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라다크라는 이름은 아마도 "고갯길이 있는 땅"이라는 뜻의 티베트의 말, '라-다그스'에서 나온 것 같다.
히말라야의 그늘 속에 있는 라다크는 커다란 산맥들이 이리저리 얽혀있는 고지대의 황무지이다.
..... 문화적으로 라다크는 티베트에 속하고 실제로 흔히 작은 티베트라고 부른다.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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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이후에 발티스탄 지역은 휴전선의 파키스탄 쪽에 있게 되고,
라다크는 인도의 시미르 주의 한 부분이 되었다.
... 라다크에서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계절이다.
아마도 지구 상의 사람이 사는 어떤 곳보다도 더 그럴 것이다. 여름에는 햇볕에 탈 듯이 뜨겁고,
겨울에는 온도가 영화 40도까지 내려가 8개월 동안 온 지역이 얼어붙는다. 가장 혹심한 기후이다.
황무지의 텅빈 골짜기들을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
비는 너무 드물어서 그 존재조차 잊어버리기가 심상이다.
라다크인 대다수는 높은 황무지에 흩어져 있는 작은 정착지에서 자급하며 살고 있는 농부들이다.
각 마을의 크기는 산위의 눈과 얼음이 녹아서 흐르는 물의 양에 달렸다.
여러 세대 전에 위쪽의 물을 아래쪽 밭에까지 끌어오는 수로가 건설되었다.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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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당 평균 경작지는 약 5 에이커이다. 가끔 한 가구가 10 에이커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적정 경작 면적은 가족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데, 집안의 노동인구 1인당 약 1 에이커이다
그 이상은 땅이 별 소용이 없다. 경작할 수 없는 땅을 소유한다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
(이것은 라다크인들이 땅을 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땅을 잰다는 사실에 반영되어 있다.
경지의 크기를 '하루', '이틀'과 하는 식으로 표현한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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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남의 아저씨 푼촉은 어린 여자아이를 흔들어 재우고 있었다.
그는 아기를 업고 앞뒤로 서성거리고 있었다.
할머니 아비-레는 무릎 위의 염주를 세면서 '옴마니 밧메훔,옴마니 밧세훔...'하고 진언을 외고 있었다.
나는 낯선 사람이 온것을 조용하게, 별일 아닌 듯이 받아들이는 이 사람들의 태도에 마음이 편안했다.
마치 내가 그 부엌에, 전에도 여러 차례 앉아 있었던 것처럼.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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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이 무겁게 자라서 이량까지 숙여지기를!
굵게 자라서 백명의 청년들도 벨 수 없기를!
너무나 무거워소 백명의 처녀들이 나를 수 없기를! - 라다크의 씨뿌리는 노래
내가 라다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개울에서 옷을 빨고 있었다.
내가 더러운 옷을 막 물에 담그려고 할 때 일곱 살도 채 안된 어린 소녀가 물길 위쪽에서 왔다.
"그 물에 옷을 넣으면 안돼요" 하고 그 소녀가 수줍어하며 말했다.
"저 아래쪽 사람들이 그 물을 마셔야 돼요."
아이는 적어도 한 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아래쪽 마을을 가리켰다.
"저쪽에 있는 물을 쓰면 돼요. 저것은 그냥 밭으로 가는 거예요, "
나는 라다크 사람들이 그토록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 생존해 가는지를 알기 시작했다.
나는 또 검약(儉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배우기 시작했다.
검약이라는 말은,
서구에서는 늙은 아주머니들이나 자물쇠가 채워진 식료품 저장실 등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라다크에서 검약은 이 사람들의 번영의 기초가 되는 것인데, 아주 다르다.
제한된 자원을 조심스럽게 쓰는 것은 인색함과 아무련 관련이 없다.
이것이 검약의 본래의 뜻, 즉 작은 것에서 더 많이 얻어내는 일이다.
우리가 어떤 것이 낡아서 아무 가치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여 내버릴 만한 경우에
라다크 사람들은 무언가 그 용도를 찾아낼 것이다. 어떤 것도 그저 내버리지 않는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은 짐승에게 먹일 수 있고,
연료로 쓸 수 없는 것은 땅에 거름이 될 수 있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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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심 한 기후와 자원이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라다크 사람들은 단지 생존 이상으로 즐기며 산다
그들이 가진 것이라곤 아주 기초적인 연장들뿐 이므로 그것은 놀라운 성취이다.
베틀과 쟁기 외에 ‘기술'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것은
마찰 작용으로 곡식을 조금씩 내어놓는 장치가 있어 지켜보지 않아도 되는,
단순하게 잘 고안된 물레방아뿐이다.
그 외에는 삽, 톱, 낫, 망치 같은 도구만이 쓰인다.
더 복잡한 것은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큰 기계류를 사용해서 하는 일들을 라다크 사람들은 짐승들을 쓰거나 협동 작업으로 한다.
일에는 각기 노래가 따른다.
야크, '조', 말, 나귀들의 무리가 대부분의 물품을 운반한다.
벽돌이나 돌은 여러 사람이 한 줄로 늘어서서 하나씩 전달하는 방법으로 운반하고,
커다란 나무둥치 같은 것은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운반한다.
단순한 연장들밖에 없으므로 라다크 사람들은 일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낸다.
의복용 털을 생산하는 일은,
양들이 풀뜯는 동안 돌보는 일에서부터 손으로 털을 깎고, 씻고, 물레질하고,
마침내 짜는 일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마찬가지로 음식을 만드는 일도 씨뿌리기에서 음식이 상에 오를 때까지 노동집약적인 과정이다.
그런데도 라다크 사람들은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있다.
그들은 부드러운 속도로 일을 하고, 놀라울 만큼 많은 여가를 누린다.
시간은 느슨하게 측정된다.
분을 셀 필요는 절대로 없다.
그들은 “내일 한낮에 만나러 올게, 저녁 전에"라는 식으로 몇 시간이나 여유를 두고 말한다.
라다크 사람들에게는 시간을 나타내는 많은 아름다운 말들이 있다.
"어두워진 다음 잘 때까지"라는 뜻의 ‘공그로트'.
"해가 산꼭대기에"라는 뜻의 ‘니체'.
해뜨기 전 새들이 노래하는 아침시간을 나타내는 '치페-치리트(새노래)' 등 모두 너그러운 말들이다.
여러 시간 일을 해야 하는 추수철에도 일이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여든 살의 노인도 어린아이도 함께 일할 수 있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자기들의 속도로 웃음과 노래를 곁들이며 한다.
일과 놀이는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놀랍게도 라다크 사람들이 실제로 일을 하는 것은 일 년에 4개월뿐이다.
8개월간의 겨울 동안에는 요리를 하고 짐승들을 먹이고 물을 긷고 해야 되지만 일은 아주 적다.
겨울 대부분은 잔치와 파티로 보낸다.
여름 동안에도 거의 매주 이런저런 중요한 잔치나 축하행사가 있지만 겨울 동안에는 거의 연속되어 있다.
겨울은 또 이야기의 계절이다.
실제로 라다크에는 '땅이 푸른 동안은 이야기를 즐겨서는 안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여름 동안 이야기를 금하는 것은 그 짧은 동안에 농사에 집중해야 할 필요에서 나온 것이다.
옛 '게사르' 연대기에서는 신화의 주인공이 높은 고개를 넘어 널리 여행을 하며
신들의 도움으로 악마들을 누르고 사람들을 구한다.
사람들은 불 둘레에 모여앉아 때때로 이야기 속에서
잘 알려진 노래나 후렴이 나오면 모두들 함께 부른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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