 자들을 죽인다면, 인간의 모듬살이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노인을 배척하는 법률들을 철폐합시다.
  우리를 제거하기보다 활용할 생각을 하십시요.>

그들은 이 효소문이 전국에 걸쳐 배포되도록 손을 썼다.
하지만 프레드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네 공동체를 수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CDPD에 아직 갇혀 있는 노인들까지 모두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의 제안에 따라 <흰여우들> 중에서 가장 활동적인 사람들이 나섰다.
그들은 CDPD에 수용된 노인의 자식들로 행세하기로 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자식들이 

숙고의 기간을 거친 뒤에 부모를 다시 찾으러 온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그들은 젊은이들처럼 옷을 입고, 머리를 염색했으며 가짜 신분증을 소지하였다.
그들의 활동은 점차 관계 당국의 의심을 사기 시작했다.
당국은 잘못을 뉘우쳤다고 주장하는 자녀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을 석연치 않게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를 다시 데리러 오는 모든 사람에게 우선 손부터 보여 줄 것을 요구했다.
얼굴이나 복장으로는 나이를 속일 수 있어도 

손으로는 나이를 속일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러자 프레드는 도시 게릴라 활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하였다.
<흰여우들>의 행동 대원들은 CDPD 중의 한 곳을 일제히 공격하여 노인 50여 명을 해방시켰다.
그리하여 반란자들의 수는 더욱 증가했다.
그들은 이제 진짜 군대가 되어 가고 있었다.
보잘것없는 활이 무기의 전부였던 시절은 가고, 

그들은 이제 자동소총과 60밀리 박격포로 자기들의 진지를 방어하고 있었다.

젊은 장관들로 구성된 새 정부는 양보하기를 거부했다.
CDPD의 체포 대원들은 

노인들을 자택에서 끌어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장비를 동원하고 있었다.
반란이 온 나라로 확산되기 전에 일을 끝내려고 그렇게 포악을 떠는 듯했다.
CDPD는 이제 버스를 사용하지 않고 

은행들로부터 징발한 현금 수송용 방탄 유개 차량을 사용하고 있었다.
정부가 물러서기는커녕, 점점 더 강경한 정책으로 빠져 들어갔다.
60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노동이 금지되었고, 자녀들에게는 부모를 지원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그것에 대한 반발로 <흰여우들>은 더욱 가열한 게릴라 공격을 벌였다.
양 진영의 입장은 갈수록 강경해졌다.

반란군의 첫 거점이 된 동굴과 그 뒤에 새로 찾아낸 여러 동굴은 완전히 요새로 변해 있었다.
안정이 보장되고 편의 시설이 늘어나자 산속에 숨어 사는 삶도 그런대로 쾌적해졌다.
노인들은 그런 삶이야말로 참다운 청춘을 되찾게 해주는 

기적 같은 삶이라고 여기며 그것을 기꺼이 받아 들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게릴라 활동에 정부가 불안을 느껴 

결국에는 노인 배척 법률을 개정하게 되리라고 기대하였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인들의 반란을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 냈다.
독감 바이러스를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헬리콥터들이 숲 위로 날아올라 바이러스 샘플들을 다량으로 살포했다.
뤼세트가 가장 먼저 죽었다. 하지만 프레드는 투향을 거부하였다.

반란자들에게는 긴급히 백신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들이 백신을 구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사전에 모든 재고를 폐기하도록 명령한 바 있었다.
따라서 전염은 피할수가 없었다. 사망자가 갈수록 늘어났다.

3주일 후, 경찰 병력이 <흰여우들> 중에서 살아남은 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출동했다.
그들은 어떤 저항에도 맞닥뜨리지 않았다.
프레드는 CDPD 대원들에게 체포되었다.
그 대원들은 20세 미만의 젊은이들로만 구성된 새로운 소대에 속해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프레드는 주사를 맞고 죽기 전에 

자신에게 주사를 놓은 자의 눈을 차갑게 쏘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게다.'   (p96)  
 이 글은 <나무>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베르나르 베르베르 - 나무
그림 - 뫼비우스
역자 - 이세욱 
열린책들 - 2013.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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