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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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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드키스-쥘 베른 진보를 꿈꾸다/르와르 강변의 아이들 장 폴 드키스 -「쥘 베른 진보를 꿈꾸다(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20)」 르와르 강변의 아이들 '나는 떠날 것이다. 돛대를 흔드는 기선이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린다. 잔인한 희망 때문에 비탄에 빠진 권태는 여전히 손수건의 지고한 이별을 믿는다. 어쩌면 돛대가 폭우를 불러서 절망적인 난파를 일으키려는가.' - 스테판 말라르메 / 바다의 미풍 - (p13) -- "기차 여행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기차 없인 여행하기가 힘들지. 마찬가지로 미래의 여행은 땅 위로 둘려가는 여행이 아니라 하늘로 올라가 목표지로 직진하는 여행이 될 걸세." - 기구를 타고 5주일 중에서 - (p42) --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개들의 이름은 와그람과 마렝고, 디안느와 사틀리트, 톱, 댕고, 세르코 등이었다. 해트라 선장은 모습.. 2021. 7. 12.
조성희-뜨겁게 나를 응원한다 행운이 쏟아지는 행복을 발산하라! 조성희 / 「뜨겁게 나를 응원한다」 당신은 집 안에 열쇠를 두고 집 밖에서 찾고 있지 않은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힘이 훨씬 더 강력하다. 보이지 않는 땅속 사과 씨앗이 보이는 땅 위의 사과 열매를 창조한다. 지금 내가 돈이 없다는 것은 보이는 결과다. 그 원인이 되는 뿌리는 무엇일까? 외적인 것을 바꾸는 방법은 오직 하나, 내부에서 돌아가는 내적인 세게를 바꿔야 한다. 당신의 삶이 겉보기에 잘 돌아가지 않는다면 내면에서 무엇인가 잘못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바로 '생각'이다. -p24- -- 당신은 지금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세상 사람의 단 1%만 진정으로 생각을 한다. 3%는 자신이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머지 96%는 생각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한다. 잘 생.. 2021. 7. 11.
정호승-모닥불/나는 뗏목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정호승 / 「모닥불」 나는 뗏목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깊은 산에서 벌채한 나무를 운반하기 위해 강에 띄우는 그런 뗏목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고, 그저 강을 건너기 위해 몇 그루 소나무로 어설프게 엮어서 태어난 초라한 뗏목에 불과합니다. 사실 내가 사는 곳의 강심은 그리 깊지 않아 굳이 배를 띄울 필요가 없답니다. 강을 건너는 사람도 어쩌다 하루에 한 두 명뿐이어서 강을 건너기에는 나같이 작고 볼품 없는 뗏목이 가장 알맞습니다. 나는 사람이 서너 명만 타면 더 이상 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몸피가 작아 어떤 때는 내가 강물에 떠 있는 것조차 아주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강의 하류에 있는 커다란 나룻배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나 자신이지만 그래도 나는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강가에 사는 갈대와.. 2021. 7. 10.
제7장 삶의 기쁨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단 말입니까? -체링 돌마 어느 여름의 끝무렵에 나는 예순 살 된 탱화 화가 웅가왕 팔조르와 함께 카시미르의 스리나가르로 갔다. 그는 털로 짠 옷, 모자, 아크털로 만든 장화로 전통적인 차림을 하고 있었고, 카시미르 사람의 눈에는 분명 라다크의 오지에서 온 것으로 보였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그를 놀렸다. 그는 게속해서 조롱을 당했다. 택시 운전사, 가게 주인, 그리고 행인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저 바보 같은 모자 좀 봐!" "저 우스운 장화 좀 봐!" "저런 촌사람들은 생전 안 씻는데!"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웅가왕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는 그곳에 간 것을 즐기고 있었고.. 2021. 7. 9.
