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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

by 탄천사랑 2024. 5. 5.

사뮈엘 베케트 - 고도를 기다리며(세계문학전집 43)」

 

 

 

블라디미르:   아직은 가지 마시오.
포조:    (발을 멈추며) 난 가겠소.
블라디미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데서 가다가 넘어지면 어쩔려고?
포조: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그리고 나서 다시 떠나는 거요.
블라디미르:   떠나기 전에 저자한테 노래나 한 곡 부르게 하쇼.
포조:    누구에게 말이오?
블라디미르:   럭키 말이오.
포조:    럭키에게 노래를?
블라디미르:  그렇소.  아니면 생각을 하게 하든가. 낭독을 시켜도 좋고.
포조:    저놈은 벙어리인걸.
블라디미르:  벙어리라니?
포조:   그렇다니까.  신음소리 한마디 못 낸다오.
블라디미르:  벙어리라!  언제부터요?
포조 :  놈의 시간 얘기를 자꾸 꺼내서 사람을 괴롭히지 좀 말아요! 
             말끝마다 언제 언제 하고 물어대다니!  당신, 정신 나간 사람 아냐? 
             그냥 어느 날이라고만 하면 됐지.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  저놈은 벙어리가 되고 난 장님이 된 거요.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 테고. 
             어느 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 날 우리는 죽을 거요.
             어느 같은 날 같은 순간에 말아요.  그만하면 된 것 아니냔 말이오?

 

-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t-24.05.05.  20240504-17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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