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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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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3) (연작단편소설)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4단락)」 3. 거실에 걸려 있는 부엉이가 네 번을 울었다. 이렇게 긴 밤을 세워 보기는 처음이다. 한 밤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나의 열일곱 해는 얼마나 긴 것인가. 그러나 큰오빠가 셈해 본, 우리 선조 대대로의 세월에 비하면 열일곱 해는 아무 것도 아니다. 선조 대대로의 세월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달에 가서 천문대 일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에서는 머리카락좌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지섭의 책에 의하면 머리카락좌의 성운은 오십억 광년 저쪽에 있다. 오십억 광년에 나의 열입곱해를 대보일 수는 없다. 천년이라고 해야 모래 몇 알이 될지 모른다. 오십억 광년이라면 나에게는 영원이다. 나는 영원을 어떻게 느낄 수 없다. 영원이 죽음과 어떤 관련이.. 2022. 8. 9.
조세희-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2) (단편 난장이 연작소설 4 단락)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2 나는 방죽가 풀숲에 엎드려 있었다. 온몸이 이슬에 젖어 축축했다. 조금만 움직이면 잡초에 맺힌 이슬방울이 나의 몸에 떨어졌다. 한밤을 나는 방죽가 풀숲에 엎드려 세웠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어둠이 조금씩 뒷걸음쳐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밤을 우리의 집에서 보내지 못했다는 아픔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동네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비행접시를 타고 온 외계인들이 영희를 태워갔다는 소문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얘들아!” 어머니가 말했다. “이러고만 있으면 어떻게 할 거냐?” “찾아 봐도 없는 걸 어떻게 해요?” 내가 말했다. 나는 헐려.. 2022. 8. 8.
조세희-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 (단편연작소설 제4편)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어머니․영호․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 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2022. 8. 7.
First Embrace 「Angels Sing.........Hiko (흐르는 곡 )」 2022. 8. 5.
펑즈카이(豊子愷) - 점점(漸) 豐子愷 -「2019년 11월 17일 팔보」 점점 인생이 원활히 진행되게 하는 미묘한 요소를 들라면, 무엇보다 ‘점점[漸]’을 꼽겠다. 조물주가 인간을 속이는 수단을 들라면, 역시 무엇보다 ‘점점[漸]’을 꼽겠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천진난만한 아이가 ‘점점’ 야심만만한 청년으로 변해가고, 기개와 의협이 넘치는 청년이 ‘점점’ 냉혹한 성인으로 변해가고, 혈기왕성한 성인이 ‘점점’ 완고한 노인으로 변해간다. 한 해 한 해, 한 달 한 달, 하루 하루, 한 시간 한 시간, 일 분 일 분, 일 초 일 초…… 그 변화가 점점 진행된다. 마치 경사가 아주 완만한 기나긴 비탈을 걸어 내려오는 것과 같아, 사람들은 내려가는 흔적을 느끼지 못하고, 고도가 변하는 경계를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영원히 변하지 않.. 2022. 8. 5.
법정-버리고 떠나기/남의 삶과 비교하지 말라. 법정 - 「버리고 떠나기」 입추(立秋)를 전후에서 아침 저녁으로 선들거리는 바람결에 홑이불만으로는 잠자리가 편치 않다. 초저녁에는 쾌적하던 홑이불도 새벽이 되면 한기에 자주 깨어나 옹송그리게 된다. 잠결에서 환기창을 닫아야겠다고 벼르면서도 막상 일어나기가 머리 무거워 더욱 옹송그릴 뿐이다. 장마철에는하루 걸러 지피던 군불을 입추가 지나면서부터는 거의 날마다 지피게 되었다. 지난 여름에는 실로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다. 아랫절에 내려가 보면 앞마당이 그득하도록 여름철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장바닥을 이루었다. 사무실쪽 이야기로는 봄철의 관광시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했다. 따라서 산 위에 있는 암자에까지 그만큼 발길이 미칠 수밖에 없다. 새벽과 밤 시간 말고는 정상적인 일과를 치르기가 곤란할 지경.. 2022. 8. 5.
