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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내가만난글/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344

달을 쏜 저격수 - 오십 · 「이시연 - 달을 쏜 저격수(양장본 HardCover)」 오십 마른 잎새 떨어진 빈 가지 사이로 헝클어진 시간 저만큼 눈 덮인 들판에 매달린 달 속으로 실루엣처럼 다가서는 추억 한줌 눈물을 부둥켜 안은 채 얼음처럼 차가운 숨을 몰아쉬며 지금도 어디만큼 가고 있는 내 삶의 여정에 이젠 내려가야 할 채비를 해야 하는 내 나이 오십. 발문 의송 義送 이시연 李時淵 시인을 말하다. 장순휘 시인. 내가 이시연 시인을 만난 것은 18년 전 1991년 어느 날 의정부(CFA ROK/US)에서 였다. 그는 당시 무척 긴장된 모습으로 보였는데 같이 근무하다가 나중에서야 그가 군인으로서 군과 국가를 위해 의로운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음속 깊이 존경을 품었었다. 그는 결코 시를 쓸 것 같은 군인이라기 보다는 .. 2009. 11. 1.
김은영-자존심의 파워/저자의 말 중에서 · 「김은영 - 자존심의 파워」 [t-09.07.18. 210908-133637] 이제 우리가 새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우리 각자가 자신의 가치를 알고 진정한 의미와 자존심을 키워야 한다. 밖의 것에 치중하기에 앞서 우리 내면의 힘을 먼저 알고 안에서 밖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내면의 향상이 수반되지 않은 이미지 메이킹은 자신의 행복이나 가정의 변화, 사회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우리 모두가 자존심을 회복하는 작업에 먼저 착수해야 한다. 이 작업은 생각만큼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행복에 관심을 갖고 (ⅠCare)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Ⅰ Can) 삶의 균형과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의지 (Ⅰ Will)를 가지면 된.. 2009. 7. 1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 정순인 ·「수필문학 - 2009년 3월 호 통권 21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캐나다의 관광도시 밴프에서 빙하지대인 아이스 필드로 가는 93번 도로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불리는 구간이 있다. 만년설을 인 웅장한 로키가 손에 닿을 듯하고, 이슬같이 맑은 보우 호수가 여행객의 발길을 멈추게 할 만큼 아름다워 그렇게 불린다. 내가 그곳에 간 것은 작년 이맘때, 3월이었다. 캐나다에 이민 간 질녀가 한 번 다녀가라는 말을 진작 했지만 쉽게 마음을 내지 못했다. 그 아이가 사는 에어드릭은 일 년 중에 반이 겨울이라고 하니 추운 날씨와 긴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게 무리일 것 같고, 무엇보다도 성치 않은 몸이라 폐가 되면 어쩌나 싶은 염려 때문이었다. 망설이다가 마음을 낸 것은 '혼자서 지내지.. 2009. 4. 22.
관포지교 - 이 책을 읽는 분들께 ·「최웅빈 - 관포지교」 이 책을 읽는 분들께 에서는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관중管仲은 영수潁水 안휘성安徽省 사람으로 자는 이오夷吾이다. 젊을 때부터 포숙鮑叔과 교제하였는데 포숙은 관중의 사람됨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관중은 가난 때문에 포숙을 자주 속였는데 포숙은 불평 한 마디 없이 언제나 친밀함을 유지했다. 관중은 공자 규糾를 섬겼고 포숙은 제나라의 공가 소백小白을 섬겼다. 소백이 왕위에 올라 환공桓公이 된 후, 공자 규는 죽고 관중은 체포되었다. 포숙은 환공에게 관중을 추천하였다. 관중은 포숙의 힘으로 채용되어 제나라의 정치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으며 제나라 환공을 패자覇者가 되게 하였다. 제후들을 단합시키고 천하를 통일한 것은 관중의 계락에 의해서였다. 관중은 말하기를,.. 2008. 10. 4.
