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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야나기 테츠코-창가의 토토/원래대로 해 놓거라

by 탄천사랑 2007. 5. 26.

구로야나기 테츠코 -  「창가의 토토



오늘은 토토가 대작업을 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토토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지갑을 그만 학교 화장실에 빠뜨렸기 때문이었다. 
돈은 한 푼도 들어있지 않지만 화장실까지 갖고 다닐 정도로 소중한 지갑이었다. 
그것은 빨강, 노랑, 초록 체크무늬 헝겊으로 된 납작한 네모 모양에 삼각형 뚜껑이 달려있고, 
또 단추가 달린 곳엔 은색 영국 개 모양의 브로치 같은 것이 달려 있는, 정말 세련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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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토토의 대작업이 시작되었다. 
자루바가지를 안으로 밀어넣어 분뇨를 퍼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대충 지갑이 떨어진 쪽 언저리를 떠냈지만 어찌된 게 깊기도 하고 어둡기도 한게, 
위는 세 개의 문으로 나뉘어져 있는 화장실의 밑은 하나의 연못처럼 상당한 크기였다. 
게다가 머리를 너무 들이밀면 안으로 빠질 것 같아 우선은 퍼내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퍼낸 것을 구멍 주위에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한 바가지씩 퍼낼 때마다 지갑이 섞여있지 않은지 꼼꼼하게 검사를 했다. 

그런데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지갑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도무지 바가지 않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수업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말았다. 

(어떻하지?)  토토는 약간 망설였지만, 이내 

(애써 여기까지 했는 걸...) 하고 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대신 아까보다 더욱 열심히 퍼냈다. 
제법 분뇨 더미가 쌓였을 때였다. 
마침 교장 선생님이 화장실 뒷길을 지나갔다. 
선생님은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토토에게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뭐 하는 거니?"

토토는 손을 멈추는 시간도 아까웠다. 
그래서 자루바가지를 계속 밀어넣으며 대답했다. 

"지갑을 떨어뜨렸어요."

"그래?"

교장선생님은 단지 그렇게 말한 후, 늘 산책하던 모습으로 뒷짐을 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로부터 또 시간이 한참 지났다. 
지갑은 아직 찾지 못했다. 
분뇨더미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그때 교장선생님이 또 지나가며 물었다. 

"찾았니?"  땀에 흠뻑 젖고 뺨까지 새빨개진 토토는 분뇨더미에 온통 둘러싸인 채 대답했다. 

"아뇨, 아직..." 선생님은 토토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서 쳐다보며 친구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끝나고 나면 전부 원래대로 해 놓거라."  그리고는 또 아까와 마찬가지로 어디론가 가버렸다. 

"네!" 

※ 이 글은 <창가의 토토>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구로야나기 테츠코 - 창가의 토토
그림 - 이와사키 치히로
역자 - 김난주 
프로메테우스출판사 - 2004.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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