동아일보-‘웹디자인’ 요가 강사, 와인바 차린 회사원/2030세대 ‘N잡’ 확산 「동아일보 사회부」 재택 늘고 회식 줄어 시간 여유 “팬데믹 또 올지도” 수익원 늘려 서울에서 5년째 요가 강사로 일하는 정선희 씨(29)는 밤에는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유튜브로 웹디자인을 독학했고, 같은 해 9월 웹디자인기능사 자격증을 딴 후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했다. 정 씨가 ‘투잡’을 갖게 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부터 피트니스센터를 찾는 이들이 급감하며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었다. 금세 끝날 것으로 기대했던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새 길을 찾은 것이다. 올 4월부터 거리 두기가 해제되며 수입은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정 씨는 “코로나19 재확산에서 볼 수 있듯 언제 다시 팬데믹이 올지.. 2022. 8. 4.
이리유카바 최-그림자 정부/자본주의 경제체제(2) 이리유카바 최 - 「그림자 정부 : 경제편」 파시즘 체제는 공산주의와 자유 기업 체제의 절충형 자본 상품을 정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소련식 공산 체제와 개인이 소유하고 운영 - 조정하는 자유 기업 체제 외에 또다른 체제가 있다. 바로 파시즘 체제다. 파시즘의 경우 자본 상품의 소유는 개인이, 운영은 정부가 한다는 점에서 앞의 두 체제와 구분된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체제 소유주 조정자 자유 기업 체제 개인 개인 공산주의 - 사회주의 체제 정부 정부 파시즘 체제 개인 정부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파시즘 체제는 2차 세계 대전 중의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정권일 것이다. 무솔리니는 열렬한 사회주의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주로 카톨릭 신자로 구성된.. 2022. 8. 4.
이리유카바 최-그림자 정부/자본주의 경제체제 (1) 이리유카바 최 - 「그림자 정부 : 경제편(세계 경제를 조종하는)」 사회주의, 파시즘, 자유 기업 체제는 모두 자본주의 체제 우선 다음의 기본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하나는 음식 - 음료 - 의복 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비 상품이고, 다름 하나는 소비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본 상품이다. 이것을 정글에 사는 원주민들에 비유해 보면, 그들의 주식이 토끼일 경우 그 토끼는 소비 상품이 된다. 그런데 이 토끼는 대단한 기술과 도구가 있어야 쉽게 잡을 수 있는 민첩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명중률이 높은 좋은 활이 필요하다. 여기서 활은 소비 상품인 토끼를 얻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 즉 자본 상품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 상품을 구하거나 생산하는 데 자본 상품을 사용하는 경제 체제를.. 2022. 8. 3.
美·유럽 정상급 인사 참석 '민간외교의 場' 「매일경제 - 2022. 08. 02. A10면」 메이·올랑드·힐러리·슈뢰더… 민감한 외교 현안 집중 논의 테리사 메이 前 영국 총리 올해 23회를 맞는 세계지식포럼은 지난 22년간 민간 외교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내로라하는 주요 국가의 전·현직 국가 정상과 외교 당국자들이 세계지식포럼에서 만나 민감한 외교 현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만남의 장' 역할을 해온 것이다. 2020년 열린 제21회 세계지식포럼이 그런 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가 간 대면 외교가 경직돼 있던 당시, 세계지식포럼은 각고의 노력 끝에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를 직접 초청했다. 메이 전 총리의 방한 덕택에 그해 한영 양국 사이의 외교적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었다. 그 전에도 세계지식포럼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핵심적인 .. 2022. 8. 2.
기후변화 - AI 전문가 대거 참석 - - 공동번영 위해 머리 맞댄다 「매일경제 - 2022. 08. 02. A10면」 탄소제로시대 해법 모색 위해 혁신기술 기업 CEO 총출동, 그린펀드 큰손 블랙록 연사로 美 동아시아 싱크탱크 전문가, 지정학·안보위기 대응책 제시, 세계 첫 AI대학원 총장도 방한 '분열된 세계 질서 속에서 서로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를 재건하기 위한 혁신 방안을 찾아라.' 오는 9월 20~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세계적 석학·기업인·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번영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나선다. 기술 분야에서는 제이슨 브링크 갈라게임스 블록체인 회장 등이 게임과 커뮤니티의 미래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디지털휴먼을 만드는 소울머신스의 마크 사가 대표(CEO)도 이스라엘의 증강현실(AR) 스마트글라스를 만드.. 2022. 8. 2.
