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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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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용-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1)/해골분지의 암호랑이 박수용 -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해골분지의 암호랑이 넓은 분지에 굴참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바닥에 누런 가랑잎과 굴참나무의 거무스름한 껍질, 마른 풀들과 주변의 갈대밭..... 호랑이의 보호색이 잘 발휘되는 장소다. 은신하고 사냥하기에 안성마츰이다. 봄철, 참나무의 마른 잎을 주워 먹으며 해안으로 내려오는 사슴들이 주로 이 숲에서 당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호랑이가 죽인 사슴의 두개골과 허연 뼈다귀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해가 맑고 바람이 잠잠한 날, 그 속에 들어가 있으면 마른 낙엽이 담요처럼 깔린 숲이 안락하니 나른해지고 금방 졸음이 쏟아진다. 잠이 들게 하는 분지다. 하지만 해변에 안개라도 몰려오는 날이면, 젖은 굴참나무의 칙칙한 껍질이며 곳곳에 널려 있는 사슴 뼈다귀와 두개골들이 어.. 2022. 3. 13.
김수환-참으로 사람답게 살기위하여/仙人과 俗人의 차이 김수환 -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위하여」 86년 10월 쯤인 것으로 기억되는데, 외국 여행을 떠나려는데 마침 여야 국회의원 몇 분이 김포공항에 나오셨길래 농담삼아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평지에서는 마음을 닫고 지내니까 정치도 대화도 질 안되는 모양이니, 산에 올라가 대화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한 분이 '그 말이 그럴 듯도 하다' 면서, 한자풀이를 해 보이더군요. '사람(人)이 산(山)에 오르면 신선(仙)이 되지만, 사람(人)이 골짜기(谷)에 내려오면 세속(俗)이 되고 만다.'고 말입니다. 나쁜 사람만 골랐을까? 정치는 본시 참으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란 인간 공동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인간을 성장시키고 풍요하게 만들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 2022. 3. 12.
SUNDAY 인터뷰 - "새정부, 좌우로 분열 말고 진보.보수로 공존해야" 「[SUNDAY 인터뷰] 102세 철학자 김형석」 ‘102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2주간의 칩거를 깨고 맨 처음 찾아간 인사였다. 당시 윤 전 총장은 김 교수에게 “제가 정치를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국민을 위해 뭔가를 남기겠다는 사람은 누구나 정치를 해도 괜찮다”며 “적극적으로 정치하라고 권하지도 않겠지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고 조언과 덕담을 건넸다. 김 교수에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대선일인 지난 9일 김 교수를 서울 서대문구 원천교회에서 만났다. 다음날인 10일엔 이번 대선의 의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중앙SUNDAY를 통해 .. 2022. 3. 12.
"청년희망적금 가입 290만명 尹 '1억 통장' 갈아탈수있다" 「매일경제 - 2022. 03. 12. A1면」 당선인측 "청년에 기회줄 것" 대선 공약인 `청년도약계좌` 10년간 최대 5754만원 혜택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한 청년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에서 제시한 '1억 만들기 통장'으로 불리는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1억 만들기 통장'이 주는 혜택이 청년희망적금보다 훨씬 커 정책이 실현될 경우 대대적인 통장 이전이 예상된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11일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를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타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는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만 19~34세 청년이 매달 70만원 한도 안에서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매달 10만~40만원을 보태 10년 만기로 1억원을 만들어.. 2022. 3. 12.
성직자의 영적(靈的) 과부하(過負荷) 「 문화저널21 -  강인칼럼」    필자는 한때 법정(法頂) 스님을 가까이했던 시절이 있다. 실제로 만나 뵌 적은 없다.  그러나 지난 1984년 그의 수상집(隨想集) 〈산방한담(山房閑談)〉을 증정받아 읽기 시작한 후  글을 통해 늘 만나는 중에 종교적 신념보다는 인간적 느낌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심오한 설법(說法)보다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로부터 시작하여 대중교화(敎化)를 펴나가는 언어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러나 정작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필자와 취미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고로 취미가 같은 사람과 쉽게 가까워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스님의 저서 〈아름다운 마무리〉 119쪽에 보면  “어느 날 아침 내 둘레를 돌아보고 새삼스레 느낀 일인데 내 둘레에 무엇이 있는가 하.. 2022. 3. 11.
