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370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여행자를 위한 서시 류시화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 2022. 7. 14. 김정미-역사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망한 나라의 불운한 왕비 이방자 김정미 - 「역사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 현재 우리에게 황태자니 황태자 비니 하는 말은 어쩐지 먼 나라 이야기 거나,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불과 90여 년 전에는 우리나라에도 엄연히 황태자와 황태자비가 존재하였다. 그들은 일본에 의해 나라가 망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황제와 황후가 될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나라의 패망은 백성들을 나락의 길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황실과 황태자 부부의 운명마저도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특히나 마지막 황태자비인 이방자의 삶은 참으로 기구하다. 그녀는 망한 나라 조선의 황태자비였으면서, 정작 조선의 딸이 아니었다. 그녀는 조선을 망하게 한 나라인 일본의 황족이었다. 천황비를 꿈꾸던 소녀 이방자(1901~1989)의 본명은 나.. 2022. 7. 13. 참 소중한 너라서 - 지금. 걷고. 있는. 이. 길. 김지훈 - 「참 소중한 너라서」 지금. 걷고. 있는. 이. 길. 잘못된 길이든 바른 길이든 모든 길을 가본 사람만이 마음속에 넓은 지도를 갖게 되는거야. 항상 바른 길만 잘 찾아다녔다면 이 세상에 지도가 생겼을까? 맞아.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험난한 도전의 길을 언제나 걸어가야 해. 그러니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에 대해 후회하지마. 그 길로 인해 넌 더 넓고 포근한 지도를 마음속에 가지게 될 테니까. 세상을 이해할 지도 말이야. (p29) ▤ 문득은 겁이 나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올바른 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 두려워. 하지만 내가 새겨온 발자취들을 바라보니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있었고 그 용기를 이어나갈 끈기가 있었어. 그 과정 속에서 난 많은 것을 배웠고 혼란스러운 시간.. 2022. 7. 11. 한국 경제 - 大이직의 시대 「한국 경제 - 2022 .07. 10.」 평생 삼성맨·현대맨은 옛말…대기업 이직 급증 자동차, 배터리, 정보기술(IT) 등 업종을 불문하고 주요 대기업의 이직률이 지난해 일제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이 늘고 전 영역에서 ‘IT화’가 진행되면서 테크 인력을 중심으로 다른 업종 이직이 일반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한국경제신문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카카오 네이버 SK텔레콤 엔씨소프트 현대모비스 삼성SDI LG화학 포스코 등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낸 1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모든 회사에서 지난해 이직률이 높아졌다. 대표 IT기업에서 이직 증가 현상이 두드러졌다. 카카오는 지난해 해고와 정년퇴직자를 뺀 자발적 이직자가 330명으로 2020년 171명에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2022. 7. 11. 야마다 에이미-120%COOOL/그녀의 등식 야마다 에이미 - 「120%COOOL 」 '이 집의 광어회는 정말 맛있다.' 하고 하루미(春美)는 생각한다. '여기에다 옆에 있는 남자가 히라타(平田) 과장만 아니면 최곤데'라고 소리 내서 말할 뻔했으나 물론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왜냐 하면 그녀에게는 이런 세련된 음식을 먹는 금전적인 여유 같은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월급은 몽땅 요시미츠(芳光)와의 생활비에 날라가 버린다. 그는 아직도 빛을 못 본 만화가이므로 그와 살려면 그녀의 돈을 쓸 수밖에 없다. '내가 반했으니 어쩌겠어.'하고 그녀는 상당히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가난한 남자와 같이 살다 보니 괜히 어두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런 때는 맛있는 걸 먹는 게 최고야.'하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오늘 밤 히.. 2022. 7. 10. 엄지혜-태도의 말들/존중하고 싶어서 그들의 태도를 읽는다. 「엄지혜 - 태도의 말들(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언제나 사소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감각이 합해져 한 사람의 태도를 만들고 언어를 탄생시키니까. 누군가를 추억할때 떠오르는 건 실력이 아니고 태도의 말들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고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인지 새삼 체험하고 있다. "말 안해도 알지?", "내 진심 알잖아"라는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른다. 