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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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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우.안재연-쌍둥이 형제 하버드를 쏘다/사랑하는 아들 재우야

by 탄천사랑 2021. 6. 28.

안재우. 안재연 / 「쌍둥이 형제 하버드를 쏘다

 

 

미국 유학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 첫 해, 
자주 한국으로 전화를 걸어 앓는 소리를 늘어놓자 하루는 어머니가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사랑하는 아들 재우야!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 때문에 모두들 지쳐 있다.
엄마도 요즘 더위를 먹었는지 밖에 나가기가 두렵구나.
거기는 어떠니?  여기 한국이랑 날씨가 거의 비슷하다고 들였는데, 
더운 날씨에 공부하랴 훈련받으랴 정말 힘들겠구나

얼음 통을 들고 금세 달려가서 지친 너의 마음과 머리를 식혀 주고 싶어도
우리 사이를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구나.
엄마가 마음으로라도 얼음 덩어리를 한 움큼 너에게 뿌릴게 알았지.

근래에 부쩍 잦아지는 너의 전화에 엄마는 많은 생각을 해.
곁에 있으면 좋으련만 너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내 자신이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론 혼자 부닥치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고 아등바등 안간힘 쓰는 
너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정말 대견하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단다.  

신기하게도 너희가 이렇게 커 나가는 과정이 어릴 적 바이올린을 배워 나갔던 

과정과 너무 똑같다는 생각을,  처음 바이올린을 움켜쥐고 서툴게 내던 둔탁했던 소리,
그 들어 주지도 못할 정도로 부끄러웠던 소리가 
이제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선율로 바뀌었잖니.

갓 태어나 작은 개구리같이 힘없는 너희들을 보면서 

얘네들이 커서 사람 구실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너무나 볼품없이 작았던 너희들이 이렇게 세계의 아이들과 경쟁하는 
어엿한 아이들로 커 주리라고는 정말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야.
마치 귀를 따갑게 하던 고약한 바이올린 소리가 매끄러운 멜로디로 탈바꿈한 것처럼,
너희도 그 생기없는 갓난아기에서 이렇게 의젓한 청년으로 성장했다는 거,
너무 비슷하지 않니?

사랑한다.
그 작던 네가 이렇게 의젓한 아들로 커 주었다는 게 엄마는 눈물이 나게 고맙다.
아직도 엄마는 너희가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하던 걸 기억해.
그땐 엄마와 갈등이 참 많았지.
하지만 지금을 봐.  네가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모습,  얼마나 멋진 모습이니?

많은 걸 담기 위해서는 큰 그릇이 필요해.
그 큰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고,
지금 힘든 너의 시련을,  앞으로 네가 따게 될 많은 열매를 담기 위한 
그릇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너만큼이나 작은 바이올린을 가지고  '소리 내는 법' 을 알아 가며 
기뻐하던 너의 모습,  아직도 생생하단다. 

재우야.
너는 지금 인생이라는 제2의 바이올린을 막 잡은 거야.
이제  '인생의 아름다움' 을 연주하는 법을 알아 가는 거야.

힘이 들 때마다 정상에 서 있는 너를 그려 봐.
네가 가고 싶은 대학에 가 있는 자랑스러운 너를 그려 봐.
넌 해 낼 수 있어.

                                                                     사랑하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말처럼 지금의 바이올린 실력은 10년 전의 그것과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호된 개인 레슨이나 억압적인 영재 교육의 결과가 아니었다.  
우리는 우연히 옆자리에 배정받은 짝처럼 자연스럽게 바이올린과 친해졌다.
그리고 몸에 밴 습관처럼 바이올린이란 악기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지나 온 10년이다.  
세월은 어느새 우리를 밸리포지 사관학교 현악 4중 주단의 
일등 연주자로 만들어 놓았다.   - p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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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믿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  -나폴레온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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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불행으로 이끄는 유혹은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라는 말이다.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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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영혼이여!

도피의 끝은 진정 죽음이 아니다. 

나는 영원히 깨어 있다. 
날개를 잃어버린 채 추락하는 영혼이 될 것이다.
나는 두 가지 길 중 사람들의 발자취가 없는 가시밭길을  택하련다.
-1989년 서태지의 고교 자퇴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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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교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었다.
학생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해 주는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와 
웅대한 포부를 열정적으로 토해 내는  미국의 아이들...,
어떤 아이는 정치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매일 두 시간씩 웅변 연습을 하며 주말에는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어떤 아이는 들꽃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방과 후 들꽃을 채집하고 분석하여 매달 자신만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그에 반해 나는 어떤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고된 학업 스케줄에 꾸벅꾸벅 졸며 

