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 김황식 전총리 특별인터뷰 」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자유'라는 가치를 실현하려면 협치와 통합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 직후에 가진 매일경제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자유와 인권 연대 등 소중하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들을 잘 망라해주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대해 "구체적인 공약과 정책 방향을 내놓은 예전 대통령들의 취임사와 달리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거대담론 위주의 연설을 했다"면서 "이를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잘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은 야당과의 협치, 장기적으로는 사회 통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장 서운한 생각이 들 수 있는 야당은 물론이고 대선 과정에서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을 상대로 뜻을 함께 모으는 노력을 처절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총리는 윤 대통령이 '도약과 성장'을 강조한 것에 대해 "성장이 있어야 복지도 있고 분배도 있는 것"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성장의 과실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제대로 잘 챙겨야 윤 대통령이 희망하는 진정한 자유와 공정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또 "새로 출발하는 윤석열정부가 당장은 의욕이 넘치겠지만 지난 2개월간 인수위원회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 1면 이진명 정치부장)
"172석 거대 야당, 총리 인준 협조해 尹정부 일할 기회 줘야"
김황식 前총리 특별인터뷰
총리 인준 거부 길어지면 장기적으론 민주당도 불리
인사청문회, 공직·국민 이간질, 인재 기용 못해 국가적 불행 尹정부도 인선 더 노력해야
대내외적 위기 극복 위해 국가경쟁력·사회통합 중요
매일경제와 특별 인터뷰에 나선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걱정이 앞섰다. "국내적으로는 팬데믹의 여파가 여전하고, 물가는 더 치솟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많이 지쳐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외적으로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중심으로 러시아가 서방세계와 갈등을 빚고 있으며, 미·중 관계도 여의치 않아 자원의 이동에 어려움이 많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의 이 같은 걱정은 여느 지도자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국가 원로들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경쟁력 확보와 사회통합 두 가지를 꼽았다. 김 전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가치를 강조한 것은 참 잘한 일"이라면서 "자유를 기반으로 규제를 혁파하고 창의를 북돋운다면 그게 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며 성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어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분배하면 사회통합이 저절로 이뤄진다. 그 사회통합을 바탕으로 자유의 가치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자유는 국제사회에 우리가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가치"라며 "자유를 바탕으로 국익을 추구하면서도 국제 규범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화를 이뤄나간다면 세계 속 일원으로서 국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전 총리는 다만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 정치권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 김 전 총리는 "대선이 끝나면 국민이나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갖고 박수 치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대선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후보 간에, 양당 간에 어느 때보다 극한 대립이 있었고, 선거 결과에서 아주 표차가 적었고, 곧이어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아직도 대선이 끝나지 않고 연장전에 들어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국민들에게 아주 불행한 일이다. 5년마다 우리는 새로운 기대와 힘을 모아서 출발해야 하는데 그간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지금은 그런 것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는 방편으로 김 전 총리는 다시 한번 협치와 통합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정권을 잡은 윤석열정부를 향해 협치와 통합의 노력을 주문하면서도 당장은 172석 거대 야당을 향해 '통 큰' 협치와 통합의 모습을 촉구했다.
김 전 총리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야당은 새 정부가 일로써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장차의 협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며 "한 후보자의 경우 일부 국민의 눈높이에 적절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것이 총리직을 수행하지 못할 흠결로 보이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인준을 거부할 사유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을 위한 본회의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김 전 총리는 "국무총리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출범하고, 후임 장관 절차도 삐걱거리고 있으니 이는 새 정부 출범 때 갖는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총리 인준을 거부하는 것이 당장은 당리당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할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결코 민주당에도 유리하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나도 인사청문회를 세 번 거쳐서 국회 인준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그 경험에 비춰볼 때 지금의 인사청문회는 너무나 정파적,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있어서 국민들이 납득하고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지금의 인사청문회 제도와 이를 정파적으로 이용하는 거대 야당으로 인해 우수한 인재들이 공직에 나가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또 "인사청문회가 공직과 국민을 이간질하는 제도로 전락한 지금 상황은 국가 발전과 국민통합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 또한 앞으로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야당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국민적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인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A 10면 이진명 정치부장)
매일경제 - 2022.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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