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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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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야나기 테츠코-창가의 토토/운동회 구로야나기 테츠코 - 「창가의 토토」 도모에 학원의 운동회 역시도 여느 학교와 달리 조금은 특별난 데가 있었다. 가령 줄다리기와 2인 3각 달리기 정도만 다른 학교와 엇비슷했고, 나머지는 전부 교장선생님이 고안해낸 경기였다. 그것도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거나 야단스러운 것은 하나도 없었고, 전부 학교에 있는 친숙한 물건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들 뿐이었다. 마침내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떤 경기에서든 대부분 전교생이 같이 하는데, 학교에서 가장 팔다리가 짧고 키도 작은 다카하시가 1등을 도맡아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꿈지럭대는 고이노보리 경기를 다카하시는 재빨리 통과했는가 하면, 엄마찾기 경주에서 모두가 사다리에 머리를 들이밀고 끙.. 2007. 5. 21.
행복한 사람의 속옷 - 바이런의 아픔 ·「빈센트 반 고흐. 스티븐 스필버그 외 - 행복한 사람의 속옷」 사랑은 우리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만이 아니다. 사랑은 우리를 성숙하고 크게 하기 위해서도 있는 것이다. 바이런의 아픔 영국 최고의 시인으로 손꼽히는 바이런은 어려서부터 남달리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외모 또한 수려해서 수많은 여성들이 그를 사모하기도 했다. 그래서 훗날, 바이런은 사교계의 바람둥이로 통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바이런에게도 젊은 날의 통과의례인 사랑 때문에 아픔을 겪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바이런이 고등학생이었을 때이다. 바이런은 총명하고 잘생긴 학생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다리를 저는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정말로 사랑하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 차워즈, .. 2007. 5. 20.
이청준-눈길/1 - 2 「이청준 전집 13 - 눈길」 1 “내일 아침 올라가야겠어요.” 점심상을 물러나 앉으면서 나는 마침내 입 속에서 별러 오던 소리를 내뱉어 버렸다. 노인과 아내가 동시에 밥숟가락을 멈추며 나의 얼굴을 멀거니 건너다본다. “내일 아침 올라가다니. 이참에도 또 그렇게 쉽게?” 노인은 결국 숟가락을 상위로 내려놓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고 있었다. 나는 이제 내친걸음이었다. 어차피 일이 그렇게 될 바엔 말이 나온 김에 매듭을 분명히 지어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예, 내일 아침에 올라가겠어요. 방학을 얻어 온 학생 팔자도 아닌데, 남들 일할 때 저라고 이렇게 한가할 수가 있나요. 급하게 맡아 놓은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요.” “그래도 한 며칠 쉬어 가지 않고… 난 해필 이런 더운 때를 골라 왔길래 이참에.. 2007. 5. 17.
중년의 많은 색깔들 중년은 많은 색깔을 갖고 있는 나이이다. 하얀 눈이 내리는 가운데서도 분홍 추억이 생각나고 초록이 싱그러운 계절에도 회색의 고독을 그릴 수 있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본다. 중년은 많은 눈물을 가지고 있는 나이이다. 어느 가슴 아픈 사연이라도 모두 내 사연이 되어버리고 훈훈한 정이 오가는 감동 어린 현장엔 함께하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만 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운다. 중년은 새로운 꿈들을 꾸고 사는 나이이다 나 자신의 소중했던 꿈들은 뿌연 안개처럼 사라져가고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식들에 대한 꿈들로 가득해진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 꿈을 꾸고 가슴으로 잊어가며 산다. 중년은 여자는 남자가 되고 남자는 여자가 되는 나이이다 마주보며 살아온 사이 상대방의 성.. 2007. 5. 16.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 - 소녀와 늑대 · 「유리 나기빈, 외 -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 소녀와 늑대 에이빈트 욘손 저녁 어스름이 사라지자, 하늘에는 별빛을 희미하게 하는 엷은 흰 구름만 남았다. 구름 사이로 별들이 빛을 내쏜다. 이렇게 별들이 빛을 내쏘는 것은 그들 자신 너무도 작고 어두운 것이 두려워 짐짓 용기를 내기 위해서인 것 같다. 물론 나는 어두운 것쯤은 두렵지 않다. 힐데와 나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사실 나는 꼬마지만, 그래도 힐데에게는 삼촌이 된다. 힐데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소녀다. 이건 내가 힐데의 삼촌이라서 하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다른 소녀의 삼촌이 된다고 해도, 그러니까 프랑스나 영국이나 독일이나 소련 소녀, 아니면 흑인이나 에스키모 소녀의 삼촌이 된다고 해도 세상에서 힐데가 가장 예쁜 소녀라는.. 2007. 5. 16.