최유라-저 살림하는 여자예요/우리집 행복 5계명 최유라 -「저 살림하는 여자예요」 '최유라'라는 여자 '완벽'한 사람은 없고 '흠'없는 사람 없다. 내가 그나마 세상을 살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면, 인간이 어떻게 완벽과 흠 없음을 갖출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는 분명히 완벽과 흠이 없는 여자를 만났다. 知? 感? 美? 禮? 藝? 어느 글자에서 그녀의 결함을 찾을 수 있을까. 솔직히 고민 많이 했다. 뭐 이런 여자가 있나, 나이도 어린것이! 한 시간마다 잠에서 깨어나는 여자 (애기를 들어서 알았다) 큰아이가 이불을 차 버리고 자는 것은 아닐까 작은 아이 기저귀가 젖지 않았을까 남편이 출근할 시간인데..., 상당액의 세금을 낼 정도로 바쁘게 일하며 사는 여자가 가사를 돕는 사람도 없이 그 모든 일을 혼자 억척스럽게 해내는 것을 어떻게 생.. 2021. 7. 9.
제3장 의사와 샤만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 질병은 이해의 결핍에서 생긴다. -라다크의 한 의원 라다크 사람들은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내뿜는다. 신체적으로 거의 모두가 단정하고 적당한 체격을 갖고 있다. 야윈 사람은 드물고 뚱뚱한 사람은 더 드물다. 실제로 비만은 너무나 예외적이어서, 한번은 어떤 부인이 의사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짐작도 못하고 "배에 이상한 주름이 잡혔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눈에 띄는 근육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이것은 서양 의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남자들도 여자들도 모두 굉장히 튼튼하다. 그리고 다른 산악지방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그들은 끝없는 원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물론 여기서도 사람들은 병에 걸린다. 라다크에서는 호홉기 .. 2021. 7. 8.
벽에 책이 가득한 방. 「새가정 - 1989. 9월호 여성칼럼」 사람들 마음속에는 안정되고 싶고, 남에게 인정받고 싶고, 그리고 무슨 일인가 보람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세 가지 욕구가 있다고 한다. 내 경우 그 세 가지 욕구 중 안정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늘 집과 연관이 되곤 했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과는 대조적으로 열 번 이상이나 이사를 다니며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나서 대학 시절에 세대주가 되어 버렸다. 겨울이면 웃목에 놓은 물대접이 얼어버리는 조그만 셋방에서 친구들과 모여 커피라도 마시게 되면 의례 나의 꿈타령이 나오게 마련이었다. 삼면의 벽에 책이 가득 찬, 햇빛 잘 드는 방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타령의 전부였다. 안정감이 제일 심하게 흔들렸던 경우는 트렁크 두 개를 플로리다 주립대학 캠퍼스를 찾아갔던 때였다... 2021. 7. 7.
제6장 불교 - 삶의 한 방식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만물이 이와 같음을 알아라. 신기루이며, 구름의 성, 꿈이요, 환영인 줄을. 본질은 없고, 보이는 성질만 가지고 있는 것. 만물이 이와 같음을 알아라. 달이 호수로 옮겨간 일이 없는데도 밝은 하늘의 달이 맑은 물에 비친 것과 같음을. 만물이 이와 같음을 알아라. 메아리는 음악에서 소리와 흐느낌을 얻어 지니지만 그러나 메아리 속에는 멜로디가 없다. 만물이 이와 같음을 알아라. 마술사가 말과 황소와 수레와 또 다른 것들의 환영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아서 아무것도 보이는 대로는 아니라는 것을. -사마디라자수트라 불교의 중심요소 중 하나는 수냐타, 즉 공(空)의 철학이다. 나는 처음에는 이 개념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몇년 동안 타시 랍기아스와.. 2021. 7. 6.
