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스티븐 스필버그 외 - 행복한 사람의 속옷」
사랑은 우리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만이 아니다.
사랑은 우리를 성숙하고 크게 하기 위해서도 있는 것이다.
바이런의 아픔
영국 최고의 시인으로 손꼽히는 바이런은 어려서부터 남달리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외모 또한 수려해서 수많은 여성들이 그를 사모하기도 했다.
그래서 훗날, 바이런은 사교계의 바람둥이로 통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바이런에게도 젊은 날의 통과의례인 사랑 때문에 아픔을 겪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바이런이 고등학생이었을 때이다.
바이런은 총명하고 잘생긴 학생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다리를 저는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정말로 사랑하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 차워즈,
짝사랑으로 가슴 앓이를 하던 바이런은 늘 그 여학생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아침 햇살에 이슬을 머금은 장미꽃 봉오리를 볼 때나,
은빛 가루를 뿌린 듯한 달빛 아래를 걸을 때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고백할 수 없었다.
우연히 마리가 자신의 다리를 흉보는 말을 엿들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이런은 그 사랑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이란 세월이 지나갔다.
그 동안 바이런은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오랜 짝사랑을 끝내야 할 때가 된 것을 알고 그는 매일 마음속으로 혼자 이별연습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어머니가 바이런을 불렀다.
어머니는 예쁜 손수건을 몇 개 내놓으며
아들에게 마음에 드는 손수건을 한 장 고르게 하고는 그것을 눈 밑에 대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엉뚱한 행동에 어리둥절하면서 도 그는 시키는 대로 했다.
"얘야. 마리가 결혼했다는 구나. 마음 놓고 울 거라"
어머니는 바이런이 마음속에만 담아 둔 애틋하고 지극한 사랑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고민했던 것이다.
하지만 바이런은 울지 않았다.
애써 평온을 가장하고 손수건을 고르게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용히 웃으며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 아픈 마음을 시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이런은 사랑을 잃었지만, 시를 얻었던 것이다.
※ 이 글은 <행복한 사람의 속옷>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빈센트 반 고흐. 스티븐 스필버그 외 - 행복한 사람의 속옷
청어 - 2001. 10. 20.
[t-07.05.20. 20210522-17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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