니콜라스브레턴-좋은 것, 나쁜것/훌륭한 아내는 니콜라스브레턴 - 「좋은 것, 나쁜것」 그녀의 눈은 신중하고, 혀는 침묵하며, 손은 부지런히 일하고, 가슴에서는 사랑이 넘친다. 그녀는 상냥한 벗에, 정열적인 애인이고, 참을성 있는 실행, 경험의 본보기이다. 그녀는 부엌의 의사이자 침실의 안락함이요. 홀의 단정함이고, 응접실의 우아함이다. 또 낙농장의 청결함이요. 양조장의 건강, 곡물창고의 풍요로움, 밭의 작물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음악이고, 얼굴은 상냥하며 마음은 덕스럽고 영혼은 인자하다. 그녀는 남편의 보석이며 아이들의 기쁨이고, 이웃들로부터 사랑받고 아랫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다. 그녀는 가난한 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자선을 칭송하며, 종교를 사랑하고, 성심껏 헌신한다. 그녀는 필요한 바를 살피고 검약을 실천하며 주부의 귀감이요. 정숙함의 거울이다. .. 2008. 9. 14.
TV동화 행복한 세상-진정한 후원자 TV동화 행복한 세상 - 「진정한 후원자」 결혼 20년 만에 30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하게 된 부부가 있었습니다. 월세와 전세를 번갈아가며 열 번이나 이사를 다닌 끝의 내 집을 장만. 부부는 흔한 포장이사도 마다하고 둘이서 짐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노인이 찾아와 이삿짐 나르는 걸 돕겠다고 제의했습니다. 그리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노인은 다짜고짜 짐을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영차! 공짜라니까, 공짜.” 돈도 받지 않고 이사를 돕겠다는 노인. 부부가 수락하고 말 겨를도 없이 노인은 어느새 능숙한 솜씨로 짐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워낙 일손이 아쉬웠던 터라 할아버지는 큰 도움이 됐고 덕분에 일이 수월해졌습니다. “어유, 짐이 많네.” 짐 정리가 거의 끝날 무렵 할아버지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 2008. 9. 14.
곽 재 구 - 사평역에서 사평역에서 - 곽 재 구 / 문학과지성사 1983  사평역에서  곽 재 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내면 깊숙이 할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 2008. 8. 31.
새로운 길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  ,  ,  ,  ,  내일도,  ,  ,  ,  ,  ,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과 함께 문우지 (1941. 10월)를 통해 발표된 것으로 일려짐. [t-08.08.15.  20230801-173358] 2008. 8. 15.
신달자-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신달자 -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내 나이를 사랑한다. 지금 어렵다고 해서 오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기다림 뒤에 알게 되는 일상의 풍요가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자.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내가 가진 능력을 잘 나누어서 알맞은 속도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여자이고 아직도 아름다울 수 있고 아직도 내일에 대해 탐구해야만 하는 나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모든 것에 초보자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을 익히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현재의 내 나이를 사랑한다. 인생의 어둠과 빛이 녹아들어 내 나이의 빛깔로 떠오르는 내 나이를 .. 2008. 6. 15.
한 인 현 - 섬집 아기 ·「조선일보 - -08 05 21」  [애송 동시 - 제 9 편]  섬집 아기 한 인 현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섬집 아기〉는 1950년 4월 《소학생》지에 처음 실렸다. 7·5조의 음수율을 고지식하게 따르는 이 정형시의 배경은 섬마을이다. 엄마는 굴 따러 가고 아기는 칭얼대다가 스르륵 잠든다. 아기를 재운 것은 파도소리다. 파도소리가 천상의 화음을 가진 것은 하느님이 작곡한 자장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굴 따던 엄마는 갑자기 아기 걱정에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 2008. 5. 21.