제5장 안무받지 않은 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라다크의 부인은 그의 집안에서 완전한 우두머리이다. 남자들은 그녀의 유능한 엄지손가락 밑에 있다. 부인은 자신의 돈을 가지고 있고, 독자적으로 거래를 한다. 그녀의 말은 법이나 다름없다. - M.L.A.곰페르츠 소령/신비의 라다크 돌마의 결혼은 라다크의 다른 사람들처럼 일처다부의 결혼이다. 앙축의 동생 앙두스와도 결혼한 것이다. 그러나 세번째 형제는 통테 승원의 승려로 독신이다. 세 번째의 형제도 함께 결혼한 경우에 대해 들은 일은 있지만 그것은 드물다. 앙축이 큰형이므로 그가 가장이고 큰 남편이다. 그는 '보스'이지만 서열은 엄격하지 않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가 보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돌마는 남편들을 대체로 똑같이 대한다. 두 사람 모.. 2021. 7. 5.
제4장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말을 백마리 가진 사람이라도 채찍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신세를 져야 할 때가 있다. -라다크 속담- "왜 우리한테 방을 빌려줄 수 없습니까? 값을 잘 드리겠어요." 앙축과 돌마는 마음을 바꾸지 않겠다는 태도로 내려다보았다. "응가왕 에게 말해보세요"라고 그들은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우린 이미 그 사람의 방을 쓰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그 집은 상당히 시끄러워졌어요. 그 사람에게 방을 또하나 더 빌려야 될 이유가 없어요." "당신들은 지금 응가왕과 함께 지내고 있어요. 우리가 당신들에게 방을 빌려주면 그는 마음이 상할 거예요." "그 사람이 그렇게 옹졸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지 말고 방을 하나 빌려 주세요, 네?" "먼저 그 사람에게 .. 2021. 7. 3.
제1-2장 작은 티베트. 땅과 함께 살기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라다크라는 이름은 아마도 "고갯길이 있는 땅"이라는 뜻의 티베트의 말, '라-다그스'에서 나온 것 같다. 히말라야의 그늘 속에 있는 라다크는 커다란 산맥들이 이리저리 얽혀있는 고지대의 황무지이다. ..... 문화적으로 라다크는 티베트에 속하고 실제로 흔히 작은 티베트라고 부른다. -p16- ---- 1947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이후에 발티스탄 지역은 휴전선의 파키스탄 쪽에 있게 되고, 라다크는 인도의 시미르 주의 한 부분이 되었다. ... 라다크에서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계절이다. 아마도 지구 상의 사람이 사는 어떤 곳보다도 더 그럴 것이다. 여름에는 햇볕에 탈 듯이 뜨겁고, 겨울에는 온도가 영화 40도까지 내려가 8개월 동안 온 지역이 .. 2021. 7. 3.
오스카 와일드-행복한 왕자/욕심쟁이 거인의 정원 오스카 와일드 / 「행복한 왕자(창비아동문고 47)」 욕심쟁이 거인의 정원 날마다 오후가 되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거인의 정원에 가서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거인의 정원은 크고 아름답고, 또 부드러운 잔디가 진뜩 깔려 있었습니다. 잔디 위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별처럼 피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원에는 복숭아나무가 스무 그루 있었는데 봄이 되면 분홍빛과 진주빛 꽃이 활짝 피고 가을이면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새들은 나무 위에서 어찌나 즐겁게 지저귀는지 아이들은 놀다 말고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하였습니다. "정말 이 정원에만 오면 즐거워!" 아이들은 서로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습니다. 어느 날 거인이 돌아왔습니다. 거인은 도깨비 친구한테 가서 7년 동안이나 살았습니다. 7년 동안 친구랑 하고.. 2021. 7. 2.