태도를 읽을 뿐이다. 존중받고 싶어서 나는 태도를 바꾸고 존중하고 싶어서 그들의 태도를 읽는다. 문제는 존중이니까. - p11 - 엄지혜 / 태도의 말들(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유유 / 2020. 06. 30. 2022. 7. 8. 김승현-이야기가 있는 미술관/4장 벽을 넘어, 사로잡힌 사람들 김승현 - 「이야기가 있는 미술관」 키이스 해링 '빛나는 아이'를 몰래 헐어 7백 달러를 마련, 뉴저지 주 해변의 롱비치 섬으로 화려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도시의 세련된 젊은이들과 또래 애들이 몰린 롱비치에서 해링은 철저한 고독의 소외를 맛봤다. 그렇지만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롱비치의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 완전한 예술의 세계를 경험했다. 해링은 고교를 졸업한 76년 피츠버그의 직업 예술 학교인 아이비 스쿨에 진학했다. 이 학교에서 그는 향후 자신의 미술 작업의 기본이 되는 순수 예술의 기본 기법과 함께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광고 기술, 실크 스크린등 상업 예술의 기초를 배웠다. 그리고 그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여자' 애인 수진을 만났다. 그러나 해링은 1년을 채 다니지도 않고.. 2022. 7. 7. 중앙일보-허준이 '수학은 인간한계 이해하는 과정' 「중앙일보 - 2022. 07. 06」 사진은 필즈상 시상식장의 허준이 교수와 허 교수 소개 동영상 속 기호를 합성했습니다. [AP=연합뉴스] ‘수학 노벨상’ 필즈상 한국계 첫 수상 재미동포 수학자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전세계 한인 최초로 수상했다.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5일 핀란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개인적으로 수학은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고, 좀 더 일반적으론 인간이라는 종(種)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필즈상 시상식장의 허준이 교수와 허 교수 소개 동영상 속 기호를 합성했습니다. [.. 2022. 7. 6. 유럽에서 가져오고 싶은 것 ·「풀잎 편집부 - 인생의 가장 행복한 반시간」 하루라고 하는 것은 나의 작은 생애로 볼 수 있으며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가 비로소 그 날의 탄생이다. 신선한 아침은 청년이고 오후는 장년, 그리고 밤은 노년기이다. 잠자리에 들면 모든게 끝나는 것이다. 서근석 시인. 수필가. 총신데 교수. 시집 '오천년 언덕에서 울었다' 등 다수 독일의 퀄른대성당은 서기 1248년에 시작하여 자그마치 600여 년이 걸려 완성되었다고 한다. 한 건물을 짓는데 600여 년이라니-----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규모 안팎을 뒤덮은 온갖 크고 작은, 섬세하기 이를데 없는 조각들, 벌린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독일 민족의 저력을 나타냈으며, 그들의 인내심 내지는 끈질긴 국민성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다. .. 2022. 7. 5. 베르나르 베르베르-나무/말없는 친구(하) (단편집)베르나르 베르베르 - 「나무」 3주일 후, 두 경찰관이 마리 나타샤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녀의 손목에는 크롬강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사복형사에게 물었다. "여기에서 뭘 하려는 거죠?" "시체를 발견한 곳이 여기야. 이 여자는 의 일원이었고 동료 두 명을 살해했다는 협의를 받고 있어. 여기에 그 혐의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있지 않을까 해서 온 거야." 마리 나타샤는 두 경찰관을 경멸하듯이 아래위로 훑어 보았다. "나는 죄가 없어요." "다이아몬드를 훔친 건 죄가 아니야? 훔치려면 다른 걸 훔쳐야지. 다이아몬드는 목록이 작성되기 때문에 훔쳐 봐야 되팔지를 못해. 그런데 여자들은 왜 그렇게 다이아몬드에 홀리는 거지? 여자와 다이아몬드의 관계를 연구해 보면 재미있을 거야. 안 그.. 2022. 7. 4. 뿌리 깊은 나무 ·「신상언 - 항구에 매어있는 배는 안전합니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매어두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뿌리 깊은 나무무척이나 사랑스럽고 모양새 있고 굉장하게 강한 나무가 하나 있었다. 그러나 외모만으로는 어느 누구도 평가할 수 없듯이 이 나무 역시 외모만 좋았지 내부의 힘은 점점 쇠약해가는 중이었다. 심한 바람이 불면 나무는 심하게 흔들렸다. 그래도 이 나무는 열심히 노력하여 새로운 나뭇가지를 자라게 하였으며 훨씬 강하고 안전하게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번 강풍이 불어 왔을 때는 뿌리로부터 흔들림이 있었고, 옆에 있는 나무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나무는 아마도 땅에 꺾여졌을 것이다. 그 충격으로부터 간신히 되살아났을 때, 나무는 옆을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는 어떻게 땅 위에 굳건히 서 있.. 2022. 