최인호-영혼의 새벽/제 9 장 성야(聖夜) 최인호 - 「영혼의 새벽」 그는 캄캄한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성당 안은 한 줌의 빛도 새어들어오지 않는 완벽한 어둠이었다. 모든 신자들은 침묵하고 서 있었다. 어둠이 사람들에게서 소리를 앗아간 것일까.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함부로 내지 않고 정적 속에 서 있었다. 아내는 어둠 속에서 그의 옆구리를 가만히 찔렸다. 그는 아내가 내미는 초를 받아들었다. 부활초였다. 이 부활초는 이제 잠시 후면 시작될 '빛의 예식' 중에 신부가 들고 입장하는 부활 촛불로 인해 점화된 후 불활을 찬성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될 것이다. 어둠을 이기고 세상의 빛이 된 예수 그리스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축복의 의미로 성야(聖夜)를 밝히게 될 것이다. -- 이윽고 성당 밖에서부터 침묵 가운데 무슨 소리가.. 2022. 3. 10.
김수환-참으로 사람답게 살기위하여/'좋은 대통령'을 그려낼 수 있다면 김수환 -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위하여」 70년대의 한국판 '代父' 지난 70년대에 나는 '대부(代父)'라는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가 대부의 세계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한탄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장관은 청와대에서 누구에게 매를 맞았고, 어떤 국회의원은 정보부에 끌러가 수염을 다 뽑혔고, 대통령 경호실장은 권총을 빼들고 자주 남을 위헙한다는 등 그 당시 별의별 소리가 다 흘러 나오지 않았습니까? 국민들은 두려워서 극도로 말조삼을 했고, 언론은 침묵했고, 어느 누구도 감히 권력자의 비위를 거스르지 못했습니다만, 그들은 결국 '대부'의 마피아들처럼 서로 총잘을 하며 끝나고 말았습니다. 오늘의 상황은 그 때와 많이 달라졌다 해도 정부는 깨끗이 그런 잔재를 씻어 내야 합니다. 공포를 이용하여 남을 다스.. 2022. 3. 9.
'연금술사' 작가의 말 「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나는 젊은 시절 한동안 연금술에 깊이 빠져 있었다. 쇠를 금으로 변하게 하고,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할 수 있다니! 너무도 매혹적인 세계였다. 고백하자면, ‘불로장생의 묘약’ 쪽에 훨씬 마음이 끌렸다.그 무렵, 언젠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게서 사라져 버린 거란 생각은 내 젊은 영혼을 괴롭히고 있었다.신의 존재를 느끼고 받아들이기 전이었다.그랬으니 내 존재를 오래도록 연장시켜줄 수 있는 어떤 액체의 가능성은 나를 눈멀게 하기에 충분했다.나는 그 물질을 얻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마음먹었다.---리우 데 자네이루에는 오랫동안 '위대한 업'에 헌신해 온 두세 명이 있었지만, 그들은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실험실을 차려놓고 연금술사라 자칭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 2022. 3. 9.
제임스 패터슨-The Diary/니콜라스를 위한 수잔의 일기 제임스 패터슨 - 「The Diary (니콜라스를 위한 수잔의 일기)」 그는 케이티가 근무하는 출판사 건물에서 3~4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인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피한 걸 보니 예의 바르고 남을 배려하는 그 사람다웠다. 케이티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처다봤다. 그런 광경을 어찌 모른 척할 수 있을까. 목을 길게 빼고 남 구경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좋아 보였다. 그을린 피부, 깔끔한 얼굴, 예전보다 조금 길어진 머리, 청바지, 깨끗하지만 끝이 닳은 샴브레이 셔츠, 먼지 묻은 작업 부츠, 예전에 알던 매트, 케이티가 사랑했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매트 그대로였다. 그런 그가 .. 2022. 3. 8.
새 정부에 바란다 ① 정치 「중앙일보 - 2022. 03. 07. 8면」 3월 9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됩니다. 새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중앙일보는 각 분야 전문가 12명의 제언을 담은 ‘새 정부에 바란다’ 인터뷰를 3회에 걸쳐 싣습니다. 6일 정치 분야를 시작으로 경제·사회 분야 순으로 이어집니다. 미움으로 가득찬 대선…당선인, 국민 상처난 마음 치유해야 전문가들이 본 차기 정부의 과제 정치보복 악순환 차단 - '표 준 것 배신말라' 지지자들 청구서 흔들리지 말고 중도층 목소리 경청해야 통합, 협치의 방법은 - 정계게편으론 통합정치 담보 못해 형식아닌 '협치 콘텐트' 합의가 우선 권력분산과 세대교체 - '제왕적 대통령' 논란 없게 권한 분산 '86 정치인' 뒤이을 정치세력 키워야 .. 2022. 3. 7.
