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 「정원 일의 즐거움」
세계는 이제 우리에게는 거의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세계는 자주 시끄러움과 불안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풀과 수목은 변함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어느 날인가 지상이 완전히 콘크리트 상자로 덮여 버린다 할지라도, 구름들의 유희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예술의 도움을 빌려, 여기저기에 신성한 곳으로 통하는 하나의 문을 열어 둘 것입니다.
- 1949년 1월.
에르빈 아커 크네히트에게
정원에 나가서 눈의 피로를 풀지 않고 집안에 틀어박혀 일만 하고 있으면,
나의 눈은 약해져 며칠 동안 눈물이 나오고 아파서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지고 나는 하릴없이 앉아 있게 됩니다.
내가 죽음을 생각할 때, 그것은 특히 나 자신만의 작은 지옥이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끝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한 일이 될 것입니다.
나의 반생은 이 약해진 두 눈으로 인해서 어두워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p212)
- 1954년 5월.
※ 이 글은 <정원 일의 즐거움>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내가만난글 > 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지하-김지하의 예감/최후의 국내파 (0) | 2021.11.20 |
---|---|
칼 바르트-칼 바르트가 쓴 모차르트 이야기/친애하는 악장 겸 궁정 작곡가에게 (0) | 2021.10.02 |
헤르만 헤세-정원 일의 즐거움/보덴 호숫가에서 (0) | 2021.09.21 |
데구치 하루아키-인생의 문장들/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현자는 역사에서 배운다 (0) | 2021.09.16 |
최일도-참으로 소중하기에.../뒤끝 없는 성격이 좋은 겁니까? (0) | 2021.09.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