세계지식포럼이 던진 화두 - 미래흐름 5년 먼저 읽었다 「매일경제 - 2022. 08. 02. A 1면」 AI·IoT 등 신기술 포착하면 뉴스·정책보고서 뒤따라와 세계지식포럼 9월 20~22일 글로벌 주요 연사 2차 공개 인공지능(AI)·가상현실·가상화폐·환경 등의 키워드가 세계지식포럼에서 다뤄진 이후 국내 매체 뉴스와 정책연구기관 연구보고서에서 4~5년의 시차를 두고 집중 조명됐다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세계지식포럼이 시대를 앞서 국가와 기업의 어젠다를 선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일 정우성 포스텍 교수가 박찬웅·조선빈·권오현·윤지성 연구원과 함께 내놓은 '세계지식포럼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정 교수는 세계지식포럼과 국내 주요 매체들의 뉴스, 정책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에 등장한 키워드 간 연관성을 파악하는 .. 2022. 8. 2.
잭 앤더슨-음모/18 같은 월요일 저녁 로스앤젤레스 서부 지역에 있는 캐빈의 아파트에서 8Km도 안 떨어진 곳에 있는 엘리너와 존 우즈 부부의 브랜트우드 저택에는 침실에서 약간 떨어진 수영장의 바닥에 켜 놓은 불빛만이 물결을 따라 일렁이고 있었다. 그 시각에 엘리너와 존이 주로 접촉동작을 통해 벌이고 있던 일에는 그 정도의 불빛만으로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인근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저택처럼 이 저택도 옛날 소유주가 개조하고 확장한 부분이 더러 있는데 주인 부부의 침실 바로 바깥에 있는 수영장도 이렇게 덧붙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수영장은 사람의 시선이 미치기 어려운 곳에 위치를 정했기 때문에 커튼만 치면 은밀한 사생활이 노출될 걱정이 없었다. 존 우즈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뿜어나오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벌렁 드러누웠다.. 2022. 8. 2.
잭 앤더슨-음모/14 비밀보장이 거의 안 되는 워싱턴에서 5년을 지낸 후 페레즈는 한 가지 신념을 굳게 지니고 있었다. 그는 아침 햇빛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의 둥근 지붕인 돔을 보면 아직도 영감을 자극한다고 생각했다. 이 돔은 정부가 국민의 의사에 종속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가장 광범위하게 노력한 역사적 시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가 매일 출근하여 일하는 국회의사당은 자기 권력의 후광 속에 완전히 파묻혀 있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 이후 백악관은 미국 최고 통치자의 관저가 되어 왔다. 몰 거리는 낮이 되면 관광객들로 붐볐다. 페레즈는 경외감을 품고 처음 본 순간부터 거대한 링컨기념관의 명상에 잠긴 듯한 정적을 존경했으며 달빛을 반사하는 제퍼슨기념관의 아름다운 회색 건물을 보고 감탄을 .. 2022. 8. 1.
金載龍-분노의 시대 그리고 사색/'페로'의 방울뱀 이론 金載龍 - 「분노의 시대 그리고 사색」 미국판 이라고 할 는 지금 부시 대통령을 능가하는 여론의 인기도에 걸맞게 많은 신화와 일화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의 이 독불장군이 단순히 타자기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입사한 IBM에서 전대미문의 컴푸터 판매기록을 남기는가 하면, 1년치 목표 판매량을 불과 19일만에 달성하고 할 일이 없어서 회사를 하나 차린 것이 세계 최초의 정보처리 회사인 EDS사이다. 단돈 1천 달러의 자본금과 여비서 한 명으로 그의 32회 생일날에 출범한 이 EDS사를 22년만에 미국 최대의 자동차회사 GM사에 넘기면서 25억 달러를 받은 것으로도 그의 사업가적 신화가 될만 하다. 그런데 를 영입하고 난 다음날부터 GM사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 2022. 7. 31.
유용주-그러나 나는 살아 가리라/먼 바다에서 온 물봉선 (산문집) 유용주 - 「그러나 나는 살아 가리라」 그 눈길을 따라 아주 떠나간 사람이 있었다. 눈 녹은 발자국마다 마른 풀잎들 머리 풀고 쓰러져 한쪽으로만 오직 한편으로만 젖어가던 날이 있었다. 박남준을 떠올리면 우선 눈물부터 난다. 눈물 속에서도 사악하고 비열한 인간은 자기 식대로 슬품을 해석하고 자기 설음에 젖어 눈물을 흘린다. 내가 그런 인간이다. 언제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던가. 남들이 다겪어온 평범한 삶을 살아내면서도 내 고통이 더 크고 힘들었다고 엄살을 떨고 과장스런 몸짓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불평을 했던 게 사실이다. 박남준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두 마디 풍경이 있다. 지금은 없어진 다리골의 우리 집과 1985년도에 행방 불명된 작은형이 그 그림이다. 처음 박남준이 사는 모악산방을.. 2022. 7. 31.
