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위하여 - 박완서 / 문학동네 2013. 06. 04.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도 춥지 않은 남해의 섬,
노란 은행잎이 푸른 잔디 위로 지는 곳,
칠십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하는 어여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섬,
그런 섬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고인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은 내년 여름엔 이모님이 시집간 섬으로 피서를 가자고 지금부터 벼르지만 난 안 가고 싶다.
나의 그리움을 위해.
그 대신 택배로 동생이 분홍빛 도미를 부쳐올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t-24.06.16. 20220602-171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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