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라다크의 부인은 그의 집안에서 완전한 우두머리이다.
남자들은 그녀의 유능한 엄지손가락 밑에 있다.
부인은 자신의 돈을 가지고 있고, 독자적으로 거래를 한다.
그녀의 말은 법이나 다름없다. - M.L.A.곰페르츠 소령/신비의 라다크
돌마의 결혼은 라다크의 다른 사람들처럼 일처다부의 결혼이다.
앙축의 동생 앙두스와도 결혼한 것이다.
그러나 세번째 형제는 통테 승원의 승려로 독신이다.
세 번째의 형제도 함께 결혼한 경우에 대해 들은 일은 있지만 그것은 드물다.
앙축이 큰형이므로 그가 가장이고 큰 남편이다.
그는 '보스'이지만 서열은 엄격하지 않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가 보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돌마는 남편들을 대체로 똑같이 대한다.
두 사람 모두 앗초, 즉 '큰형'이라고 부르고 어느 한쪽을 더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p65-
...
라다크 사람들은 공공연히 애정표현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성적으로 소극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혼외정사는 억제되고 있지만, 사람들의 태도는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사생아의 어머니는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지 않는다.
사실 그런 것보다도 화를 잘 내는 것이 더 경멸받는다.
라다크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모욕은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
일처다부제는 여러 세기 동안 라다크에서 비교적 안정된 인구를 유지해 온 결정적 요소였다.
이 인구의 안정이 환경적 균형과 사회적 조화에 기여했다고 나는 믿는다.
인구 통제가 환경과의 균형 유지에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p67-
...
내가 잔스카르에서 알게 된 데스키트와 앙그모의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이 두사람은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도 아니었고,
데스키트는 앙그모가 나타나기 전에 남편 남기알과의 사이에 아이가 여럿 있었다.
남기알이 앙그모와 연애를 했고 여자가 임심을 하자 남기알은 데스키트에게
앙그모와 아기를 집으로 데려와 그녀를 둘째 아내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데스키트에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앙그모를 집에 들이는 것을 좋아했는지 물었다.
"좋아하지 않았지요" 하고 그 여자는 말했다.
"처음에는 전혀 좋아하지 않았어요.
나는 화가 났지요.
그렇지만 남기알과 앙그모가 우리 모두 같이 살기를 몹시 바랐기 때문에 나는
"그러면 어때,
우리 다 같이 행복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
그리고 이제 12년 동안 그들은 평화롭게 함께 살고 있다.
앙그모의 말로는 데스키트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친절했다고 한다.
"우리는 싸우는 일이 없어요.
가끔씩 우리는 남기알 때문에 좀 화가 나지요.
어떤 때는 게으름을 피거든요.
그러면 우리가 일하려 가라고 밀어내요.
그렇지만 우리 두 사람은 12년간 싸운 일이 없어요." -p68-
...
아기들은 대부분 비교적 따뜻한 여름철에 출생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버지는 일주일 동안 밭일을 피한다.
자기도 모르게 작은 곤충이라도 해쳐서 영혼을 어지럽힐 것을 염려해서이다.
어머니와 아기는 따로 떨어진 방에서 바깥세상으로부터 보호되어 평화롭게 지낸다.
가족들은 가장 신선하고 좋은 우유와 최상품의 아크버터를 가져다준다.
버드나무로 엮은 천정에는 행운의 화살을 걸어둔다.
점성가가 허락하면, 일곱째 날에 이웃과 친구들을 처음으로 아기를 보도록 초청한다.
그들은 접시에 밀가루와 버터를 수북이 담고
밀가루 반죽으로 조그맣게 만든 염소모양의 형상(神들의 말)을 가지고 온다.
...
두세달이 지나면
아기를 승원에 데려가서 축복을 받고 보호를 위한 인쇄된 기도문을 받는다.
아기가 높은 라마승 린포체에게서 이름을 받는 것도 이때이다.
이름들은 불교적인 개념에서 유래되는 것들인데
예를 들어,
'앙축'과 '왕기알'은 자아(自我)를 극복한다는 의미에서 '힘찬'과 '승리를 이루는'의 뜻이다.
성은 없다. 라다크에서 사람은 집과 토지소유의 이름으로 신분이 밝혀지는데,
그것은 명백히 땅과의 깊고 지속적인 관련을 표시하는 것이다. -p73-
...
돌마의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양육되는지를 좀 보았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계속적인 육체적 접촉을 갖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성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인이다.
돌마는 6개월 된 어린 앙축과 누구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밤새도록 아기는 엄마품에서 잠을 자고 언제라도 원하면 젖을 먹을 수 있었다.
낮에 밭에서 일할 때면 그녀는 아기를 데리고 갔다.
그러나 아기를 보살피는 일은 그녀 혼자만의 일은 아니었다.