희망의 진실 - 성공을 향한 고난들 · 「허종희 - 희망의 진실」 모든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자기 스스로를 암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가 눈에 보여 졌을 때, 그때 비로소 변화를 알아차리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변화에 의해, 변화가 시키는 대로 살아갈 뿐이다. 변화에 의해 조정당하는 95%. 열광의 이유 '유통은 사회의 모든 돈의 80%가 몰리는 곳이다' 돈을 벌자면 돈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야 했고, 그 곳에서 온전히 나의 몫의 돈 버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는 네트워크마케팅 사업을 접하면서 알게 된 돈을 버는 기본적인 방법이었다. 또한 '유통의 흐름에 의해 네트워크마케팅은 미래의 대표적인 유통방식이 될 것이다.'라는 비전 역시 유연한 기회를 통하여 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평범한.. 2007. 5. 16.
오월의 편지 (시집) 도종환 - 「오월의 편지」   오월의 편지  도종환 붓 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는 한 달 두 달처럼 긴데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 니다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은 핍니까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는 찔레가 피는 철이면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이가 많은 이 땅에선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오랫동안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 2007. 5. 14.
소유냐 삶이냐-위대한 약속, 그 실패와 새로운 선택/서장 · 「에리히 프롬 - 소유냐 삶이냐」 1. 환상의 종말 무한한 진보라는 저 위대한 약속 -자연의 지배, 물질적 풍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제한받지 않은 개인적 자유의 보장- 은 산업시대의 개막 이래 각 세대의 희망과 신념을 유지시켜 온 토대였다. 우리의 문명이 인류가 자연을 능동적으로 지배할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지배는 산업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제한된 것이었다. 산업이 진보되어 기계 및 핵核 에너지가 동물이나 인간의 에너지를 대신하고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게 되자, 우리는 무한한 생산, 나아가서는 무한한 소비의 길로 들어섰으며, 기술이 우리를 전능全能 omnipotent 하게 하고 과학이 우리를 전지全知 omniscient 의 존재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 2007. 5. 9.
행복한 사람의 속옷 - 노인이 사랑하는 것들 ·「빈센트 반 고흐. 스티븐 스필버그 외 - 행복한 사람의 속옷」 노인의 하루는 젊은이의 한 시간과 같다. 노인이 사랑하는 것들 시카고의 어느 시장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북적 댔다. 시끄럽고 활기에 찬 그곳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늘진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양파를 파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똑같은 자리에서 언제나 똑같이 양파 스무 줄을 펼쳐 놓고 팔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던 한 젊은 신사가 노인에게 다가와 물었다. "양파 한 줄에 얼맙니까?" "10센트라오." 노인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두 줄에는 얼맙니까?" "20센트라오." "세 줄에는요?" "30센트라오." 그러자 젊은 신사가 좀 불쾌한 듯이 물었습.. 2007. 5. 9.
유리 나기빈-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두 노인(알퐁스 도데) (단행본) 유리 나기빈 -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 "내게 온 편진가요, 아장 영감님?" "네....., 파리에서 왔군요." 사람 좋은 아장 영감은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달랐다. 아침 일찍 장 자크 가에서 날아와 내 책상을 놀라게 한 이 편지가 오늘 하루를 엉망으로 만드는 건 아닐까? 내 생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다음은 그 편지 내용이다. - 자네에게 부탁이 한 가지 있네. 하루쯤 예정으로 풍차 방앗간을 닫고 에이기예르로 가주지 않으려나? 에이기예르는 자네 있는 곳에서 3~4리쯤 떨어진 한적한 시골 마을이니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면 될 걸세. 거기 도착하면 고아원을 찾게. 그 고아원 바로 옆에 나지막한 지붕, 회색 문에 작은 뒤뜰이 있는 집이 있네... 2007. 5. 8.
