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나 - 힘 빼기의 기술」
실연의 손익분기점
그러던 어느 밤이었다.
누군가가 건네준,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책을 읽었다.
인생에서 우연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를 깨달으려면,
지금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세 가지를 떠올리고,
그 셋이 어떻게 내 인생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보라고 했다.
나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그 셋을 떠올려보았다.
그때 내가 꼽은 건 나의 고양이 하쿠와 내 제일 친한 친구 황영주와 내가 몸담고 있던 그 모임이었다.
'고양이는....
내가 실연하고 외로움에 몸서리칠 때 집에 강아지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누구네 집 앞에 버려져 있었다는 고양이 소식을 듣고 데려왔지'
'황영주는..... 절교했다가 내가 실연 후의 슬픔을 털어놓으며 다시 친구가 되었지.
지금은 모임을 통해 더 건강한 관계가 된 것 같고'
'모임은.... 실연 후에 외로움과 우울함을 견디기 위해 만든 거였으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 육성으로 외쳤다.
"정말 그러네!"
이럴 수가.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세 가지는 모두 문제의 실연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나는 그 당시에 인생이 아주 살 만하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실연하길 잘했잖아!
그것도 보통 실연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 마음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기에 이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 있었다.
나는 그 실연이 내 인생에서 꼭 발생했어야 할 고마운 사건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진심으로.
인생에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떤 슬픔이 어떤 기쁨을 불러올지,
어떤 우연히 또 다른 우연으로 이어질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
그러다 어느 순간엔 모든 게 고맙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 이 글은 <힘 빼기의 기술>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김하나 - 힘 빼기의 기술(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시공사 - 2017. 07. 28.
[t-24.06.19. 20240603-153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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