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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영-책만 보는 바보/책상 위에 놓인 낡은 책 한 권이

by 탄천사랑 2021. 6. 3.

안소영  -「책만 보는 바보

 

 

 

햇살이 환한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책을 들어다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기도 했다.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책 한 권이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가로 한 뼘 남짓, 

세로 두 뼘가량, 

두께는 엄지손가락의 절반쯤이나 될까. 

그러나 일단 책을 펼치고 보면,

그 속에 담긴 세상은 끝도 없이 넓고 아득했다. 
넘실넘실 바다를 건너고 굽이굽이 산맥을 넘는 기분이었다.

​책과 책을 펼쳐 든 내가,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얼마쯤 될까. 
기껏해야 내 앉은키를 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책과 내 마음이 오가고 있는 공간은, 

온 우주를 다 담고 있다 할 만큼 드넓고도 신비로웠다
번쩍번쩍 섬광이 비치고 때로는 우르르 천둥소리가 들리는듯하였다.    - p21 -

 

 

안소영 - 책만 보는 바보
보림 - 2005. 1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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