하루를 보내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도 그곳에 가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처럼 하루하루를 보람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셰익스피어도 말했지 않나.
 새로운 기회를 잡지 않으면 행운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소오바는 말했다. 기회라는 것은 언제나 처음에는 하나의 위기로서 오게 된다고,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마법처럼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간절히 바라던 길이 눈앞에 있다면 그곳의 초입이 아무리 지뢰밭, 가시밭,
옻나무 숲이라 해도 일단은 발을 들여 놓는 게 옳았다.  
입구의 험나함 때문에 다른 길로 돌아간다면 
사실상 그 길로는 평생 갈 수 없을지도 몰랐다.  - p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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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험은 하나의 아침,
그것을 통해 미지의 세계는 밝아 온다.
경험을 쌓아 올린 사람은 점쟁이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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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참된 인간이 되어 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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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4년부터 연극 무대에 서기 시작했으며 
얼마 뒤엔 빈털터리로 무작정 헐리우드에 갔다.
그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태어나 저렇게 무모한 짓은 처음 본다니까." -배우 조지 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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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곤궁한 처지에 빠져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곤궁하게 되면 난폭한 생각을 한다. - 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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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학년때 자연과학 교과를 가르친 미 공군 대령 출신 휴이 선생님은 1년 뒤 학년 말 

상장 수여식에서 나에게 harvey Medal(과목 수석에게 주어지는 매달) 을 수여하며 

한 장의 편지를 주었다.

재연 군,
너와 너의 형을 만나 오랜 시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겐 참 큰 행운이자 영광이었단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너희들의 눈에는 무서우리만큼 강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지. 
놀랍게 늘어가는 문장력과 발표력은
내가 그 동안 보아 왔던 어떤 학생의 발전 속도보다 빠르고 대단했네.
다른 학생들이 자네로부터 그 열성적인 수업 태도와 학구열을 본받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여 훌륭한 인물로 성장해 주게.   - p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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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히 굴지 마라.
행운이나 명성도 일순간에 생기고 일순간에 사라진다.
그대 앞에 놓인 장애물을 달게 받아라.
싸워 이겨 나가는 데서 기쁨을 느껴라.  -앙드레 모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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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노력한 만큼 가치가 있다. -모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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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나는 방과 후 각종 교외 활동이 끝나면 곧바로 방으로 돌아와 공부에 온 힘을 쏟았다.  
몰두해서 공부하다 보면 내 방만 남기고 모든 기숙사 불이 꺼져 있는 때가 많았다. 
견딜 수 없을 만큼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잘 수는 없어 이를 악물고 충혈된 눈동자를 굴렸다.

11월 초 새벽.
어느새 시계는 3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늦가을의 새벽바람은 무섭게 쌀쌀하다. 
나는 여느 때처럼 정신없이 팬을 움직이고 있다.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영영 사전과 교과서,  그리고 두꺼운 소설책들,

소설은 한 권당 세 번 이상 정독했지만 모든 구절이 완벽하게 이해된 책은 아직 몇 권 없다. 
영영 사전은 너덜너덜해져 성한 곳이 없고,  단어 수첩은 벌써 세 번째 권의 마지막 장이다.

아무리 빰을 때려 봐도 아래로 떨어지는 머리는 내 의지로만 안 되는 것이다. 
곤히 잠든 룸메이트 코고는 소리가 이렇게 부러울 수 없다.

이제 두 시간 후면 어김없이 요란한 기상나팔이 울릴 것이다. 
아침 행군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내게 룸메이트 유수태시는 언제나처럼 말하겠지.

"잘 잤어? 
 난 통 못 잤어. 
 이 학교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기상 시간이야,  졸려 죽겠다." 

 

그러면 나는 웃으며 답할 것이다.

"코 골면서 잘만 자던 놈이 무슨 소리야? 
 서둘러, 늦겠다." 

나는 아마도 더욱 무거워진 군화를 끌며,  부대 앞으로 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날은 밝고,  세상은 언제나처럼 바쁘고, 나는 한결같이 그 풍경 안에 서 있겠지.

언젠가는 이 잠과의 지난한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도하며.

                                                        - 재연이의 일기장 중에서    - p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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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목표를 추구하도록 만들어 놓은 존재다. -M. 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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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하나의 실험이다.
실험이 많아질수록 당신은 더 좋은 사람이 된다.  -에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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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호홉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하는 것이다. -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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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은 마음을 감동시켜 부드럽게 함으로써
이성을 설복하려는 도덕보다도 그 영향이 크다.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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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언제나 간단하다. 적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간파해야 한다.
그리고 적으로 하여금 원하는 것,  꿈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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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이 남기고 간 것을 맛보아라.  고통도 지나가고 나면 달콤한 것이다.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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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길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찍었던 사진,  
하루에도 몇 십번이고 꺼내 보던 그 사진이었다.

'그래,  내가 이러면 부모님은 얼마나 더 힘들겠어'
환히 웃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며 다시 마음을 잡았다.
그리고 <7막7장>의 한 구절을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가슴 한구석에 살아 있는 내 꿈을 결코 배반할 수 없고,
 자식만을 위한 인생을 살아가시는 부모님을 한순간도 잊을 수가 없다."

꿈과 부모님.  이 둘을 만족시키며 사는 것보다 더 값진 삶은 없을 것이다. 
어린 나이지만 나는 감히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먼 훗날 사람들에게 나는 그때 밸리 포지에서 모든 것을 내걸고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살았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를 원했다. 
No Pain, No Gain. 
지금 이 고통은 분명히 나중에 결실을 맺을 거라 믿었다.   - p195 -

 

 

 

안재우. 안재연 / 쌍둥이 형제 하버드를 쏘다
김영사  / 2005.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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