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난다 / 2017. 07.01.
이 미병의 시기는 치료가 수월한 반면 스스로 잘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나는 이것이 꼭 우리가 맺고 있는 타인과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깨어지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보다는 사소한 마음의 결이 어긋난 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것을 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넘기고 만다.
증상과 통증은 이제 미병이 끝나고 우리 몸에 병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장기와 기관들은 통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위통이 시작된 후 에야 위가 여기쯤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픈 곳은 허리인데 손발이 먼저 저려올 때 온몸의 신경이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에서도 다시 사람의 인연을 생각한다.
관계가 원만할 때는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고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한 사람이 부족하면 남은 한 사람이 채우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가 끝나고 나면 그간 서로 나누었던 마음의 크기와 온도 같은 것을 가늠해 보게 된다.
이때 우리는 서운함이나 후회 같은 감정을 앓는다.
특히 서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연의 끝을 맞이한 것이라면
그때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후회될 만큼 커다란 마음의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t-24.06.21. 20240619-2257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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