이애경-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인생은 아포가토 이애경 -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에스프레소에 빠진 아이스크림. 너무 달달하거나 너무 쓰거나 너무 차갑거나 너무 뜨거워, 한 숟가락씩 떠먹거나 홀짝홀짝 나눠 마셔야 하는 것. 달콤할 때쯤 쌉쌀하게, 쓴맛에 달콤함을 더해 주는, 아이스크림과 맞닿아 있는 에스프레소 다혈질이면서도 천천히 살 줄 아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철학이 가득 딤긴 디저트 달기만 한 인생은 없다. 쓰기만 한 인생도 없다. 인생은 아포가토. 온기와 냉기가 공존하는 달콤 쌉쌀한 디저트 같은 것. (p218) ※ 이 글은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이애경 -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허밍버드 - 2013. 10. 25. 2008. 5. 10.
· 피천득-인연/종달새 ·피천득 - 「인연」 [200513-170154] "무슨 새지?" 어떤 초대석에서 한 손님이 물었다. "종달새야." 주인의 대답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종달새라고? 하늘을 솟아오르는 것이 종달새지, 저것은 조롱(鳥籠) 새야." 내 말이 떨어지자 좌중은 경탄하는 듯이 웃었다. 그날 밤 나는 책을 읽다가 아까 친구 집에서 한 말을 뉘우쳤다. 비록 갇혀 있는 새라 하여도 종달새는 공작이나 앵무새와는 다르다. 갇혀 있는 공작은 거치른 산야보다 아늑한 우리 안이 낫다는 듯이 안일하게 살아간다. 화려한 날개를 펴고 교태를 부리기도 한다. 앵무새도 자유를 망각하고 감금 생활에 적응한다. 곧잘 사람의 말을 흉내도 낸다. 예전 어떤 집에는 일어 상용(日語常用)하는 주인을 따라 '오하요(안녕)하고 인사를 하는 앵무.. 2008. 5. 7.
思母曲 「신 영 - 思母曲」 감추다 만 치마폭엔 숯검정 얼룩무늬 놓으시며 달빛 어린 깊은 새벽.. 삐걱거리며 들락이던 부엌문 문지방 턱 깎아내시던 어머니. 콜록이던 기침소리 가슴에 남아 울릴 때면 몸서리쳐지도록 당신이 그립습니다 사무치도록 남은 그리움 달래고픈 거리만큼 그리움의 자락은 끝이 없고 하염없는 눈물만 고여 쌓입니다 서러웠습니다 당신의 하얀 머리도 골 깊은 얼굴의 주름도 할머니 같은 어머니가 손녀딸 같은 막내둥이가 가슴 시리도록 서러워 울었습니다 빨간 멜빵 책가방 등에 업고 양손에 거머쥔 일 학년 등교 길 왼쪽 가슴에 달았던 하얀 손수건 언제나 크려나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시며 마음으로 울음을 삼켰을 내 어머니. 고집쟁이 막내딸 오일장서는 날 따라 나서면 뚝딱하고 해치우는 짜장면 한 그릇 그것도 모자라.. 2008. 5. 7.
이정하-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행복이라는 나무 「이정하 -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 행복이라는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곳은 결코 비옥한 땅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절망과 좌절이라는 돌멩이로 뒤덮인 황무지일수도 있습니다. 한번쯤 절망에 빠져보지 않고서, 한번쯤 좌절을 겪어보지 않고서 우리가 어찌 행복의 진정한 값을 알 수 있겠습니까. 절망과 좌절이라는 것은 우리가 참된 행복을 이루기 위한 준비 과정일 뿐입니다. 따라서 지금 절망스럽다고 실의에 잠겨 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지금 잠깐 좌절을 겪었다고 해서 내내 한숨만 쉬고 있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입니다. 더 큰 행복을 위해 참된 행복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아닙니까. 돌멩이를 부지런히 들어내야 옥토를 만들 수 있듯이 말입니다. 절망과 좌절이 설사 우리의 삶에.. 2008. 4. 17.