고도원-부모님 살아 계실 때 (하나)/좋아하는 것 챙겨드리기 고도원 -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하나 * 홍시 살아생전 어머니께서 유난히도 좋아하시던 것이 있었다. 바로 잘 익은 홍시였다. 어머니는 유독 홍시를 좋아하셨다.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한 자리에서 몇 개씩 드시기도 했다. 홍시를 드시면서 나와 눈이 마주치면 "네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홍시가 참 맛있어졌단다." 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어머니의 활짝 핀 웃음을 보는 것은 너무나 쉬웠다. 홍시 몇 개면 되었기 때문이다. 잘 익은 홍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머니의 표정은 금세 밝아지곤 했다. 그러면 덩달아 내 표정도 달라졌다. 별것도 아닌 홍시를 어머니께서 환하게 웃으며 맛있게 드실 때, 나도 더 없이 즐겁고 기뻤다. 어머니는 내가 사드리는 홍시를 특히 좋아하셨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어.. 2007. 5. 5.
· 현대문학-박경리/불신 시대 「(단편 소설) 박경리 - 불신 시대」 [200520-154254] 9·28 수복 전야에 진영(塵纓)의 남편은 폭사했다. 남편은 죽기 전에 경인 도로(京仁 道路)에서 본 괴뢰군의 임종(臨終) 이야기를 했다. 아직 나이 어린 소년이었다는 것이다. 그 소년병은 가로수 밑에 쓰러져 있었는데 폭풍으로 터져 나온 내장에 피비린내를 맡은 파리 떼들이 아귀처럼 덤벼들고 있더라는 것이다. 소년 병은 물 한 모금 달라고 애걸을 하면서도 꿈결처럼 어머니를 부르더라는 것이다. 그것을 본 행인(行人) 한 사람이 노상에 굴러있는 수박 한 덩이를 돌로 짜개서 그 소년에게 주었더니 채 그것을 먹지도 못하고 숨이 지더라는 것이다. 남편은 마치 자신의 죽음의 예고처럼 그런 이야기를 한 수 시간 후에 폭사하고 만 것이다. 남편을 잃은 .. 2007. 5. 1.
오래 살고 싶으면 일몰과 일출을 보는 습관을 가지라 '좋은 시는 전율을 주는 힘이 있다' 미국의 자연 사상가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이렇게 말했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고 전율하지 않는 사람은 한물간 사람이다 오래 살고 싶으면 일몰과 일출을 보는 습관을 가지라" 그는 자연에서 생의 전율을 느끼라고 충고한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전율을 많이 주는 것이 무엇일까? 연애가 주는 스파크, 음악 등이 아니겠는가. 허나 살다보면 이 때의 전율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시는 정신적으로 전율을 느껴야만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시를 쓰려면 전율할 줄 아는 힘을 가져야 한다. 2007. 4. 30.
생각하는 나라 독일 이야기 - 한국 통일에 대해 한마디 ·「김정애 - 생각하는 나라 독일 이야기」 한국 통일에 대해 한마디 독일의 유명한 정치가 빌리 브란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독일보다 한국이 먼저 통일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이유로 빌리 브란트는 한국의 통일을 반대하는 강대국들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사실 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통일을 반대하던 강대국들 중 한 나라의 세력이 무너져 한쪽으로 기울게 되면서 저절로 통일을 이루게 된 나라가 독일이다.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반대하는 나라도 없지만 그렇다고 찬성하는 나라가 있는 것도 아니다. 늘 약소국들은 강대국들의 화젯거리로 남아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통일에 관하여 논의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첫쨰로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적대.. 2007. 4. 29.
대한사이버문학 - 고독한 합창 · 「대한사이버문학 2005. 05.」 (1) “아, 왜 이렇게 지랄을 한댜아~~ 어련히 알아서 줄까 봐 그랴? 에구! 쯔쯔쯧...” 음폭이 고르지 못한 옥천댁의 탁한 음성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구정물 속으로 흡수되고, 밖은 이유없이 질러대는 돼지의 소리로 시끄러웠다. 다스려지지 않는 돼지의 본능은 끼니때마다 온 집안을 뒤흔들었고 옥천댁의 입힘도 나날이 좋아져갔다. 그 실랑이는 꽤 오래 계속되었다. 나는 코끝을 맴도는 싸한 바람을 피해 이불을 얼굴 끝까지 끌어 덮고 잠에서 깨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옥천댁은 평소대로 돼지와의 소란스런 대화를 끝냈고 난 모자란 잠을 채우려 여전히 이불 속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연일 계속된 야근 때문이었다. 벽지 생산량이 주문량에 못 미쳤다. 생산 방법이 후진한 탓이.. 2007. 4. 28.