황보태조-꿩 새끼를 몰며 크는 아이들/우리가 무엇을 습관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은 황보태조 / 「꿩 새끼를 몰며 크는 아이들」 우리가 무엇을 습관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은 그 일에 잘 길들여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리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소를 길들일 때에도 목에 지울 멍에를 너무 굵고 무거운 것으로 시작하면 소는 목을 흔들며 아예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찰흙밭에서 무거운 쟁기로 쟁기질을 시키면 힘에 부쳐서 눈앞에 있는 밭고랑은 잊어버리고 이리저리 헛고랑만 타게 된다. 그래서 유능한 농부는 처음 쟁기질을 시킬 때 그 멍에를 없는 듯 있는 듯 가볍게 지운다. 그리고는 찰흙밭이 아니라 모래밭에 내는 듯 마는 듯 가볍게 골을 낸다. 아이들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독서 습관을 붙어 주는 이 중요한 일에 욕심을 부린 나머지 아이들이 읽기 싫어하는 책이나 어.. 2021. 7. 1.
김경일-적정한 삶2/교통사고를 당한 뇌의 고통 김경일 - 「적정한 삶」 우리 집 구급상자에는 언제나 몇 종류의 진통제가 상비되어 있다. 타이레놀 계열과 아스피린 계열. 이따금 만성적인 허리 통증이나 두통에 시달릴 때, 식구들이 한 알씩 복용하는 용도다. 진통제의 부작용도 있지만 통증 자체가 지속될 때의 부작용이 더 크다 보니, 전문가들도 성분을 잘 따져서 지혜롭게 복용하라고 권유하곤 한다. 그렇다면 허리가 아플 때마다 먹었던 타이레놀의 약효는 어디로 흘러들어 갈까? 아픈 허리 근육으로 향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허리에는 고통을 느끼는 센서가 없으니까. 진통제가 작용하는 부위는 다름 아닌 뇌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뇌중에서도 아주 일부 지역에서만 통증을 담당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머리 양쪽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세게 눌러 보자. 당신의 두 손가락이.. 2021. 6. 30.
안재우.안재연-쌍둥이 형제 하버드를 쏘다/모든 삶에는 그런 시기가 있다. 안재우. 안재연 / 「쌍둥이 형제 하버드를 쏘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마이클 카미- 모든 삶에는 그런 시기가 있다. 조그만 일 하나에도 진절머리가 나고 이유 없이 화가 나 꿈이고 뭐고 모두 그만두고 싶을 때, 이는 작은 희망을 안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 간간히 찾아오는 유혹이다. 아마도 이 시기, 우리는 진심으로 꿈을 버리고 싶은 것이 아니리라. 다만 끝날 줄을 모르고 이어지는 인생이라는 싸움에서 잠시 지친 것일 뿐. - p202 - -- 끈질김은 성공의 큰 요소이다. 오랫동안 요란하게 문을 두드린다면 결국 누군가를 깨우게 될 것이다. -롱펠로- -- 하버드의 교수들이 내게 주목할 만한 점은 무엇일까? 나를 인턴으로 채용하고 싶도록 만들 만한 요소.. 2021. 6. 29.
안재우.안재연-쌍둥이 형제 하버드를 쏘다/사랑하는 아들 재우야 안재우. 안재연 / 「쌍둥이 형제 하버드를 쏘다」 미국 유학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 첫 해, 자주 한국으로 전화를 걸어 앓는 소리를 늘어놓자 하루는 어머니가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사랑하는 아들 재우야!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 때문에 모두들 지쳐 있다. 엄마도 요즘 더위를 먹었는지 밖에 나가기가 두렵구나. 거기는 어떠니? 여기 한국이랑 날씨가 거의 비슷하다고 들였는데, 더운 날씨에 공부하랴 훈련받으랴 정말 힘들겠구나 얼음 통을 들고 금세 달려가서 지친 너의 마음과 머리를 식혀 주고 싶어도 우리 사이를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구나. 엄마가 마음으로라도 얼음 덩어리를 한 움큼 너에게 뿌릴게 알았지. 근래에 부쩍 잦아지는 너의 전화에 엄마는 많은 생각을 해. 곁.. 2021. 6. 28.