3 - 1. 잘 사는 게 본래 쉽지 않다. · 「공병호 - 군대 간 아들에게」 PART 3. 후회 없기 살기 위한 인생의 지침 3 - 1. 잘 사는 게 본래 쉽지 않다. '산다는 것에는 늘 아픔이 있지요. 고통이 있고 고통 속에 즐거움도 있습니다.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이 정상이며 이따금 편안함이 주어지는 것이 사는 것이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담대하고 감사하게 살 수 있습니다.' 언젠가 대화 중에 불쑥 나온 이야기를 옮겨보았다.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한 인간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자신의 삶을 대하는가를 거짓 없이 드러내는 문장이다. 사는 게 쉬우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본래 사는 것은 녹녹지 않다. 두 가지 원인 때문인데 하나는 내부적인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적인 요인이다. 이들 요인은 쉽게 고칠 수 없을 만큼 구조적이고 근본적이다. 우선 개인.. 2022. 3. 6.
** 김동영-나만 위로할 것/마음이 작은 나. 김동영 - 「나만 위로할 것」 하루 종일 지지않던 여름의 태양 그리고 떠오르지 않던 겨울의 태양, 그 하늘에 슬그머니 뜬 하얀 달, 북극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그리고 그 바람을 묵묵히 맞으며 견디고 서 있던 말들, 작은 언덕들, 그 언덕들 틈에 자라나던 꽃들, 주인 없는 수 만 마리의 양들, 눈 덮힌 산과 거친 바다와 검은 모래사장,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천 개의 폭포와 호수, 아직도 끊고 있는 대지, 어디론가 날아가는 기러기들,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는 빙하. 과묵하고 소박한 사람들. 그리고 게으르고 피곤하며, 마음이 작은 나. (p336) 김동영 - 나만 위로할 것 달 - 2010. 10. 08. 2022. 3. 6.
중알일보 - “나보다 더 노력한 기사는 있어도 더 힘들게 공부한 기사는 없을 것” 중알일보 - 「2022. 03. 04. 2면」 ‘한·중·일 바둑 삼국지’ 농심신라면배에서 지난달 26일 한국이 우승했다.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최종 주자인 신진서(22) 9단이 중국과 일본의 최정예 기사 4명을 차례로 물리치고 통렬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를 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 키가 크다. “180㎝ 정도 된다. 몸무게는 65∼69㎏인데, 2월 큰 대국을 여러 번 치르면서 3~4㎏ 빠졌다.” (신 9단은 대국 중간에 바나나를 자주 먹는다. 바나나 먹는 장면이 중계에 여러 번 잡혀 바둑 팬은 ‘승리의 바나나’라고 부른다. 막상 본인은 “살려고 먹는다”고 비장하게 답했다.) 현재 신 9단은 세계 최강이다. 비공식 순위지만 바둑 통계 사이트 ‘고레이팅(Go Ratings)’에서.. 2022. 3. 4.
칼 바르트-모짜르트 이야기/모짜르트의 음악에 대한 칼 바르트의 마지막 증언 칼 바르트 - 「모짜르트 이야기」 부록 1. 초대 손님을 위한 음악 20세기 최대의 신학자인 칼 바르트는 1968년 12월 10일에 서거하였는데, 이 글은 바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1968년 11월 17일에 ‘독일-스위스 방송’(Das deutsch-schweizerische Radio)의 프로그램인 ‘초대 손님을 위한 음악’(Musik für einen Gast)에 초청을 받아 모짜르트의 음악과 자신의 생애와 사상과 신앙을 비교하며 인터뷰한 내용이다. 대담자는 슈말렌바하(Roswitha Schmalenbach) 여사이다. 이 글은 바르트의 사망 직후인 1969년에 발행된 ‘칼 바르트의 마지막 증언’(Letzte Zeugnisse) 이라는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 책에는 바르트가 사망하기 4개월 전.. 2022. 3. 3.