생각하는 나라 독일 이야기 - 독일은 어떤 나라인가? ·「김정애 - 생각하는 나라 독일 이야기」 독일인들은 참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어떤 한 가지 일을 결정할 때 여러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최종 결정에 도달한다. 우리들 사고방식으로는 너무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오랜 심사숙고 끝에 이루어진 결정이므로 그것을 실행할 때 불편함이 없다. 구 동독인들의 갈등 독일의 통일이 이루어진지 벌써 12년이 지났다. 통일 이후 구 동독인 들이 겪는 정신적 갈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신문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었다. '나는 독일인도 아니고 외국인도 아니다. 고기도 아니고 생선도 아닌 상황이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인생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었고 장래에 대한 희망을 온통 빼앗겨 버렸다.' 구 동독인들은 이전에는 사회주의라는.. 2007. 4. 27.
· 정채봉. 류시화-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터는 어머니입니다. 「정채봉. 류시화-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210404-151016]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터는 어머니입니다. 먼저 내 방을 설명드리지요. 서울 젊은이들이 파도처럼 들고나는 4호선 지하철의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오면 4층 빨간 벽돌 건물(담쟁이가 유명한)이 있습니다. 1층에 사람들이 훨훨 지나다니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는 작은 돌마당이 있는 이 건물이 샘터 집인데, 내 작은 방은 3층의 남쪽과 서쪽 2면이 유리창인 두 평 남짓한 공간입니다. 남쪽 창으로는 대학로 큰길이, 그리고 서쪽 창으로는 여든 살 정도를 넘은 은행나무들이 가지런히 서 있는 골목갈이 훤히 내다보입니다. 큰길에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골목길로는 젊은이들이 강물처럼 흘러다니는 것을 볼 수.. 2007. 4. 26.
항구에 매어있는 배는... - 철 새 ·「신상언 - 항구에 매어있는 배는 안전합니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매어두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철 새 결단의 시기는 언제나 지금 여기서부터 입니다. 덴마크의 위대한 철학자 죄렌 키에르 케골은 겨울의 찬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남으로 가던 철새 떼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첫날 밤 어느 농부의 밭에 내린 그들은 옥수수를 마음껏 먹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한마리의 철새만 남고 모두 날아갔습니다. 방심한 철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옥수수는 정말 맛이 좋아. 하루만 더 쉬었다 가야지. 다음날 아침에도 다시 하루만 더 쉬었다 가겠다고 결심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또 다음날... 곧 그 철새는 버릇을 가지게 된것입니다. 그 철새는 스스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내일, 나는 남으로 날아갈 것이다. 그러나.. 2007. 4. 25.
2.창작과비평-공지영/모스끄바에는 아무도 없다 창작과비평(1995/겨울호 단편 ) -공지영 / 모스끄바에는 아무도 없다 여기서 뭐 하세요? 눈을 들어보니 신문기자 김이었다. 김은 짙은 청록색의 선글라스를 벗으며 내 앞자리에 앉았다. 공항에서 처음 인사를 나눈 김은 나와 같은 학번이라는 이유만으로 이곳의 낯선 스텝들 중에 내가 유일하게 말을 붙이는 상대였다. 김의 곁에는 낡은 갈색의 양복을 입은 얼굴이 검고 키가 작은 사내가 서 있었다. 짙은 쌍꺼풀의 눈이 선량하고 맑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콜라를 시켰다. 아까 내게 커피와 탄산수와 밀크를 가져다 주던 웨이트리스는 코카콜라라는 말을 금세 알아듣고 친절한 미소를 보였다. 이쪽은 빅또르 박씨예요. 여기 교포 3세이시고 지금은 고려일보 기자이시죠. 김이 따라온 사내를 내게 소개했.. 2007. 4. 24.
신상언-항구에 매어있는 배는 안전합니다/보내는 마음 신상언 - 「항구에 매어있는 배는 안전합니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매어두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사랑하는이여! 때로는 모든 것을 떠나 보내는 용기가 얼마나 필요한지..., 그래요. 떠나는 그것들에게 손을 들어 보내며 애타하지 않기로 합시다. 돛을 달고 먼 곳으로 떠나가는 배를 보며 그 모든 것들을 웃음으로 작별하기로 합시다. 물질도, 명예도, 시간이며 생명까지 떠나간다 하여도 웃으면서 보내기로 합시다. 나의 가장 아끼는 것이 사라진다 하여도 결코 울거나 분노해서는 안됩니다. 돌아보면 한순간이고 모두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것을 압니다. 우리가 슬퍼하고 애타할 때도 우리가 사랑하고 행복하여질 때도 모두가 순간으로 남을 것임을 압니다. 때로 시간이 우리를 허무의 성채 속에 가두기도 하고 때로 허무가 우리를.. 2007. 4. 24.
