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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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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사랑의 기쁨/엄마의 연인(상) 「한국일보에 1995년 봄부터 연재했던 최인호- 사랑의 기쁨」 --- 계속 누구에겐가 쫓기고 있는 불안한 꿈에서 채희는 깨어났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자 그 동안의 피로가 물로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린 것을 느꼈다. 혼자만의 통곡으로 그동안의 슬픔과 누적된 피로감이 모두 씻겨서 사라진 모양이었다. 눈물은 인간의 감정을 정화(淨化)시키는 특수한 작용이라도 있는 것일까. 밖은 완전히 어두어져 있었다. 손목시계를 따로 차고 다니지 않는 채희였으므로 지금이 몇시인지 알 수 없었다. 밤 7시는 넘었을 것이다. 어쩌면 9시가 넘였을지도 모른다. 채희는 몹시 배가 고팠으므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찬장 속에 다행히 라면이 들어 있어 채희는 뜨거운 물을 끓이기 시작하였다. 부엌에 마련된 간이식탁에 않아서 .. 2022. 5. 25.
지구별 여행자 -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 류시화 - 「지구별 여행자」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12년마다 열리는 인도 최대의 축제「마하 쿰부 멜라」에 참석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을 안고 뭄바이 공항에 도착한 나는 출발부터 예상 밖의 장애물에 부딪쳤다. 델리행 연결 편 비행기가 짙은 안개를 이유로 이륙이 취소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뭄바이 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으나, 북인도 대륙을 장악한 히말라야의 안개는 도무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기차역으로 달려갔지만,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표를 구하기는커녕 표 파는 직원에게 말 한마디 건네기조차 불가능했다. 외국인 전용 창구는 보름 치의 예약을 마감한 지 오래였다.  그렇게 해서 한 달 전부터 치밀하게 짜놓은 나의「마하 쿰부 멜라」행 계획이 여지없이 수포로 돌아.. 2022. 5. 24.
최인호 - 사랑의 기쁨/프롤로그 ·「 최인호  -  사랑의 기쁨」  은 1995년 봄부터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소설이다. 그동안 와 같은 현대소설을 쓴 적이 없던 것은 아니나 연재소설로 말하면   이후 10년 만에 쓴 현대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작가들의 최대의 꿈은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름다운 로망의 소설을 쓰는 것이다. 로망이라면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쓰는 직업인데,  따라서 이를 로맨스(Romance) 혹은 연가(戀歌)라고 부른다. 연가, 즉 사랑노래는 소설가에게만 국한된 꿈이 아니라 모든 작곡가, 화가, 영화감독,  시인들의 가슴속에 들어 있는 모든 창작의 예술혼인 것이다. 는 갓 사십에 접어들었던 내가 이처럼 로맨스를 쓰고 싶어서 집필했던 작품이었다. 그떄 나는 아름다운 한 청년의 모습을 통해서 누구나의 가슴속에 들어.. 2022. 5. 24.
성진아-나도 멋지게 살고 싶다 성진아 - 「나도 멋지게 살고 싶다」 1 - 1. 자기 인정 -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비러소 행복해진다' '너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이 되려 하지 마라. 다만 완벽한 너 자신이 되라.' - 성 프란시스 드 살레스. 파올라는 몇 해 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음주 운전자의 차량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의사는 그녀의 왼쪽 다리를 허벅지에서부터 절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모델인데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니…. 몇 달 후 파올라는 건강을 회복하였지만 마음의 상처는 회복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모델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에 좌절하고 우울증으로 고생했다. 하지만 파올라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금 자신.. 2022. 5. 23.
열흘 운 년이 보름은 못 울어 - 에필로그 ·「 박원숙 -  열흘 운 년이 보름은 못 울어」 에필로그 어제도 7천5백만 원짜리 어음이 집으로 날아들었다. 잘라도 잘라도 계속 튀어나오는 귀신의 모가지처럼 나는 아직도 재혼 시절 남편이 저질러놓은 빚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인생의 굴곡 고비고비마다 울 때,  '얘야, 힘내라, 열흘 운 년이 보름은 못 우냐?'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다시 한번 나를 환기시켰다.나는 열흘도 울고 보름도 울고. 그리고 또 한참을 눈물 속에 살아왔다. 내가 화려한 연기 생활 속에서 가슴을 치며 속으로 삼킨 울음들을 마지막으로 터뜨리는 기분이다. 인생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외면하는 자유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 그 마음을 이제부터는 좀 키워보고 싶다. .. 2022. 5. 21.
