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 - 「나만 위로할 것」
그녀는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며 이제까지 책을 3권 썼다고 했다.
2권은 이탈리어로 그리고 또 다른 1권은 영어로. 3권 모두 고양이가 등장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도 했다.
글을 써서 먹고살 수 없기 때문에 낮 시간에 일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고 했다.
그녀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작가라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을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소개했다.
매달 잡지 한 페이지에 그녀의 그림이 실린다고 했다.
그녀는 크레용과 색연필로 아기자기하면서 서정적인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영화관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그림을 그려서는 방세를 낼 수 없어 밤에는 극장에서 일하고 낮에는 책상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녀도 언제나 사람들에게 자신을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을 뮤지션이라고 소개했다.
매주 목요일 밤 카페에서 한 시간씩 노래와 연주를 한다고 했다.
그는 항상 낡은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다녔다.
그리고 그는 자전거 가게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어린 아기의 양육을 위해 낮에는 자전거 가게에서 자전거를 팔거나 고치고
밤에는 방에서 조용히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만든다고 했다.
그 역시 언제나 사람들에게 자신을 뮤지션이라고 소개했다.
사람들이 물었다.
'넌 뭐 하는 사람이냐고?' 그럴 때마다 난 일을 관뒀다고만 대답했다.
그럼 '뭐 했었나?'고 묻는다.
난 말을 썼다고 했다.
한번 읽혀지면 허공 속으로 곧 사라져 버리는 라디오 방송 원고를 썼다고 했다.
그리고 난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팔아서 글을 썼다고 했다.
내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이 '당신 작가구나'라고 말하면, 난 손을 저으며 일은 관뒀다고 말하며 얼굴을 붉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설렁 잘 하지 못한다 해도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주눅 들지 않고 그 일을 직업이라 말할 수 있는 그들의 자신감과 확신은 대단한 것이었다.
너무 대단해서 주눅이 들 정도였다.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좋아하지만 전혀 돈을 벌 수 없는 일을,
좋아하지만 남들이 전혀 인정해주지 않는 일을 당당히 직업이라며 말할 수 있을까?
잘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돈을 벌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 진심의 정도를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
"뭐 하세요?" 누군가가 그렇게 묻는다.
그때는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말하면 되는 것인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사랑하는 일과 직업의 거리가 그렇게 멀단 말인가.
잠깐 한 번만 나에게 더 물어보자.
일단 정말 사랑하는 일이 있긴 있는가? (p146)
※ 이 글은 <나만 위로할 것>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달 - 2010. 1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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