공지영-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평하지 않다. 「공지영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가끔 내 인생을 바꾸어놓는 구절들이 있어서 저는 책을 사랑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펴 든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 그렇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당신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때 당신의 생은 놀랍게 변할 것이다. 저라는 인간은 얼마나 멍청한지 모든 사람이 실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도 모르고 이 세상 모든 불행이 나에게만 쏟아진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만일 신이 제게 '그래, 아무나 지적해보아라. 누구처럼 살고 싶으냐?' 묻는다면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싶은 그러한 표본이 내게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 것입니다. 놀랍게도 책이나 위인전 속이거나 하다못해 여성지에 나오는 연예인 중에서도 '하나님, 나 꼭 저렇게 살고 싶어요' 하고 싶은 표본.. 2008. 4. 8.
이정명-바람의 화원 1/생도청 「이정명 - 바람의 화원 1」 홍도 - 그린다는 것은 무엇이냐? 윤복 - 그린다는 것은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리움은 그림이되고, 그림은 그리움을 부르지요. 문득 그림을보면 그 사람이 그립고, 산 그림을 보면 그 산이 그리운 까닭입니다. - 이정명 '바람의 화원 1' 에서 2008. 4. 7.
슈베르트 마을의 우편마차 - 自 序 (자 서) ·「김용범 시집 - 슈베르트 마을의 우편마차」 自 序 (자 서) 조금씩 내 시 속에서 감성이 사위고 있음을 느낀다. 무디어진 감성은 곧 내가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현실과 생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또 하나의 작업을 예비하게 한다. 이제 서서히 敍事 (서사)의 年代 (년대) 가 내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감성의 시대가 지난 뒤 오랫동안 散文 (산문)의 時代 (시대) 를 맞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묶여진 것이 이번 시집이다. 이제 한 번쯤 더 이와 같은 세계 속에서 나를 정리 하게 될 것이다. 마치 긴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시집을 묶었다. 찬찬히 글을 정리해 준 박기수 군의 도움 에 깊은 사의를 표한다.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 첫 시집을 만들어 준 고려원에서.. 2008. 4. 6.
공병호-초콜릿/순간순간마다 방학처럼 마음껏 즐겨야 해요! 공병호 - 초콜릿 미국을 대표하는 그림동화 작가 타샤 튜더 여사는 90년이 넘는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를 담아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아요. 순간순간마다 방학처럼 마음껏 즐겨야 해요! 아무리 공해로 찌들고, 곳곳에서 끔찍한 사건이 터져도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에요. 무슨 일이든 한번뿐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될거예요. - 공병호의 초콜릿 중에서 - 2008. 4. 3.
· 신영복-감옥으로부터의 사색/ 3월 25일자 신영복 교수의 옥중 편지 「신영복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봄철에 뛰어든 겨울 아버님께 가는 척 하던 겨울이 과연 역습해왔습니다. 겨울의 심사를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기다리던 사람을 맞이하듯 조금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철모르는 와공蝸公이, 성급히 고름을 풀던 꽃잎이, 이 눈밭에 얼지나 않는지, 해마다 봄은 피다가 얼은 꽃을 들고 동령冬嶺 넘어 아픈 걸음으로, 늦어서 수줍은 걸음으로, 그렇지만 배달부보다 먼저 오는 것입니다. 이달 초순께든가 영석이 전주로부터 다녀갔습니다. 아버님의 편지 잘 받았습니다. 어머님께서 다소 적적하시겠습니다만 가내 두루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봄철, 가을철은 징역 살기로도 좋은 계절입니다만 이곳에서는 봄 가을이 바깥보다 유난히 짧아서 "춥다'에서 바로 '덥다'로,"덥다.. 2008. 3. 25.
外篇 - 인의 덕성의 존중과 논리의 전개는 쓸 데 없다. 「莊子 - 外篇. 第8篇(제8편) 騈拇(편무) - 1~2」 1 - 인의 덕성의 존중과 논리의 전개는 쓸 데 없다. 엄지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이 붙어버린 변무나 손가락이 여섯인 육손이는 자연에서 나온 것이지만 정상적인 인간의 본성에서 보면 군더더기이다. 사마귀나 늘어진 혹은 몸에서 나왔지만 인간의 본성에서 보면 군더더기이다. 인의를 너무 중시하고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은 그것이 오장에 딸려 있는 것이라 해도 도덕의 올바른 형태가 아니다. 발가락이 달라붙는 것은 쓸데없는 살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며, 손에 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것은 쓸데없는 손가락이 하나 더 붙어 있는 것이다. 오장의 진실한 기능에 쓸데없는 것을 덧붙여서 존중하는 사람들은 인의의 행위에 지나치게 치우치려고, 밝은 귀와 밝은 눈의 사용을 너무 존.. 2008. 3. 22.
