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載龍 - 「분노의 시대 그리고 사색」
미국판 <정주영> 이라고 할 <로스 페로(Rose Perot)>는
지금 부시 대통령을 능가하는 여론의 인기도에 걸맞게 많은 신화와 일화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의 이 독불장군이
단순히 타자기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입사한 IBM에서 전대미문의 컴푸터 판매기록을 남기는가 하면,
1년치 목표 판매량을
불과 19일만에 달성하고 할 일이 없어서 회사를 하나 차린 것이 세계 최초의 정보처리 회사인 EDS사이다.
단돈 1천 달러의 자본금과 여비서 한 명으로 그의 32회 생일날에 출범한 이 EDS사를 22년만에
미국 최대의 자동차회사 GM사에 넘기면서 25억 달러를 받은 것으로도 그의 사업가적 신화가 될만 하다.
그런데 <로스 페로>를 영입하고 난 다음날부터 GM사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시에도 타성에 빠진 경영 시스템 하에서 비대한 공룡처럼
그 덩치를 주체치 못하는 GM사의 관료주의와 조직의 생리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로 유명한 EDS사 출신 사원들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무렵 로스 페로가 기자들에게 내뱉은 '방울뱀 이론' 이란
이론이라기보다는 당시 GM사의 경영효율을 비꼰 재담으로서
오늘 날에도 미국 기업의 비능률적인 경영 사례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내용인즉,
- EDS사 사원들은 회사 안에 방울뱀이 들어오면 보는 즉시 죽여 버리고 보고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GM에서는 방울뱀이 나타나면 우선 방울뱀 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리고 나서 뱀에 대해 많이 아는 전문 컨설턴트를 초빙한다.
그 후 이 문제를 놓고 1년 동안 왈가왈부한 다음
마지막으로 공장 근처의 야생 동물원을 짓기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어찌 GM사나 미국 기업뿐이겠는가.
우리나라의 대기업도 그 내용을 깊이 들여다 보면 경영의 비효율과 낭비가 너무나 많다.
그것도 공장이나 생산현장의 보이는 낭비보다도 화이트칼라 사무직의 보이지 않는 낭비가 더 큰 문제이다.
예를 들어 화이트칼라 직종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운행원의 1인당 생산성이
놀랍게도 일본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종합무역상사의 생산성은 일본의 70년대초 수준으로
약 5분의 1에 지나지 않고 있다니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우리 경제가 처하고 있는 현재의 어려움은 외부여건이나 정부의 정책을 탓하기에 앞서
기업 스스로 깊은 자기성찰과 경영혁신으로 그 활로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비대한 경영조직을 날씬하고 날렵하게(Lean and Agile)개편하여 군살을 빼고
의사결정단계를 대폭적으로 단축하여 효율을 높이고
조직 각 부문에 만연되어 있는 관료화의 폐단을 과감히 척결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개별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국제 경쟁력 확보,
이것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살아날 유일한 대안이다. (p147)
- 1992. 7.
※ 이 글은 <분노의 시대 그리고 사색>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金載龍 - 분노의 시대 그리고 사색
다원아트링크 - 1993. 04.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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