전경린-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스물다섯 살에는 생이 변하는 순간과 떠나가는 순간, 전경린 /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1」 -사랑했던 여자 아닌가요? -사랑이란 동시성을 잃고 시간 밖에서 생각하면 늘 그렇듯이 의심스러운 거요. 그건 어느 시기에 두 사람의 발이 한데 묶였던 어떤 사건일 뿐인지도 몰라. 발이 풀리고 난 뒤에 생각하면 그런 공속은 아무런 실제성도 없어요. 에테르처럼 증발되어 버리지. 두 사람이 사랑했는데도 추억 속엔 자신밖에 없어 자신조차도 어딘가 변형되고 과장되어 있어. 서글픈 모노드라마지..., -그 여자는 왜 떠났을까요? 집을 이렇게도 빈틈없이 채워놓고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하지 않다면 내가 아직도 이렇게 기다리고 있겠어? 그녀는 나를 위해 아파트를 얻고 미친 듯이 살림을 사들여 집을 빈틈없이 채운 뒤에 갑자기 사라졌어. 첫날은 나에게 화가 .. 2021. 6. 27.
전경린-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우아함이란 존재의 여분에서 생겨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전경린 /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2」 나는 손가락으로 유경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내가 언제부터 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아니? -처음 본 날이겠지?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사랑은 말이야. 처음부터 시작돼, 탄생과 함께. 그러니까,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만날 사랑을 키우면서 성장하는 거야. 그런 느낌, 그런 손의 촉감, 그럼 냄새, 그런 눈빛, 그런 손의 형태, 사랑에 관한 이미지들....., 그래서 어느 날 사랑에 빠지면 그 모든 것이 옛날에 일어났던 어떤 기억을 일깨우는 것 같이 전율이 일지. -사랑 지상주의자 같이 말하는 구나. -이건 분석인 뿐이야. 그래서 사람은 일생 동안 사랑을 발견하려고 해. 자기 속에 묻혀 있는 사랑을 현실에서 구현하려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 2021. 6. 26.
정각-가람/절(寺)이란 무엇인가. 정각 / 「가람 (절을 찾아서)」 새로운 판을 내면서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침묵을 배운다. 그리고 그 너머 오솔길에 존재하는 흐르지 않는 시간들, 끝없는 수레바퀴의 시간 너머 영원의 집을 향하는 방랑자는 방랑의 끝에 안식처를 찾는다. 1991년 봄, 처음 출간된 지 몇 달만에 예상외의 좋은 반응으로 초판이 품절되었으며, 또한 몇몇 학술논문에 그 관점이 소개되는 등 이 책에 대한 호의적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출판사 사정으로 이 책은 오랜 기간 어둠에 묻혀 있었다. 이제 최초 출간된 지 7년여의 시간이 지난 오늘, 출판사를 바꾼 채 이 책은 다시금 어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그 어둠 뚫고 나선 길섶의 한 포기 풀과 같이, 한 가닥 진리의 생명력이 많은 이들의 마음에 번져갔으면 싶다. 불기 .. 2021. 6. 25.
유안진-종이배/아직은 눈발도 안 보이는 황량한 겨울이다. 유안진 / 「종이배(유안진에세이)」 종이배 종이배가 떠온다 초등학교 적의 내 동요(童謠)가 떠온다 어느 소녀의 눈빛을 싣고 흘러와서 맴돌다가 내 마음도 함께 싣고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가 되어 떠니깐 종이배 동화는 소설이 되고 냇물도 눈물이 되어 출렁이는 바닷가에 내 다시 무엇을 꿈꿀 수 있다고 종이배는 떠와서 맴을 도는가. 아직은 눈발도 안 보이는 황량한 겨울이다. 초록빛이 사라진 거무튀튀한 잿빛 계절에 문득 겨울같이 삭막한 나이를 느껴 본다. 정녕 지금의 나는 눈부신 봄철이 아니고, 칠칠한 여름도 아니다. 그렇다고 가을 같은 정취도 없으니, 아무렇게나 꺾어지고 부러지고 버려진 빈 터의 잡초 모양 잿빛 겨울철의 삭막함과 을씨년스러움과 황량함이 오히려 내게 어울리는 듯, 그냥 겨울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2021. 6. 24.