우먼센스-아름다워서 눈물 나는 가족이야기/'가시 없는' 장미 한 다발 우먼센스 - 「아름다워서 눈물 나는 가족이야기」 남자가 보내온 마흔여덟 송이의 장미에는 흑백의 꽃과 잎사귀만 존재할 뿐 그 어디에도 가시는 없었다. 30여 년을 건설현장에서 닳고 거칠어진 손마디를 가진 중년의 남자가 하나하나 그렸다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장미는 송이 송이마다 마치 진짜 장미 꽃다발처럼 활짝 핀 것, 봉우리가 덜 피어 오른 것, 한 방울 정도의 이슬을 머금고 있는 것까지 화려했지만, 오히려 검정 볼펜으로 표현하기 더 쉬웠을 가시는 존재하지 않았다. 궁금함도 잠시, 갇혀 있는 몸으로 마누라의 마흔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투박한 양면괘지 하나 그득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미를 일일이 그려 보낸 남편이 고맙고 안쓰러워 눈물만 흐를 뿐이었다. "얼라는?" "밥 도!" "자자.".. 2022. 3. 2.
이애경-눈물을 그치는 타이밍/내겐 너무 특별한 무엇 이애경 -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개업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손님 하나 없는 핀란드 헬싱키의 카모메 식당, 그곳에는 매일 컵을 닦고 청소하며 손님을 기다린다 가끔씩은 테이블 앞에 앉아 졸기도 하는 작고 단아한 여인이 있다. 소소한 일상과 감동을 느릿하게 담아낸 일본 영화 의 주인공 사치에다. 그리고 기묘한 이유로 그녀와 함께 기거하게 된 두 여인. 영화는 이들에게 어떤 과거가 있는지, 어떤 인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미도리는 이유가 불분명한 눈물을 한 번 찔끔 흘릴 뿐이고, 마사코는 바다를 바라보며 이따금 잃어버린 짐을 찾는 전화를 할 뿐이다. 대신 영화는 세 명의 여인에게 왜 이곳 핀란드까지 오게 됐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는 뭐든 잘될 것 같았어요." - 사치에.. 2022. 3. 2.
이애경-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서른 썸싱(something) 나쁘지만은 않은걸 이애경 -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스무 살에는 빨리 서른이 되어 단단해진 어른으로 살고 싶었지만 서른이 넘은 우리들은 서른이 되어도 딱히 변하는 게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서른의 우리들도 여전히 아프고 치이며 행복해하다가 휘청거리기도 한다. 죽을 것 같다가 엉겁결에 살아지기도 하고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기쁨의 순간도 온다. 서른 썸싱이 된다는 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게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잘 견뎌 내는 방법을 알아 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쁜 순간에 도리어 담담해지는 경험도 이때쯤 찾아온다. 지금 힘들다고 영원히 힘든 것도 아니고 모두 다 스쳐 지나간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나이로 접어들기 시작한 거니까. (p111) ※ 이 글은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에 실.. 2022. 3. 1.
신영복-감옥으로부터의 사색/정향(靜香) 선생님 신영복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월 19일자, 3월 2일자로 부치신 하서와 「석봉 천자(石峰千字)」, 교무과로 보내신 「비문 척촌도 (碑文 尺寸圖) , 그리고 「선현 인영첩(先賢印影帖)」 모두 잘 받았습니다. 갈문(喝文)은 며칠 전에 끝마쳐서 교무과에 우송을 부탁드렸습니다. 곧 받으시리라 믿습니다. 한글은 몇 군데 고쳐 썼습니다. 해서(楷書)는 역시 정서(正書)라 할 만큼, 자획의 균제(均齊)가 쉽지 않음을 절감하였습니다. 벌써 3주째 매주 금요일에 서예 선생님이 오셔서 지도해주십니다. 지도해 주시는 정향(靜香) 조병호(趙柄鎬) 선생님은 김완당(金阮堂) - 김소당(金小堂) - 현백당(玄白堂) - 우하(又荷) 민형식(閔衡植)을 잇는 서도의 정통에 계신 분으로 위창(葦滄) 선생의 제자이기도 하신 분입니다.. 2022. 2. 28.
미셸 투르니에-상상력을 자극하는 110가지 개념/말과 글 (단행본) 미셸 투르니에 - 「상상력을 자극하는 110가지 개념」 글 쓰는 사람은 때로는 연애편지, 때로는 모험소설을 써서 고독한 독자에게 말을 거는 은자(隱者)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반면에 말하는 사람은 청취자를 필요로 한다. 혼자 하는 말은 미치광이의 중얼거림 같기 때문이다. 정치 연설가는 소란스러운 대중을 원하고, 종교 설교자는 명상적인 신자를 원하고, 이야기꾼은 벽난로 주위에 모여 있는 마을 사람들을 원하고, 기도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신의 귀를 원한다. 말은 좁은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순식간에 사라진다. 반면에 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말이 살아 있는 것이라면, 글은 죽어 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 사람들은 큰 소리로만 책을 읽었다. 그래서 유행성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약해진 사람.. 2022. 2. 27.
