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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편지

by 탄천사랑 2007. 5. 14.

(시집) 도종환 - 「오월의 편지」

 

 

 

오월의 편지

 

 

도종환

 

붓 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는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 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은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는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랫동안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나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님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없이 흔들리는 붓꽃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낳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 자리로 바람이 가득 가득 몰려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다녀갑 니다.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 와 머물다 소리 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시인의 삶에 동반자였던 친구을 하늘 별자리 찿아 멀리 보낸 허점함과 그리음을...

[t-07.05.14.  20210513-175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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