안도현-연어/연어, 라는 말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안도현 / 「연어」 그래도, 아직은, 사랑이, 낡은 외투처럼 너덜너덜해져서 이제는 갖다 버려야 할, 그러나, 버리지 못하고, 한번 더 가져보고 싶은, 희망이, 이 세상 곳곳에 있어, 그리하여, 그게 살아갈 이유라고 믿는 이에게 바친다. - 작가의 말 - -- 연어, 라는 말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 "은빛연어야, 네 동무들이 너를 별종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니?" 은빛연어는 별종, 이라는 말의 뜻을 그때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것은 뭇연어들과 자신을 구분 짓는 말이었다. 갑자기 은빛연어는 자신이 먼 바다에 홀로 뚝 떨어져 있는 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이라는 바다 위에 오직 혼자밖에 없다는 외로움, 외로움은 두려운 게 아니라 슬픈 것이다 자신의 몸이 온통 은빛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2021. 6. 22.
정호승-모닥불/몽당 빗자루 정호승 / 「모닥불」 작가의 말 칼릴 지브란은 그의 시에서 과일의 씨앗이 햇볕을 쐬려면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겪어야 하듯이 우리도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통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노래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사랑을 원하고 인간이기 때문에 고통스럽습니다. 이 동화는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진정한 사랑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지 고통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깊게 생각해보고 싶어서 씌어진 동화입니다. 저는 이 동화를 쓰는 동안 모든 진정한 사랑에는 슬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읍니다. 사랑은 슬픔을 어머니로 하고 눈물을 아버지로 한다는 것을 사랑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바로 고통 때문이라는 것을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면 바로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다.. 2021. 6. 21.
홍성욱-하이브리드 세상읽기/남들이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이를 구현하는 홍성욱 / 「하이브리드 세상읽기」 지금은 널리 알려진 구호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되 국지적으로 실천하라 (Think Globally, Act Locally)'도 잡종의 정신이다. 잡종 대중문화는 크로스오버처럼 장르를 뛰어넘는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팝페라(pop+opcra)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잡종이 아닌 음악과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고, 인터넷이 열어준 사이버 스페이스도 20세기 말에 만들어진 놀라운 잡종 공간이다. 통신 공간의 언어는 잡종 언어다. 나의 이런 글쓰기도 잡종이다. 잡종은 기존의 양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어 스펙트럼으로 사고한다. 잡종은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섞을 수 있는 주체이다. 잡종적 사유는 창조적 사유의 근원이며, .. 2021. 6. 20.
박완서-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장 궁핍했던 시절 엄마의 이야기는 나에게 박완서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아카시아꽃도 처음 보는 꽃이려니와 서울 아이들도 자연에서 곧장 먹을 걸 취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그 꽃을 통해서였다. 잘 먹는 아이는 송이째 들고 포도송이에서 포도를 따 먹듯이 차례차례 맛있게 먹어 들어갔다. 나도 누가 볼세라 몰래 그 꽃을 한 송이 먹어 보았더니 비릿하고 들척지근했다. 그리고는 헛구역질이 났다. 무언가로 입가심을 해야 들뜬 비위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 2021. 6. 19.
존 맥스웰-인재경영의 법칙/어느 직업이건 미래가 확실히 보장된 직업은 없다. 존 맥스웰 / 「인재경영의 법칙」 상위 1% 이내에 드는 위대한 리더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좋은 인재들을 발굴하고 그들을 리더 주위에 두는 일이다. 조직 스스로 생산성을 높일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할 수 있다. 가장 귀중한 자산은 바로 사람이다. 시스템은 옛 것이 되고, 건물은 허물어지며, 기계는 낡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된 가치를 인정해 주는 리더를 만나게 되면 성장하고 발전하며 유능한 인물로 변화한다. - p18 - -- '나는 혼자 힘으로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유명한 사업가 롤랜드 영(Rolland Young)은 리더가 새로운 리더들을 세우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2021. 6. 18.