청춘, 그 설익음과 진지함에 대하여 「 다치바나 다카시 -  靑春漂流(청춘 표류)」2013년 도쿄에서 만난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이어령(왼쪽) 교수와 다치바나 다카시(중앙포토)   靑春漂流(청춘 표류) 부끄러움 없는 청춘, 실패 없는 청춘을 청춘이라 부를 수 있을까? 청춘은 세월이 흘러 그 시기를 벗어나 봐야, 그때가 바로 자신의 청춘이었음을 깨닫는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청춘의 한가운데에 서서  '음, 이게 바로 청춘이지'라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은 천박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어지간한 사람에게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과연 이것이 청춘인가를 느껴볼 거를 도 없이 온 힘을 다해 열중하고 있는 동안 청춘은 지나가고 있다. 나도 그랬다. 어느 날 갑자기 청춘이 끝나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다지 먼 옛날의 .. 2022. 7. 30.
코카시아의 백묵원 - 3/2 북쪽 산속으로의 도주 베르톨트 브레히트 - 「코카시아의 백묵원」 젊은 숙녀. 게다가 위험한 도둑이오. 이 여자가 우릴 죽이려 했어요. 경찰에 넘겨야 할 사건이에요. 벌써 편두통이 닥쳐오는군. 오, 하느님. 하인. 이런 때에 경찰은 없어요. (그루쉐에게) 짐을 챙겨요, 아주머니. 그리고 냉큼 사라져요. 그루쉐. (화를 내며 아이를 안는다) 형편없는 인간들! 사람들이 나타나 이들의 머리를 잘라 벽에다 못질해 걸어야 되겠어! 하인. (그녀를 밀쳐낸다) 주둥이 닥쳐, 그러지 않으면 노인장에게 데리고 갈 거야. 그 양반은 엄하셔. 늙은 숙녀. (젊은 숙녀에게) 그 여자가 뭘 훔쳐가지나 않았는지 살펴보게나! 숙녀들이 오른쪽에서 무엇이 없어졌을까 봐 열심히 살펴보는 동안에 왼편에서는 하인과 그루쉐가 대문을 나선다. 그루쉐가 어느 농가 앞.. 2022. 7. 30.
코카시아의 백묵원 - 3/1 북쪽 산속으로의 도주 베르톨트 브레히트 - 「코카시아의 백묵원」 가수. 그루쉐 바흐낫체는 도시를 떠나 그루시아의 군사도로를 따라 걷고 북쪽 산속으로 이르는 길을 걸르며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우유를 사먹이기도 했고. 악사들. 이 인간적인 여자가 어떻게 피를 쫓는 개들과 덫놓는 사람들을 벗어날까? 인적이 없는 산속으로 걷고 그루시아의 한길을 걷고 걸으며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우유를 사먹이기도 했지. 그루쉐 바흐낫체가 걸어간다. 아이를 자루에 넣어 업고 한 손에는 보따리를, 다른 손에는 커다란 지팡이를 짚고서. 한 농부의 오두막이 나타난다. 그루쉐. (아이에게) 점심시간이니까 사람들은 식사를 하겠구나. 우린 긴장한 채 풀밭에나 앉아 있자꾸나. 착한 그루쉐가 우유 한 주전자를 구해올 때까지. (그녀는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 2022. 7. 28.
코카시아의 백묵원 - 1. 골짜기 쟁취를 위한 논쟁. 베르톨트 브레히트 - 「코카시아의 백묵원」 가수가 들러선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여자농부(우). 당신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당신의 노래에 관해 저는 이미 학교 다닐 적에 들었지요. 가수. 이번에는 노래를 곁들인 연극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집단 농장의 모든 동지들이 함께 연기하지요. 우리가 옛날의 마스크를 가져왔답니다. 노인(우). 이건 오랜 전설들 중의 하나일 테죠? 가수. 아주 오래 된 전설이오. 이건 '백묵원(白墨圓)'이라 불리는데 중국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물론 이 전설을 바꾸어 연기하는 것이지요. 유라, 마스크를 한번 보여드리려무나! 동지 여러분, 어려운 논쟁 다음에 여러분이 유쾌하게 환담하시는 건 우리에게 영광입니다. 옛 시인의 목소리가 소비에트의 트랙터 뒤에서도 그대로 울려 나온다고 여러분께서.. 2022. 7. 27.
