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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외국작가

노인이 사랑하는 것들-행복한 사람의 속옷/빈센트 반 고흐

by 탄천의 책사랑 2007. 5. 9.




행복한 사람의 속옷 - 빈센트 반 고흐 / 청어 2001. 10. 20.

 

노인의 하루는 젊은이의 한 시간과 같다.


노인이 사랑하는 것들
시카고의 어느 시장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북적 댔다.
시끄럽고 활기에 찬 그곳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늘진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양파를 파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똑같은 자리에서 언제나 똑같이 양파 스무 줄을 펼쳐 놓고 팔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던 한 젊은 신사가 노인에게 다가와 물었다.

"양파 한 줄에 얼맙니까?"
"10센트 라오."  노인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두 줄에는 얼맙니까?"
"20센트 라오."
"세 줄에는요?"
"30센트 라오."  그러자 젊은 신사가 좀 불쾌한 듯이 물었습니다.
"별로 깎아 주시는 게 없군요. 25센트 어떻습니까?"  노인은 거절했습니다.
"안되오."

이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 젊은 신사는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럼, 스물 줄 전부를 다 사면 얼맙니까?"  하지만 노인은 아주 단호하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스무 줄 전부를 당신에게 팔 수는 없소."  그 젊은 신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왜 못 파신다는 겁니까?. 양파를 팔러 나오신 게 아닙니까?"

 

그러자 노인이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인생을 살러 여기에 나와 있는 거요.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한다오.
  북적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햇빛을 사랑하고,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한다오.
  친구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자기 아이들이며 농작물 얘기하는 것을 사랑한다오.
  바로 그걸 위해 하루 종일 여기 앉아 양파를 파는 거요.
  한 사람한테 몽땅 팔면 내 하루는 그걸로 끝이오.
  당신이 이 양파를 모두 사가게 되면, 나는 사랑하는 것들을 너무 빨리 잃어버리게 된단 말이오."  

 


※ 이 글은 <행복한 사람의 속옷>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05.09.  20210505-17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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