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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바르트-칼 바르트가 쓴 모차르트 이야기/친애하는 악장 겸 궁정 작곡가에게

by 탄천사랑 2021. 10. 2.

칼 바르트  - 「칼 바르트가모차르트 이야기」

 

 

어떤 사람이 기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그의 신문을 위해서

'모차르트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를 써줄 것을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 요청한 것입니다.
나는 처음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종이 휴지통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당신에 관해서라면,  나는 어떤 경우에라도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 스스로는 생존시에 쓴 약간 괴팍스런 편지 말고 달리 어떤 편지를 써보긴 하였습니까?
왜 쓰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지금 계신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서로를 보다 분명히 알뿐더러
우리를 더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세상에 사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일 겁니다.
그러므로 나의 기억과 살아온 나날들 가운데서 내가 얼마나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당신이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왜 당신은 이에 대하여 한 번도 글로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 그런데 나는 당신에 관한 다음과 같은 글을 읽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즉 당신은 가끔 아주 평범한 서민들을 위해 여러 시간 동안 그들 앞에서 연주를 하곤 했다는데,

그것은 그들이 당신의 연주를 들음으로 기쁨을 얻는다는 것을 당신이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도 당신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언제나 귀와 가슴이 신선한 기쁨으로 충만해집니다.

 

.... 귓전을 맴도는 당신과의 음악적 대화를 통하여 사람들은 젊게도 되고 늙게도 되며,

일도 하고 휴식도 얻으며, 기쁨도 누리고 슬픔도 맛보게 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음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긴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나보다 훨씬 더 잘 알 것입니다.
음악 중에는 다가오는 세대의 인류의 삶에 유익을 주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음악은 삶에 유익을 줍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음악은 그대로 내 인생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1956년에 70세가 되고 당신은 200세가 된 할아버지로서 우리 가운데 살아 있는 것입니다)

 

.... 이것만은 믿어주십시오.
즉 음악을 배웠건 나처럼 배우지 못했건 간에 셀 수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귀와 가슴으로

당신의 음악을 듣고 또 듣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당신의 탄생 200주년을 축하하는 해에만 그렇다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지금 있는 그곳에는 어떤 음악이 존재하는지 나는 잘 모릅니다.
내 추측하는 바를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나는 천사들이 하느님의 존전에서 시중들 때에 바흐만을 연주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확신하는 바는 천사들이 저희들끼리 있을 때에는 모차르트를 연주할 것이고,
사랑의 하느님께서도 그것을 기꺼이 들으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 추측이 틀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나보다 더 잘 알 것입니다. (p20)

 

-당신을 충심으로 존경하는 칼 바르트로부터.
* 1956년 1월 21일 발행한 주말신문 Luzerner Neuesten Nachrichten에서

 

 이 글은 <모차르트 이야기>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칼 바르트 -  칼 바르트가 쓴 모차르트 이야기

역자 - 문성모
예솔 - 2006.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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