매일경제 - 글러벌 산업재편, 한국호의 원동력을 묻거든 매일경제 - 「포스트 크라이시스&빅모멘텀」 생활 속에 파고드는 녹색 트랜드 서호주 퍼스에 위치한 4층 건물의 빅토리아 애버뉴 빌딩. 2009년 완공한 건물로 호주그린빌딩협회에서 주는 6등급 평가를 서호주에서 처음 받았다. 6등급은 친한경을 실천하는 건물에 부여하는 최고 등급이다. 빅토리아 빌딩 로비에 들어가자 실내를 밝혀주는 전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연 채광이 사무실 곳곳에 들어설 수 있도록 설계해 굳이 전기를 이용해 불을 밝힐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한여름인 12월이었지만 로비에는 에어컨이 거동되지 얺고 있었다. 그러나 건물 내부로 유입되는 통풍효과 덕에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건물 설계자인 존 말콤씨는 "그린빌딩이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임대료는 주변보다 30% 비싸다" 며 "자연채광을 활.. 2022. 5. 19.
야마다 에이미-120% COOOL/비의 화석 야마다 에이미 - 「120% COOOL」 감상에 젖는 것은 다 큰 남자가 할 일이 아니야,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남들에게는 낭만을 뜻하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눈물 날 것 같은 감정의 안개가 안쪽으로 퍼져 나갈 때 나는 얼른 눈길을 돌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는 사람은 그것을 맛보느라고 멍청한 표정이 되어 버린다. 나는 아름다운 것을 매우 좋아한다. 아름답고 덧없고 슬픔을 품고 있는 까닭에 기쁨이 더해서 빛나는 것, 그런 것들이 좋다. 예를 들면 봄에 부는 바람은, 내 코 끝에 달짝지근한 관능적인 우울을 불어 제낀다. 초여름의 푸르름은 잘라 먹고 싶을 정도이다. 가을비는 내 바바리 코트에 작은 강을 만들어 나는 죽어 가는 반딧불조차 동정한다. 겨울도 사랑한다, 쌀쌀맞은 처녀처럼 나에.. 2022. 5. 18.
월간 국회도서관-해외에서 호평받는한국 문학과 작가들 「월간 국회도서관 - 2022년 5월호」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불고 있는 한류의 열풍이 글로벌 전역을 휩쓸고 있다. 최근 다수 국가들이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코로나19 극복 이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 상황)로 접어들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활동이 늘어나고, 기존의 국제 행사들도 국경의 제한을 풀고 있다. 국내 출판계도 한류의 열풍과 포스트 코로나 현상을 실감하고 있다. 거의 2년 동안 비대면과 디지털 프로그램 방식으로 운영되던 유명 국제도서전 행사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해외 출판계는 한국 출판물과 작가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서 관련 수상 소식이 이러한 분위기를 증명하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2022. 5. 17.
이진이-하루다이어리/내 마음의 치료 봉사 이진이 - 「하루다이어리」 세계적인 억대 부자인 록펠러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53세가 되던 해에 그는 알 수 없는 병으로 1년밖에 못산다는 선고를 받았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그의 어머니는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자선사업을 해보라 권했고 그는 그때부터 자선사업에 열중했다. 그리고 1년밖에 못산다던 그는 98세까지 장수하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언젠가 TV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불면증과 우울증을 이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밤이 되면 온갖 생각과 걱정으로 수면제 없이는 한숨도 자지 못하던 어떤 분이 재활시절에서 설거지 봉사를 시작하면서 두 달 만에 불면증이 말끔히 나았다는 것이다. 흔히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누.. 2022. 5. 17.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세 가지 만트라 류시화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세 가지 만트라산 모퉁이를 돌자 만년설을 뒤집어쓴 설산 히말리아가 아이맥스 영화처럼 거대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그 아래 납작바위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요기(요가 수행자) 한 명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눈은 지그시 감겨 있고,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두 손은 허공중에 무드라(깨달음의 형상)를 그리며 정지해 있었다.  신비 그 자체였다. 거대한 바위에 돋을새김으로 박혀 있는 불상처럼 그렇게 요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허리까지 드리워진 긴 머리카락만이 이따금씩 바람에 흔들릴 뿐이었다. ​요기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첫눈에 그의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동안 내가 찾아 헤매던 완벽한 스승이었다. 바로 그런 스승을 만나기 위해 나는 인도.. 2022. 5. 16.