유리 나기빈-볼프강 보르헤르트/밤에는 쥐들도 잔다. (단행본) 유리 나기빈 -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 버려진 벽에 뻥 뚫린 창구멍이 이른 저녁 무렵의 햇살을 풍성하게 받으며 보라빛 하품을 하고 있었다.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라 똑바로 서 있는 굴뚝의 잔해 사이에서 감실거리고 있었다. 페허는 쓰레기더미처럼 허물어져 덮인채 졸고 있었다. 그곳에서 아이는 눈을 감고 있었다. 별안간 사방이 더 어두워진 것 같았다. 아이는 누군가 자기 앞에 조용히 다가와 막아선 것을 느꼈다. 곧 그들이 나를 끌고 가겠구나 ! 하고 아이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눈을 가늘게 뜬 순간 보인 것은 낡은 바지를 입은 두 다리뿐이다. 그 두 다리는 안쪽으로 구부정하게 휘어 있었으므로 그 사이를 멀리까지 바라볼 수가 있었다. 아이는 그 다리를 따라 올려다보았다. 이윽고 한 나.. 2007. 4. 23.
· 김혜경-집 없어도 땅은 사라/구거溝渠가 황금알을 낳는다. 「김혜경-집 없어도 땅은 사라」 [210426-162441] 농지개량 농지개량은 생산을 높이기 위해 객토(토질을 개량하기 위해서 성질이 다른 흙을 다른 곳에서 가져다 논밭에 섞는 일) 성토(흙을 쌓아둠), 절토(평지를 만들기 위해 흙을 깎아내는 일) 등으로 농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행위로서 농법상 허가나 신고 없이도 가능하다. 지목을 답에서 전으로 변경할 경우는 농지전용이 아니고 농지개량행위로서 대체농지조성비 부과 대상이 아니다. 농지개량은 농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여 농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공사장에서 나온 토석의 처리를 주목적으로 농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행위는 형질 변경 후의 농지 상태가 더 양호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도 농지전용행위로서 농지전용(또는 일시사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 2007. 4. 23.
월간시지 - 心象 / 시인의 명상(김지윤 시인) · 「월간시지-심상 / 2007년 3월호」 나는 가끔 가벼워진다. 옥탑에 기저귀들이 널려있다. 바람이 슬쩍 스치고 지나가는 몸짓에도 몸살을 한다. 희다못해 푸르스름한 가뿐한 몸매를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조금만 더 세게 건드리면 아예 빨래줄을 박차고 날아오를 것만 같다. 지상의 오줌 똥으로 몸 더럽히던 기억 버리고 흰 날개 퍼득이며 비상할 것만 같다. 기저귀들이 안달을 한다. 날이 억세게 좋은 날 그들을 위해 창공이 열려있는 것만 같은 날 희다못해 푸른 옥양목 흰 천들이 하늘을 향해 온몸이 달아오른다. 아직은 남아있는 제 몸의 물기 그 조금의 무게만 버리면 지상의 오욕은 모두 잊어버리고 하늘의 넓은 품을 향해 솟아오를 것이다. 이런 날 옥탑에 널린 기저귀들은 살아있다. 날개를 퍼득이며 힘찬 비상을 준비하는.. 2007. 4. 22.
연세문학-우리 모두 생의 한가운데에 「연세문학 - 1995. 가을. 연세문학회」 [23 04 02-182214] " 내가 그토록 굳건하다고 확신했던 나의 이성은 겨우 생의 기반에 불과하단 말인가." 「루이제 린저」를 알게 된 이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그녀의 필사적이었던 '물음'인 동시, '깨달음'이었던 이 문장이 떠오른다. 중심을 갈구하며 발구르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생은 언제나 '가운데'만을 던져준다. 그녀에게, 또 우리에게 '생'은 그 복판에서 사랑하고, 미끄러지며 모든 것을 온몸으로 전부 느껴야만 하는 것이다. 가끔 영웅인 척할 뿐 우리는 사실 영웅이 아니다. 약삭빠른 동시 비겁하거나 이기적이기도 한 우리는 적당히 정직하고 때로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우린 결코 위대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것이 다 복잡하고 혼란한데도 그.. 2007. 4. 22.