7. 3. 폴 오스터 - 달의 궁전 폴 오스터 - 「달의 궁전」 내 가족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그리 많지 않다. 등장 인물도 많지 않았고, 그들 중 대부분은 이 세상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열한 살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아버지는 처음부터 아예 없었으므로 어머니와 나, 단 둘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곧 어머니마저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보스턴의 어느 거리에서 빙판에 미끄러진 버스에 치인 것이었다. 어머니가 처녀 때의 성을 계속 썼다는 사실로 보아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 내가 사생아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린아이였던 나로서는 그런 일에 대해서 물어 볼 생각 따윈 떠오르지도 않았다. 나는 마르코 포그였고, 어머니는 에밀리 포그, 그리고 시카고에 있는 외.. 2022. 7. 2. 파울로 코엘료-연금술사/"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 라네."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누군가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산티아고는 잠에서 깨어 났다. 시장 한복판에서 잠이 들어버렸던 모양이었다. 이제 관장은 새로운 하루의 활기를 되묻고 있었다. 그는 양을 찾으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이 이제 다른 세상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슬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행복했다. 이젠 양들을 위해 물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대신 보물을 찾아가는 미지의 모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주머니엔 동전 한푼 없었지만, 그에겐 삶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는 어젯밤에 모험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즐겨읽던 책에 나오는 멋진 주인공들처럼. 그는 일어나서 천천히 광장을 거닐었다. 상인들이 진열대를 세우고 있었다. 그는 과자 장수의 일을 도왔다. 그 상인의 .. 2022. 7. 1. 아주 사적인 긴 만남 - 3/1별과 디펜스 (로잔에서 조윤석 올림) 「 마종기. 루시드 폴 - 아주 사적인 긴 만남(양장본 HardCover)」 2008. 06. 06. fri. pm. 23:01 part - 3 별과 디펜스 음악의 길로 갈 것인지, 음악과 학문을 병행할 것인지, 그리고 귀국할 것인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그곳에서 당분간 사는 것이 좋은지 고민을 하게 되겠군요. 그런 문제에 나는 별로 도움을 줄 만한 실력이나 혜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거기다 나 자신이 비슷한 고민으로 젊은 시절 오랫동안 잠 못 이룬 경험도 있지요. 시간이 물 흐르듯 지나갔습니다. 벌써 5월이 지나 6월이네요.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메일 드린 게 올해 초였는데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논문을 쓰고, 특허 준비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그보다 실은 속 깊은 이.. 2022. 6. 30.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빈자의 행복 류시화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빈자의 행복차루는 허풍쟁이였다. 걸핏하면 허풍을 떨었다. 그리고 말끝마다 "노 프라블럼!"을 외쳤다. 차루는 키가 작고 못생겼다. 그는 내가 묵고 있는 남인도 마드라스의 호텔 앞에서 아침마다 릭샤(바퀴 셋 달린 택시)를 받쳐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내가 호텔 문을 나서면 차루는 운전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도 다른 릭샤꾼들을 제치고 재빨리 달려왔다. 그리고는 날 모시고 다니려고 이른 새벽부터 대기하고 있었다고 허풍을 떨었다. 처음 차루의 릭샤를 탔을 때 연신 기침을 해대는 것이 안돼 보여 약 사먹으라고 차비를 더 얹어준 적이 있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그날부터 차루는 아예 나를 자기 주인으로 모시기로 작정한듯 어딜가나 따라다녔다. 나는 약간 창피.. 2022. 6. 30. 하퍼 리-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오빠는 집 밑에 기어 들어가서는 노란색 대나무 막대를 하나 가지고 나왔다. "이 정도 길이라면 인도에서 닿지 않을까?" "그 집에 가서 손을 댈 만큼 용감한 사람이라면 낚시대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텐데. 그냥 앞문으로 가서 노크를 하는게 어때?" 내가 말하자 도리어 오빠가 큰소리를 쳤다. " 이- 이건- 다르단 말이야.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어?" 딜이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것을 오빠에게 주었다. 