창의력 - 176. 노란색 목소리가 암기력의 비밀이다 ·「고재학 -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창의력은 성공의 씨앗 / 아이의 질문을 최대한 끌어낸다. 노란색 목소리가 암기력의 비밀이다 러시아계 유대인 솔로몬 셰라셰프스키는 아무 연관도 없는 수백 개의 단어를 한 번만 듣고 순서대로 기억하는 '무한대의 기억력'을 가졌다. 그의 기억력의 비밀은 상상력이다. 그는 이어지는 숫자와 단어들의 발음을 구체적인 이미지와 연결시키고, 숫자와 물체들의 소리를 색과 맛으로 변환시킨다. 심지어 단어를 통해 고통까지 경험한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신 목소리는 금방 부서질 것 같은 노란색이군요," "섬유가 삐죽삐죽 튀어나온 듯한 불꽃이 나를 향해 곧바로 다가오네요." 딱 한 번 가본 길도 그는 언제나 특별하게 경험했다. "(그 곁에 있던) 담의 맛은 아주 짜고.. 2022. 5. 15.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 - 20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 어둠 속에서 나온 랭던과 소피는 비상계단을 향해 고요한 대화랑을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랭던은 어둠에서 조각 그림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이 미스터리는 아주 골치 아퍘다. '사법경찰의 반장이 내게 살인 협의를 씌우려 하고 있다.'  랭던은 속삭였다. "어쩌면 파슈가 바닥에 메시지를 적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소피는 돌아보지도 않았다."불가능 해요."   랭던은 어전히 미심쩍었다."반장이 나를 유죄로 만드는 데 아주 열심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어쩌면 내 이름을 바닥에 적어 놓으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피보나치 수열은요? 그리고 P. S.는?    다 빈치와 여신을 나타내는 모든 상징들은요? 그것은 분.. 2022. 5. 14.
옴베르토 에코-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시간을 알지 못하는 방법 옴베르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지금 나는 어떤 물건에 관한 설명을 읽고 있다. 이것은 18금의 이중 케이스에 33가지 기능을 갖춘 회중시계(파텍 필립 89)이다. 이 시계를 소개하고 있는 잡지는 가격 표시를 빠뜨렸다. 지면이 부족했던 탓이 아닌가 싶다 '리라로 표시하기까지 번거로웠으면 그냥 달러로 백만 단위만 적어 놓아도 되었을 텐데.' 나는 깊은 좌절감을 느끼면서 그것 대신 5만 리라짜리 신형 카시오 회중시계를 사기로 한다. 페라리 자동차를 미치도록 갖고 싶지만 그것을 살 수 앖다는 것을 알기에 자명종 라디오를 사면서 마음을 달래는 사람과 심정이 비슷하다. 어쨌거나 회중시계를 가지고 다니려면 적당한 조끼도 한 벌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회중시계를 지니고 다니지 않고 책상.. 2022. 5. 13.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 - 6 댄 브라운 - 「다 빈치 코드」자크 소니에르의 핏기 없는 시신은 사진에서처럼 바닥에 누워 있었다.  랭던은 강한 조명 불빛에 눈을 가늘게 뜨고 시신 위로 몸을 숙였다.  기묘한 형태로 자기 몸을 배열하느라 삶의 마지막 몇 분을 써버렸을 소니에르가 다시금 놀라웠다. 소니에르는 제 나이에 맞는 노인으로 보였다.  모든 근육조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걸치고 있던 모든 옷가지들은 벗어서 마루 위에 단정하게 놓아두었다.  소니에르는 자기 등을 화랑의 긴 축과 정확히 일치시켜 폭 넓은 화랑 가운데에 누워 있었다.  팔과 다리는 날개를 활짝 펼친 독수리나 아이들이 만든 눈 천사처럼 바깥쪽으로 뻗어 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사지를 벌린 사람처럼 보였다. 총알이 살.. 2022. 5. 12.
매일경제-김황식 전총리 특별인터뷰/자유의 가치 실현하려면 협치가 필수 「매일경제 - 김황식 전총리 특별인터뷰 」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자유'라는 가치를 실현하려면 협치와 통합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 직후에 가진 매일경제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자유와 인권 연대 등 소중하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들을 잘 망라해주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대해 "구체적인 공약과 정책 방향을 내놓은 예전 대통령들의 취임사와 달리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거대담론 위주의 연설을 했다"면서 "이를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잘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은 야당과의 협치, 장기적으로는 사회 통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장 서운.. 2022. 5. 11.