영화 저편, 길을 나서다 - 타인의 기억으로 남기 ·「안홍기 - 영화 저편, 길을 나서다」 동천자이 사람들은 왜 자꾸 떠나느냐고 묻는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 떠나느냐고. 엄마도 묻고, 절친한 친구도 묻고, 스치듯 만난 친구의 친구도 묻고,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자도 묻는다. 정말로 나는 대답할 말이 없다. 그저 여행이 좋아서 간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아직 고등학교에 다나던 시절에 어떤 책을 읽었다. 스무 살 시절에 꼭 해야 할 일들을 적어놓은 책이었다. 이젠 정확하게 책 제목도, 항목이 스무 가지였는지 쉰 가지였는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이 구절만큼은 똑똑히 기억한다. "많은 곳에서 똥을 누어라." 동물들이 배설물로 영역을 표시하는 것처럼 세계 여러 곳에 배설물로 영역 표시하라는 말이다. 처음 여행을 갓을 때 이 글귀가 떠올랐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2008. 3. 9.
레너드 제이콥슨-마음은 도둑이다/떠돌다 찾아올 '나'를 기다리며... 노인이 말했다. "기다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내게 모든것이 있다는 것을! 단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노인은 현자, 마법사와 함께 강가에 앉았다. 그리고 그들은 기다렸다. 혹시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를 잊어버린 사람들이 떠돌다가 찾아올 경우를 대비해서..., - 레너드 제이콥슨의 '마음은 도둑이다', 에서 2008. 3. 7.
박인식-TV동화 행복한 세상/나비의 용기 박인식 - 「TV동화 행복한 세상 1권」 그날 나는 한적한 숲길을 따라 혼자 걷고 있었습니다. 얼마쯤 걸었을까.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가 나의 발길을 가로 막았습니다. 행여 신발에 진흙이라도 묻을까봐 빙 돌아가려는 순간, 무언가 나를 공격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헉!” 기습은 두세 차례 계속 됐습니다. 다치거나 넘어질 만큼 강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고 상대도 그제서야 공격을 멈추었습니다. 나를 공격한 상대는 다름 아닌 나비였습니다. 나의 주변을 날고 있는 나비 한 마리. “허참, 나비의 공격을 받다니......” 나는 상대가 나비인 것을 알고 가던 길을 계속 가려 했습니다. 그러자 나비는 다시 온 힘을 다해 내 이마를 들이받았습니다. “억, 이런......” 나는 또 한번 물러섰.. 2008. 2. 26.
공지영-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나이를 먹어 좋은 일 「공지영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나이를 먹어 좋은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나는 고개를 저어봅니다 잘못된 것이었다 해도 그것 역시 사랑일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비참하고 쓸쓸하고 뒤.. 2008. 2. 22.
박완서 - 친절한 복희씨 / 목석같던 내 몸이 진저리를 치면서 깨어나는 게 느껴졌다. 친절한 복희 씨 - 박완서 / 문학과지성사 2007. 10. 17.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몰래 도망쳐 나오며 혹시나 객지에서 병이 나면 큰 일이라 생각해  평소 어머니가 만병통치 약이라고 말해 온 아편 덩어리를 챙겨 들고 나왔지만  그동안 꿈꾸어 왔던 버스 차장은 되지 못하고 얻게 된 식모살이. 그곳에서 19살 복희는  아이 하나 있는 띠동갑 홀아비에게 겁탈을 당하며 아이를 배게 된다.    결국은 홀아비와 결혼, 아이 네 명을 낳아 키워 기른 그 오 남매가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한다. 그렇게 목석같던 내 몸이 진저리를 치면서 깨어나는 게 느껴졌다.  나라고 그때까지 왜 사랑을 꿈꿔보지 않았겠는가.  내가 꿈꾼 사랑은 마음으로 하는 거였다.  그러나 이건 몸의 문제였다.  나는 내 몸이 한 그루의 박태기나.. 2008. 2. 21.
