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배우 윤여정>
평생을 노력한 사람이군요.
감사하게도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봤어요. 그러니 노력했지.
나를 칭찬하거나 예쁘다고 해도 믿질 않았어요.
너무 노골적으로 말해서 인심 사나워 보인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다른 사람한테도 진실을 말해 줬다고.
알고 보면 사람들도 내가 안 예쁘니까 멋지다고 하는 거잖아. - p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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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서로 상대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상태(일명 상호 허겁)가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며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다.
우리 인간은 무슨 까닭인지 자꾸만 이러한 힘의 균형을 깨고
홀로 거머쥐려는 속내를 보인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관찰해 온 자연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자연에서 제일 먼저 배울 게 있다면 이 약간의 비겁함이다. - p67 -
군림(君臨) 의 경영(經營)이 아닌 군림(群臨)의 공영(共營)을 해야 한다
교수는 학생이 연구자로서 홀로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해요.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 p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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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순재>
기나긴 인생에서 선생께서 깨닫고 지키는 어떤 룰이 있습니까?
좀 손해보고 살아야 큰 손해를 안 봐요.
하나 더 먹겠다고 달려들면 갈등이 커지고 적이 생겨. 정치할 때 그걸 배웠어요.
나는 표는 못 받아도 욕은 안 먹었어.
제일 가난한 동네에서 날 한 식구로 받아 줬고, 정치적 적과는 친구가 됐지.
너무 치열하게 경쟁하지 마세요.
살아보니 인생이란 건 여러 욕심이 있겠지만
조그만 손해는 감수하고 좀 모자란 듯 사는 게 좋아. - p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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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무대에 나가면 뒤통수에도 눈이 있어.
오케스트라 한 명 한 명하고 신경 줄로 전부 연결이 된다니까.
실내악을 해도 그건 마찬가지야. 가벼운 적이 한 번도 없어.
하모니를 맞출 때 리듬이 연결돼 있다구. 소리는 다 즉흥적이야.
무대, 객석, 악기, 음향이 다 서로 연결돼서 연주가 나와요. 말도 못 해,
그 즉흥성이. 천만 번 준비를 해도 모든 연주는 즉흥적일 수밖에 없어요. - p137 -
윷놀이가 왜 한국인의 탁월성을 설명하는 데 힌트가 되죠?
일곱 형제 중애 나만 영국인과 결혼했지만,
아둘 둘이 어릴 때 한국말도 잘했고 윷놀이도 많이 했어요.
윷놀이는 운도 좋아야 하지만 말도 잘 둬야 해요.
룰렛 베팅보다 훨씬 드라마틱해요.
모 네 번에 윷과 걸이 나오면 한 번에 판이 끝나기도 하죠.
그걸 보면서 생각했어요.
'인생은 갬블(도박)이다. 동시에 믿는 사람에겐 블레싱(축복)이다.'
운이 좋아야 하겠지만, 할 노력을 다하면 보이지 않던 길이 뚫려요.
나는 음악도 오감이 아니라 육감으로 해요.
하이 레벨로 올라갈수록 완전히 육감이죠. - p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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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화가 노은님>
우주의 정원사로 사는 게 행복한가요?
행복이 뭔가요?
배탈이 났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면 행복하고 못 들어가면 불행해요.
막상 나오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죠.
행복은 지나가는 감정이에요.
그렇다면 어떤 감정이 중요한가요?
편안함과 감사함이죠.
눈 떴는데 아직도 하루가 있으면 감사한 거예요.
어떤 일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편한 세상이 돼요.
매일매일 벌어지는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수고스럽겠지만 그냥 받아들이세요.
날씨처럼요.
비 오고 바람 분다고 슬퍼하지 말고 해가 뜨겁다고 화내지 말고. - p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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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성복>
늙고 죽는 것?
얼음판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계속 미끄러지는 느낌, 그때의 막연함 같은 거죠.
'어어'하면서 '이게 꿈인가' 싶죠
그럴땐 시동을 껐다 다시 켜면 돼요. -p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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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형석>
97세에도 쉬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 나이쯤 되다 보면 가정이나 사회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해요.
하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하나는 사소한 것이라 해도 존경받을 만한 점이 있어야 해요. - p285 -
김지수 /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어떤책 / 2018.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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