코넬大에서 만난 아프리카 학생 이야기/조세미(인재전략 국제컨설턴트) · [조선일보 오피니언 - 2006. 05.19.] [t-23.05.13. 210426-162710] 오피니언 코넬大에서 만난 아프리카 학생 이야기 7년 전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대에서 당시 몸 담고 있던 매킨지의 회사 설명회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삼삼오오 헤어지는 학생들 가운데 문득 한 흑인 학생이 말을 걸어왔다. "제 소개를 해도 될까요?" 그는 아프리카에서 학부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온 유학생이었다. 그런데 자기소개를 하며 건네온 그의 이력서 중 나를 당황하게 한 대목이 있었다. 그가 코넬대 학부 3학년부터 대학원까지 4년간 마쳤어야 할 학과를 8년째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유를 묻자, 그가 대답했다. "그게 바로 내가 당신과 얘기를 나누고 싶은 이유입니다." 아프리.. 2007. 4. 22.
풀잎 편집부-인생의 가장 행복한 반시간/영원한 미소 「풀잎 편집부 - 인생의 가장 행복한 반시간」 불국사에 갈 때마다 석굴암을 찾게 된다. 국보 24호인 석굴암 본존상(本尊像)의 미소는 언제나 신비속에서 우러나온다. '한국의 지혜'라고 일컬어지는 석굴암, 그 속에 안치된 본존상의 미소는 형언할 수 없는 대자대비의 표정이다. 이 미소를 만나면 정신이 황홀해지며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아득한 평화 속에 잠기게 마련이다. 석굴암 대불은 신라 경덕왕 10년, 재상 김대성이 이룩한 것으로 신라인의 깊은 명상과 염원이 담겨 있다. 이 예술품이 조성된 것은 당시 신라를 괴롭히던 왜구를 불력(佛力)으로 막아달라는 대원(大願)에서 였다. 대불(大佛)을 모셔 놓은 본존상 후면에는 십일면 관음보살과 문수보살이 대불을 호위하여 동해를 바라보고 있다. 동해에서 솟은 해맑은 햇살.. 2007. 4. 20.
지하련(池河蓮) - 결별 「지하련(池河蓮) - 결별」 결별 지하련(池河蓮) 결혼한지 얼마 안되는 새색시 형예(亨禮)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제 밤에 남편과 다툰 일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남의 일에 분주헌 건 모욕이래요.” “남의 일이라니 웨 결국 내 일이지.” “여자가 아무리 영니해도 밖앝 일을 이해 못험 그건 좀 골난해.” “관둡시다 관둬요.” 사실 별것도 아닌 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남편이 가끔 거드름을 부리는 것에 형예가 자주 화를 내는 것이 병이라면 병이었습니다. 일찍 일어나야 별로 할 일도 없고 일어나기도 싫어 누워있는데 남편의 ‘그깟 일’이라는 소리에 다시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웬일일가? 내가 이렇게 비위를 잘 상우게 되는 것은 그를 대수롭게 녁이지 않고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 때 심부름하는 아이.. 2007. 4. 19.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자유로워진다는 것 「니코스 카잔차키스 - 그리스인 조르바」 “기분 내키면 치겠소. 마음이 내키면 말이오. 당신이 바라는 만큼 일은 해주겠소. 거기 가면 나는 당신 사람이니까. 하지만 산투르 말인데, 그건 달라요. 마음이 내켜야 하지.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나한테 억지로 시키면 그때는 끝장이오.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거요.” “인간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인간이 된다는 건 바로 그거요. 자유로워진다는 것.”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2007. 4. 18.
유안진-지란 지교를 꿈꾸며/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유안진 - 지란 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의 중에서 - 2007. 4. 18.
KBS 경영협회보-이 한권의 책/다니구치 지로 [열네 살] 「KBS 경영협회보 (2004.10)」 나도 한 때는 태평양을 누비던 고등어였다 - 다니구치 지로의 『열네 살』- 그러니까 딱 10년 전 22살 때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었다. 그 땐 핸드폰도 삐삐도 없던 시절이라, 내 소통 수단은 하숙집의 인터폰이었고 그녀의 소통 수단 또한 기숙사에 연결돼 있는 인터폰이 전부였다. 몇 번을 연결해야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결국 어렵사리 약속을 하고 만났다. 술 취한 밤에 내 마음을 고백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그녀가 자신이 출연하는 연극을 보러 오라고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꽃을 사들고 신촌을 향해 걸어갔지만 정작 그 학교의 긴 백양로로 접어들면서 난 꽃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말았다. 많이도 흔들렸고 괴로워서 방황했던 22살엔 다른 것에도 그랬지만 사랑은 .. 2007.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