앙드레 지드-지상의 양식/그 사람이야말로 「앙드레 지드 - 지상의 양식」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p35 ) 많은 기쁨을 맛보아야 비로소 사색할 권리를 조금 얻을 수 있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사색하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강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52p)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속에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굳게 믿게 된 그날부터. (...) 가장 훌륭한 가르침은 모범을 보이는 것임을 나는 깨달았다. 나는 나의 행복을 천직으로 받아들.. 2008. 2. 19.
박성철-행복 비타민/'우리'라는 행복 「박성철 - 행복 비타민, 내 삶에 휴식이 되어주는 이야기」 가끔은 서로에게 말하고 생각할 때마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 단어가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올 때면 나는 왠지 그 사람과 한층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에 푸근해집니다. 난로 같은 훈훈함이 느껴지는 단어. 그 단어는 바로 '우리'라는 단어입니다. 나는 나. 너라고 시작되는 말에서 보다 우리로 시작되는 말에 더 많은 애정을 느낍니다. 그 누구도 이 세상에서 온전히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어깨와 어깨끼리 가슴과 가슴끼리 맞대고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하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이 세상에 나와 전혀.. 2008. 1. 31.
빌 브라이슨-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 나를 부르는 숲」 [210120-171137] 서두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당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또 멀리 걸었어도 당신은 항상 같은 시간과 장소에 놓인 존재일 뿐이다. 숲이다. 어제도 거기에 있었고, 내일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 p112 - 하지만 그에게 등산이란 그저 출발 전의 안락한 곳과 멀리 떨어진 안락한 곳을 연결하는 지루하고, 지저분하며, 이유 없는 고투에 불과 했다. 한편 나는 그냥 걷는 일에만 전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그리고 만족스럽게 몰두했다. - p145 - 빌 브라이슨 / 나를 부르는 숲 역자 / 홍은택 까치 / 2018. 01. 08. 2008. 1. 24.
항구에 매어있는 배는... - 태양은 가득히 ·「신상언 - 항구에 매어있는 배는 안전합니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매어두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태양은 가득히 '아무리 흐리고 찌푸린 하늘이라도 구름에 가린 그 위에는 눈부신 태양이 빛나고 있다' 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고통은 오래 가지 않는 법입니다 저렇게 푸르고 맑은 날씨를 오래간만에 보며 즐거워 하듯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난의 그림자 뒤에 더욱 크게 다가올 기쁨과 감사의 언어를 미리 떠올리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닐까요? (p15) ※ 이 글은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입니다. 신상언 - 항구에 매어있는 배는 안전합니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매어두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낮은울타리 - 1994. 02. 01. [t-08.01.23. 210124-141404] 2008. 1. 23.
· 강길웅-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목욕탕에서 강길웅 -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210131-141433] 때 많은 인생 나는 매일 아침 등산을 하며 등산 후에는 또 일반 대중탕에서 목욕을 한다. 도시에서 살 때는 그렇게 할 기회가 자주 없었는데 함평 시골에 와서는 산이 가깝고 또한 목욕비가 싸다 보니 두 가지 일이 아예 일과처럼 굳어지게 되었다. 처음 목욕탕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혼자서 때를 밀고 있던 어떤 형제가 나를 흘긋 보더니만 기겁을 해서 놀라는데 아마 성단에 다니는 신자임이 분명한 듯 했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아는 척을 해도 그는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 채 부끄럼을 타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목욕탕에서 신부님을 만나 보기는 제 생전 처음입니다!" 그는 마치 신부님의 알몸을 쳐다봤다가는 무슨 죄라.. 2008.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