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시인을 찾아서/천유근
범천2동 907번지 천유근 1975년도 그때, 나는 코흘리게 국민학교 시절이었지. 7.2평 이층 슬라브집. 삼화고무 다니던 젊은 부부가 세 들어 살았고 이층에는 덩치 큰 배야 엄마네가 살았었지. 밤낮없이 경부선 기차가 드나들었고 바퀴벌레들이 휘휘 날아다니던, 좁은 골목 안에 성기, 영기, 재형이, 용대와 진기, 새까맣게 탄 꼬맹이들이 딱지치기로 분주했던, 지금은 복개된 도랑을 가로지르는 시뻘건 철근이 숭숭 드러난 다리 아래로 동산유지 비누 찌꺼기들이 둥둥 떠다니던, 밥묵어라는 엄마들 소리가 쟁쟁했던 그 골목, 옆집 석씨네 분자 누나가 데미안을 안고 다니던 그 시절이 서울행 특급열차를 타고 지나간다 쫄랑쫄랑 학교길에는 줄줄이 늘어선 문방구들, 불량식품 쫀드기를 연탄불에 구워 팔던 등 굽은 아저씨의 메마른 ..
2022.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