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진 - 「열다섯 번의 낮(열다섯 날의 기록과 기억)」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모양이다.
M이 괜찮은지 물었다.
괜찮다.
안 괜찮을 건 무엇인가?
여름이 이렇게 가 버렸다고 한들, 몇 번을 보냈고 이겨 낸 여름인데.
그러니까 나는 모든 게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
큰 변화는 없었다.
모두 아주 작은 것들에 불과하다.
행복을 구걸하지 않고 불행을 내뱉지 않는 법을 배워 갈 뿐이다.
나를 흔드는 것에 조금은 덜 동요하며 하루를 산다.
그래서 지금 어쩌면 괜찮지 않을 당신에게,
언젠가 내가 해변에서 태양과 함께 끌어안았던 책 한 구절을 보내고 싶다.
'그러니 제발 당신의 삶도 괜찮길 바란다.'
괜찮아질 것이다.
꼭 그렇게 될 것이다. - p219 -
신유진 / 열다섯 번의 낮
1984BOOKS / 2018. 0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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