· 유용주-그러나 나는 살아 가리라/서문 (산문집) 유용주 - 「그러나 나는 살아 가리라」 많이 아팠다. 길을 더럽히는 족속들은, 길은, 한번 자나 가면 종족이 묘연하다더니, 자취가 없다느니, 흔적을 찾을 수 없다드니 하면서 길을 함부로 대한다. 그러나 길처럼 뚜렷한 흔적은 이 세상에 없다. 사진 판독기보다 더 극사실로 길은 지나간 사람들의 자취를 기억한다. 길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자국 정도는 우습다. 지나가는 사람의 말이나 행동, 들이쉬고 내뱉는 숨소리에서 몸 냄새까지 오래도록 저장하고 있다. 길을 함부로 대하면 다시는 그 길을 갈 수가 없다. 길가에는 아무렇지 않게 있다가 결정적일 때 증언하는 나무와 풀이 무수하게 살아 눈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함부로 내디뎌 신발 밑에 깔려 죽은 뭇 생명들의 원혼이 수천 년 잠자고 있.. 2022. 7. 26.
죽음도 배워야 한다. ·「 피천득 김재순 법정 최인호 - 대화 (나이듦에 대하여)」   우암 * 선생님에게 유머는 산호이고 진주이지요.  귀하다귀한 선생님 품격의 일부입니다. 인생에서 유머의 기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금아 * 유머는 인생을 향상시키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지요. 유머는 위트처럼 날카롭지 않고 풍자처럼 잔인하지 않아서 따스한 웃음을 짓게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긴장, 초조, 냉혹함 등으로 불안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머가 있다면 인생은 따뜻해집니다. 유머를 가진 사람은 너그럽지만 유머가 없는 사람은 빡빡하고요. 유머가 풍부한 작품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웃을 수 있는 동시에 '센스 오브 유머'를 터득할 수 있어요. 좀더 밝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우암 * 그렇군요, 선생님. 제가 생각하는 유머의 .. 2022. 7. 25.
이동진 외-퇴사준비생의 도쿄/25.좁은 공간을 감각 있게 넓히는 지혜 이동진 외 - 「퇴사 준비생의 도쿄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일상의 불편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등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영국의 '다이슨' 대표 제임스 다이슨의 말입니다. 산업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로서 미적 감각이 뛰어난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는 제품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일상의 불편에 무게중심을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을 더 중요시합니다.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풀어가기 때문에 디자인적 사고가 필요하다.' 미국의 디자인 전문 에이전시 'IDEO'의 수장 팀 브라운의 생각입니다. IDEO는 '디자인 씽킹'이라는 화두를 내세우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 디자인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 2022. 7. 24.
그레고리 E. 랭-아들에게 엄마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 그레고리 E. 랭 - 「아들에게 엄마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 아들에게는 우리 아들이 잘 생겼다고 말해주는 그런 엄마가 필요하다. A son needs a mom to tell him he is handsome. 아들에게는 경기에 임할 때는 공정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그런 엄마가 필요하다. A son needs a mom to teach him to play fair 아들에게는 여자들은 진지하게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을 존중한다고 말해주고, 식탁에서의 예절을 가르치는 엄마, 겸손해야 하며,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해준 일에 대해 감사의 표시를 해야한다고 가르치는 그런 엄마가 필요하다. A son needs a mom--- to tell him that women admire a sincere apology,.. 2022. 7. 23.
최헌-베드로가 쓴 많은 이야기/수의(壽衣) 최헌 - 「베드로가 쓴 많은 이야기」 수의(壽衣)는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갈 때 죽은 자에게 입히는 옷을 말합니다. 그래서 돈 많은 사람들은 값 비싼 수의를 죽기전에 장만하기도 하고 또 죽은 다음에도 비싼 수의를 입고 떠납니다. 그러나 돌이켜 깊이 생각하면 수의는 죄수가 입는 수의(囚衣)라고도 생각합니다. 삶을 통해서 많은 죄를 짓고 살다가 가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죽어서 입는 옷을 마땅히 죄수가 입어야하는 수의(囚衣)와 같은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가는 이에게 푸짐한 대접은 못해 준다 하더라도 옷 한 벌쯤 값비싼 것으로 입혀 보내야 되지 않느냐고 이유를 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온갖 추한 짓을 다 하고 많은 죄를 범한 사람이 수의만 좋은 것을 걸치고 간다고 해.. 2022. 7. 21.