우리 셋은 조심스럽게 그 낡은 집을 향해 걸어갔다. 딜은 마당 앞 모퉁이에 있는 전봇대에 남아있었고, 오빠랑 나는 그 집 옆과 평행으로 나 있는 인도 아래로 다가갔다. 나는 오빠 뒷쪽으로 걸어가서는 커브 길을 볼 수 있는 곳에 서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림.. 2022. 6. 29. 무라카미 하루키-해변의 카프카/(상) 무라카미 하루키 - 「해변의 카프카 」 까마귀 소년은 한숨을 한 번 쉬고 나서 손가락 끝으로 양쪽 눈꺼풀을 누른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그 어둠 속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늘 하던 게임을 하자." 라고 그는 말한다. "좋아." 하고 나는 말한다. 나도 그와 같이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크게 쉰다. "내 말 잘 들어, 엄청나게 지독한 모래 폭풍을 상상해 봐." 하고 그가 말한다. "다른 모든 일은 모두 깡그리 잊어버리고 말야." 그가 시키는 대로, 엄청나게 지독한 모래 폭풍을 상상한다. 다른 일은 모두 완전히 잊어버린다. 내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내 속은 텅빈 것 같다. 모래 폭풍이 곧 머리에 떠오른다. 늘 그랬듯이 나와 까마귀 소년은 아버지 서재의 낡은 가죽 소파 위에서 그 모래 폭.. 2022. 6. 28. 베르나르 베르베르-나무/말없는 친구(상) (단편집)베르나르 베르베르 - 「나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내 생각도 뭉게뭉게 솟아난다. 나는 너를 잊어 본 적이 없다. 너는 내 기억의 가장 깊숙한 곳에 간직되어 있다.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세 여자가 저마다 검은 가죽을 입힌 바이올린 케이스를 손에 들고 건물 앞에 모였다. 한 여자는 갈색 머리, 또 한 여자는 금발, 나머지 한 여자는 적갈색 머리다. 계제가 계제인지라 그녀들은 옆이 트인 검은 새틴 드레스 차림에 굽 높은 벨벳 구두를 신고 있었다. 적갈색 머리 샤롤로트가 바이올린 케이스에 올려놓은 손을 꼭 쥐면서 말했다. "긴장돼. 너무 떨면 안 되는데" 갈색 머리 아나이스는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나도 너무 긴장돼, 이러다 우리 실패하면 어떡하지?" 금발의 마리 냐타샤는 손.. 2022. 6. 27. 생각의 겹 -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 李淳淑 - 「생각의 겹」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경제적으로나 지위적으로 상위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이 어원은 유럽에서 기인했는데 당시 귀족 상류층들이 존경을 받고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민층에게 더 베풀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데서 나온 정신이다. 현대는 예전처럼 계급이 나눠어져 있는 이분법적인 사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회 구조상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편차는 제법 크게 나타난다. 현재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예전의 귀족들처럼 전쟁이 나면 먼저 앞장서야 한다든지 평민의 삶을 두루 보살피는 아량을 베풀어야 하는 등의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일궈낸 돈이나 지위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력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영향력이나 위치를 강안 할 때 책임을 인식.. 2022. 6. 26. · 구본형-익숙한 것과의 결별/제6장 자신과 만나기 위한 산책길 구본형 - 「익숙한 것과의 결별」 며칠 하다가 그만두지 마라. 바쁜 일이 있어 며칠 있다가 다시 계속하겠다고 다짐하지 마라. 욕망의 불길이 계속 타오르게 하라. 평범한 사람들은 일상에 매여 산다. 일상이란 여러 가지 것들이 얽혀 있는 곳이다. 아버지이기도 하고, 남편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자식이기도 하다. 또 직장 내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어 가진 한 역활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친구들과의 모임도 있고, 할아버지 칠순에 참석하여야 하고, 이종사촌의 아들이 결혼하는 결혼식장에도 가보아야 한다. 하루는 이런 사회적 역활을 수행하기 위해 쓰여진다. 그래서 바쁘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를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작심을 하였건만, 오랫동안 계속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쩌다 난 짜투리 시.. 2022. 6. 25. 장성군민신문-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장성군민신문 - 2022. 06. 19」 나무를 자른 후에야 그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듯 사람이 떠난 자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뒷모습이 있다. 감출 수 없는 뒷모습에서 그 사람의 진실을 읽어 낸다. 