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줄기가 불어왔다.
그는 이 바람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바람을 레반터라고 불렀다.
(levanter.지중해의 강한 동풍. 레반트(Levant)는 동부 지중해 및 그 연안제국을 말함 -역주)
이 바람과 함께 동부 지중해, 레반트로부터 무어인들이 쳐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타리파를 알기 전에 그는 아프리카가 이토록 가까운 곳에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곳은 늘 심각한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었다.
무어인들이 언제 다시 이 도시를 습격할지 아무도 몰랐다.
바람은 더 강하게 불어왔다.
"난 보물과 양들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못하게 된 셈이군."
산티아고는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물론 양털 가게 딸도 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그의 사람이 아니어서 양들만큼 중요하진 않았다.
이틀 후 그가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아도 그녀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할 것이다.
그녀에겐 모든 날들이 다 똑같을 것이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똑같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내가 태어난 고향의 성을 떠나왔어.
그들은 이제 내가 그들 곁에 없는것에 익숙해졌고, 나 또한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졌지.
양들도 곧 내가 없는 것에 익숙해질거야."
언덕 위에서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팝콘 장수는 여전히 그곳에서 팝콘을 팔고 있었다.
젊은 여인 한 쌍이 그가 노인과 이야기하던 벤치에 앉아 긴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저 팝콘 장수...." 그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미처 말을 다 끝맺지 못했다.
레반터가 세게 불어와 그의 얼굴을 때렸다.
바로 이 바람을 타고 무어인들이 쳐들어왔다.
사막의 향기와 얼굴을 베일로 가린 여인들도 이 바람에 묻어왔다.
이 바람에는 미지의 것들과 황금과 모험, 그리고 피라미드를 찾아 떠났던 사람들의 꿈과 땀냄새가 배어 있었다.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말고는.
양들,
양털가게 주인의 딸,
그리고 안달루시아의 평안은 그에게 단지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가는 가정들에 불과했다. (p56)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역자 - 최정수
문학동네 - 2001.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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