정원 일의 즐거움 - 정원에서 보낸 시간 ·「 헤르만 헤세 - 정원 일의 즐거움」 아침 7시쯤 방을 나와 햇빛이 밝게 비치는 테라스로 걸어간다. 어느덧 다시 깨어난 태양이 무화과나무 그늘 사이로 비쳐든다. 거친 화강암으로 만든 난간에는 벌써 온기가 감돈다. 여기 나의 연장들이 놓여 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연장들은 모두 친숙해져 나와 다정한 동무가 되었다. --- 그건 채소밭을 가꿀 기대에 들떠 씨앗을 주문할 때 쓴 표식이지만 이미 필요 없어지고 오래된 것이다. 고대인들의 지혜와 성스러운 문헌들이 오늘날 구식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짓밣히고 이 쓰레기 더미처럼 비웃음을 당하는 것과 같다. 그래도 생각 있는 사람들, 한가한 사람들, 몽상가들, 정감 있는 사람들에겐 값진 것이다. 그렇다. 마치 바라보고 생각하노라면 기분을 안정시켜 주는 .. 2022. 5. 11.
생명의 삶-우선 순위를 아는 자의 지헤 「생명의 삶 - 2015. 4월호」 한 마을에 등대지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등댓불을 밝히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나라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부인이 찾아와서 난로에 불을 지펴야 한다며 기름을 좀 달라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등불에 불을 붙여야 한다면서, 또 어떤 사람은 기계에 바른다면서 기름을 요청했습니다. 마음씨 좋은 등대지기는 거절하지 않고 기름을 나눠 주었습니다. 그러다 새 기름을 받기도 전에 그만 등댓불을 밝힐 기름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어두운 바다를 지나던 선박이 좌초되었습니다. 등대지기는 마을 사람들에게 한 일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습니다. 그러나 당국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에게 기름을 준 목적은 오직 한 가지, 등대를 밝히기 위해서.. 2022. 5. 10.
중앙일보-한국 영화 첫 월드스타, 하늘의 별이 되다. 「중앙일보 - 문화 A 8면」 강수연이 비구니를 연기한 ‘아제아제바라아제’(1989). [사진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한국 영화의 첫 월드스타 강수연이 별세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고인은 구급대원이 출동했을 당시 심정지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고인은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7일 오후 3시쯤 숨을 거뒀다. 56세.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69년 TBC 전속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했고, 평생 배우로 살았다. 21세인 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베를린·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첫 수상이었다. 대를 이으려는 욕망에 포박당한 산골 소녀 연기로 국제 스타가 .. 2022. 5. 9.
중앙일보 - 독재에 맞선 저항문학 상징 90년대 이후 생명사상 설파 「중앙일보 - 문화 A 2면」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을 발표하며 1970년대 저항문학의 상징과도 같았던 시인 김지하씨가 8일 오후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81세. 고인은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해왔다고 토지문화재단 측은 전했다. 고인은 한국의 70년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74년 민청학련 사건 가담, 이듬해인 75년 인혁당 사건이 조작됐음을 폭로하는 신문 연재 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 시기 고인의 삶은 도피, 유랑, 체포, 투옥, 고문, 사형선고, 감형, 사면, 석방으로 점철됐다. 그런 와중에도 82년 창비에서 출간한 저항시집 『타는 목마름으로』가 대학가 주변 서점에서 리어카에 싣고 교내에 들어가 팔았는데도 이틀 만에 2만 권이 팔릴 정.. 2022. 5. 9.
1장 - 오안 五眼 · 「혜거스님 - 가시가 꽃이 되다」 1장 - 변한 것은 없는데 하나도 같지 않다 / 오안 五眼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가지 눈 도적의 눈에는 온통 도적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온통 부처만 보인다고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세상을 사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높이십시오, 안목을 높이면 그만큼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첫 째, 진리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진관법(眞觀法)이라 합니다. 둘 째, 깨끗한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청정관법(淸淨觀法)이라 합니다. 셋 째, 지혜로운 눈으로 볼 수 있.. 2022. 5. 9.