세계일보-딸 10주기 기일 앞두고 떠난 이어령… "하늘에선 오해 풀길" 「세계일보 - 딸 10주기 기일 앞두고 떠난 이어령… 」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생전에 부인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영인문학관 관장)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세계일보 자료사진 딸 이민아 목사, 생전에 “부친 사랑 못 받았다” 2012년 3월15일 암으로 아버지보다 먼저 타계 이어령, 지난해 책에서 “딸 정말 보고 싶구나” “굿나잇 민아야, 잘 자라 민아야. 그리고 정말 보고 싶다.” 26일 별세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에게 ‘깨물어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던 인물은 아마도 고 이민아 목사(1959∼2012년)일 것이다. 고인이 지난해 펴낸 책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침 고인은 딸이 세상을 떠난 10주기 기일을 보름가량 앞두고 별세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생전에 냉정하게 대.. 2022. 2. 27.
이어령 선생을 그리며 그리움이 돌이 된다. 망부석의 전설을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기억한다. 그러한 기억은 우리 민족의 핏속에 가라앉아서, 두고두고 문학의 언어 속에 되풀이해 나타난다. 소월은 "선 채로 이 자리에서 돌이 되어도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고 했고, 청마는 "님을 따르지 못하는 외침이 바위되어 남는다"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모든 그리움이 돌이 되고 바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그리움들은 안개처럼 피어오르다가 한나절 햇살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혹은 바람 같은 그리움도 있다. 불현듯 생겨났다가 거칠게 몰아치고, 회오리치다가 금세 잠잠하게 가라앉는 바람, 그것은 바위처럼 한곳에 붙박여 있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허공을 맴돌면서 명멸하는 그리움이다. 에코의 전설처럼 목소리만 남는 그.. 2022. 2. 26.
1장 - 능력있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헨리 G. 브라운 - 매력적인 여성의 에티켓」 1장 - 매력적인 여성이 되려면 사회에서 그대가 받아야 할 합격증은 '능력있는 여성' 이라는 평가이다. 능력있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는 수업료를 지불하고 공부를 했다. 그러나 사회인이 된 그대는 다르다. 수업료 대신 오히려 임금(급료)을 받고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학교에서는 특별한 학과 이외는 필기시험으로 개인의 능력을 판단한다. 그러나 사회는 다르다. 사회란 학교에서 처럼 매학기마다 능력판단을 위해 필기시험으로 평가하는 일은 없지만 매일매일이 시험의 연속인 것이다. 강제되는 시험이 없다는 것은 자칫하면 안일한 생활로 흐르게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어느 정도 이끌어 주면 좋겠지만, 자기 스스로를 자신이 관리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2022. 2. 25.
한국불교신문 - 사이타마에서 온 편지 · 「한국불교신문 2022 신춘문예 동화 가작 ․ 평론 가작 입상작」 동화 가작 사이타마에서 온 편지 강명화(민재 스님) 2019. 9. 26. 바람은 차가웠지만 비행기에 오르는 보리의 가슴은 뜨거웠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반반씩, 하지만 가족 모두 가는 여행이라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여행? 여행이라는 표현이 맞나. 보리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엄마는 살던 집과 보리가 쓰던 책상과 책, 그리고 냉장고며 텔레비전도 다 중고나라에 팔아버리고 쓸만한 짐 몇 개만 한 달 전, 일본에 배편으로 부쳐버렸다. 그럼 여행이 아니고 살러가는 건데. “보리, 이제 비행기 이륙하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기도할 준비해야지.” 창밖을 내다보던 보리가 자세를 바로하며 두 손을 모은다. 작년 여섯 살이 되던 해.. 2022. 2. 24.
김수환-참으로 사람답게 살기위하여/제 1부 나는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김수환 -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위하여」 "무엇 때문에 사느냐?"라고 물으면 정신나갔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왜 살기는 왜 살아? 사니까 사는 거지!"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서울역을 물으면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를 물으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합니다. 어떤 질문이 중요합니까? - 김수환 추기경 - 지나가는 사람이 형제로 보일때. 옛날에 어떤 성자가 있었습니다. 그 성자가 한 번은 제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밤의 어두움이 지나고 새 날이 밝아 온 것을 그대들은 어떻게 아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제자 중의 하나가 "동창이 밝아오는 것을 보면, 새 날이 온 것을 알 수 있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스승은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제자가 말하기를 "창.. 2022. 2. 23.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은... ·「무라카미 하루키 -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은 사용할 길이 없는 채로 내 안에 쌓인다.  그것은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밤에 내리는 눈처럼 그저 조용히 쌓여갈 뿐이다.  이것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공통되는 괴로움이다.  가톨릭의 교회사는 사람들의 고백을 천상이라는 대조직에 넘겨 줄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편리한 상대도 없다.  자기 자신 속에 끌어안고 살아갈 수밖에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믜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중에서[t-22.02.23.  20220222-161707-2-3] 2022. 2. 23.