이데일리-'해외에서 직급은 고려 대상이 아니예요.' 신문기사 / 「국제기구 2곳 수장 오른 6급 공무원」 김정례 해양수산부 주무관 인도, 태평양 두 참치기구 의장 "인도양참치위원회(IOTC) 회원국들에 저는 한국 대표일 뿐입니다. 직급은 아무런 고려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 '국내 2대 참치어장' 인도양 어종 보존·관리 국제기구 '세계 최대 어장' 중부태평양수산위원회 의장 겸임 해수부 김정례 주무관, 만장일치로 인도양참치위원회 의장 선출 해양수산부는 국제협력총괄과 김정례 주무관이 제25차 인도양참치위원회(IOTC)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총회 의장으로 선출(2021~2023)됐다고 11일 밝혔다. IOTC는 다랑어 등 인도양 수역에서 서식하는 어종의 적정한 보존·관리와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1996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다. 한국, 유럽연합(EU), 일.. 2021. 6. 16.
김경일-적정한 삶/1. 결정의 순간, 감정에게 묻다 김경일 - 「적정한 삶」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자 사회 구성원들의 감정 상태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를 타고 있다. 그것도 최대한 마주치기 꺼려졌던 부정적인 감정으로 말이다.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는 미지의 질병에 대한 불안, 나도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세계를 휘감았다. 이는 곧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집단 감염의 원인이 된 사람이나 단체를 향한 분노로 번지며 신천지 교인들이나 이태원 클럽 이용자들에 대한 수위 높은 비난과 혐오 언론으로 번졌다. 정부와 의료진의 노력에도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전반적인 우울감이 감돌았다.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상실감, 나쁜 뉴스를 반복적으로 접할 때마다 느껴지는 슬픔, 안정되지 않은 경제생활과 앞날에 대한 걱정, 자포자기 상태와.. 2021. 6. 15.
나태주-꽃을 보듯 너를 본다/풀꽃 2 나태주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혼자서 ​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가 있다 두 셋이서 피어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마라. - p50 - -- 풀꽃 2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나면 연인이 된다 ​ 아, 이것은 비밀 - p87 - 나태주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 2015. 06. 20 2021. 6. 14.
류리나-하버드 100년 전통 말하기 수업/첫인상은 단 몇 초간의 인사로 결정되는 것이다. 류리나 / 「하버드 100년 전통 말하기 수업」 그는 말할 줄 아는 것이 반드시 대화할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보통 말한다는 것은 개인의 일방적인 토로에 불과하지만 대화는 반드시 쌍방의 교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p19 - -- 만약 대화의 주제가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당신을 공격하거나 무시하는 등 순조롭지 못한 대화가 계속된다고 해도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공식적인 대화가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 많이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대화의 즐거움을 얻었다는 점이다. - p24 - -- 벤저민 플랭클린은 '만약 당신이 남에게 지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고, 다른 사람들과 논쟁하고 그들의 말을 반박하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면 잠시의 승리는 얻을 수 있겠지만.. 2021. 6. 14.
나태주-꽃을 보듯 너를 본다/이 시집은 나의 시 가운데에서 나태주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시인의 말 이 시집은 나의 시 가운데에서 인터넷의 불로그나 트위터에 자주 오리내리는 시들만 모은 책입니다. 그러니까 나의 책이긴 하되 독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만든 책이라 하겠읍니다. 나는 한 사람 시인의 대표작을 시인 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정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만큼 독자의 힘은 크고 막강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나에게 특별한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독자들이 고른 시들만 모은 책이니 독자들이 보다 많이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불어 가져 봅니다. 말기의 행성인 이 지구에서 또다시 종이를 없애며 책을 내는 행위가 나무들한테 햇빛한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잠시 다 같이의 안녕을 빕니다. 2015년 초여름 나태주 - p5 .. 2021.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