우리는 자신이 일하던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할 줄 아는 사람, 떠날 때와 물러설 때와 멈출 때를 아는 사람들을 보면서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은 뒷모습보다는 서로의 앞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사회적 동물이고 그 앞모습을 가꾸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다듬으며 정성을 들인다. 거울에 비치는 곳은 그렇게 단장하면서 거울에 보이지 않는 곳은 어찌하고 있는지! 마음까지 비쳐주는 거울이 없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고.. 2022. 6. 24. 홍사덕-지금 잠이옵니까?/고 이병철회장의 2% 배짱 홍사덕 - 「지금 잠이옵니까?」 66년 여름의 일이다. 나는 고 이병철회장의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실인즉 지금 삼성그룹 회장인 이건희군이 서울사대부고 동기인데 외국유학 중이던 이군이 잠시 귀국했을 때 장충동 자택에서 우연히 그런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회장은 아들과 아들의 친구에게 이런저런 말씀을 물었다. 그냥 그렇게 묻는 말씀에 대답이나 하고 끝냈으면 좋았을 걸 내가 공연히 주제넘는 얘기를 한 게 일생 두고두고 잊지 못할 교훈의 말씀을 듣게 된 계기였다. "정부가 한일협력자금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경제계 모습이 훨씬 달라지겠지요?" 내깐에는 신문줄이나 읽고 얻은 지식을 근거로 해서 드린 말씀이었다. 당시 우리 정부는 한일국교정상화를 통해 확보한 약 6억달러의 자금을 가지고 기간산업의.. 2022. 6. 23.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빈배 류시화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빈배작은 배를 타고 그를 만나러 가곤 했다. 그는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에 지붕이 있는 배 한 척을 띄워놓고 그 위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모우니 사두, 곧 침묵의 성자였다. 여행자들이 갖다 주는 음식으로 생활하면서 그는 그렇게 30년이 넘도록 침묵 수행 중이었다. 배를 노 저어 그의 배로 가면 일렁이는 물결 위에 긴 머리를 한 그가 앉아 있었다. 그는 말없이 내 눈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시선이 내 영혼 구석구석 파고들어서 어떤 때는 똑바로 그를 쳐다보고 앉아 있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그렇게 연인처럼 몇 시간이나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어떤 사람의 눈을 그토록 오랫동안 바라보고 앉아 있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의 눈을 바라보고 앉아 있으.. 2022. 6. 23. 빌프리트 라이터-쿨하게 일하는 법/1장(01 당신은 너무 진지한 경향이 있다) 빌프리트 라이터 - 「쿨하게 일하는 법」 동료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 당연히 지적해주어야 한다. 고객으로부터 언어적인 공격을 받았을 때에는 반드시 방어해야 한다. 이들은 모두 자명한 이치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처럼 자명한 이치들이 때로는 성공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동료의 허튼 소리를 지적하고 나서 그 동료가 3주 동안 당신과 말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는 자명한 이치가 당신에게 득보다는 오히려 실이 된 경우다. 고정관념.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라. 그리고 무슨 일이든 참고 넘겨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은 매일같이 새로운 적을 만든다. 이런 사람은 상황에 알맞게 결정을 내리는 대신 자기 자신의 생각에 충실하게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성공에 도움이 되는 .. 2022. 6. 21. 머니투데이-"목숨 걸고 있다" 이재용, 존경할 부자 첫 1위 「머니투데이 - 2022. 06. 20.」 (평택=뉴스1) 오대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2022 당당한부자 대국민 설문조사]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부자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인정과 존경의 대상은 아니었다. 뭔가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을 것같고 사회에 돌려주는데 인색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정당하게 벌고 모은 부를 사회와 함께 쓰는 '당당한 부자'들이 우리 사회엔 적지 않다. 머니투데이는 '당당한 부자'란 주제로 2004년부터 매년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 부자에 대한 인식, 부자가.. 2022. 6. 20. 이동진 외-퇴사준비생의 도쿄/2. (요리사가 없어도 요식업을 할 수 있을까?) 이동진 외 - 「퇴사준비생의 도쿄(간편식의 재발견)」 '미슐랭스타 셰프의 음식을 절반 이하의 가격에' 일본의 인기 레스토랑인 '오레노' 식당 시리즈의 콘셉트입니다. 