모두가 아기를 돌보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항상 옆에 있어서 안아주고 입 맞추고 하였다.
남자도 여자도 똑같이 어린아이를 예뻐한다.
이웃집의 십대 소년도 어린 앙축을 얼르거나 자장가를 부르며
흔들어 재우면서 조금도 어색해하지 않는다.
알로-로-
알로-로-
우리 아기에게 복된 잠을 주세요!
알로-로-
전통적인 생활방식은 아기와 엄마가 늘 함께 있을 수 있게 한다.
마을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를 의논하거나 잔치나 축제가 있어서 모두 모일 때는
온갖 나이의 아이들이 항상 어른들과 자리를 같이 한다.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모임에서도 어린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잔치에 끼어 놀다가 잠이 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도 아이들에게
"여덟시 반이다.
이제 자러 갈 시간이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p74-.
...
한 번은 돌마가 뜨거운 찻주전자를 붙잡으려 하는 세 살 된 아들을 찰싹 때렸다.
동시에 거의 즉각적으로 그녀는 아기를 품에 꼭 안아주었다.
나는 그렇게 분명치 않은 신호를 받으면 아이가 혼란스럽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그와 비슷한 경우를 여러번 본 다음에 나는 그 뜻이
"나는 너를 사랑해, 그렇지만 그건 하지마"라는 것을 알았다.
돌마는 아이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행동에 대해서 불찬성을 표시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서 무제한의 조건 없는 사랑을 받는다.
그것을 보고 우리 서구인들은 아이들 버릇을 버려놓는다고 말하겠지만,
실제로 아주 일찍 즉 다섯살 정도만 되면
라다크의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 대하여 책임을 질 줄 알게 된다.
그들이 그만큼 튼튼해지기만 하면 등에 어린 아기를 업고 다니는 것이다.
아이들은 제 또래의 집단으로 분리되는 일이 없고
어린 아기에서 조부모까지 모든 나이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자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은 과자가 있으면 으레 조그맣게 쪼개어서
친구나 형제들과 나누어 먹는다.
이것은 자연스럽고 저절로 생겨나는 행동이지
의식적으로 관대함을 배푸는 행동이 아니다.
여러 해 동안 수없이 여러번 끈적거리는 조그만 손가락들이 살구나 콩,
빵조각 등을 내 손에 쥐어주곤 했다. -p77-
...
돌마의 집안에서 아이들은
다치거나 야단을 맞으면 할머니에게 위안을 받으려 달려가게 마련이다.
할머니는 모두 잊어버릴 때까지 안고 흔들어 주거나 놀아준다.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일을 해주도록 청하는 것도 할머니이고,
치즈로 조그만 아이벡스 모양을 만들어
아이들이 조금씩 때어 먹도록 줄에 꿰어 목에 걸어주는 것도 할머니이다.
...
내가 라다크에 도착했을 때
내게 강한 인상을 준 것 하나는 여자들의 커다란, 아무런 거리낌 없는 미소였다.
그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개방적이고 조금도 자의식이 섞이지 않은 태도로
남자들과 얘기를 하고 농담을 했다.
어린 소녀들은 때때로 수줍어 보이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커다란 자신감과 강한 성격과 위엄을 보여주었다.
과거에 라다크를 여행한 사람은
거의 모두 여성들의 예의적으로 강한 지위에 대해 언급했다.
....
명백하게 남자 승려들이 공식적 서열에서 여승보다 높은 지위를 갖지만
남성과 여성 사이의 균형은 불교의 가르침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
한 승려는
'새가 날 수 있으려면 두 날개가 균형을 유지해야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혜가 자비심과 함께 하지 않으면 깨달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은 지혜를 상징하고 남성은 자비심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함께 종교의 본질을 이룬다.
...
나는 오빠가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는 한 젊은 여자와 이야기한 것을 기억한다.
"중매결혼이었나요?" 내가 물었다.
"그래요.
오빠가 그걸 원했어요.
두 집안의 가족들이 관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처럼 중요한 결정에 식구들이 많은 경험과 지식을 동원할 수 있거든요."
"아내를 선택할 때 사람들이 찾는 특별한 자질이 있습니까?"
"글쎄요.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잘 지내고 공정하고 관대해야지요."
"다른 것은 무엇이 중요합니까?"
"솜씨가 좋으면 좋지요.
게으르지 말아야 하고요."
"예쁜지 그렇지 않은지는 문제가 되지 않나요?"
"별로 그렇지 얺아요.
문제가 되는 것은 내면이 어떤가예요.
여자의 성품이 더 중요햐요.
여기 라다크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인간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 -p81-
※ 이 글은 <오래된 미래>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
역자 / 김종철 / 김태언
녹색평론사 / 1996. 0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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