이어령-읽고 싶은 이어령/시작과 끝이 있는 삶. 이어령 - 「읽고 싶은 이어령」 마지막 달력장이 퇴색한 벽 위에서 낙엽 지고 있다. 한 해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끝이라는 말 속에는 이상한 서글픔이 잠겨 있다. 하루해가 지는 낙조가 그렇고 한 계절이 끝나가는 변절기가 그렇다. 시간만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비극이든 희극이든 영화가 끝나는 영사막 위에는 공허의 앤드 마크가 찍힌다. 웃음도 눈물도 다 끝나버린 것이다. 찢어버린 좌석표처럼 이제는 모두 구겨져버린 흥분이 빈 복도에 뒹글고 있다.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우리는 이 같은 빈 의자의 적막을 발견할 수가 있다. 망년 회장이 아니라도 좋다. 사람들이 모여 술잔을 비우며 웃고 노래하는 밤 주막에도 그러한 적막은 찾아올 것이다. 말이 질주하던 경마장에도, 홈련과 함께 터져.. 2022. 2. 21.
038 - 調適 (조적) ·「덩 밍다오 - 마음의 눈을 밝혀주는 道 365」 038 - 調適 (조적) 하늘이 지평선을 감싼다. Heaven embraces the horizon. 아무리 들쭉날쭉한 것들이 들어서도 No matter how jagged the profile. 하늘이 알아서 적응한다. The sky faithfully conforms. 하늘은 어디서나 지평선과 만난다. 하늘은 항상 지표면에다 자기를 맞춘다. 땅과 하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이 완전한 적응을 깨뜨리지 못한다. 지평선 위로 구름이 흘려가고, 밤이 오고, 산과 나무와 빌딩이 들어서도 하늘과 지평선은 언제나 그대로이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 놓이든, 상황이 좋든, 나쁘든 항상 우리를 정확하게 적응시켜야 한다. 반항해 봐야 소용없다. 대신 우리를 둘러싸고 있.. 2022. 2. 20.
대법관이 본 박근혜의 내면 「일요칼럼 - 제1528호. 2021.08.20」 사건 기자를 오래했던 소설가 김훈 씨는 육하원칙에 맞추어 범죄기사를 쓰기 힘들었다고 했다. 범죄인의 내면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내면을 모르기는 형사도 검사도 판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훈은 그래서 소설을 썼다고 했다. ‘칼의 노래’라는 작품을 쓸 때 이순신이라는 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려고 애썼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는 가슴 찔리는 진리가 담겨있었다. 법을 공부할 때 행위보다 더 중요한 게 내면의 고의였다. 행위는 본체인 내면의 발현이었다. 검찰과 법원은 공소장과 판결문의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로 한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에 피고인의 내면은 없었다. 공소장의 행위들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판결문으로 옮겨지는.. 2022. 2. 19.
신영복-감옥으로부터의 사색/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부처 신영복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수씨께' 보낸 다음과 같은 귀절이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서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도씨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 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메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 2022. 2. 18.
땅과 사람들 - 시작은 세상에서 가장 긴 신혼 여행 「땅과 사람들 - 2022 February vol. 217」 아내 현영 씨는 여행을 시작할 땐 이럴 줄 몰랐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한 그녀의 캐리어에는 화려한 비키니 수영복과 인도양의 뜨거운 태양을 가려줄 챙 넓은 모자가 들어있었다. 운동복 차람에 질끈 묶은 머리로 인도의 이름 모를 동네에서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눈물 나게 그리워하게 될 줄도 몰랐다. Says "저희가 어떤 종교적 신념이 있거나, 특별한 봉사정신이 있어서 봉사활동을 한건 아니거든요. 그저 조금 더 어려운 사람들을 내 힘으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나도 행복하겠다. 그런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때로는 여행도 여행대로 즐겼어요. 봉사도 여행도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시작한 거니까요" ​- 석.. 2022.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