자코메티를 그리다 존 버거 - 「본다는 것의 의미」 이 사진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가 자코메티를 찍은 것이다.(출처-About Looking, Berger John) 자코메티가 세상을 떠난 지 1주일 뒤에, 지에는 그의 9개월 전 생시의 모습을 촬영한 주목할 만한 사진이 실렸다. 그 사진은 그가 혼자 비를 맞으면서 몽파르나스에 있는 그의 작업실 근처의 길을 건너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비록 그의 두 팔이 소매 속에 들어 있긴 하지만, 그가 우의 대용으로 입고 있는 코트는 자신의 머리를 덮기 위해서 훌쩍 들어올려진 상태이다. 보이지 않지만, 그 우의 아래에서 그의 양쪽 어깨는 둥글게 구부러져 있다. 그 사진이 발표되었을 때, 그것이 주는 즉각적인 효과는 기묘할 정도로 자기 스스로의 안위에 대하여 무관심한 한 남자의 모습.. 2022. 7. 21.
빌프리트 라이터-쿨하게 일하는 법/제1장(06)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빌프리트 라이터 - 「쿨하게 일하는 법」 "성공한 사람은 삶이 억지로 들이대는 선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 의사에 따라 선택한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이자 자율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만성적인 과잉 부담 상태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과잉 부담은 위험하고 골치 아픈 각종 프로젝트와 새로운 공정 및 소프트웨어의 도입, 기업 합병, 구조 조정,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업무 목표 등을 통해 날마다 새롭게 야기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업무를 처리하면서 '도대체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해내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이해되는 생각이지만, 이런 생각은 은연중에 치명적인 고정관념을 불러온다. 도대체 누가 그 일을 당신이 그러니까 오로지 당신 혼.. 2022. 7. 18.
Intermezzo from Cavalleria Rusticana, Pietro Mascagni Floral Overtones/Giclee on paper or canvas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인테르메조(간주곡)' 부활절을 맞이한 시칠리아 시골 마을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곡이다. 그러나 곧 들이닥칠 주인공의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고 있어 슬픔도 배어나온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Cavalleria(기사도)를 rusticana(시골의)가 수식해 '시골 기사도'란 의미다. 1890년 초연된 마스카니(1863~1945)의 출세작이다. 이 간주곡은 시칠리아 출신 마피아를 다룬 영화 대부3(1990)의 삽입곡으로도 사용됐다.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가 총탄에 쓰러진 딸을 보고 절규하는 장면과 마이클이 홀로 숨지는 엔딩 신에서 연주되었죠. 마스카니, 카발레.. 2022. 7. 17.
머니투데이-"불필요한 토끼들 한꺼번에 잡아야" 「머니투데이 - 2022. 07. 15.」 "규제개혁에서 토끼 한마리를 잡자고 이 토끼 잡자, 저 토끼 잡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솔직히 잘 안 될 것 같습니다. 지방활성화라든가 경제안보라든가 여러가지 문제와 섞어서 푸는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막일인 13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종합규제개혁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 규제에 초점을 맞춘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구조적인 처방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지난해 초 4대 그룹 현직 회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뒤 규제개혁과 민관협력, 글로벌 공급망 현안 등에 대해 경제계 대표단체 수장으로 거침 없는 목소리를 냈다. 올 하반기 고물가·고.. 2022. 7. 15.
땅과 사람들 - 일상에 활력을 주는 휴식다운 휴식 「땅과 사람들 - 2022 July vol. 222」 “뇌는 자동차와 달리 시동을 끌 수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뇌는 공상, 기억, 잡념에 빠져 공회전처럼 계속 돌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휴식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애쓰지 않는 주의 Effortless attention’가 필요하다고 한다. 억지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자연스럽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회복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 책상을 닦고 계세요?” 번아웃 문제로 상담을 받고 있는 명주 씨에게 건넨 질문이다. 그녀는 상담 중에 휴지를 꺼내어 연신 책상을 닦으며 이야기를 했다. 인상적인 행동이었다. “가만히 있기가 뭐해서요. 뭐라도 하고 있으면 마음이 좀 더 편안해요.” 비정년 대학교수로 있는 그녀의 머릿.. 2022.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