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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야나기 테츠코-창가의 토토/안녕! 안녕!

by 탄천사랑 2007. 5. 27.

구로야나기 테츠코 -  「창가의 토토



안녕! 안녕!

도모에 학원에 불이 났다. 
밤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학교 바로 옆, 교장 선생님 집에 있던 미요와 언니 미사, 
그리고 사모님은 다행히도 구혼부츠 절의 연못 근처에 있는 도모에 농원으로 급히 피해 화를 면했다. 
하지만 B29는 계속해서 도모에 학원의 전철교실로 폭탄을 떨구었다. 

교장선생님의 평생 꿈이었던 학교는 지금 화염에 휩싸여 있다. 

선생님은 무엇보다도 사랑했던 아이들의 웃음 소리며 노랫소리 대신, 
학교는 지금 끔찍스런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다. 
그 불길은 어떻게 손을 써볼 수도 없이 학교를 불태워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유가오카 도처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교장 선생님은 그 한 가운데 서서 도모에학원이 불타는 걸 꼼짝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약간 구겨지긴 했지만, 
검은 양복 차림에다 윗도리의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모습이 평소와 다름없었다. 

오랫동안 불길을 바라보던 선생님은, 
이윽고 곁에 있던 대학생 아들인 도모에에게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얘야, 이번에는 무슨 학교를 만들까?"

순간 도모에는 제 귀를 의심하며 고바야시 선생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랬다. 
아이들에 대한 고바야시 선생님의 애정이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지금 학교를 휩싸고 있는 저 불길보다 훨씬 강했고 뜨거웠던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여전히 건강했다. 

그즈음 토토는 만원 피난열차 안에서, 어른들 틈에 끼여 막 잠이 들려는 참이었다. 
열차는 도호쿠 지방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토토는 헤어질 때 선생님이 한 말, 

"또 만나자꾸나."  그러고선 늘상 들려주었던 

"넌, 정말은 착한 아이란다."  (....이 말씀들을 잊지 않도록 해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리고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곧 고바야시 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토토는 그 덕분에 안심하면서 잠이 들었다.
※ 이 글은 <창가의 토토>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구로야나기 테츠코 - 창가의 토토
그림 - 이와사키 치히로
역자 - 김난주 
프로메테우스출판사 - 2004.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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