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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ㄷ - ㄹ

보이지 않는 스티커를 등에 붙인 고독한 전사-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류시화

by 탄천사랑 2024. 4. 21.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류시화 / 수오서재 2023. 12. 21.

부정의 프레임에 휩싸일 것이 아니라 긍정의 프레임으로 들어가라고 말합니다.
저도 요즘엔 읽을 책이 많으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와우... 이렇게 흥미진진한 책들이 내 책상을 둘러싸고 있다니!!!"

그러면 정말 책을 사랑하게 되고 한 자 한 자 눈에 잘 들어옵니다.
뭐든 세상을 이렇게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 같네요.
이 방법 또한 책이 저에게 준 세상을 보는 방식입니다.

제주도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리고 서귀포 돌집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도 유리창에 기대고 있던 그녀의 오른쪽 뺨이 어른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이 슬펐다. 
상실은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고 있는 걸까? 
그녀의 앞날에 부디 많은 여름이 기다리고 있기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혼이 뼈와 만나는 저 안쪽에서 어떤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저마다의 가슴에는 있다.

코칭 관련 홈페이지에서 읽은 글이다. 
한 남자가 약속 장소를 향해 서둘러 운전해서 가는데, 앞에 가는 차가 거의 거북이 수준이었다. 
경적을 울리고 헤드라이트를 깜빡여도 속도 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자제력을 잃고 화를 내려는 찰나, 차 뒤에 부착된 작은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장애인 운전자입니다. 조금만 참아 주세요.'

그 문구를 보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남자는 마음이 차분 해지고 조급함도 사라졌다. 
오히려 그 차와 운전자를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약속 장소에 몇 분 늦게 도착하는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날 밤, 남자는 생각했다. 
그 차에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았다면 참을성을 발휘했을까? 
빨리 비키라고 더 심하게 경적을 울리지 않았을까? 
왜 우리는 사람에 대해서도 각자의 등에 붙어 있는 투명한 스티커를 알아보지 못한 채 성급히 판단하는가? 
이를테면 이런 스티커들 말이다.

'일자리를 잃었어요.'
'병과 싸우고 있어요'
'이혼의 상처로 아파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어요.'
'자존감이 바닥이에요.'
'그저 껴안아 줄 사람이 필요해요'
'방세를 못 내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스티커를 등에 붙인 고독한 전사이다. 
그 등은 어떤 책에도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지고 다닌다. 
따라서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참고' 친절해야 한다.
인도인 친구가 다음의 일화를 보내 주었다.

기차 안에서 두 아이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좌석 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근처에 앉은 아이들의 아버지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쳐다보면 다정한 미소를 짓고, 
그러면 아이들은 다시 장난을 치느라 바쁘고, 남자는 계속 물끄러미 아이들을 바라보곤 했다.

다른 승객들은 아이들의 장난기에 화가 나고, 아이들 아버지의 태도에도 짜증이 났다.
밤이었기 때문에 다들 쉬고 싶었다. 
보다 못한 한 사람이 남자에게 소리쳤다.

"당신은 대체 어떤 아버지이길래, 
  아이들이 이토록 버릇없이 행동하고 있는데 제지하기는커녕 미소로 부추기고 있군요. 
  아이들에게 잘 설명하는 것이 당신의 의무 아닌가요?"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 중에 있습니다. 
  아내가 친정에 다니러 갔다가 어제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례를 치르러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중인데, 
  이제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아무리 해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생의 가장자리에 서 있을 때, 우리의 영혼은 전율하며 그 떨림은 우주에 공명 한다.
다른 인간 존재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삶을 경험하고 하였는지, 경험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누구의 삶도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없다.
당신의 삶도,  나의 삶도. 80억 명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오늘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영혼이 뼈와 만나는 저 안쪽에서 어떤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저마다의 가슴에는 있다.
류시화 시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왜 우리는 사람에 대해서도
  각자의 등에 붙어 있는 투명한 스티커를 알아보지 못한 채 성급히 판단하는가?”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스티커를 등에 붙인 고독한 전사이다.
그 등은 어떤 책에도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지고 다닌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참고’ 친절해야 한다.


※ 이 글은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4.04.21.  20210405-15333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