미셸 투르니에-상상력을 자극하는 110가지 개념/선험적 추리와 경험적 추리 미셸 투르니에 - 「상상력을 자극하는 110가지 개념」 나는 써야 할 말이 있는데 만년필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만년필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어떻게 했는가? 찾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하여 기억해내려는 방법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만년필을 사용한 것이 언제이며 어디인가? 그리고 나서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 두 번째는 생각해 보지 않고 일어나서 이곳저곳을 찾아보는 방법이다. 나는 주머니, 서랍, 책가방을 뒤진다. 전자의 방법은 선험적(연역적)이고, 후자의 방법은 경험적(귀납적)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구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내가 추론으로 틀림없이 만년필이 가죽 점퍼의 왼쪽 안주머니에 있다고 확신했다 해도 하나의 의문은 남는다. 경험적으로 확인해 .. 2022. 5. 8.
이동진 외-퇴사준비생의 도쿄/프롤로그. 이동진 외 - 「퇴사준비생의 도쿄」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 힘겹게 출근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겪는 사춘기입니다. 설렘의 시작이 월요일이 아닌 금요일로 옮겨진지도, 입사할 때의 꿈과 비전이 사라진 지도 오래입니다. 회사 사람들과도 관계에서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하고,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비전 없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게만 느겨집니다. 사춘기 때 가출에 대한 개념이 생기듯, 직업적 사춘기에도 퇴사에 대한 갈증이 생깁니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나오려고 하면 갑갑합니다. 심리적으로는 그만둬야 할 이유가 수십 가지지만, 경제적으로는 회사를 그만두고 연봉만큼의 수입을 올릴 .. 2022. 5. 7.
눈을 감고 보는 길 「 정채봉 - 눈을 감고 보는 길」 창 밖은 바다였습니다.  푸른 밀물이 저만큼 서 밀려들고 있는데 그녀는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창문을 두들겼습니다. 나는 '밀물이 들고 있단 말이야, 가, 가라고!'하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어느덧 밀물은 그녀의 발목을 훔치고 무릎을 넘어서 가슴께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나는 창을 열고자 팔을 뻗었습니다. 그러나 유리창은 손잡이가 없는 통유리였습니다. 안 돼, 문을 열어야해, 아니면 유리창을 박살 내든지,  나는 허둥거리다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천장에서 오이꽃 같은 엷은 노란색 미등이 내려다보고 있는 병실. 옆 간이침대에서는 아우가 벽쪽으로 코를 박고 잠들어 있고  꿈에서 그녀가 밀물에 잠겨들면서 계속 두들겨 대던 유리창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가득 .. 2022. 5. 6.
정부 "유연근무 전환 기업 적극 지원" 인프라구축 최대 2000만원 국내 기업들이 연이어 유연근무 활성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4일 고용노동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위험을 줄이고, 일과 생활이 균형 잡힌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업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연근무 관련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중소형 기업에 속하는 우선 지원 대상기업(모든 중소기업 포함)과 중견기업이다. 이들은 대기업에 비해 유연근무 전환에 대한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우선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한 사업장 맞춤형 컨설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전적인 지원도 제공한다. 전산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VPN(가상사설망), ERP.. 2022. 5. 5.
샘터 -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샘터 - 2022. 5월호」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계절의 봄이야 어김없이 오지만 '마음의 봄은 만들어야 온다'는 말을 그동안 수도 없이 해왔고 희망과 용기의 덕목들을 나열해 가며 '봄과 같은 사람'이라는 글도 썼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모든 순간들은 언제나 '봄'이라고도 노래했습니다. 오늘 성당으로 가는길 어디선가 진한 향기가 날아와 찾아보니 하얀 라일락쫓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며칠 전 처음으로 하얀 나비를 보았을 떄의 설렘, 새소리를 처음 듣던 순간의 설렘이 다시 느껴지는 감동과 감탄의 순간을 감사했습니다. 요즘은 마음껏 좋아하고 옷을 수만은 없는 아픔과 슬픔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어서 때로는 의기소침해지고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있는 동안은 날마다 새롭게 내가 있는 자리에서.. 2022. 5. 5.