오레노는 고급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기 위해 회전율에 집중했습니다. 테이블 좌석을 매일 평균 2.5회 이상 채을 수 있다면, 원가율이 68%까지 높아져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레노는 서서 먹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레스토랑에 더 많은 손님을 받고, 식사시간을 단축시키려는 목적입니다.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겠다는 뜻입니다. 손님들이 줄을 섰습니다. 서서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슐랭 스타 셰프가 만든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먹기 위해서입니다. 줄을 서고, 서서 먹는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로 미슐랭 스타 셰프의 인기는 뜨거웠습.. 2022. 6. 20. 좋은 생각-나를 깨우는 우리말 「좋은 생각 - 2022. JULY. vol. 159.」 내가 좋아하는 우리말은 나를 깨우는 말이다. 좋아서 들여다보다가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하루하루 나를 지켜 주는 말이지, 나를 웃음 짓게 하는 말이다. 나는 '우연찮게'라는 말을 좋아한다. 우연찮게는 참 재미있는 말이다. 보통 '우연히'라는 의미로 쓰지만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연찮게 사람을 만나고, 우연찮게 어느 곳을 방문하고, 오늘처럼 우연찮게 글을 쓴다. 모두 우연처럼 보이지만 우연은 하나도 없다. 오늘 겪은 모든 일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가 제일 많이 쓰는 인사말로 '반갑습니다'가 있다. 사실 반갑다는 말은 다른 언어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표현이다. 그래서 번역이 까다롭다. 반갑.. 2022. 6. 19. 좋은 생각 - 키다리 아저씨 「좋은 생각 - 2022. JULY. vol. 159.」 키다리 아저씨 "저, 2주만 일할 수 있을까요?" 대학 입학을 앞둔 나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중이었다. 연이은 거절에 포기하려는 찰나, 우연히 전봇대에 붙은 피시방 구인 광고를 보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찾아간 그곳에서 소탈한 인상의 사장님을 만났다. "내일부터 나오세요." 업무 시간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꽤 여유로운 시간대였다. 업무는 단순했다. 손님이 자리를 잡으면 물을 가져다주고, 간식 주문이 들어오면 서빙하고, 손님이 나갈 때 계산하고 캄퓨터와 책상을 닦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겼다. 하루는 게임 중인 손님의 항의에 당황한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때 사장님이 대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미숙했네.. 2022. 6. 19. 중앙일보 - 네덜란드, 매년 사망자 4% 안락사 중앙일보 / 2022. 06. 18. - 「고령사회의 화두, 웰다잉(Well-Dying)」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지난해 9월 파리의 한 장례식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네덜란드, 매년 사망자 4% 안락사…스위스, 세계 유일 외국인도 가능 SPECIAL REPORT “특정 나이, 특정 시점부터 우리는 병원이나 생명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떠날 권리가 있다.” ‘세기의 미남’으로 불리는 프랑스 유명 배우 알랭 들롱(87)은 지난 3월 스위스에서 의사조력자살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019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뒤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들롱의 전 부인 나탈리 들롱도 안락사를 희망했지만 프랑스 법이 허용하질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프랑스의 경우 안락사는 .. 2022. 6. 18. 중앙일보 - 추모는 뒷전, 돈에 시달리다 끝 「중앙일보 / 2022. 06. 18. - 국회 ‘조력 존엄사법’ 첫 발의」 추모는 뒷전, 돈에 시달리다 끝…장례식이 ‘웰엔딩’ 망쳐 SPECIAL REPORT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모든 게 돈이었지요.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운구하려는데 입금을 해야 구급차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돈을 부치고, 수십장의 서류에 사인해가며 장례 물품을 준비했죠. 돈에 시달리다 보니 누가 왔었는지도 모르게 장례가 끝나있었습니다. 그제야 어머니가 돌아가셨단 사실이 와닿더군요. 머리를 망치로 세게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지난달 어머니를 떠나보낸 이모(70)씨는 울음을 꾹 참으며 이렇게 말했다. 100세를 넘긴 이씨의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모두 호상(好喪)이라.. 2022. 6. 18.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