세월은 자란다 - 노토지마 나나오만 (能登島半島 七尾町) 「조병화 - 세월은 자란다」 노토지마 나나오만 (能登島半島 七尾町) 갈매기 한 마리가 보안등 위에 앉아 있다. 아침 7 시 이 작품도 제 31시집에 들어 있는 작품입니다. 일본에 유학을 하고 있을 때에도 가고 싶던 노토지마 반도(能登島 半島)였습니다. 일본 지도로 보면 일본해를 구부러져서 길게 나온 반도 말입니다. 그곳이 웬지, 가고 싶었는데, 그곳 노토지마 반도에 있는 나나오 시(七尾市)에서 제1회 국제시인제를 연다고 초대가 왔습니다. 물론 일본에서 시를 쓰고 크게 성공을 한 최화국(崔華國) 씨 내외분이 동행을 한다는 겁니다. 나는 크게 마음에 들어서 이곳 시인을 몇몇 데리고 이 대회에 참석을 했습니다 말이 국제시인제이지, 외국 시인은 내가 데리고 간 한국 시인들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묵고 있었.. 2022. 5. 5.
내 나이 오십 넘어 「 정덕희 -  그럼에도 행복하소서」  내 나이 오십 넘어 험준한 인생산 꼭대기에 앉으니 이제야 보이더이다 올라온 길, 내려갈 길 뒤엉킨 풀숲, 가로 막던 물줄기, 버티고 선 돌덩이 뒹굴고 넘어져 옷깃 털며 허허 껄껄 넘어온 길 내 나이 오십 넘어 정확한 세금 내고 깨달음 알았으니 손해 난 장사는 아닌 듯 하더이다. 내 나이 오십 넘어 깨달음 하나, 지난 세월 돌아보니, 그냥 그렇게 앙탈하며 왔을 뿐, 이미 나있는 길 걸어 온 듯하더이다.내 나이 오십 넘어 깨달음 둘, 그래 그걸 알았다면 그리 하지 않았을 걸 별 것도 아닌 인생 별것인 양 난리였소 내 나이 오십 넘어 깨달음 셋, 그렇 수 있는 일, 그럴 수 없다는 어리석음 아파하고, 집착하며 앙탈했더이다. 그럴 수 있다는 포용의 마음, 보자기에 쌓아 가.. 2022. 5. 4.
토머스 트웨이츠-토스터 프로젝트 토머스 트웨이츠 - 「토스터 프로젝트」 최근 나는 미국의 환경주의자 데이비드 브로워(세계 최대의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 설립자)의 다음 글을 접하게 되었다. '정치인은 풍향계와 같다. 우리가 할 일은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정확히 누구를 가르키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화를 바람에 비유한 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경제학, 유행, 과학, 문학, 신념, 기술, 이야기, 뉴스, 사건 등이 뒤섞여 문화라는 바람이 부는 방향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문화라는 바람이 올바른 방향으로 불도록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까? 하지만 사람들은 생업을 가지고 있다. 부업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어 한다. 원하는 건 여가 시간뿐. 나는 토스터를 만들면서 우리 모두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얼마나 .. 2022. 5. 3.
내 인생을 변화시키는 짧은 이야기 - 또 하나의 힘 「박지현 - 내 인생을 변화시키는 짧은 이야기」 어린아이가 정원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 근처애서 놀고 있었다. 그 아이는 계속해서 커다란 바위를 들어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네 힘을 다 사용하고 있지 않구나.” “아니에요. 저는 있는 힘을 다 쓰고 있는 걸요. 더 이상은 할 수가 없어요.” 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너는 나에게 도와달라고 청하지 않았잖니? 그것 역시 너의 힘이란다. 내가 여기 옆에 있는데도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 것은 네 힘을 다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p61) 한마디.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잠재된.. 2022. 5. 2.
李御寧-말/5 월의 말(生命의 가위 바위 보) 李御寧에세이集 - 「말」 레오나드로 다 빈치의 걸작 '最後의 만찬'에는 식탁에 올려놓은 예수의 두 손이 그려져 있다. 한 손은 주먹을 쥐고 있고 또 한 손은 손바닥을 펴 보이고 있다. 아이들이 장난하는 가위 바위 보로 치자면 예수는 유다를 향해 주먹과 보자기를 동시에 내민 셈이다. 주먹은 바위와 같다. 손가락은 성문의 빗장처럼 굳게 안으로 잠겨져 있어, 이미 외부의 아무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주먹은 거부이며 도전이며 징벌의 의지를 나타낸다. 우리는 거기에서 응고해 버린 분노를 볼 뿐이다. 그러나 유다의 背信에 대해서 예수는 오직 주먹만을 쥐었던 것은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한 손은 부드럽게 열려 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키우는 5월의 大地처럼 그 손은 펼쳐져 있다. 텅 빈 하늘이거나 .. 2022.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